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일

대법, ‘강제동원 미쓰비시 자산 매각’ 판단 보류…왜?

by 무궁화9719 2022. 9. 16.

대법원, 日 미쓰비시 '자산 현금화' 결정 미뤄…한일관계 일촉즉발

입력 2022.08.20 04:30

심리불속행 판단 시한 19일에도 침묵
'판단 미뤄달라'는 외교부 의견서 반영?
주심 김재형 대법관 다음 달 퇴임 '변수'

지난달 18일 일본을 방문한 박진(왼쪽) 외교부 장관이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예방,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대법원이 강제동원 배상을 거부한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판단을 미뤘다. 미쓰비시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할지 여부를 19일까지 결정해야 하지만 디데이를 일단 넘겼다.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민감 현안을 놓고 대법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입장이 극명하게 맞선 피해자와 일본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는 외교부의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이날은 '심리불속행' 결정 기한이었다. 미쓰비시가 4월 19일 낸 재항고를 대법원이 기각하면 자산 강제매각과 현금화 절차를 밟는다. 일본이 극렬히 반대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대법원은 기각할지 여부 자체를 판단하지 않았다. 심리불속행 여부는 통상 4개월 안에 결정하지만, 강제규정이 아니어서 19일을 넘겨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얼마나 신중을 기하는지 가늠할 만한 대목이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대법원에 의견서를 냈다. 의견서에는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외교적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판단을 미뤄달라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외교부의 요청에 대법원이 호응한 셈이 됐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11일 광주서구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심 사건에 대한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현금화 결정 이전에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외교부도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법원에 일방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소송 당사자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사전 설명도, 동의도 없었다"며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민관협의회 불참을 선언했다. 외교부가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한 자리가 반쪽에 그친 것이다. 협의회에서 어떤 해법을 마련한다 해도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재형 대법관이 6월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대강의실에서 자율과 공정을 주제로 검찰 직원 대상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렇다고 대법원이 숙고할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이번 사건 주심을 맡은 김재형 대법관은 내달 4일 퇴임한다. 장기간 심리한 사건을 후임에게 넘기는 전례가 드문 만큼 8월 안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2018년 11월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터라 판결 이행을 거부하는 미쓰비시의 손을 들어주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럴 경우 당시 수출규제 조치로 맞섰던 일본은 추가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대법원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예단할 순 없지만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승소했는데도 미쓰비시가 배상하지 않자 이듬해인 2019년 미쓰비시가 보유한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강제 절차를 명령했다. 이에 불복해 미쓰비시가 지난해 항고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법원은 지난해 9월 김성주·양금덕 할머니에게 지급할 5억여 원 상당의 특허권·상표권 매각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미쓰비시는 불복해 재항고했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대법, ‘강제동원 미쓰비시 자산 매각’ 판단 보류…왜?

등록 :2022-08-20 00:00수정 :2022-08-20 02:30

신민정 기자

‘심리불속행 기각’ 마지막 날까지 판단 안 해
향후 본안심리 넘어가면 하세월 걸릴 수도
“안 할 이유 없는데…현실 문제 고려했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지난 4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931원을 지급한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모임 제공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내 자산을 매각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심리불속행 기각(본안 심리 없이 사건을 기각하는 것) 여부를 판단하는 기한인 19일까지 나오지 않았다. 한일 관계에 끼칠 파장을 고려해 대법원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한국 정부로선 시간을 번 셈이지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기다림도 그만큼 길어졌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4월19일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93) 할머니가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특허권 현금화 명령 재항고 사건에 대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19일까지 내놓지 않았다. 심리불속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한(4개월)이 지나, 앞으로 본안 심리로 들어가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김성주 할머니와 양금덕(93) 할머니 등 5명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2012년 10월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미쓰비시는 피해자 1인당 1억~1억5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일부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미쓰비시가 위자료 지급을 거부하면서 피해자들은 다시 지난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했다. 할머니들은 ‘미쓰비시의 국내 상표권·특허권을 압류해달라’는 소송을 내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됐고, 법원 압류명령을 바탕으로 ‘특허권 현금화(매각)를 명령해 달라’(김성주 할머니), ‘상표권 현금화를 명령해달라’(양금덕 할머니)는 소송을 내 하급심에서도 승소했다. 이에 불복한 미쓰비시가 대법원에 재항고하면서 관련 소송 절차가 만 10년째 이어지게 된 것이다.
 
대법원이 본안심리를 거쳐 재항고 기각으로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지만, 대법원이 언제 이러한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어 사건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강제동원 사건 경험이 많은 임재성 변호사는 “앞서 국내재산 압류명령을 내렸던 대법원이 현금화 명령을 늦출 이유가 없다. 법리적으로 심리불속행 기각을 해야 하는데, 현실의 문제가 고려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대법원에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긴밀한 외교협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판결을 보류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내 논란이 일었다.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