한 아줌마의 북한 여행기가 국가를 위협한다고?
[신은미 기고] '강제추방 및 입국금지 취소' 기각이라니... 한국은 허약한 나라인가
오늘(미국 시간 7월 6일) 언론사의 기자들로부터 내가 대한민국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강제추방 및 입국금지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2014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소위 '종북콘서트'로 명명된 '통일토크콘서트'였다. 첫 토크콘서트가 끝나기 무섭게 일부 언론은 내가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말을 했다는 허위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어 마녀사냥식 종북몰이가 계속됐다. 아무리 충격적인 뉴스도 1~2주일을 넘기지 않는데, 종북몰이에 편승한 허위보도는 무려 두 달간이나 지속됐다.
박 대통령의 말, '종북콘서트'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됐고, 검찰과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나는 출국금지를 당한 채 네 차례에 걸쳐 무려 50여 시간에 달하는 검·경의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나는 왜 내가 이러한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나를 심문하는 경찰 수사관은 내 눈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질문했을 정도였다. 담당 검사는 "내 위에 총장있고 그 위에 또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내게 '어서 대충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는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신 선생님, 세상을 살다보면 자기의 의도와는 달리 왜곡되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니 모국에서 있었던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미국으로 돌아가십시오."
주위 사람들은 내게 당시 문제가 되고 있었던 청와대 정윤회 스캔들, 통합진보당 해산 등을 희석시키기 위한 '공작'이라고 귀뜸해줬지만, 설마 나같이 하잖은 해외동포 아줌마를 그 대상으로 삼았을까…. 하여튼 나는 지금도 그 광적인 허위보도와 종북몰이의 이유를 모르고 있다.
'통일콘서트' 무죄 판결... 하지만 모순된 판결
이미 예정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조사 결과 혐의가 없다고 판단돼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법무부는 나를 기소유예 처리하고 5년간 입국금지와 함께 강제출국 시켜버렸다. 미국의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무료 변론을 자원해준 민변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강제퇴거'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내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나는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
둘째, 무엇보다도 내겐 모국에 두 분의 노모님들이 계신다. 한 분은 85세의 시어머님이시고 또 한 분은 81세의 친정 어머님이시다. 혹시라도 두 노모님들께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길까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나는 며느리로서, 딸로서 천륜의 도리를 다하고 싶다.
셋째. 나는 의문의 폭탄테러마저 당한 피해자다.
물론 내가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는지는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사법부가 판단하는 것이다. 내 소송을 담당한 판사도 '통일콘서트 문제로 기소된 황선씨의 재판 결과에 따라 이 행정소송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나와 함께 통일토크콘서트를 진행하다 구속된 황선씨의 재판 결과를 기다렸다. 지난 2월 마침내 대한민국 사법부는 소위 '종북콘서트'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에서 통일콘서트가 무죄로 판결이 내려졌고 나에 대한 '강제추방 및 입국금지'의 원인이 됐던 통일토크콘서트로 인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이 사라졌다. 나는 당연히 '강제추방 및 입국금지 취소' 소송이 받아들여지리라 믿었다. 그런데 결과는 기각이었다. 어떻게 사법부가 이러한 모순된 판결을 내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당신은 사회갈등 야기했으니 입국 마시오'... 이게 무슨 논리인가
판결문 중 "국가보안법은 문제가 없지만 원고가 사회갈등을 야기했다"라는 대목이 있다. 사회 갈등은 '언론사를 대동한 허위보도로 종북몰이를 한 주체'가 야기한 것이다. 이 대목을 두고 내가 사회갈등을 야기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추방된 이유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함으로서 사회의 안녕을 저해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7일 나온 판결은 "국가보안법은 문제가 없지만..."이라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또한 판결문 중에는 아무리 곱씹어 읽어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미국에 생활의 기반이 마련돼 있는 상태이고, SNS와 출판물 등으로 본인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열려 있다."
이 말이다. '본국과 연락할 방법이 있으니 입국을 금지해도 된다'는 말일까.
이런 논리가 인권을 존중한다는 나라에서 나올 수 있는 판결일까. 그리고 한 해외동포 아줌마의 북한 여행기가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허약한 나라인가!
"한국,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냐... 계속 싸울 것"
[인터뷰] '강제퇴거' 소송에서 패소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저자 신은미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화부)는 지난 2013년 신은미씨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우수문학도서로 선정했다. 당시 문화부는 신씨에 대해서 "반공이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써서 믿을 만한 책"이라는 아낌없는 칭찬과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문화부는 신씨에게 한 마디의 양해나 설명, 통보도 없이, 이 책의 우수문학도서 자격을 급작스레 취소했다. '문화부'의 비문화적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한나라 문화부의 정책이나 평가가 이렇듯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또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 송방아 판사는 신씨가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법무부가 강제퇴거명령을 내린 것을 취소해 달라며 낸 청구를 기각했다. 송 판사는 "원고가 토크콘서트에서 말한 내용이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라면서도 이렇게 판결했다. 송 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은 아니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올 수 없다'는 비논리적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미국에 있는 신은미 선생과 지난 며칠간 이메일과 국제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 내 표현의 자유, 미국도 우려하는 수준"
- 이번 재판 결과를 포함, 이른바 '신은미 사건'을 일부 언론에서는 한마디로 반통일 반평화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누군가는 '공작정치'라고도 말한다. 남북한과 미국을 모두 방문한 사람으로서 남북한과 미국의 반통일, 반평화 세력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지난해 내가 한국에서 추방될 당시, 왜 대다수 한국 언론이 일제히 허위보도를 내보냈고 마녀사냥식의 종북몰이 광풍이 불었는지 나는 지금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 당시 문제가 되고 있었던 '청와대 정윤회 스캔들', '통진당 해산' 등을 희석시키기 위한 공작이었다고 말해주는 분들도 계시지만, 설마 나 같은 해외동포 아줌마를 그 대상으로 삼았을까... 의문이다. 어쨌든, '반통일, 반평화의 결과'라는 평가에는 동의한다.
사실 나는 정치에는 문외한이다. 단지 북한을 방문하고 여행기를 쓰면서 민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자연스레 관련 글을 읽고 가끔 배우려고 노력하는 정도다. 내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미국은 한반도 통일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 민족의 분단을 즐기고,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 미국 시민권자로서 박근혜 정권의 반인권적 조치에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항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또 미국 법원에 박근혜 정부의 부당한 인신공격 등을 소송할 수 있나?
"적어도 겉으로는 내가 한국의 국내법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미국 정부가 남한 정부에 뭐라고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1월, 내가 강제출국 될 때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미 정부는 한국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에이미 정(한국명 신은미) 사건을 주시하고 있고 에이미 정을 위해 모든 영사적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어쨌든 출국을 하는 상황에서 아마 그 정도가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외 미 국무부 발행 '2015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신은미 추방에 대해 언급했다."
- 향후 미국 정부나 미국인권변호단체의 도움을 받아 공식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응할 계획이 있나? '신은미 사건'은 단지 신은미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국과 미국, 즉 국가 대 국가의 문제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내 사건은 근본적으로 민족 분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우리의 민족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내가 비록 국적은 미국이지만 한국인으로서 우리의 분단 때문에 일어난 일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 미국은 종종 북한을 반인권 국가라고 비판한다. 연장선상에서 혹시 이번 일을 겪으며 도와준 미국정부나 인권단체 인사들이 있는가?
"솔직히 미국은 '우방'인 한국의 인권에 별 관심이 없다. 미국과 친한 또는 충성하는 나라에서 어떤 인권유린이 발생해도 미국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과거 (그리고 지금도) 미국은 미국에 충성하는 많은 잔악한 독재자들을 지원했고 지금도 여전히 지원하고 있다.
물론 미국에는 인권단체들도 많고 또 정부 내에도 인권을 옹호하는 인사들도 많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문제를 위해 그런 분들이나 단체의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다. 주위 사람들은 '바보같은 생각'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한국 법정에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속 투쟁할 것이다.
인권 문제에 자유로운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의 인권에 대해 언급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북한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북한식당 종업원들에게 자유의사 밝힐 기회 줘야"
-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 사회를 겪어 본 재미동포 입장에서 미국 정부, 박근혜 정권, 그리고 김정은 정권이 다 남북통일을 바란다고 생각하나? 또 남북이 향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우선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미국은 한반도가 분단된 상태에서 최대의 이익을 누릴 수 있으니 통일을 바라지 않는 것 같다. 남과 북은 모두 통일을 바라지만 어떤 통일을 바라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나는 남과 북이 합의한 6.15 선언과 10.4선언을 지키라고 항상 주장한다. 그 길이 향후 남북이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 확신한다."
- 이른바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에서는 자진 탈북이 아니라 강제 납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동안 많은 탈북동포들이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경우, 그들 전부가 자유의사에 따라 남으로 왔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님도 언급했듯이 이번 북한 종업원 집단 입국은 국가기관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데 공감한다.
게다가 한국정부는 그들에 대한 민변 그리고 유엔 인권위원회의 접견을 불허하는 등 정부 스스로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정말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왜 접견을 불허할까? 오히려 적극적으로 접견을 주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변의 접견 요청에는 '그들의 신원이 밝혀지면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한다'며 거절을 했다는데, 그들의 신원을 밝힌 것은 한국정부였다. 그리고 북에 있는 가족들이 민변 변호사들에게 위임장까지 보냈지만 한국 정부는 접견을 불허하고 있다. 심지어는 유엔 인권위원회의 접견요청마저 거부하고 있다. 여러 정황이 그들이 기획 입국됐다는 생각을 저버리기 어렵게 하고 있다. 어서 빨리 그들에게 자유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중요한 건 오로지 인간에 대한 사랑"
-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에 대한 우수문학도서 자격을 취소했을 때 사전 통보가 있었나? 그리고 있었다면 특별한 사유가 있었나?
"'우수문학도서 취소'를 하는 사람들이 사전 통보를 해줄 만큼 친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 통일부도 나를 출연시켜 만든 홍보 다큐멘터리를 통일부 홈페이지 사이트에서 내렸는데 내게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허위 보도에 편승한 종북몰이의 광풍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에서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박근혜 정부의 수준이 그 정도 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 박근혜 정권은 박정희 독재정권처럼 '반공'을 가장 중요한 국시처럼 떠받들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은 전 세계 최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다. 이런 모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에 의한 통일을 방해한 결정적인 공산당 지배 국가인 중국의 인민해방군 열병식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했다. 박근혜 정권에게 '반공'은 그저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증거라고 본다."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지난 종북몰이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서 남편도 완전히 은퇴를 했다. 그게 좋은 일이라면 좋은 일이다. 약 2주 전 한적한 리조트 도시로 이사도 했다. 온천, 골프장, 그리고 카지노 등이 있는 곳인데 은퇴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이제는 시간도 많으니 수양가족들을 만나러 앞으로 더 자주 북한에 가려고 한다. 지난해 6월과 10월에도 다녀왔는데, 6월에는 일본 순회 강연에 초청받아 참석한 김에 수양딸들을 만나러 갔고, 10월은 출산을 앞둔 둘째 수양딸에게 출산 준비를 해주고 밥이라도 한 끼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보통 한국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공산당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어떻게 모녀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내가 그들과 가족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그런 것은 아무 장애도 되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인간의 정과 사랑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
* 신은미 선생은 초중교 시절 민간 외교사절단인 어린이 예술단 <리틀앤젤스> 단원으로 세계 40여 개국 공연. 선화예술 중고등학교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성악과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음악 석사, 박사. 2012년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 (네잎클로바) 단행본 출간. 2013년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 2014년 제20회 '통일언론상 특별상' 수상. 2015년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행복한 여행> (네잎클로바) 단행본 출간. 2015년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
"종편에 갈가리찢겨 내동댕이... 내 삶이 파탄났다"
2014. 12. 14.


"종편에 갈가리찢겨 내동댕이... 내 삶이 파탄났다"
<오마이뉴스>는 '2014 특별상' 수상자로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신은미씨를 선정했습니다. '특별상'은 한 해 동안 좋은 기사와 기획 등으로 활약한 시민기자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5년 1월 23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2014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4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15 2월22일상', '2014 올해의 기사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 드립니다. [편집자말] |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사람. 그는 미국에 사는 평범한 아줌마다. 다만 그를 한국 사람과 비교해봤을 때 평범하지 않은 게 있다면 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 2012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연재한 신은미 시민기자다.
하지만 이제 이 아줌마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됐다. 지난 11월 말부터. 그녀의 이름이 언론지면에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신은미 시민기자가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자신의 견해를 내놨다. 그녀의 이름과 토크콘서트에는 '종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신은미 시민기자의 2014년은 다사다난했다. 2014년 여름께, 2013년 북한 여행 이야기가 담긴 연재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를 마치고, 지난 10월에는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가 주는 2014 통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또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통일 토크콘서트'도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박수갈채는 여기까지였다. 지난 11월 말 조계사에서 열린 통일 토크콘서트를 시작으로 언론의 손가락질이 시작됐다.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 채널은 그녀가 토크콘서트 중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고, 그녀에게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렸다.
"남북 동포들이 동일한 민족정서 갖고 있다 말했을 뿐"
하지만 이제 이 아줌마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됐다. 지난 11월 말부터. 그녀의 이름이 언론지면에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신은미 시민기자가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자신의 견해를 내놨다. 그녀의 이름과 토크콘서트에는 '종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신은미 시민기자의 2014년은 다사다난했다. 2014년 여름께, 2013년 북한 여행 이야기가 담긴 연재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를 마치고, 지난 10월에는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가 주는 2014 통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또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통일 토크콘서트'도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박수갈채는 여기까지였다. 지난 11월 말 조계사에서 열린 통일 토크콘서트를 시작으로 언론의 손가락질이 시작됐다.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 채널은 그녀가 토크콘서트 중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고, 그녀에게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렸다.
"남북 동포들이 동일한 민족정서 갖고 있다 말했을 뿐"
이후 활빈단 등 보수단체가 신은미 시민기자를 고발했고, 경찰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그녀는 일부 탈북자들로부터 끝장 토론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지난 10일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사제 폭발물 테러까지 당했다. 그녀의 책을 2013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하고, 그녀를 통일부 홍보 영상에 출연시킨 정부는 태도를 바꿨다. 정부는 1월 9일까지 그녀의 출국을 정지시켰다.
신은미 시민기자를 향한 세간의 평은 지금처럼 혹독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신은미 시민기자는 통일언론상 수상 당시 주최 측으로부터 "평범한 아줌마의 시선으로 북한의 실상을 정서적으로 잘 보여줬다"라는 평을 들었다. <오마이뉴스>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오마이뉴스>는 차별성 있는 콘텐츠로 북한의 오늘을 보여주고, 남북관계 정상화를 염원하는 기간의 공로를 인정해 그녀를 2014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최근 신은미 시민기자를 모처에서 만났다. "안녕하셨어요"라는 기자의 인사가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지쳐 보였다. 11월 말 한국에 입국했을 때보다 더 야위었다. 그동안 여론의 손가락질과 경찰 조사 등으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
"보수언론의 허위·왜곡 보도 이후 제 삶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엉망진창'입니다. 미국에서의 삶 그리고 한국에서의 삶, 모든 게 파탄 났어요. 특히 가족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요. 저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그리고 북한 여행기를 통해 남과 북의 동포애 그리고 민족애를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종편이 저를 '북한을 찬양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잖아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저를 많이 불편해합니다. 가족들에게 '나는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은 동일한 민족정서와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걸 말했을 뿐이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허위·왜곡을 일삼는 사람들과 싸우겠다'고 말했어요."
"폭발물 테러 고등학생도 피해자... 문제는 종편"
신은미 시민기자는 지난 14일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녀는 "경찰이 토크콘서트 당시 제 발언 내용부터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후에는 제가 쓴 책과 미국에서 했던 강연회 내용까지 조사하더군요"라고 전했다. 그녀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한 말을 복기했다.
"제가 경찰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게 기초·기반이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통일의 기초는 동포들 사이에 있는 벽을 허무는 일이다.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이 과정이 없는 통일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남한과 북한 동포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비록 지난 29일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가 "토크콘서트 내용을 확인한 결과 '북한은 지상낙원' 발언 자체가 없었다"라고 밝혔지만 그녀에게 찍힌 '종북 낙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관련기사 보기). 신은미씨는 경찰 관계자의 확인 내용에 이런 반응을 보였다.
"토크콘서트에서 그런 말(북한은 지상낙원)을 한 적이 없으니 (경찰의 확인 내용은) 당연한 겁니다. 저는 지금까지 북한을 '가난한 나라'라고 썼어요. 그런 제가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했겠습니까? 보수 언론의 허위·왜곡보도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생각해요."
신은미 시민기자는 '종북 논란'이 터진 이후에도 토크콘서트를 이어갔다. 그녀의 지론대로 남북 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녀가 맞닥뜨린 것은 한 고등학생의 사제 폭발물 테러였다. 테러범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했다.
"저는 테러를 저지른 고등학생도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종편의 허위·왜곡 보도가 사회 갈등을 조장했고, 그런 식의 보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벌어져선 안 되는 일이 벌어지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보수는 왜 '종북몰이'에 집중했을까
그녀의 말을 종합하면, 종편의 마녀사냥식 보도는 한 학생의 머릿속에 테러를 새겨놨고 자신이 종북몰이 보도의 피해자라는 것. TV조선, 채널A 등 보수언론은 왜 그녀를 향한 종북몰이에 집중하는 걸까. 하루아침에 '마녀'가 된 당사자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사회에 갈등이 있거나 문제가 있다면, 중재를 지향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닌가요? 그런데 종편 등 보수언론은 '나와 다르면 적'이라는 프레임으로 일관했어요. 저는 보수언론이 이런 식의 보도를 하는 게 보수세력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종편이 허위·왜곡보도를 하는데도 통일부가 제가 출연한 홍보 동영상을 삭제하는 등 동조했어요.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도 공식석상에서 종편 보도를 근거로 통일 토크콘서트를 '종북 콘서트'로 규정하기도 했고요."
종편 등 보수언론의 보도와 정부의 행보가 궤를 함께한다는 뜻이다. 통일 토크콘서트를 향한 종북몰이 마녀사냥식 보도와 지난 19일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활개 치는 공안수사까지. 일부 언론은 이런 흐름을 두고 지지율 하락 등 정부 위기국면 전환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신은미 시민기자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는 이전과 다른 정부·언론의 태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느낌이 들었죠. 제 모국은 대한민국입니다. 저는 남북통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었어요. 그게 제 사명이라고 생각했죠. 말년에라도 한민족의 평화·화합을 이야기할 수 있게 돼 무척 기뻤어요. 하지만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제 삶이 갈가리 찢겨 비참하게 내동댕이쳐지는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남북 평화 위해 사명 다하겠다"
그녀는 우울감과 좌절감으로 점철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됐단다.
"전국 각지에 있는 독자들과 탈북자들의 응원 메시지를 받으면서, 또 <오마이뉴스>에서 저를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깨달았어요. '누군가는 내 진심을 알아주고 있구나' '나를 내팽개치지 않는 사람이 있구나'라고요. 큰 기쁨입니다. 힐링(치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남북 분단의 상처를 다시 한번 봤습니다. 그 상처에는 아픔과 피폐함이 있었어요. 앞으로 저는 남북의 평화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할 계획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이라는 증세가 사회에 퍼져 있어요. 이것을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비난 속에서도 "그래도 내 모국은 대한민국, 통일을 위해 내 사명을 다하겠다"는 그녀. 남북의 평화와 화합을 염원하는 그녀에게 이번 논란이 '슬프고도 아픈' 디딤돌이 되길 기원한다.
신은미 강제출국…"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느낌"
뉴시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입력 : 2015.01.10 16:59
"몸은 나가지만 마음은 조국에 남을 것"
이날 저녁 미국행 비행기 탑승

이른바 '종북 콘서트' 논란을 일으킨 재미교포 신은미(54·여)씨에게 10일 강제출국 결정이 내려졌다.
신씨는 인천공항으로 호송돼 이날 오후 늦게 출발하는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강제퇴거 조치에 따라 향후 5년간 입국이 금지된다.
신씨는 오후 3시10분께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이민특수조사대 사무실에 출석해 오후 4시40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당국은 신씨의 신변안전 우려를 이유로 지인의 집에 머물고 있던 신씨를 데리고 와 조사실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의 신변보호요청에 따라 20여명의 경찰도 배치됐다.
신씨는 조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제 몸은 오늘 대한민국에서 나가지만 마음만은 조국에서 강제퇴거 시킬 수 없다"며 "미국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한 뒤 호송차량에 올랐다.
이민특수조사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신씨의 범죄사실을 뒷받침하는 검찰 수사 자료와 신씨에 대한 면담 결과 등을 종합해 강제퇴거 결정을 내렸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 강제퇴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출입국 당국 관계자는 "신씨의 범죄 혐의가 무겁다고 판단해 강제퇴거 조치했다"며 "신씨처럼 자비(自費)로 항공권을 구매한 사람에 대해서도 강제퇴거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날 신씨가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까지 확인한 뒤 현장에서 철수한다. 신씨는 인천공항에 호송돼 오후 5시께 가족과 지인 등을 짧게 만난 뒤 비밀통로를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가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면 향후 5년간 국내 입국이 금지된다. 신씨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및 입국금지에 대한 소송 등을 제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병현)는 지난해 11월19일~21일 황선(41·여)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와 함께 '신은미&황선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를 열고 북한의 3대 세습과 체제를 미화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로 신씨를 지난 8일 기소유예 처분하고 강제퇴거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신씨가 미국 시민권자로 초범인 점, 민권연대와 황 대표 등이 주도한 행사에 이용된 측면이 있는 점, 검찰 조사에서 북한의 3대 세습과 독재 체제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씨와 함께 고발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황 대표는 오는 13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여부가 결정된다. 검찰은 두 사람과 함께 고발된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는 대로 피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폭발물 테러, 출국정지, 네 차례 총 45시간의 검·경 소환 조사, 우수문학 도서 선정 취소 그리고 강제퇴거(출국) 조치. 지난해 1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재미동포 신은미(54)씨에게 일어난 사건들이다. 보수언론이 시작하고 박근혜 정부가 화답한 '종북몰이' 광풍이 그를 휘감았다.
신은미씨가 지난 8일 오후 검찰이 자신을 기소유예하면서 법무부에 강제퇴거요청을 했다고 밝힌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심경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그는 한 시간 가량 담담하게 그간의 일을 정리했다. 그는 법무부의 강제퇴거 조치로 10일 오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기죽지 않고 남북의 벽 허무는 일 계속하겠다 "
그는 출국 심경을 '친정에서 쫓겨난 딸'에 비유했다. 미국 국적인 그가 친정인 대한민국에서 남북 화합을 바라는 마음에 했던 말들로 정부에 버림받았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으로부터 실연을 당했다는 비유였다.
"집 떠나서 살던 딸이 신바람이 나서 친정에 왔어요. 친정을 사랑해서 친정이 잘 되면 좋겠다하고 말을 한 거죠. 그런데 부모님이 '너는 출가 외인',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라고 해버린 거예요. 그러고 나서 '너는 이미 내 딸이 아니야, 왜 간섭이야, 다시는 친정에 오지마'라는 거예요. 딱 그런 심정이죠."
그럼에도 신씨는 마음만은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방북 여행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던 때처럼, 평화 통일을 위해 기죽지 않고 계속해서 남북을 오가며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제2의 신은미가 나타나지 않도록 '종복몰이'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선례가 되겠어요. 종복몰이, 마녀사냥에 밀려 비록 제 껍데기는 추방되지만 제2의 신은미가 생기지 않도록 제가 (종북몰이를) 극복하면 되잖아요. 저는 남과 북, 동포 사이의 벽을 허무는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비록 쫓겨나지만 기죽지 않고, 남과 북이 함께여야 하는 당위성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이래서 분신 자살하는구나...가슴 갈라 마음 보여주고 싶었다"
신은미씨가 지난 8일 오후 검찰이 자신을 기소유예하면서 법무부에 강제퇴거요청을 했다고 밝힌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심경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그는 한 시간 가량 담담하게 그간의 일을 정리했다. 그는 법무부의 강제퇴거 조치로 10일 오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기죽지 않고 남북의 벽 허무는 일 계속하겠다 "
그는 출국 심경을 '친정에서 쫓겨난 딸'에 비유했다. 미국 국적인 그가 친정인 대한민국에서 남북 화합을 바라는 마음에 했던 말들로 정부에 버림받았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대상으로부터 실연을 당했다는 비유였다.
"집 떠나서 살던 딸이 신바람이 나서 친정에 왔어요. 친정을 사랑해서 친정이 잘 되면 좋겠다하고 말을 한 거죠. 그런데 부모님이 '너는 출가 외인',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라고 해버린 거예요. 그러고 나서 '너는 이미 내 딸이 아니야, 왜 간섭이야, 다시는 친정에 오지마'라는 거예요. 딱 그런 심정이죠."
그럼에도 신씨는 마음만은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방북 여행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던 때처럼, 평화 통일을 위해 기죽지 않고 계속해서 남북을 오가며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제2의 신은미가 나타나지 않도록 '종복몰이'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선례가 되겠어요. 종복몰이, 마녀사냥에 밀려 비록 제 껍데기는 추방되지만 제2의 신은미가 생기지 않도록 제가 (종북몰이를) 극복하면 되잖아요. 저는 남과 북, 동포 사이의 벽을 허무는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비록 쫓겨나지만 기죽지 않고, 남과 북이 함께여야 하는 당위성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이래서 분신 자살하는구나...가슴 갈라 마음 보여주고 싶었다"
광풍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전국순회 통일토크 콘서트'였다. 종편 등 보수 언론은 이 행사에서 신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북한을 찬양하는 등 '종북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보수단체가 두 사람을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후 신씨는 경찰에서만 세 차례 총 서른 시간, 검찰에서는 한 차례 열다섯 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과정 내내 당국의 유도 질문이 이어져 답답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나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책을 쓰고 말을 했는데 검사가 '이런 식이 아니죠'라고 하니까 속이 탔어요. 순간순간 울분이 끓어올랐어요.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지요. 너무 억울하니까 이래서 사람들이 분신자살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서 설명했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그 결과에 순순히 따르겠습니다."
그는 조사를 받으며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식의 수사 방법 때문이었다. 머릿속에는 'So stupid(정말 어리석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말도 안 되는, 부질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보법 때문에 고문 받고, 가정이 파탄 나는 그런 얘기들을 들었죠. 하지만 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당해보니까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법이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그래도 부질없는 시간을 그나마 의미 있게 만들려면 최선을 다해야 했어요. 오죽하면 검사님에게 어떻게 하면 제 마음을 받아들이겠느냐 하고 하소연까지 했어요. 제 가슴을 갈라서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결국 기소유예 판결이 났다. 검찰이 죄를 인정했지만 미국 시민권자인 점, 북한 체제와 인권 상황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점 등을 이유로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또 법무부에 강제퇴거를 요청했다. '극심한 국론분열과 사회혼란이 초래돼 사회적 위험성이 적지 않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재판에 들어갔을 경우 검찰이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을까. 이번 기소유예 결정은 유죄 판결을 확신하기 어려운 검찰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통일부와 문체부의 대응..."유치하고 우습다"
종북몰이는 '폭발물 테러'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10일, 전북 익산의 한 성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한 고등학생이 신씨를 향해 인화물질을 던졌다. 그 학생은 폭발물을 던지기 전 신씨에게 종편의 주장처럼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발언한 것이 사실이냐"고 질문했다.
이 일로 참석자 2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를 물고 늘어진 경찰마저도 수사과정에서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발언은 없었다"고 인정했다.하지도 않은 발언을 지어낸 종편이 만들어낸 비극이었다.
이후 신씨는 소환 조사 외에는 외출을 삼갔다. 자신을 알아보는 시선이 불편해졌다.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택시를 타도 기사가 알은 체를 하며 "김일성 찬양한 사람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또 다른 사람은 넌지시 "우리나라 문제예요. 종북이 이 나라 뒤집어놓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집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비슷한 테러를 당하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했다.
"낯선 누군가가 옆으로 오면 내게 황산이라도 뿌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에는 기침이 심해져서 한의원에 갔더니 화병이라고 하더라고요. 감기가 화병하고 섞여서 고질병처럼 속에 꽉 찼대요. 고질병을 고치는 침도 맞았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폭발물 사건 있고 일주일 정도는 일어나질 못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비이성적인 마녀사냥에 정부도 적극 거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신씨의 방북기,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2013년 상반기 우수문학 도서에서 취소했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이유였다. 출간된 지 2년이 넘었고 우수문학도서로 뽑힌 지도 1년이 훌쩍 넘은 책이다. 앞서 통일부는 신씨가 출연한 통일부 'UniTV'의 동영상을 이념적 편향성이 있다며 삭제했다. 신씨는 정부의 조치가 "유치하다"고 말했다.
"경제대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게 한마디로 우스웠어요. 개개인은 선진국 시민인데, 나라를 이끌어가는 분들이 왜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지 궁금해요. 나 같은 아줌마가 보기에도 이런 조치는 유치하고 우습다는 생각이 들어요."
면담 요구했지만 묵묵부답..."박 대통령, 책 서문만이라도 읽어달라"
신씨는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해 12월 초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청와대는 무응답이었지만 신씨는 박 대통령의 답을 이미 얻었다고 생각했다. 박 대통령이 신씨의 토크콘서트를 '종북콘서트'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주민들의 처참한 생활상이나 인권침해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자신들의 편향된 경험이 북한의 실상인양 왜곡 과장했다"고 말했다. '종북몰이'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면담 요청에 답은 이미 왔다고 생각해요. 박 대통령이 '종북콘서트'를 하는 저와 면담할 수 없다고 여긴 것 같아요. 하지만 2002년 박 대통령이 방북한 뒤 하신 말씀을 보면 통일에 대한 방안이 저와 다를 게 없습니다. 제 책을 읽어보지 않은 것 같아요. 서문이라도 읽어보신다면, 제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박 대통령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아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당분간 대한민국을 방문하지 못하게 된 사실을 안타깝게 여겼다. 향후 최장 5년간 법무부에 의해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그의 변호인은 재입국 거부에 대해서 행정 소송 등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신씨는 "해외동포는 태아가 탯줄로 엄마와 연결돼 있는 것처럼 조국과 이어져 있다"며 "이렇게 강제출국을 당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남과 북 그리고 해외 동포들을 사랑하겠다고 밝혔다.
"몸만 출국당하지 마음은 (조국으로부터) 출국 못 시켜요.(웃음) 해외동포가 됐든, 대한민국 동포가 됐든, 북한 동포가 됐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동포들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을 더욱 사랑하고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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