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선제타격? 어떤 방법도 서울 중심 많은 희생자 초래"
北 미사일 격추 방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 공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도 이에 맞서 괌 포격을 시사하면서 각종 전쟁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어떠한 시나리오든 선제타격이 진행되면 서울 중심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12일(현지시각)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군사적 옵션들을 분석해 보도했다.
우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중 하나를 일회성으로 타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를 내리면 이를 위해 미군 전투기가 비행에 들어가거나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한반도 근처에서 발사될 수 있다.
NYT는 덜 위험한 선택지로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괌에 있는 미사일 방어 포대를 활용해 이 지역 근처에서 시험 발사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위협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 밖에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언급되는 것은 북한이 미국을 선제공격할 경우 미군이 북한 미사일 함대와 핵무기고에 대한 총공격에 나서는 것이다.
한반도 인근에 배치된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수십 여대 발사해 북한의 주요 군사 지역을 타격하고, 괌과 일본에 배치된 전폭기들이 공격을 감행하는 형태다.
제리 헨드릭스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이 경우 미 공군의 스텔스 F-22, F-35, B-2 폭격기와 한국과 일본의 F-15, F-16 전투기가 합동작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북한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등을 향해 보복공격에 나서면서 한반도에 수많은 민간인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먼저 공격하든, 미군이 선제타격에 나서든 서울을 중심으로 대량의 인명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로는 미국이 사드나 괌의 요격 미사일을 활용해 인근에서 시험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을 격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만약 요격이 실패할 경우 미국은 북한에 약점을 보여 향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남발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유럽 등 전 세계에서는 대화로 북한과 미국의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패트릭 머피 국무부 부차관보는 “북한으로부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은 대화할 기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군 태평양사령부는 “공군 B-1B 랜서 폭격기들이 괌에서 ‘Fight Tonight’ 임무 명령을 받으면 바로 수행하기 위해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WSJ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격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핵심 경제지표들은 안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정학적 우려가 고조됨에도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 등이 예전의 흐름을 지속하고 있어 금융시장에서는 전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용산에서 핵폭탄 터지면 62만~125만 사망
[발굴] 미 환경단체 NRDC 2004년 분석...평양 북창기지 400kt 핵터지면 40만 사망
그날은 여름방학 중 맞은 무더운 일요일이었다. 당시 중학생이던 기자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봉황대기 고교 야구 중계방송을 지켜보며 느긋하게 휴일의 오후를 보내던 참이었다. 천안 북일고 대 인천 동산고의 1회전 경기, 갑자기 해설자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공습을 알리는 다급한 경보방송이 울려 퍼졌다.
"민방위본부에서 알려 드립니다. 서울·인천 지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 상황은 훈련 상황이 아닌 실제 상황입니다. 현재 적기가 인천지역을 공습 중입니다."
TV는 여전히 동대문야구장을 비추고 있었지만, 공습경보가 적기 내습에 의한 실제 상황임을 알리는 TV 자막과 함께 아파트 구내방송으로도 대피소로 신속히 대피하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날 지하실로 내려가며 마주쳤던 사람들의 굳어진 얼굴에서는 전쟁의 공포가 느껴졌다.
20여 분 후에야 공습경보가 중공군 미그 21 조종사의 망명 때문에 발령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가까스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그날 야구 경기에서 누가 이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슴을 서늘하게 짓누르던 불안감과 아득하게 귓가를 맴돌던 매미소리만은 30년이 다 된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우리가 누리던 안온한 일상이 단 한순간에 악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던 1983년 8월 7일, 그날은 한국전 휴전 뒤 최초의 실전 공습경보가 발령된 날이었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누구라도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나와 내 가족이 일상을 영위하는 이 땅에서의 전쟁은 막연히 통계로 예측되는 사상자 숫자가 아니라, 곧 자신을 포함한 사랑하는 그 누군가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그럴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나'와 '내 가족'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래서 이 문제를 입 밖으로 꺼내기는 더욱 쉽지 않다.
1994년 미국 예측... 1주일에 군인 최소 1백만, 남측 민간인 5백만 이상 사망
그런데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한반도 전쟁 피해 예측을 오래 전부터 데이터화하고 통계화한 나라는 바로 미국이었다. 지난 1994년 이른바 '1차 북핵 위기' 당시 클린턴 정부가 실시한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는 그야말로 경악할 만한 내용이었다.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3월 8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북한은 나흘 뒤엔 핵확산금지조역(NPT) 탈퇴 성명을 냈다. 이듬해 3월 9일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북측 수석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9시 뉴스를 통해 전국에 방영되면서 전쟁 위기는 고조됐으며, 북한이 4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한데 이어 6월에는 국제원자력기구 탈퇴 선언을 함으로써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다.
1994년 5월 주한 미군사령관 게리 럭 대장은 한반도에서의 전쟁계획을 수립하고 워싱턴에 보고했다. 이를 근거로 펜타곤에서는 당시 국방부 장관 페리를 비롯해 미군 수뇌부들이 한국전 계획을 최종 검토한 후, 그 결과를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결론은 끔찍했다.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외과 수술식 정밀공격(surgical attack)'할 경우 북한은 전면전으로 대응한다는 가정 아래, 전쟁 개시 24시간 안에 군인 20만 명을 포함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150만 명의 사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전쟁이 확대되면서 한국은 예비군 400만 명을 소집해 개전 5일 안에 전선에 투입하고 미군도 유사시 증원계획에 따라 130만의 병력이 한반도에 집결한다. 세계 최고의 화력과 병력이 한반도에 집결하면서 개전 1주일 안에 남북한과 미국을 포함해 군 병력만 최소 1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측 민간인 사상자만 개전 후 1주일을 경과하는 시점에서 약 500만 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됐다.
'외과수술식 공격 성공해도 환자는 죽는다'는 역설
<워싱턴 포스트> 외교전문기자로 '1차 북 핵 위기'를 취재했던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에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럭 장군은 월남전과 걸프전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재발할 경우 최신 무기의 어마어마한 성능으로 인해 8만 내지 10만 명가량의 외국인을 포함해 총 100만 명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물론 미국은 전비로 1천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며, 재산파괴와 경제활동 중단으로 관련 당사국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국가들까지 지불해야 할 돈이 1조 달러 이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 475쪽
이 같은 결론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영변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공격을 감행했을 경우, 수술은 성공한다 해도 환자는 죽어버린다는 것.
이런 내용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자 게리 럭 사령관과 주한 미국대사가 백악관에 영변 핵시설 폭격을 중지해야 한다는 긴급 건의문을 보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평양에 특사로 급파하면서 극적으로 전쟁을 모면한 뒤 협상의 돌파구를 열 수 있었다.
당시 미국 정부의 시뮬레이션은 핵무기의 사용은 배제된 것이었지만, 지난 2004년 10월 공개된 한 보고서는 더 끔찍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반핵단체 NRDC(천연자원보호협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가 미 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정부 비밀문서와 중앙정보국(CIA) 기밀문서, 민간연구소가 입수한 비밀문서를 분석한 보고서였다(지구 온난화, 해양 오염 방지, 동물보호, 천연자원 정보 공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인 비정부 기구인 NRDC는 지난 1970년대 이래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피해규모와 방사능 낙진의 분포 등을 꾸준히 예측해오면서,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NRDC '한반도 핵사용 시나리오'는 더 파멸적 결과 보여줘
CIA와 국방부 등 미국 정부 자료를근거로 작성한 NRDC의 '한반도 핵사용 시나리오(Nuclear Use Scenarios on the Korean Peninsula)' 보고서는 미국 혹은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의 피해 규모를 분석하고 있다. 이 분석에 사용된 틀은 한반도 각 지역의 인구밀도, 기장정보 등이 포함된 HPAC(Hazard Prediction and Assessment Capability)로 미국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의 효과를 산출할 때 쓰는 시뮬레이션 모델이다.
▲ 한반도 핵 사용 시나리오 미 NRDC가 2004년 작성한 '한반도 핵 사용 시나리오'는 치명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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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DC의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를 상정했다. 하나는 미국이 '벙커버스터(Bunker Burster)' 폭탄으로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을 폭격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서울 용산지역에 핵공격을 하는 경우였다.
먼저 보고서는 NRDC는 북한 내 지하시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총 25곳의 군사기지 가운데 15곳을 골라 월별로 벙커버스터를 투하했을 때의 피해결과를 예측했다. 그 중 평양 북서쪽 80Km 지점에 위치한 북창 공군기지는 총 48차례의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투하되는 벙커버스터의 위력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월별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것이다.
NRDC는 북서풍이 부는 가을 무렵(10월 17일 기준) 벙커버스터로 북창 공군기지를 공격했을 경우, 북한지역의 인구분포와 결합시켜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지를 추산했다. 10월 17일 정오를 기준으로 5kt(킬로톤, 1kt는 TNT폭약 1000t의 폭발력에 해당) 규모의 핵폭탄이 터질 경우 6000명, 100kt 핵폭탄이 터질 경우 10만 명, 400kt이 터질 경우 40만 명, 1.2Mt(메가톤, 1Mt은 TNT 폭약 100만t의 폭발력에 해당)이 터졌을 경우 11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NRDC의 분석결과다.
이 시뮬레이션이 북창 공군기지에 대한 공격시점을 10월로 잡은 것은 남풍이 불어 방사능 낙진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같은 시기 400kt 위력의 벙커버스터가 터질 경우에는 낙진이 휴전선을 넘어 춘천에서 강릉에 이르는 강원도 북부지역에까지 날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에서 핵폭발하면 사망자 62만~125만
NRDC는 또 북한이 서울에 핵폭탄을 터트리는 경우도 분석했다. 이 케이스는 미국이 북한의 지하 군사시설을 벙커버스터로 공격하는 경우에 비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보고서는 15kt(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 위력)급의 핵폭탄 1개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한미 연합사령부가 밀집한 서울 용산에 터트리는 경우를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했다. 때는 임진강이나 한탄강이 결빙되어 북한 인민군 주력의 도강이 용이한 겨울로 북서풍이 불어오는 시기로 잡았다.
▲ 용산 상공 500m 핵폭발 NRDC는 용산 상공 500m에서 15kt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할 경우 사망자를 62만명으로 추산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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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용산 상공 500m에서 15kt 위력의 핵폭탄이 폭발하는 경우, 낙진에 의한 간접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핵폭풍과 열, 초기방사선 등으로 인해 반경 1.8km 이내의 1차 직접피해 지역은 즉시 초토화되고 4.5km 이내의 2차 직접피해 지역은 반파 이상의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자만 62만(40만 명은 즉시 사망, 22만 명 추가 사망)이 넘는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분석은 같은 위력의 핵폭탄이 각각 용산 상공 100m와 지표면에서 폭발하는 경우를 상정했다. 이 두 가지 경우를 첫 번째와 비교해보면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 용산 상공 100미터 핵폭발 용산 100미터 상공에서 15kt급 핵폭탄이 터질 경우 NDRC는 사망자 수를 84만명으로 예측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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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200rem(렘,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의 방사선량에 노출된 사람의 경우 혈액 이상으로 피폭후 2주~6주 사이에 최대 90%가 사망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지면에서 핵폭발이 일어난 경우 강남구 일대에는 이 정도 수준의 피해가 발생하게 되며 서초구와 동작구, 송파구 주민들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과천, 분당, 성남, 광주 등 서울 이남 도시들도 방사선 100rem, 사망률 10% 수준의 낙진 피해가 우려됐다.
▲ 용산 지표면 핵폭발 NDRC는 15kt급 핵폭탄이 지표면에서 폭발했을 경우, 방사능 낙진 피해가 최대화되고 사망자의 숫자는 125만명으로 예측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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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100m 상공 폭발)와 세 번째(지표면 폭발)의 경우 사망자의 수는 각각 84만 명, 125만 명으로 추산됐다. 이 수치는 단지 핵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이고, 여기에 도시가스 저장소와 주유소 화재, 건축물 폭파로 인한 잔해와 유리 파편으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까지 고려하면, 그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NRDC는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핵공격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 상황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NRDC의 시나리오를 들여다 보면 가슴이 저절로 서늘해지는 것을 느낀다.
'Fog of War(전쟁의 안개)'란 말이 있다. '전장의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이 말은 현대의 전장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짙은 안개로 인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공간임을 잘 표현하고 있다.
1961~68년 미국의 국방장관을 지내면서 베트남전에 깊숙이 개입했던 로버트 맥나마라는 다큐멘터리 <포그 오브 워>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전쟁은 너무 복잡해서 인간의 능력으로는 모든 변수를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이를 '전쟁의 안개'라고 부른다. 우리의 판단과 이해는 옳지 않았다. 우리는 쓸데없이 사람을 죽였다"라고.
그래서 기자는 "국민이 3일만 참아주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군 지휘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전쟁을 결심할 수 있어야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역설했던 한 보수 언론인의 주장이 두렵다.
전쟁위기 '정점'... 지금이 미국에 "NO"라고 말할 때
[주장] 박근혜 정부를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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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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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와 함께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위기. 예상보다 빠르고, 파괴적이다. 국정수행 지지율 41%, 역대 대통령들 임기 말 지지율이다. 부패, 부정으로 인선과 동시에 낙마하기 시작한 국무위원들, 17초 '하도급' 사과 성명으로 대표되는 소통 부재, 대대적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복지 공약. 그 중 전쟁 위기는 가히 '백미'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 원인은 크게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민심이반을 촉발하는 측근들의 '부정부패', 보수우익 진영마저 불만 갖게 만드는 '유신(維新)형 불통 리더십',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빈부격차, 민생파탄'은 내부 요인이다. 그리고 갈수록 노골화되는 '갑을(甲乙) 관계형 한미동맹', 극한대결로 치닫는 '남북관계 파탄', 한층 악화된 '미 국가재정위기', 동아시아 분쟁 부추기는 '일본 극우화'가 외부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두 요인들은 서로 상호보조를 맞춰가며 위기를 심화하고 있다.
2일 보도된 <연합뉴스> 기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한국 쇠고기시장을 전면개방시킨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동시에 미 무역대표부(USTR) 이름으로 발간된 <2013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한 규제가 외국 금융업체들을 곤란하게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 국가재정위기'가 '갑을관계형 한미동맹'을 통해 한국의 '민생파탄'을 가속화하는 전형적 사례다.
현재 박근혜 정부를 둘러싼 채 벌어지는 외부 위험 요인들의 증폭은 현 정권이 단순히 '실패한 정권'으로 기록되는 것을 넘어 국가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갈 것이라는 공포마저 들게 할 정도로 그 양상이 대단히 파괴적이다. 외부 위기 요인들은 현재 상호 복합적 작용을 통해 한반도를 '전쟁위기'라는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또한 이 모든 요인들은 절묘하게도 전통적 우방 미국과 연관되어 있다.
첨단무기 내세우는 미국의 '속내'... 믿었다간 큰일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한미관계를 진지하게 돌아봐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 외부 요인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첫째, 미국 국가재정위기의 심화다. 미국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양적 완화조치'로 대변되는 달러 방출을 통해 경제를 지탱하려 했으나 폭증하는 연방정부의 빚은 결국 미국을 예산자동삭감 '시퀘스터' 상황까지 내몰았다. 최대 2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무급휴가로 사실상 해고당하게 되었으며 미국 내 경제시책들이 차례로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강력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동북아를 떠난다는 것은 세계 달러 패권을 영원히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동북아에는 미국과 경제정책 궤를 함께하는 일본이 있으며 미국 연방정부 채권의 최대구매자인 중국이 있다.
결국 미국이 대북제제를 중단하고 위기고조 행위를 멈춘다는 것은 미 달러경제패권의 핵심 기둥을 포기하는 것으로, 미국은 설사 본토가 핵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대두되더라도 순순히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선택한 '아시아로의 귀환' 정책의 본질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세계 패권국이 외부의 공격가능성 때문에 스스로 패권을 내려놓은 전례는 없다. 독점자본을 주축으로 한 역대 패권 국가들은 합리성이 거세된 무모한 침략과 도발을 통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곤 했다. 히틀러의 독일과 히로히토의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패권 국가들을 유지할 물질적 토대가 사실상 군사 침략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 현재 미국이 처해 있는 상황이 이와 같다. 미국은 인디언을 학살하며 건설된 이래 520년 동안 2년 이상 전쟁을 중단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둘째, 점차 노골화되고 있는 갑을관계 형태의 한미동맹이다. 미국제 첨단무기가 국내에 들어와 뽐내듯 연습하는 현재의 '핵우산' 정책은 이러한 한미동맹이 결국엔 우리의 목줄을 겨누게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B-52 출격 하루 전 서울을 방문한 미 국방부 부장관은 이례적으로 B-52 폭격훈련 사실을 밝히며 첨단 무기의 위대성을 설파했다. 하지만 한 발만 쏘아도 수백만 명이 핵 참화 속에서 타죽게 되는 전략핵 타격의 피해는 남한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인민군의 요격미사일에 맞아 격추되거나 방해전파에라도 걸려 방향을 잃은 미사일이 한반도 남쪽에 떨어진다면 단 한 발로도 도시 10개 이상이 박살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핵우산 정책의 본질은 '우방국에 대한 보호'가 아닌 '자국 무기의 실험'과 '판매를 통한 이권 획득'에 있다. 이는 80년 전 일본이 '미영귀축(美英鬼畜)의 위협'을 막고, 이 땅에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한다는 미명 아래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뒤, 동북아 패권 확장을 위한 '병참기지'로 삼았던 것의 재판에 불과하다.
온갖 결함에도 불구하고 새로 구입할 차세대 전투기로 거론되는 미국제 F-35, 핵우산 강화의 명목으로 도입한다는 미국산 벙커버스터는 그 구입비용만도 천문학적이며 실제 국방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역으로 우리 국방력을 무장 해제시키는 길로 이끌게 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F-35의 경우 구매에 총 17조 원이 소모되는데 이는 2013년 국방예산의 절반이며 공군의 5년간 무기도입 예산 전부에 해당한다. 구입 후에는 30년간 운영비로 30~90조 원을 조달해야 하며, 만약 재정난으로 인해 차기전투기사업이 벽에 부딪히기라도 한다면 공군 전력은 2018년에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첨단 고가 무기 강매에 의한 자체적 국방력의 '구조적 해체'를 의미한다.
최근 5년간 미국이 한국에 '무기를 팔아 벌어들인 돈'보다 '정비비로 벌어들인 돈'이 무려 5배나 된다는 미 국무부 2012년 연례 보고서는 갑을관계 형태의 한미동맹에 의한 핵우산 정책이 결국은 우리의 국방력을 와해시키며 오직 미국 군수업체의 배만 불리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실제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잇따른 첨단무기 배치에 대해 "서울에게 가해지는 '독자행동'의 압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또한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반응은 북한의 반응이 아니다. 주로 동맹국들이 미국에게 의지해 군사충돌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첨단무기 찬양 일색인 언론 보도에 홀려 현실을 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개성공단 폐쇄 수순... 북-미 전쟁은 '언제 하느냐'의 문제
▲ 합참 대항군 전쟁수행모의본부, 키리졸브 연습에 첫 가동 3월 15일 합동참모본부는 2013 키리졸브 연습기간 중 대항군 전쟁수행모의본부(경기도 수원)를 공개 했다. 이번 연습에 한국측 230여명, 미국측 30여명 등 총 260여명의 중원전력이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첫 가동에 들어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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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일본의 군국주의 야망이다. 1990년부터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일본 경기의 장기 침체 현상은 현실 자본주의 쇠락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지금도 그 회복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는 '쇼와 시대 부흥'을 기치로 내건 우익 아베 정권이 들어섰다 하더라도 변치 않는 사실로, 결국 아베 정권은 이 국면을 돌파하고,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한국을 대상으로 각종 도발 및 정치적 행동들을 벌일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보수우익들이 벌이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 통합진보당 의원들에 대한 자격심사를 필두로 진행되고 있는 각종 '종북몰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내부의 불만을 외부의 약자 및 정적에게 전가하는 우익 진영 전통의 위기 모면 방식이다. "한국 여자를 강간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는 혐한 시위의 확산 및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교과서 개정 증가 등은 이미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적 행동들을 개시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의 우경화가 우리나라에 실질적, 제도적 피해까지 미칠 지경까지 왔다는 데 있다. 2012년 여름,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은 일본의 식민지 강점에 대한 사죄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민족적 분노가 여전한 상황에서 '일본군'과 '군사정보'를 교류하겠다는 반민족적 발상으로, 이명박 정부의 김관진 장관이 이를 비밀리에 추진하다 발각되어 결국 무산된 바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적 반감에도 불구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귀환' 정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것이 선결조건이기 때문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급부상한 김관진 장관은 군부의 대표적 매파이자 친미파로 이 협상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문제는 작년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매개로 한국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하다 실패한 '일본의 한반도 군사개입'이 지난달 체결된 '한미 국지도발 공동대비계획'을 통해 덜컥 실현됐다는 점이다. 마치 미국이 북한의 국지도발 관련해 크게 시혜를 베푼 것처럼 보도된 이 협정은 사실상 '미국이 작전통제권 전체를 행사하게 된다'는 군사주권의 확장된 이양을 뜻하는 것으로, 일본과의 연관을 부담스러워한 한국의 입장을 배제한 채 국지도발을 핑계로 주일미군 개입 조항을 넣음으로서 미국의 전략적 숙원이 달성됐음을 의미한다.
이제 한반도는 우경화하는 일본과 원치 않는 상황에서도 군사적으로 엮이게 됐으며 앞으로 발생할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입지가 좁아져버렸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승리 후 전범국가 일본을 다루는 '샌프란시스코 강화협정'에서 일본의 요청에 따라 일본이 포기해야 할 영토에서 독도를 제외시켰으며, 오히려 무인도로 만들어달라는 일본의 요청에 따라 한국인이 살고 있던 독도를 총 세 차례 폭격, '30여 척'의 배와 '150여 명'의 어민들을 사살해 무인도로 만들어버린 전력을 가지고 있다.
각 국의 손익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 관계에서 독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한국의 손을 들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한국전쟁은 신이 내린 전쟁"이라 말한 요시다 전 일본 수상의 말처럼 한국전쟁 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한 일본은 장기 저성장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위기를 더욱 부추길 것이 분명하다.
넷째,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입출경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경제협력지구의 의미를 넘어 남북을 잇는 '평화유지'의 최후 보루였다. 개성공단이 폐쇄 직전의 상황까지 갔다는 이 같은 결정은 북한과 미국의 전쟁이 임박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에 김정은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눈여겨볼 만한 지점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강력하게 비난하였지만 박근혜 정부를 향해서는 지금까지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이다. 김정은의 북한이 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체제보장'과 '평화협정', '경제발전'이다. 60년 넘게 이어지는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을 이제는 청산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경제 부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워딩만 외쳤을 뿐 남북간의 대화를 위한 그 어떤 행동도 보이고 있지 않다. 또한 북한의 태도 변화만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도발에는 응징이라는 호전적 언사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이번 개성공단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외교의 기본에도 못 미치는 함량미달 대응으로 도대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지, 한반도 안정에 관심이 과연 있는지 의심을 살 정도이다. 2012년 7월에 발간된 중국경제주간에 따르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11만~17만 원,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평균 27만 원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개설한 목적이 '돈보다 평화와 교류'라는 데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개성공단이 문 닫을 경우 한국 기업이 입는 피해는 2012년 기준, 5164억 원으로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얻는 수익인 900억 원의 6배에나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위협은 하면서 달러박스인 개성공단은 유지하려 한다"는 조롱을 일삼고, 막상 개성공단 출입경을 통제하자 국가안보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한다는 말이 "우리 국민을 억류할 경우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는 정도이다. 북한을 그리도 모른단 말인가? 북한은 북쪽으로의 출입만 막았을 뿐 남아 있는 남측 인력들을 내려가라고 하는 실정이다.
박근혜 정부에게 남은 카드는 바로 '대북 평화특사'뿐
이렇듯 무지에 기초하고, 미국의 입장에 보조만 맞추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마치 불에 기름을 부은 형국으로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북한은 4일을 기준으로 미국과 펜타곤 앞에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며 '전쟁이 나느냐 마느냐'가 아닌 '언제 나느냐'만 남아 있다고 발언하였다. 태국과 필리핀은 한국 내 자국민 소개 계획을 수립, 주의 발령을 내렸으며 북한 내 ICBM 이동 움직임을 포착한 중국은 북중 국경지대의 중국 인민해방군에게 경계 태세를 내린 상황이다. 누가 보아도 한반도는 전쟁전야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내외의 위험 요인들로 인해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박근혜 정부에게도 기회는 있다. 알렉산더의 일화가 말해주듯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일일이 푸는 것보다 문제의 중심을 잡고 한 번에 내려치는 것이 때로는 효과적이다. 박근혜 정부와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위기의 중심은 현재 초유의 '전쟁 위기'로 표면화 되고 있으며 그 이면에 '미국이라는 우방'이 자리 잡고 있다.
감정적 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경각에 달린 정권의 운명과 민족의 운명에 숨통을 틔우자는 실리적 제안을 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러했듯 박근혜 대통령 역시 당선 직후 가장 먼저 미국에 '정책협의대표단' 이름으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파견하였다. 그만큼 미국과의 친선을 중시한다는 의미로 박근혜 정권의 입장에서 쉽사리 미국에 반하는 행보를 벌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운 좋게도 박근혜 정권 앞에는 4월 '한미 원자력 협정'과 5월 '한미 정상회담'이 놓여 있다. 또한 한미 원자력 협정은 핵 재처리를 불허한다는 미국의 일방적 통보 때문에 현재 교착 상태에 빠져 있으며 박근혜 정권도 이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역시 이 문제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이례적으로 존 케리(John F. Kerry) 국무장관 대신 톰 도닐런(Thomas E. Donilo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파견하여 축하의 격을 떨어뜨리는 등 양국 관계에 훈풍만 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잇따라 터진 주한미군 강력 범죄와 그로 인해 높아진 국민적 반감도 박근혜 정권의 대미 협상력을 제고할 계기가 된다. 게다가 한국 문제 관련하여 미국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는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넘겨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한 문제와 한국 리더십의 필요성>이란 정책 보고서를 작성해 미국 국무부와 의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반드시 잘 활용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한미 정상회담 전인 4월 중순, 대북 특사를 파견하여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한-미 원자력 협정에서의 고압적 태도', '고가의 무기 강매', '주한미군 범죄', '한반도 위기 고조'와 관련하여 미국에 냉정과 자제를 촉구하며 동맹 관계에 있어서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평생을 공산주의 반대 이념을 가지고 살아온 백범 김구 선생도 "나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고 일갈하며 1948년 4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통일을 위한 남북지도자 연석회의 참가를 위해 38선을 넘어 방북하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김구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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