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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서훈 구속, ‘30년 빈손 외교’의 현주소 [백기철 칼럼]

by 무궁화9719 2022. 12. 15.

서훈 구속, ‘30년 빈손 외교’의 현주소 [백기철 칼럼]

등록 :2022-12-14 15:43수정 :2022-12-14 18:01

백기철 기자
 
정권이 바뀌면 손바닥 뒤집듯 전 정권의 청와대 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등을 마구 잡아넣으려 달려드는 나라 꼴이야말로 지난 30여년 우리 외교 실패의 현주소다. 남북 대화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 미·일 우방들도 신뢰한다는 북한통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짓밟는 나라가 또 있는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백기철 ㅣ편집인
 
지난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구속 기소는 충격적이었다. 두명의 전 정부 인사들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구속된 뒤 적부심에서 석방됐는데도 서 전 실장 영장이 발부되고 적부를 물을 틈도 주지 않고 검찰이 전격 기소했다. 고도의 외교안보 행위가 몇몇 검사와 영장 전담 판사들의 손에서 재단되는 창피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섣불리 단정하긴 어렵지만 영장 등을 통해 드러난 서 전 실장 혐의를 보면 이게 법의 잣대를 들이댈 일인지 의문이다. 희생된 이아무개씨가 월북인지 아닌지, 정부가 피살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는지 여부는 당시 대북 첩보, 남북 간 채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외교안보적 정무 판단에 속한다. 무 자르듯 법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
 
서 전 실장 구속이 단순히 서훈 개인에 대한 단죄일까?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은폐를 주도했다며 개인 비리 식으로 몰아가지만 대북 관련 일이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판단을 주도할 순 있지만 혼자서 다 할 수는 없다. 결국 서훈 구속은 문재인 정권 대북정책에 대한 단죄인 셈이다.
 
서훈 구속은 우리 외교를 우리 스스로 짓밟는 짓이다. 남북 대화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 미·일 우방들도 신뢰한다는 북한통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짓밟는 나라가 또 있는가.
 
문재인 정부 역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한 만큼 서 전 실장 구속에 불만을 터뜨리는 건 일종의 내로남불이라는 주장이 일각에 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김 전 장관은 대북 문제가 아닌 댓글 부대와 관련해 국내 정치 관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그가 박근혜 정부에서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군사 전문가라는 평을 들었던 만큼 그의 구속 역시 외교안보 자산의 손실로 볼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손바닥 뒤집듯 청와대 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등을 마구 잡아넣으려 달려드는 나라 꼴이야말로 지난 30여년 우리 외교 실패의 현주소다. 서훈 구속은 ‘30년 빈손 외교’의 상징적 사건이다.
 
지난 30년 남들은 통일하고 평화를 찾는데 우리는 여전히 분단의 고통과 전쟁의 위협 속에서 허송세월했다. 우리 스스로 발등을 찍고 서로의 뒷다리를 잡아온 탓이다. 북한의 광적인 핵 벼랑끝전술, 미국의 변덕과 고집 탓도 크지만 우리 내부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독일은 우리와 다른 길을 걸으며 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독일 통일의 교훈은 1989년 동서독 통일을 전후한 때가 아니라 냉전 직후부터 꾸준히 89년이라는 운명적 시간을 준비했다는 데 있다.
 
독일 통일의 기반은 굳이 말하자면 ‘정-반-합 외교’다. 콘라트 아데나워의 이른바 ‘힘의 정책’, 즉 서방 중심, 동독 불인정, 경제 재건은 나라의 기본 역량을 튼튼히 쌓았다.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은 친서방 기조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평화체제를 토대로 소련·동독·동유럽과 화해하고 교류했다. 브란트 이후 기민당도 명분뿐인 ‘즉각 통일 노선’을 사실상 포기하고 평화공존을 이어갔다. 사민당과 기민당이 빠른 통일을 포기하고 공존을 모색한 것이 역설적으로 통일의 기반이 됐다.
 
지금 세계의 풍향은 크게 변하고 있다. 미-중 대결과 우크라이나 전쟁, 북핵의 완성 등으로 동북아와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 정세의 대전환기인데 우리는 뭘 하고 있나.
 
이제는 30년 실패한 외교를 리셋해야 한다. 대체로 보수 정권이 외교정책 전환에서 좀 더 자유롭다고 하는데, 윤석열 정부에도 일말의 기대가 없지 않았다. 미국도 닉슨 때 큰 변화가 있었고 우리도 노태우 시절 외교의 큰 줄기가 바뀌었다. 또 지난 30년 보수, 진보 정부의 누적된 잘못을 극복할 때도 됐다.
 
그런데 서해 공무원 사건을 두고 통일부 장관이 앞장서서 진상을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고 하는 데서부터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미, 대일 일변도 외교가 가시화됐고, 마치 대북 평화공존 정책이 친북인 양 마녀사냥식 몰이가 이어졌다. 참으로 한심하고 걱정스럽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도 북한, 중국, 일본과의 외교에서 흘러간 레퍼토리를 붙잡고 있는 것 아닌가. 중국은 크게 변했고 북한은 대놓고 핵으로 남녘 동포를 겨누고 있다. 일본을 언제까지 경원시만 할 순 없다. 외교의 판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버릴 건 버리고 채택할 건 새로 채택해야 한다.
 
독일이 그랬듯 우리도 이승만과 박정희, 김대중과 노무현의 외교를 정-반-합으로 이어 계승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외교도 새 길을 열 수 있다. 최소한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 정권 외교안보 인사들을 마구잡이로 단죄하려 드는 아마추어 행태에선 벗어나야 한다.kcbaek@hani.co.kr
 

6명의 대통령과 역대로 일해온 '테크노라트 서훈'.. "남북관계의 최고 전문가를 이런 식으로 감옥에 넣는 사회가 정상인가"

주강현 국립제주대 석좌교수 | 기사입력 2022/12/06 [00:03]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릴수 있을까"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끝내 구속되었다. 구속이 남발된다. 그는 최고의 북한전문가이다. 직업공무원으로 정보부에 공채로 입사하여 수장에 오른 전설의 인물.

그는 정권을 뛰어넘어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역대로 일해온 테크노라트다.

평생 남북협상의 온갖 책임자로 일했다. 북한에서도 그를 너무 잘 안다. 김대중의 남북회담도 그의 실무적 손길에 빚졌고 문재인도 그러하다. 며칠전 문통의 성명서 발표는 바로 이런 분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앞으로의 협상도 이런 분들 조언과 자문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응과 전략도 잘 읽는 분이다. 158명 죽음은 나몰라라하면서 해수부 공무원 한명의 죽음을 가지고 여러 사람 생타살 중. 자알~ 한다.
 
그와 며칠 같은 집에서 잤던 기억이 난다. 오래전 한겨레에서 바이칼 탐사를 조직했을 때 수십명 동행자 중의 하나였는데 나이가 비슷하고 같은 석좌교수라고 같은 숙소에 넣었다.

그는 이대 북한대학원, 나는 제주대에서 석좌를 하고 있을 때다. 과묵한 신사였고 옷도 멋있게 입는 멋스러운 젠틀맨이었다. 남북관계를 추상과 뜬구름으로 보는 이가 아니라 전문가의 칼날과 여유로움을 동시에 간직한 정보통이었다.

이런 분의 경험과 지식은 정권을 뛰어넘어 두루 잘 활용되어야 마땅하다. 국익을 위해서라도. 어느 나라나 인재는 잘 모셔서 필요할 때 쓰는 것이 정상사회다. 남북관계의 최고 전문가를 이런 식으로 감옥에 넣는 사회가 정상인가. 

어느 전문가가 일하랴. 일하면 다친다. 복지부동 무사안일의 적신호를 정권이 계속 보내고있다. 나도 개혁하다가 다친 경험이 있다. 개혁하거나 소신껏 일하면 다친다. 놀아라. 나라가 개판이 되든 말든 봉급 챙기고 적당히 하는척 면피나 하고 눈치나 보고 로비나 하고 대충 놀면 무사하다.

제대로 일하면 구속이다. 열심 개혁한 조국은 징역 5년 구형이란다. 조국이 일하는 척 놀거나 립서비스만 남발했으면 암일 없었다. 신설이 내린 날, 깨끗함이 아니라 불길한  예감이 하늘을 덮는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릴수 있을까. 추운 영어의 세월에 건강하시길.

최고의 북한전문가, 전략가, 협상가

서훈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북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전문가, 전략가, 협상가입니다.


한미간에도 최상의 정보협력관계를 구축하여, 미국과 긴밀한 공조로 문재인 정부 초기의 북핵 미사일위기를 넘고 평화올림픽과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내면서 평화의 대전환을 만들어냈습니다.

남북간에도 한미간에도 최고의 협상전략은 신뢰입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습니다.
긴 세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더욱 힘이 듭니다.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SNS-
 

文, 서훈 구속에 "최고의 北전문가… 자산 꺾어버려 안타깝다"

입력 2022.12.04 14:46 수정 2022.12.04 15:00
 

문재인(왼쪽부터)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 임종석 비서실장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4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된 것에 대해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며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서 전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북 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 전문가, 전략가, 협상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서 전 실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에 대해 "한미 간에도 최상의 정보 협력 관계를 구축해 미국과 긴밀한 공조로 문재인 정부 초기 북핵 미사일 위기를 넘고, 평화 올림픽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내면서 평화의 대전환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에도, 한미 간에도 최고의 협상 전략은 신뢰"라며 "신뢰는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는다.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더욱 힘이 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검찰 수사와 관련해 "안보 사안을 정쟁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안보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으며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이 2020년 9월에 발생한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이낙연, 서훈 구속에 “文정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뒤집는 난폭 처사”

중앙일보

입력 2022.12.04 18:38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에 연루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된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뒤집고 지우는 현 정부의 난폭한 처사를 깊게 우려한다”며 비판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은 옳지 않다. 국가의 대내외 역량을 훼손하는 오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해 실종 공무원 월북’ 판단은 당시 안보 관계 부처의 보고와 특수정보가 종합된 결과”라며 “국민의힘도 당시 야당으로서 정부의 그런 판단에 동의했다. 그때의 기록은 정부와 국회에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임 정부 각 부처가 판단하고 대통령이 승인한 안보 결정을 아무 근거도 없이 번복하고 공직자를 구속했다”며 “대한민국의 대외신뢰는 추락하고, 공직사회는 신념으로 일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서 전 원장은 오랜 대북 경험과 풍부한 지혜로 해외에서도 신뢰받는 대한민국의 귀중한 정보 및 전략 자산”이라며 “어떤 정부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도움이 될 인물이다. 현 정부는 그런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평화와 경제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멀리서 봐도 한반도 상황은 몹시 엄중하다”며 “미중 신냉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에게도 복합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가 복합위기의 현실에 어서 눈을 뜨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오후 서 전 실장의 구속을 두고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며 재차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문 전 대통령은 “서훈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북 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 전문가, 전략가, 협상가”라며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로 문재인 정부 초기 북핵 미사일 위기를 넘고 평화올림픽과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내면서 평화의 대전환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더욱 힘이 든다.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탁현민 “尹정부, 반년 간 지난 정부 그림자에 대고 헛발질”

중앙일보

입력 2022.12.04 00:08

업데이트 2022.12.04 00:09

 

서훈(왼쪽)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탁현민(오른쪽) 전 의전비서관이 지난 2월 8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되자 민주당은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권의 입맛에 맞춰 결론이 정해진 정치보복 수사는 결국 법정에서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대변인은 법원이 서 전 실장의 증거 인멸 우려를 언급한 것에 대해 “모든 자료가 윤석열 정부의 손에 있는데 증거 인멸이라니 황당하다. 검찰이 삭제했다고 주장하는 자료 역시 버젓이 남아있다”며 “심지어 검찰은 서 전 실장의 공개 기자회견을 증거 인멸 시도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무고함을 항변하기 위한 공개 기자회견이 증거 인멸이라면 방어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의 정치보복 수사, 야당탄압에 맞서 진실과 정의를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이제 그들은 그림자를 잡고 흔드는 수준까지 왔다. 어디까지 볼 수 있을지, 어디까지 보아야 하는 것인지 싶다”고 직격했다.

탁 전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년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 그리고 여당이 한 일은 지난 정부의 그림자와 싸우는 일이었다”며 “어차피 그림자에 대고 헛발질을 하는 것이니 그냥 두고 보겠다는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결과를 명령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한다”며 “내가 모셨던 대통령(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떤 사소한 일에서도 결과를 명령하지 않았다”고 했다.

 

탁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결과를 명령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일에 과정을 되새기며 좀 더 나은 방향을 찾아 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과정을 명령하지 않는다. 과정을 명령하기 위해서는 과정을 알아야 하는데 과정을 모르니 그것을 명령할 수가 없다”라며 “그러니 그들은(윤석열 정부) 계속해서 결과를 명령한다”고 지적했다.

 

탁 전 비서관은 “책임지지 않을 사람이 결과를 명령해서는 안 되는데, 책임은 미루고 결과만 얻으려고 하니 모든 사안은 고스란히 모든 문제가 된다”며 “자꾸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차별적인 정치보복을 위해 수십 년을 조국을 위해 헌신한 대북 전문가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서 전 실장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북 전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대북 전문가에게 아무런 근거도 없이, 오로지 정치보복 차원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상황에서 누가 조국을 위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겠는가”라며 “옛말에 '제복 입은 분들은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괴롭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너무도 뜻밖이고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참으로 동의하기 어려우나, 영장전담판사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어 “흔히들 듣기 좋은 말로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는 선거가 많은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듯이 ‘민주주의의 보루’라 부르는 사법제도도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고 그 보루에는 구멍이 숭숭 나있다”며 “더 나은 제도를 만들고 더 절제력 있게 행사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언젠가는 깨어있는 시민의식의 힘으로 검찰의 수사 편의성보다는 피의자의 방어권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더 엄격하게 존중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확신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에 더 적극적으로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를 받는 서 전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범죄의 중대성 및 피의자의 지위 및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서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9월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 했다는 근거가 부족한데도, 해양경찰청에 이씨의 ‘월북 정황’을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野, 서훈 구속에 "정권 입맛 맞춘 정치보복…심판받을 것"

송고시간2022-12-03 14:56

 

박경준 기자기자 페이지 
 

"모든 자료가 尹정부에 있는데 증거인멸이라니 황당"

윤건영 "최고의 대북전문가 구속…누가 국가에 헌신하겠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영장심사 출석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2 [공동취재]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3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된 것을 두고 "정권의 입맛에 맞춰 결론이 정해진 정치보복 수사는 결국 법정에서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오경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당시 판단과 달라진 정보나 정황이 없는데, 정부가 바뀌자 판단이 정반대로 뒤집히고 진실이 은폐됐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자진해 월북했다는 판단을 뒤집을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는데도 당시 안보라인 책임자인 서 전 실장이 구속되는 등 야당을 향한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임 대변인은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증거인멸'을 제시한 데 대해서도 "모든 자료가 윤석열 정부의 손에 있는데 증거인멸이라니 황당하다"고 반박했다.

 

서 전 실장 등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라인 수뇌부가 지난 10월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이 '증거인멸' 판단의 근거가 된 것을 두고는 "자신의 무고함을 항변하는 공개 기자회견인데, 방어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 전 실장의 구속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서 전 실장은 검찰 수사를 받고자 (퇴임 후) 미국에서 (머무르다) 제 발로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이라며 "무슨 증거를 인멸한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월북몰이'였다면 (숨진 공무원이) 왜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는지 최소한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나"라며 "앵무새처럼 떠드는 '월북몰이'라는 주장에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서 전 실장의 구속을 보고 이제부터 어떤 전문가가 정부를 위해 나서겠나"라며 "대한민국 최고의 대북 전문가에게 아무 근거 없이, 오로지 정치보복 차원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데 누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겠나"라고 비난했다.

 

또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에 희생한 전문가를) 괴롭히고 있다"며 "정말이지, 가슴을 치고 통탄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kjpark@yna.co.kr

 

노태우가 혀를 찰 윤 대통령 ‘독불장군 외교’ [백기철 칼럼]

등록 :2022-10-12 16:51수정 :2022-10-13 02:38

백기철 기자
 
노태우 시절 세계는 더한 격동의 시기였고, 대통령은 외교를 모르는 군 출신인데다 정국은 여소야대였다. 윤석열 대통령 처지와 비슷하다. 노태우는 능력 있는 참모들에게 권한을 주어 북방외교를 개척했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남북통일 방안을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백기철 ㅣ편집인
 
며칠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한 걸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적은 미국일까 남한일까? 둘 다일 테지만 미국을 더 염두에 뒀을 것이다. 대화 않겠다고 콕 집어 말하니 역설적으로 언젠가는 대화하고 싶다는 걸로 비치기도 한다. ‘적’ 운운한 건 국가원수의 말치고는 너무 가볍고 삭막하다.
 
최근 한반도 상황은 2017년 북핵 위기의 데자뷔다. 5년 전엔 김정은과 트럼프가 막말을 주고받는 와중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이어 6차 핵실험이 이어졌다. 그해 9월 미국은 B-1B 폭격기 편대를 북한 영공 직전까지 들여보내 북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지금 상황은 어느 정도 예고된 터다. 변덕스러운 트럼프와 담판이 무산되면서 김정은의 강경 회귀는 불을 보듯 뻔했다. 위기는 되풀이되지만 내용은 악화일로다. 이젠 북한이 한·미·일을 동시에 겨누겠다고 한다. 더 우려스러운 건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대결 격화로 신냉전이 현실화하면서 북·중·러와 한·미·일 대결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는 점이다.
 
북핵 문제는 현재로선 북한의 시간이다. 1년일지 5년일지 10년, 20년일지 알 수 없지만 북한이 핵을 쥐고 흔들어대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시간도 언젠가 멈춘다. 지금 북한의 나라 꼴을 보라. 핵·미사일 말고 내세울 게 뭐가 있나. 인민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하고 군비로 호들갑을 떠는 나라가 어찌 됐는지는 소련을 보면 알 수 있다. 북한은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김정은 말대로 당분간 대화는 어려울 것 같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이 정도 말했으면 대화는 상당 기간 없다고 봐야 한다. 현재로선 상황을 관리하며 기회를 보는 수밖에 없다. 특히 주변 강대국들이 크게 출렁이는 만큼 외교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지킨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핵놀음에 맞서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연합방위능력 제고로 대처하는 걸 뭐라 하기 어렵다. 지금은 북핵에 대한 모든 옵션을 원점에서 저울질할 때다. 정부가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대처한다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다만 현 정부가 군사 대응 이외에 외교적 공간을 열어두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른바 ‘담대한 구상’이라는, 아니면 말고 식의 미끼상품만 내놓고 대결로 치닫고 있다. 미국 일변도, 일본과 잘 지내자고 할 뿐 그 이외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외교의 근본에 대한 천착,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찾기 어렵다. 마치 한 방향으로만 달리는 경주마 같다.
 
야당도 뒷다리만 잡고 있을 때는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거대 야당의 사령탑답게 좀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일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근원적 문제제기는 중요하지만 사태의 본질은 아니다. 북한이 남한으로 전술핵을 쏘겠다며 전쟁연습을 해대는 상황이다. 북한에 자제할 것을 엄중히 경고하고 다양한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 평화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상상력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윤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태도다. 초당적 외교 기반을 갖춰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은 거꾸로 간다. 이른바 ‘이×× 논란’은 뭉개고 외교부 장관 해임안은 한마디로 퉁치더니 ‘외교 참사’라는 비판엔 뭘 ‘거양’했다고 한다. 이게 나라 밖 대란에 대처하는 대통령의 자세인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선은 일본 침략 없이 스스로 무너졌다는 식민사관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일본이 가르쳐준 대로 ‘이씨 조선’은 비하하고 일본은 떠받드는, 일본과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보수 주류, 기득권 주류의 시대착오적 인식이다. 초당적 외교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과 비대위원장이 저러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외교에 초당적 대처가 있었냐고 하면 근래에 드물었던 건 사실이다. 굳이 따지자면 노태우와 김대중 시절 정도였다. 노태우 때 세계는 더한 격동의 시대였고, 대통령은 외교를 모르는 군 출신인데다 정국은 여소야대였다. 윤 대통령 처지와 비슷하다. 노태우는 능력 있는 참모들에게 권한을 주어 북방외교를 개척했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남북통일 방안을 마련했다.
 
노태우 이후 보수 세력이 무언가 창의적으로 나라 외교를 개척한 걸 본 적이 없다. 김영삼·이명박·박근혜 때 제대로 된 외교가 있었나. 반북 대결주의와 친미 일색뿐이었다. 북핵을 저지하지도 못했다. 윤 대통령에게 외교에 관한 한 노태우한테 배우라고 하면 너무 어려운 주문일까.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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