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소식 (평화란 무엇인가)

'노벨상' 전 IAEA 총장 "이란 공격, 확실한 NPT 파괴 방법"

무궁화9719 2025. 6. 20. 15:56

미국의 이란 공습, 명분도 목표도 이라크 침공 ‘빼박’

 
  • 국제
  • 입력 2025.06.25 09:00
  • 수정 2025.06.25 10:18

핵무기화 막으려고? 혼돈 씨뿌리기!
자유와 민주주의로 거듭난 이란은 'NO'
"핵이 아닌 지역강국 이란 자체 노려"
"세계가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
정착민-식민 프로젝트 포기시켜야"

"이란에 대한 합동 공격의 목표는 지역적 지배 확보를 위한 혼란과 불안정의 씨 뿌리기다." 

 

캐나다 마운트 로얄대의 무한나드 아야쉬 교수(사회학)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진짜 바라는 것'이란 23일 자 알자지라 기고에서 단도직입으로 이렇게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정책 분석가이기도 한 그는 알-쿠드스(동예루살렘)의 실완 태생으로 캐나다로 이민 갔다. 

 

이 글에서 아야쉬 교수는 미국이 21일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시설을 폭격한 걸 보면서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의 이라크 침공을 소환했다.

 

쿰 시 북동쪽에 위치한 이란 포르도 핵연료 농축 공장(FFEP)의 터널 입구로 이어지는 진입로를 따라 생긴 분화구들을 보여주는 미국 막사 테크놀로지스의 위성사진. 2025. 06. 24 [AFP=연합뉴스]
 

2003년 이라크 전쟁 '진짜 목표'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할 이라크"

 

아야쉬는 "침공 전부터 많은 전문가와 당국자가 알았듯이, 사담 후세인 정권엔 대량살상무기(WMD)가 없었고 알카에다와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며 "전쟁은 광범위한 파괴와 불안정, 치안 불안, 말 못 할 고통, 혼란, 그리고 거버넌스의 붕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오늘의 이라크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매우 취약한 국가로 전락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의 '개입' 사실을 끄집어냈다. 아야쉬에 따르면, 알카에다의 9.11 테러 이듬해인 2002년 이스라엘 전 총리 자격으로 미 의회 증언대에 선 네타냐후는 이라크 침공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이라크와 테러 단체의 WMD 획득을 막는데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또한 전쟁을 빠르게 진행하면 이라크는 물론 이란까지 포함한 중동 전역에 친서방의 민주주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주장 모두 '진실'이 아니었다.

 

이번 이란 공격의 '명분'으로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이 핵무기 개발 '직전'이었다는 점을 내건 데 대해 "이라크의 WMD 주장이 완전한 거짓으로 드러났듯, 이 주장도 근거가 없다. 테헤란이 실제로 핵 능력 확보에 근접했다는 어떠한 물적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위선과 거짓말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왼쪽),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2025. 06. 18 [연합뉴스 합성사진]
 

자유와 민주주의로 거듭난 이란
미·이스라엘의 진짜 목표가 아냐

 

물론 미국·이스라엘이 과거 이라크 전쟁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이란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본 분석가들이 적지 않지만, 아야쉬는 전혀 색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아야쉬는 "이런 분석은 2003년 침공의 실제 목표가 WMD 확산을 막고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것이었다면 정확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곤 "미국과 이스라엘이 원했던 전쟁 결과는 팔레스타인에서의 이스라엘 정착민-식민 프로젝트와 (중동) 지역 내 미 제국주의 세력의 대리인 역할에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할 이라크였다. 이는 역시 오늘 이란에서도 원하는 결과다"라고 주장했다.

 

'진짜 목표'는 WMD 확산 방지와 민주주의 확립이 아니었기에, 이라크 불법 침공은 '실수'가 아닌 '의도'에 따른 것이었고, 지금의 무력한 이라크는 의도된 결과였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에 핵무기 개발 "직전"이란 '거짓 구실'을 대고 이란을 선제공격한 것도 '같은 실수'의 반복이 아닌, '분명한 의도'에 따른 것이란 논리로 이어졌다.

 

먼저 아야쉬는 역사상 두 번이나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국가인 미국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서명을 거부한 핵무기 보유국인 이스라엘이 핵확산 방지라는 구실로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은 적반하장일 뿐 아니라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한 불법 침공이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미 공군1호기 내에서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대해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2025. 06. 24 [AFP=연합뉴스]
 

"미·이스라엘, 이란 핵이 아닌
지역 강국인 이란 자체 노려"

 

아야쉬는 "명백한 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지역 강국인 이란 자체를 노리고 있다. 이미 공공연히 정권 교체가 거론되는 것도 그래서다"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에선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이란 정권 교체를 거론하고 있다. 연방 상원의원인 린지 그레이엄과 테드 크루즈에 이어 트럼프도 처음으로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22일 SNS를 통해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라고 적었다.

 

아야쉬는 "이란 국민은 이제 '일어나' 그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도록 격려받고 있지만, 이란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목표가 아님은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체제가 된다면 이란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뭣보다 팔레스타인에서의 이스라엘 정착민-식민 프로젝트의 잔혹성을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24일 아침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브엘세바의 주거 지역. 2025. 06. 24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 선택지는 두 가지
꼭두각시 정권 또는 혼돈의 이란

 

그래서 미국·이스라엘의 선택지는 두 가지로 봤다. 1979년 민중 혁명으로 전복된 "폭력적이고 폭압적인 팔레비 왕조" 같이 명령을 기꺼이 따를 꼭두각시 정권의 등장을 바라든지, 아니면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라크처럼 아예 내전으로 혼란스럽고 파편화된 이란이 되길 바라는 길이다.

 

아야쉬는 1996년 당시 리처드 펄 국방 차관 등 네오콘들이 이스라엘의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작성한 정책 보고서인 '클린 브레이크(Clean Break)를 거론한 뒤 "중동의 지역 강대국을 약화시키고 전복과 침략을 통해 불안정을 확산시키는 것은 1990년대 이래 이스라엘과 미국 정치 엘리트들이 공동으로 채택한 확고한 정책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새로 총리로 선출된 네타냐후를 위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적대적 정권 제거를 통해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중동을 재편해야 한다면서 첫 표적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으로 선제공격을 해야 하며, 공격 명분으론 WMD 확산 방지 등을 내세울 것으로 조언하고 있다.

 

21일 밤(이란 현지시각 22일 새벽) 미군이 공습한 이란 핵농충 시설이 있는 세 도시. 위에서부터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뉴욕타임스  6월 21일 
 

이란 핵시설 공격에서 얻은 교훈
"그런 공격 막으려면 핵무기 필수"

 

그러나 이 전략의 부작용과 위험성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국가' 이라크가 붕괴하면서 폭력적 테러 집단들이 출현하고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이익에 도전하는 지역 강국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것처럼, '국가' 이란의 약화나 붕괴도 유사한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세계적 차원에선 이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서 얻는 교훈은 그런 공격을 막으려면 핵무기 보유가 필수적이란 점인 만큼, 핵무기 추구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아야쉬가 보기에 '국가'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는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완전히 뿌리뽑고 정착민-식민화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저항을 분쇄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서라면 중동에 혼란과 파괴를 조성하고 설사 핵확산이 되더라도 개의치 않고 있다. 이에 아야쉬는 "실제로 이스라엘은 지역 불안정의 비용을 감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은 중동이 혼란에 빠지면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며 "망가진 이라크나 약해진 이란은 단기로는 미국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로는 (중동이) 불안정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 통제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더 큰 계획을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부당한 침공"이 자국의 경제 등에 대한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데도 일부 유럽 국가가 지지하고 나선 어리석음을 비판했다.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24일 아이들이 팔레스타인 지지 그림들로 장식된 담장 옆을 지나고 있다. 2025. 06. 24 [EPA=연합뉴스]
 

"세계가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
정착민-식민 프로젝트 포기시켜야"

 

아야쉬는 "이스라엘 정착민-식민 프로젝트는 정당화할 수 없는 (강제) 이주와 추방,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프로젝트다. 미 제국주의는 사람들에게서 자원과 존엄, 주권을 빼앗는 정당화할 수 없는 프로젝트다"라면서 "각국 정부가 진정으로 세계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면, 이렇게 제국주의적 폭력에 안주하는 건 끝내야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인종차별적 식민 디자인을 통해 파괴와 혼란을 일으키는 나라라고 냉철한 결론을 내릴 때가 지났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중동에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려면 세계가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 정착민-식민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탈식민화된 팔레스타인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의 탈식민화된 공존을 통해 지역의 일부가 되게 해야 한다"며 "이것이 영구적인 혼란과 불안정, 괴로움,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라크 침공’실패 피해가려 한 ‘트럼프의 위험한 도박’

 
  • 국제
  • 입력 2025.06.22 17:20
  • 수정 2025.06.22 17:33

포르도 지하벙커엔 벙커버스터, 두 곳엔 토마호크
계산된 ‘최선’ 아닌 ‘최악’의 결과로 끝날 수도
이라크 침공 때처럼 또 ‘대량살상무기’ 문제삼아
조지 오웰 <1984> “전쟁은 평화”식의 트럼프 어법
1979년 ‘호메이니 혁명’ 이후 ‘반미’를 침공 구실로
CIA 등이 사주한 모사데크 민주정권 붕괴 역사

6월 21일 밤(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날 감행된 미군의 이란 공격에 대해 설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욕타임스 6월 21일
 

미국이 결국 21일 밤(한국시각 22일 새벽) 이란 핵시설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이란 공격 직후인 이날 밤 10시(22일 오전 11시) 백악관에서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미군의 B2 폭격기와 잠수함이 벙커버스터와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로 이란 중부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의 핵 농축시설들을 공격해 “완전히 모두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목적은 이란의 핵 농축시설을 파괴해 세계 제일 테러 지원국의 핵 위협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다며 포르도 산 속 지하 핵시설과 나탄즈의 대규모 핵농축시설, 핵무기급 농축 우라늄을 보관한 이스파한의 시설들을 파괴했다고 밝히고, “중동의 골목대장 이란은 이제 평화 실현에 나서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훨씬 더 거대하고 손쉬운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평화가 찾아올지, 더 큰 비극이 찾아올지는 이란에게 달렸다”면서 “아직 많은 표적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평화가 빨리 실현되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표적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다. 그들 다수는 몇 분만에 없앨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21일 밤(이란 현지시각 22일 새벽) 미군이 공습한 이란 핵농충 시설이 있는 세 도시. 위에서부터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뉴욕타임스  6월 21일 
 

포르도 지하벙커엔 벙커버스터, 두 곳엔 토마호크

 

익명의 이란 관리들에 따르면, 이날 공격은 새벽 2시 30분쯤(이란 현지시각)에 시작됐다. 미국 관리들은 포르도의 지하 80~90m에 구축된 핵시설 공격에는 3만 파운드(약 13.6톤) 벙커버스터(GBU-57)를 탑재한 B2 폭격기 6대가 10여 발의 벙커버스터를 투하했으며, 나탄즈와 이스파한 핵시설은 잠수함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30발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공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표적들의 핵시설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성공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진 않고 있으나, 현지의 이란 관리들은 해당 지역들이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획인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격기에 만재한 폭탄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투하한 뒤 이란 영외로 무사히 빠져나와 귀환 중이라면서, “위대한 미국의 군인들에게 축사를 보낸다. 세계에서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군대는 미군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평화의 시간이다”라며 작전을 수행한 미군들을 추켜세웠다. 또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총리에 감사하고 축하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아마도 이전에 그 어느 팀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하나의 팀으로 해냈다”며 자축했다.

 

‘이라크 침공’실패 피해 효과극대화 노린 ‘트럼프의 도박’

 

미국의 이번 공격은 지상군 투입 없이 이란의 주요 핵 시설들 제거만을 겨냥한 제한적인 공습으로, 미국을 장기간의 중동전쟁 늪에 빠뜨린 2001년과 2003년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 때와 같은 위험을 피하면서 군사 및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트럼프의 도박’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는 6월 13일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이란 공격을 통해 제대로 반격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이란의 ‘약체화’를 확인하고, 미군의 큰 손실 없이 이란의 핵 능력을 제거하고 반체제세력과의 연계를 통해 반미적인 모하메드 알리 하메네이 신정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계산까지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 공격이 계산대로 성공한다면 트럼프 정권으로서는 출범 이후 터져 나온 여러 골치아픈 국내외 난제들과 실정에 대한 비판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당선 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해결하겠다며 평화 전도사를 자처해 온 그가 취임 몇 개월만에 공약을 뒤집고 새로운 전쟁을 시작한 것에 대한 미국 안팎의 비웃음과 비판이 거세지겠지만, 미군의 벌다른 피해 없이 오랜 적대국 이란의 핵시설을 ‘솜씨좋게’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당장은 비판보다 지지가 더 클 것이다. 트럼프는 그것을 노렸을 것이다.

 

중동지역에 산재한 미군 기지들. 이란 주변국들인 이라크와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UAE, 요르단, 지부티 등에 흩어져 있다. 붉은색은 장기주둔 기지들.     뉴욕타임스 6월 21일
 

‘최선’ 아닌 ‘최악’의 결과로 끝날 수도

 

하지만 이란이 그의 뜻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란은 이번 공격 전부터 미국이 자국을 직접 공격할 경우 가혹한 보복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 경고해 왔고. 중동지역에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남아 있는 ‘저항의 축’이 보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미군과 기지들이 늘려 있다. 이란이 그들을 공격하면서 주요 석유 등 에너지 수송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중동 전체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석유가 급등 등으로 지지부진한 세계경제가 더욱 흔들리면서 미국경제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최선의 결과’를 바라고 감행한 ‘트럼프의 도박’은 ‘최악의 결과’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1979년 반미 ‘호메이니 혁명’을 침공 구실로

 

트럼프 대통령은 아런이 평화 실현(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나서지 않는다면, 장차 훨씬 더 가혹한 공겨을 받게 될 것이라며 “40년 간 이란은 ‘미국에게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외쳐 왔다고 했다. 미국이 자국을 직접 공격하지 않은 이란을 공격할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그 구호를 이란 공격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듯하다.

 

40년 전 일이라면 1979년의 ‘이란 혁명’, 시아파 이슬람 지도자 호메이니가 이끈 반체제세력이 친미·친서방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호메이니 혁명’과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사건을 두고 한 얘기일 것이다. 호메이니 혁명으로 미국은 이스라엘가 함께 중동전략의 거점이었던 이란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반미세력 거점의 등장을 지켜봐야 했다.

 

따라서 40년간 이란으로부터 들어 온 “미국에게 죽음을!” 구호를 떠올리는 트럼프의 이란 공격 명분 찾기는 그럴 듯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호메이니 혁명을 부른 이란의 바로 그 이전 역사는 그것이 환상이거나 억지임을 보여 준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4년 11월 7일에 촬영된 사진. 그해 7월 5일 테헤란에서 열린 대선 결선 투표에서 투표를 마친 후 연설하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와 2024년 11월 4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PG 페인츠 아레나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전 미국 대통령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을 담고 있다. 2025.6.22. AFP 연합뉴스
 

CIA 등이 사주한 모사데크 민주정권 붕괴 역사

 

이란에서 석유가 발견된 뒤 러시아와의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던 영국과 서방의 석유컨소시엄은 팔레비 왕조와 함께 그 이익을 나눠가졌다. 거기에 반기를 들고 이란의 민주화와 석유 국유화를 선언하며 1950년대 초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사람이 모하메드 모사데크였다. 영국과 미국은 독점적 석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중앙정보국(CIA) 등을 동원해 이란 정치에 개입했다. 그들의 공작으로 1953년에 쿠데타가 일어나 모사데크 정권은 무너지고 다수가 처형당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1979년에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호메이니 혁명’의 배경에는 팔레비 왕조와 그 왕조를 옹위한 서방의 억압과 착취를 거부한 이란 민족주의의 열망이 깔려 있었다.

 

트럼프가 이번 공격을 감행하면서 1979년 이전 팔레비 완조 시절의 친미국가 이란의 복원까지를 염두에 뒀다면, 오산일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호메이니 혁명 직후 침공했을 때 10년을 싸워 물리쳤다. 후세인의 이라크가 호메이니 혁명 다음해인 1979년 9월 이란을 침공하자 미국은 후세인을 지원했다. 그러나 호메이니 체제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미국 등 서방의 오랜 제재로 인한 경제난 등으로 호메이니를 계승한 하메네이 신정체제가 약체화됐으나 ‘지역 대국’인 이란이 미국에 쉽게 굴복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1990년에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은 이번엔 후세인 징벌(조지 부시[아버지]의 ‘걸프 전쟁’)에 나섰고, 결국 나중에 그를 붙잡아 처형했다.

 

이라크 침공 때처럼 이번에도 ‘대량살상무기’ 문제삼아

 

2003년에 조지 부시(아들) 대통령이 프랑스와 독일 등 서방 동맹국들의 반대까지 물리치고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이유(명분)로 내세운 것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생화학무기) 개발·보유 등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그 내세운 이유가 사실무근이었음이 서방의 자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이란 공격 이유(명분)로 내세운 것도 ‘대량살상무기’(핵) 개발이었다. 그러나 핵 발전용임을 주장하는 이란의 핵 농축이 무기급에는 훨씬 못 미치는 최대 6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3월 25일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나온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의 발언도 그것을 뒷받침했다. 개버드 국장은 그때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면서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는 2003년에 중단시킨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 증언 때문에 개버드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몇 차례 지탄을 받고 트럼프 안보논의 라인에서 제외됐다는 보도까지 나온 뒤, “이란을 공격할지 말지 2주일 안에 결정하겠다”던 트럼프는 그 발언 불과 사흘 뒤 새벽에 돌연 이란의 세 도시에 대한 급습 명령을 내렸다.

 

조지 오웰 <1984> “전쟁은 평화” 연상시키는 트럼프 어법

 

괌 기지에서 중동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던 B2 관련 보도들도 이미 현지에 도착해 대기 중이던 상황 호도용이었나. 지난 3월 이란에게 60일 간의 시간을 주겠다고 한 뒤 그 기간이 끝나자마자 그 다음날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이란 공격을 시작한 것도 수상쩍다. 대대적인 공습과 3만 파운드짜리 벙커버스터와 토마호크 공격을 잇따라 펼진 참혹한 ‘전쟁의 시기’를 ‘평화의 시기’라고 한 것도 그렇다.

이런 트럼프의 어법을 두고 ‘더블 스피크’(이중 어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오세아니아’의 슬로건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날 공격 뒤 미국 국무부는 이스라엘에서 자국민들을 철수시키도록 현지 대사관에 지시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이란의 대응 여하에 달렸지만, 지금으로선 예측 불허다.

트럼프, B2 동원 이란 지하 핵 시설 폭격…"정권 교체 없다"

 
  • 국제
  • 입력 2025.06.22 10:40
  • 수정 2025.06.22 16:28

트럼프 담화 "이란에 평화 아니면 비극"
"이란 핵 시설 공격 매우 성공적…완전히 제거"
지하 요새화된 '포르도'엔 벙커버스터 사용
이란 대응 따라 미-이란 전면전 우려
이란 "핵 활동 계속…모든 선택지 보유"

미국이 21일(현지시간) 끝내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시설을 직접 타격했다. 이 공습에는 미군 B-2 스텔스 전략 폭격기가 동원됐다.

 

AP 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매우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모든 비행기는 현재 이란 영공 밖에 있다. 주 목표인 포르도에는 탑재했던 모든 폭탄이 투하됐다. 모든 비행기는 안전하게 귀환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 막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2025년 6월 14일자 위성 사진은 이란 중부에 위치한 포르도 연료 농축 시설을 보여준다. 2025. 06. 14 [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국, 전폭기와 벙커버스터 동원
포르도 등 이란 핵시설 직접 타격

 

미국과 이스라엘 등 서방은 이란이 대표적 핵시설인 포르도에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등을 진행해왔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트럼프는 B-2 스텔스 폭격기가 사용되었다고 말했을 뿐 어떤 종류의 폭탄이 투하되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B-2 폭격기에 사용되는 3만 파운드의 벙커버스터 GBU-57일 공산이 크다. B-2 폭격기는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현존 유일한 초대형 폭탄인 '벙커버스터 GBU-57'을 2개 이상 탑재 가능한 미 공군의 최첨단 자산이다.

 

미국의 직접 개입에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기습적 선제공격을 시작으로 일주일 넘게 이란을 공습해 이란의 방공망과 공격용 미사일 능력을 체계적으로 제거하고 우라늄 농축 시설도 일부 손상시켰다. 그러나 지하 깊숙이 요새화돼 있는 핵연료 농축 시설인 포르도는 미군의 스텔스 폭격기와 3만 파운드 벙커버스터 폭탄만이 파괴할 수 있어 트럼프는 미군의 직접 공격 가담이란 위험한 도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이 폭탄은 폭발 전에 약 60m 깊이의 땅을 관통할 수 있고 연속 투하 시 폭발할 때마다 더 깊이 파고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오후 10시 백악관에서 이란 핵 시설 직접 폭격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2025. 06. 21 [AFP=연합뉴스]
 

트럼프 "포르도 사라져…역사적 순간"
이란 대응 따라 미-이란 전면전 우려

 

트럼프의 이 같은 도박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정권의 대응 여하에 따라 미-이란 전면전으로 확전할 가능성과 함께, 중동 지역 전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트럼프는 또 다른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포르도는 사라졌다"(FORDOW IS GONE)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세계를 위한 역사적 순간"이라며 "이란은 이제 이 전쟁을 끝내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고 압박라고 썼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오후 10시(한국시간 22일 오전 11시) 백악관에서 한 대국민 담화에서 "우리의 목적은 이란의 핵농축 역량을 파괴하고 세계의 최대 테러 후원 국가가 제기하는 핵 위협을 저지하는 것이었다"면서 "공습은 군사적으로 극적인 성공이었다.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전체적으로 제거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의 불량배인 이란은 이제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란에는 평화가 아니면 비극이 있을 것이며 그 비극은 우리가 지난 8일간 목격한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력 작전을 펼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감사와 축하를 전했다.

 

AP는 이번 공습은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다면 보복을 다짐한 만큼 위험한 결정이며, 트럼프 개인도 미국을 값비싼 해외 분쟁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약속으로 백악관에 귀환한 데다 미국의 개입주의의 가치를 비웃었던 인물인 만큼 위험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상징되는 미국 우선주의, 미국 고립주의에 대한 부정인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금요일인 20일 기자들에게 앞으로 "최대 2주"의 시간을 이란에 주겠다고 해놓고 바로 포르도 등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기만책을 보였다.

 

'미국, 이란과의 전쟁에 들어가다'란 제목의 뉴욕타임스 22일 자 1면 머리기사. 2025. 06. 22 [뉴욕타임스 캡처]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빛바래
'2주' 주겠다고 내놓고 불시 공격

 

이란은 미국의 자국 핵시설 직접 타격을 확인하면서도 핵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원자력청(AEOI)은 미국의 핵 시설 공격은 야만적이고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적들의 사악한 음모가 핵 순교자들의 피로 이뤄진 이 국가 산업 발전의 길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위대한 이란 국민에게 약속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공격을 예상해 미리 포르도 내 핵 시설을 빼뒀기 때문에 결정적 피해는 없었다는 이란 의회 관계자의 발언도 나왔다.

 

아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자신의 X를 통해 미국의 핵시설 공격은 "분노를 자아내고 영원히 이어질 후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이란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모든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미국의 핵시설 공격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의 항구도시 하이파를 미사일로 타격해 폭발이 일어났다.

 

앞서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18일 미국에 이슬람 공화국을 겨냥한 공격이 "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어떤 미국의 개입도 역내 전면전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기술자들이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420km 떨어진 이스파한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작업하고 있다. 2005. 08. 08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AP는 지난 5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공격을 중단했던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합류할 경우 홍해에서 미군 선박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미 CBS 방송은 미국은 이란에게 이번 공격이 계획의 전부이며 정권교체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얼마전 트럼프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는 쉬운 목표물이지만 그곳에서 안전하다. 우리는 그를 제거(살해!)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란 공격 '노림수'…"핵은 구실, 1979년 친미 이란 복원"

 
  • 국제
  • 입력 2025.06.21 16:50
  • 수정 2025.06.21 17:16

이란과 협상한다던 트럼프 '돌변'…"최대 2주"
"기습공격 가리려는 기만 외교"
G7 "선제공격, 이스라엘 자위권"
"19세기 서방 제국주의 떠올려"
"이란은 미국과 중국의 목표가
상충하는 가장 최근의 화약고"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세는 핵무기가 아니라 또 다른 부당한 대리전에 관한 것이다. 그건 1979년 이전의 친서방 이란 체제 복원을 노리고 있다."

 

국제경제컨설팅 업체 디퍼런스그룹의 설립자이자 저명한 국제문제 전략가인 단 슈타인보크는 '이란 정권교체를 위한 이스라엘·미국 대리전'이란 <모던 디플로머시> 19일 자 기고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지원을 두고 이렇게 주장했다. 핵무기 개발 서사는 이란 공격을 위한 '구실'일 뿐이고 진짜 목표는 신정체제 전복과 친서방 정권 수립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슈타인보크는 미국의 ICA(인도중국미국) 연구소에서도 근무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20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이스라엘-이란 교전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비치고 있다. 2025. 06. 20 [AF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 왜 이란 공격?
"핵은 구실, 친미 이란 복원"

 

먼저 지난 13일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과 미국의 지원, 그리고 주요 7개국(G7) 정상의 16일 지지 성명에 이르는 과정의 '의문점들'을 짚었다.

 

그가 보기에 얼마 전만 해도 미국-이란 간 핵 협상 전망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격 전날인 12일 공교롭게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상의 안전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결의를 채택하면서 하룻밤 새 풍향이 180도로 뒤바뀌었다. 이에 이란은 원자력청 성명을 통해 "정치적 성격의 결의"라며 반발했다.

 

그날로부터 꼭 1주일 전 주목할 만한 이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이란 국영방송인 IRIB는 이란 정보기구들이 이스라엘의 비밀 핵·전략 시설 관련 문건들을 포함해 막대한 분량의 민감한 자료를 이스라엘로부터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IAEA의 대이란 결의가 국제적 논란이 되면서 이란 매체들은 IAEA와 이스라엘의 '공모'를 주장하며 이란이 입수한 이스라엘 핵 프로그램 관련 문건들의 이미지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20일 이란의 미사일을 맞은 중부 도시 레호보트에 위치한 와이즈만 과학 연구소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2025. 06. 20 [AP=연합뉴스]
 

이란 방송, 선제공격 일주일 전
이스라엘의 비밀 핵 문건 폭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등을 겨냥해 기습적인 선제공격을 가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였다. 선제공격 직후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핵 개발 완성이 임박했다며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는 명백한 위기를 제거하기 위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변'에도 주목했다. 불과 얼마 전엔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평화적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네타냐후의 이란 공격을 반대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란을 공격하자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며 "이란은 핵폭탄을 가질 수 없으며 우리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리곤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 돌아온 17일엔 단지 중동에서 전투 중지가 아니라, "진짜 끝"(a real end))을 원한다면서 "이란의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했다. 나아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제거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고려 중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20일엔 이란에 '2주 시한'이 "최대치"라며 이란에 핵 개발 포기 결단을 압박했다. 그때까지 이란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미국도 이란 공격에 동참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스라엘-이란 간 공습-미사일 공방은 9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은 서로 멈출 분위기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왼쪽),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2025. 06. 18 [연합뉴스 합성사진]
 

이란과 협상한다던 트럼프 '돌변'
"기습공격 가리려는 기만 외교"

 

슈타인보크는 "트럼프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의 협상과 트럼프 본인의 약속을 포함해 미국의 외교는 기본적으로 이스라엘의 기습공격을 가리기 위한 술책"으로 봤다. 그러면서 "허위 정보에 기초한 기만 외교는 보기 드물게 단기 이익을 거뒀지만, 같은 이유로 앞으로 수년간 미국의 국제적 신뢰를 훼손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미 정보 당국에서 이란의 핵무기 제조와 배달에 '최대 3년'이 남았다고 평가하고 이스라엘이 핵개발 저지를 전쟁 명분으로 삼는 데 반대했지만, 트럼프가 끝내 이스라엘의 주장을 수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국가안보란 오도된 개념이 미국의 국가안보란 훨씬 더 왜곡된 관점으로 변형됐다. 역설적이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이 회피하는 NPT의 회원국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과 미국 지원에 동조하는 G7 등 서방국에 대한 비판도 매서웠다. G7 정상은 16일 캐나다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에 자위권이 있음을 확인한다"면서 이란을 "역내 불안정과 테러의 주된 근원"으로 규정하고 '핵무기 불가'를 주장했다.

 

서방에서 주장하는 이란의 '저항의 축' 2025. 06. 19 [출처 모던 디플로머시]
 

G7 "선제공격, 이스라엘 자위권"
"서방 제국주의 카르텔 떠올려"

 

이에 슈타인보크는 "2023년 10월 7일 이후 G7은 유사한 주장을 폈고, 당시 이런 주장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선 잔혹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요르단강) 서안에선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길을 닦아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19세기 말 서방의 제국주의 카르텔을 떠올리는 이런 행태가 바로 그토록 떠벌였던 21세기 초의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모습이다. 여기선 무자비하고 힘이 곧 정의이기 때문에, 글로벌 사우스(저소득국)가 희생된다"고 개탄했다.

 

슈타인보크가 보기에 미국의 최종 목표는 이란 신정체제 전복과 친서방 정권 수립이고, 이를 위해 이른바 '저항의 축'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이 취한 수십억 달러의 이란 자산 동결 조치를 시작으로 줄곧 이란에서 '혁명 이전'으로의 복귀를 모색해 왔다. 그는 "전후 미국 자본주의의 입장에서 이란을 안전한 체제로 만든 건 1953년 미국·영국의 쿠데타와 미국의 군사 원조, 사바크(이란 비밀경찰) 등에 힘입은 바로 '샤'(왕)의 통치였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이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발사되고 있다. 2025. 06. 21 [AP=연합뉴스]
 

"왕의 통치, 전후 미국 자본주의에
이란을 안전한 체제로 만들었다"

 

미국의 이란 정권교체 구상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새로운 단계로 옮겨갔다. 2023년 이후 미군은 대이란 전면전을 위한 'TIRANNT'란 분석 작업을 벌였다.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상 최초의 사이버 공격수단인 스턱스넷 바이러스를 활용해 이란 핵 원심분리기의 약 20%를 파괴하기도 했다.

 

그 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에 이란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와 우라늄 농축의 민수용 제한과 서방 제재 완화를 골자로 한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을 타결했다. 이란은 이 합의를 지켰지만,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그리곤 올해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이란과의 핵 협상을 재개했다.

 

슈타인보크는 "최종 목표는 중동에서 이란 주도 '저항의 축'의 완전한 제거였다. 바이든과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이 자행해 온 가자 말살과 남부 레바논의 헤즈볼라 거점 파괴, 시리아·이라크에서 분할 통치, 예멘 후티 반군 폭격 등을 묵인해온 것도 그래서다"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최대 유전과 천연가스전 지도. 2025. 06. 19 [출처 모던 디플로머시]
 

"이란은 미국과 중국의 목표가
상충하는 가장 최근의 화약고"

 

또 하나 슈타인보크가 주목하는 포인트가 있다.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인 '저항의 축'을 제거하고 이스라엘-사우디 중심으로 중동 질서를 재편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견제하며 이란과 팔레스타인까지 포함해 중동에 포용적 경제 질서를 추구하는 중국 간 전략경쟁이 그것이다. 그는 "미국은 (중동에서) 독점적 군사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데 반해, 중국은 포용적 경제동맹을 구축 중"이라며 "이런 목표들이 상충하는 가장 최근의 화약고가 이란"이라고 짚었다.

 

슈타인보크는 이란의 △ 호르무즈 해협 보유 △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4위 원유 생산국이자 3대 건성 천연가스 생산국 △ 세계 최대의 원유·천연가스 확정 매장량 확보 등을 거론한 뒤 "이란이 지니는 중동 내의 경제적 위상과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이란 정권의 교체는 백악관에 유혹적인 듯하다"고 풀이했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중요한 관문 중 하나로 세계 해상 운송 원유의 약 25%와 LNG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노벨상' 전 IAEA 총장 "이란 공격, 확실한 NPT 파괴 방법"

 
  • 국제
  • 입력 2025.06.18 16:15
  • 수정 2025.06.18 16:35

'궁극의 안보는 핵무기 개발' 메시지
"네타냐후가 트럼프를 지휘하나?"
미 DNI "이란 핵무기 제조 안 해"
G7 정상 "이스라엘에 자기 방어권"
엘바라데이 "G7, 빠르게 신뢰 잃어"

"협상이 아닌 힘에 의존하는 것은 NPT(핵확산금지조약)와 핵 비확산 체제(불완전하지만)를 파괴하는 확실한 방법이며, 많은 나라에 '궁극의 안보'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란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란 핵 시설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과 미국의 지원을 비판하면서 17일 자신의 X에 올린 글이다. 이집트 외교관이었던 엘바라데이(83)는 1997~2009년 IAEA 총장을 지냈으며, 2005년 원자력 에너지의 군사적 전용을 막고 평화적 이용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IAEA와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18일 새벽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2025. 06. 18 [AFP=연합뉴스]
 

'노벨상' 엘바라데이 전 IAEA 총장
"힘 의존, NPT 파괴 확실한 방법"

 

그는 "이스라엘이 핵 시설을 포함해 이란을 공격하고, 트럼프가 이란에 '완전 항복'을 요구하며 조약상의 권리(우라늄 농축)를 포기시키는 건 명백한 국가적 굴욕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의심, 그리고 모든 서방 정보기관이 확인했듯이 '임박한 위협'에 해당하지 않는 의심, 미국이 2018년 탈퇴한 2015년의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을 거치면서 다루어졌던 의심에 기반해서 말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엘바라데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그리고 이들의 이란 죽이기를 옹호하고 동조하는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첫째, 핵 시설 공격은 국제법상 금지돼 있다는 점이다. 1977년 제정된 제네바협약 제1 의정서제56조 1항에 따르면, 댐과 제방, 원자력 발전소(핵 시설)는 민간인에게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그것들이 군사 목표물이라 해도 공격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둘째는 NPT 가입국도 아니면서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문제 삼고 심지어 주권 국가를 상대로 선제 군사 공격까지 감행했으며, 미국 등 서방은 되려 두둔하는 점이다. 적반하장이고 이중 잣대이며 서방의 편견과 위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란 핵 시설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과 미국의 지원을 비판하면서 17일 자신의 X에 올린 글이다. 2025. 06. 17 시민언론 민들레
 

미 DNI "이란 핵무기 제조 안 해"
"네타냐후가 트럼프를 지휘하나?"

 

셋째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은 '임박한 위협'이 아니란 점을 미국 등 모든 서방 정보기관이 확인했고, 이 사안은 2015년 JCPOA 협상 당시 이미 다루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3월 25일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면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003년 중단시켰던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란의 농축 우라늄 비축량은 최고 수준이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는 전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와 달리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염두에 둔 기폭장치 관련 실험을 재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하며 그 정보를 미국에 제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전국 이란계 미국인 연합회(NIAC)의 자말 압디 회장은 알자지라에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미 정보기구의 평가를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건 전쟁이 그의 선택에 달렸음을 보여준다"며 "이제 네타냐후가 지휘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정보보다 더 가치 있는 정보를 주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17일 이란의 새로운 미사일 공격이 있은 직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헤르츨리야의 한 건물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 06. 17 [AFP=연합뉴스]
 

IAEA, 이스라엘 선제공격 전날
공교로운 "이란 NPT 위반" 결의

 

끝으로 우라늄 농축 그 자체는 NPT 가입국인 이란엔 조약상의 권리라는 게 엘바라데이의 설명이다. NPT는 핵의 비확산, 핵 군축, 핵 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는 국제 조약이다.

 

NPT에 가입한 핵 비보유국엔 권리와 의무가 있다. 먼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가진다. 이는 원자력의 생산, 이용에 관한 본질적 권리로서 침해할 수 없다. 따라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이란의 우라늄 농축 그 자체는 조약상 권리다.

 

의무도 있다. 핵무기 획득은 금지되고, 원자력의 핵무기 개발 전용 방지를 위해 IAEA의 안전 조치를 수락하고 사찰을 받아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전날인 12일 IAEA 이사회는 이란이 NPT상 안전 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이 공동 제출한 결의안은 "2019년 이후 이란이 여러 미신고 핵물질과 핵 활동에 대해 IAEA와 신속하고 완전한 협력을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했다.

 

이에 이란은 원자력청 성명을 통해 "정치적 성격의 결의안에 대응해 고도의 보안이 확보된 새로운 농축 시설을 비밀 장소에 건설하고,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추가로 가동할 것이다. 농축 우라늄 생산량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다"라면서 반발했다.

 

그 이튿날 이스라엘로부터 핵 시설이 공격받고 미국이 지원하자 이란에선 NPT 탈퇴 법안을 준비 중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다. NPT 가입국은 국익을 위협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3개월 전에 모든 조약 당사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통보하고 탈퇴할 수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이 16일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2025. 06. 16 [EPA=연합뉴스]
 

G7 정상 "이스라엘에 자기 방어권"
이슬람 20국, 이스라엘 강력 규탄

 

한편, 주요 7개국(G7) 정상은 16일 캐나다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에 자기를 방어할 권리가 있음을 확인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란을 "역내 불안정과 테러의 주된 근원"으로 규정한 뒤 "우리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분명히,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 위기의 해결이 가자지구 휴전을 포함한 중동의 더 광범위한 긴장 완화로 이어지길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엘바라데이는 X를 통해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한 G7의 시각이 빠르게 신뢰를 잃고 남과 북 인민들 간은 물론 해당 국가 사회에서도 갈수록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서 "이는 공정하고 평화로운 포용적 세계 질서에는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17일 이슬람통합평의회(MWM) 소속 시아파 무슬림들이 반 이스라엘 시위 도중 이스라엘 국기와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2025. 06. 17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카타르, 오만,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 20개 국가 외무장관은 17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강하게 규탄하고 적대 행위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가 주권과 영토 존중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뒤 IAEA가 보호하는 핵 시설을 타격하는 건 국제 인도법과 제네바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동 비핵화를 위해 모든 중동 국가의 NPT 가입과 핵 등 대량살상무기(증) 금지 구역 설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하고 미국과 서방이 묵인, 방조, 옹호한 행위는 비핵국가들에 NPT가 외부의 공격을 막아주지 못하는 만큼 핵무기 보유만이 '살길'이란 인식을 확산시킴으로써 NPT와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큰 위협이 되고 IAEA의 권위도 추락할 위험이 크다.

이스라엘이 이란과 '저항의 축' 집요하게 공격한 까닭

 
  • 국제
  • 입력 2025.06.18 07:50
  • 수정 2025.06.18 09:48

‘이스라엘 통합국가’ 건설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
하마스 기습으로 중단된 ‘아브라함 협정’ 완수 목표
이스라엘-아랍간 적대 봉합하려는 ‘아브라함 협정’
아브라함 협정의 ‘빅 이벤트’ 이스라엘-사우디 수교
그 파기가 하마스의 10월 7일 ‘거사’ 감행 이유
이란과 그 ‘저항의 축’ 파괴의 신호탄 하마스 공격
서방 제국주의 정치권력 게임의 희생-닮은꼴 한반도

https://youtu.be/hF-qanB-Uos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6월 18일 새벽,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란 미사일 요격을 위해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이 가동되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역사상 가장 치열한 대치 상황 속에서 5일째인 6월 17일 다시 교전을 벌이며, 중동을 집어삼킬 수 있는 장기전 우려를 증폭시켰다. 2025.6.18.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던 이슬람 무장조직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것은 2023년 10월 7일이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과 이란의 반격으로 전쟁상태에 돌입한 지금 이스라엘-이란 사태의 출발점이다.

하마스가 10월 7일 ‘거사’를 감행한 이유

1천 2백여 명이 살해당한 사건의 충격 때문인지 당시엔 별로 주목받진 못했으나, 그날 외신은 그 주의 주말에 미국의 주선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교를 수립하기로 예정돼 있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10월 7일이 토요일이었으므로, 그 주 주말이면 바로 그날이거나 다음날인 10월 8일 일요일이었다. 예정됐던 그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국교 정상화는 하마스의 기습공격 참극이 몰고 온 엄청난 파장 속에 물거품이 됐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국교 정상화는 미국이 그 전부터 공들여 온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들 간의 ‘화해’ 및 국교 정상화 작업들에서 그 정점을 찍는 ‘빅 이벤트’였다. 하마스는 바로 그것을 노렸다. 그것을 어떻게든 무산시키려 했고, 공격과 보복공격의 쌍방 유혈 참극이 뻔히 예고된 기습공격을 감행함으로써 그들 자신 엄청난 손실을 각오하고 그 목적을 달성했다. 아마도 자신들의 해체까지도 감수해야 할지 모를 처참한 보복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마스는 기습공격을 감행했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는 저지당했다. 적어도 그 점만 본다면 그들의 ‘거사’는 ‘성공’했다.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그리고 미국 정상들의 '아브라함 협정' 서명. 왼쪽 아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보인다.   위키백과


이스라엘-아랍간 적대 봉합하려는 ‘아브라함 협정’

그 3년 전인 2020년 9월 1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정상들이 국교 정상화 협정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1기 정권)은 백악관 ‘트루먼 발코니’에서 정교하게 연출된 그날 행사의 주최자였다. 그 협정을 ‘아브라함 협정’이라고 했다. 이는 견원지간인 이스라엘과 중동의 주변 아랍국가들이 외교관계 수립을 통해 적대관계를 해소하게 하려는 것으로,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예언자 아브라함에 대한 공통된 믿음을 강조하기 위해 ‘아브라함 협정’으로 불렀다. 기획, 추진 주체는 미국이었다.

UAE와 바레인은 아랍국가들 중에서 1979년 이집트, 그리고 1994년 요르단에 이어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은 세 번째, 네 번째 국가가 됐다.

그 시작은 1978년 9월 이스라엘-이집트가 합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협정이었다. 메나햄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그 다음해 3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협정에 공식적으로 서명했다.

사다트와 베긴은 그 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2년 뒤인 1981년 10월 6일 제4차 중동전쟁 개전일에 승전 기념 열병식을 관람하던 사다트는 그 행사에 숨어 든 아랍 근본주의 과격파 행동대원들의 집중사격을 받고 숨졌다. 사다트는 평소 자신의 ‘암살’을 예견하고 있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오래 살아오던 땅에서 졸지에 피억압 소수자가 되거나 거기서 쫓겨나 난민 처지가 된 팔레스타인 민족해방과 이스라엘 축출이라는 ‘아랍 대의’의 중심에 섰던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국가로 승인하고 수교한 것은 아랍 근본주의세력에겐 용납할 수 없는 ‘배신’이었다. 그것은 팔레스타인을 버리는 짓이었고, 아랍의 땅 한복판에 팔레스타인 흡수 통합으로 유대인국가를 확장하려는 서방의 음모에 굴복하는 것으로 그들은 받아들였다. 오스만 이슬람제국의 ‘영광’을 기억하는 그들이 ‘지하드’(성전)를 벌인 이유다.

1981년 10월 6일 군 퍼레이드 행사를 관람하던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암살당했다. 사진은 당시 사다트 대통령이 앉아 있던 사열대 앞으로 뛰쳐나가 총기를 난사하고 있는 암살범들 모습.   나무위키


아브라함 협정의 ‘빅 이벤트’ 이스라엘-사우디 수교

2020년 10월 23일에는 이스라엘과 수단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미국은 수단을 테러 지원국 목록에서 빼 주고 12억 달러 대출까지 제공했다. 그해 12월 22일에는 모로코와 이스라엘이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했다. 그렇게 해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대가로 모로코는 서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을 미국으로부터 보장받았다. 모두 트럼프 1기 정권 때의 일이다.

2023년 10월 첫째 주 주말에 예정돼 있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 합의는 그 대미를 장식할 ‘빅 이벤트’였다. 아랍 중심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는 미국이 주도해 온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이슬람국들 간의 ‘화해’, 곧 적대관계 해소를 통한 중동질서 재편의 핵심 이벤트였다.

문제는 팔레스타인이었다. 그렇게 되면 팔레스타인 민족해방과 이스라엘 축출이라는 ‘아랍의 대의’는 사실상 종언을 고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아브라함 협정’에 가담해 버리면, ‘팔레스타인 해방’ ‘팔레스타인 독립’의 꿈, 나아가 급진주의세력이 꿈꾼 ‘이스라엘 축출’의 꿈은 영원히 물건너 가버리게 될 것이라고 하마스는 판단했다. 그것은 곧 가자지구의 실질적 통치권력인 하마스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것은 바로 그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간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무산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라크 시아파 성직자들이 6월 17일 화요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위치한 요새화된 그린 존으로 이어지는 다리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6.17.AP 연합뉴스


사다트 암살과 하마스 기습공격의 조응관계

1978년의 캠프 데이비드 협정과 1979년 당시 ‘아랍 대의’의 중심국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아브라함 협정’은 사다트 암살이라는 참극을 불렀다.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 그것을 덮어 눌러 이스라엘과 아랍세계를 ‘봉합’하려는 서방(미국)의 기획, 그 위험한 도박의 대가였다고도 할 수 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도 그런 관점에서 살펴볼 여지가 있다. 하마스에게 아랍의 ‘형님’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손잡는 것은 이집트-이스라엘의 아브라함 협정만큼이나 위험한 ‘배신’으로 비쳤을 수 있다.

이란과 그 ‘저항의 축’ 파괴의 신호탄 하마스 공격

2023년 10월 7일 이후 진행된 이스라엘의 집요한 가자지구 무차별 공격의 제1차적 목적은 아마도 이스라엘-사우디 수교를 무산시킨 하마스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력공격은 그런 하마스에 대한 ‘응징’이자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그리고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부 등 이란의 지원을 받던 반이스라엘 협력세력 ‘저항의 축’을 제거하기 위한 장기전의 시작을 알리는 서전이었다.

‘아브라함 협정’의 완성을 위해서는 그런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이스라엘과 미국은 판단했을 것이다. 무자비한 공격으로 하마스를 와해상태로 몰아간 이스라엘은 그 다음 단계로 차례차례 헤즈볼라와 시리아, 후티 반군 공략에 나섰다. 이스라엘 군과 모사드 등 첩보기관들은 ‘핀 포인트’ 폭격 등으로 집요하게 그들 조직의 수장들을 비롯한 요인들을 암살하고 기지를 파괴했다. 지난해 12월 알 아사드의 모스크바 망명으로 ‘저항의 축’은 궤멸상태에 빠졌다. 장기간에 걸친 첩보요원들의 이란 침투공작과 2024년의 두 차례 공습 및 미사일 공격을 통해 이란 방공망 일부를 이미 무너뜨린 이스라엘은 2025년 6월 13일 이후의 연이은 대규모 공격으로 오랜 기간 계획해온 이란 핵 농축시설과 혁명수비대 조직 파괴까지 상당부분 그 목적한 바를 달성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지난 5월 21일 예루살렘에서 기자 회견을 하는 모습. 2025.5.21. AP 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지난 3월 21일 그의 집무실에서 제공한 유인물 사진. 그가 테헤란에서 열린 연례 노루즈 연설에서 군중에게 연설하는 모습. 2025. 3.21.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통합국가’ 건설이 미국과 이스라엘 목표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통해 드러난 이스라엘과 미국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흡수통합과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 골란고원까지 아우르는 이스라엘 통합국가 건설이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시리아, 후티 반군에 대한 집요하고 무자비한 공격은 그것을 위한 방해물 제거 차원에서 밀어붙인 이스라엘-미국 합동작전이었다. 조 바이든 민주당 정권은 그런 식의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초래할 부작용을 걱정해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전제한 ‘2개의 국가’ 해법 가능성에도 미련을 갖고 있었으나, 트럼프 정권은 그런 미련을 완전히 버리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흡수통합 쪽을 택했다.

이와 관련한 미국의 구상은 트럼프의 '리비에라' 건설 발언을 전한 지난 2월 6일 보도를 통해서도 그 단면이 드러났다. 트럼프는 2월 4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뒤, 장차 가자지구를 재개발해 “중동의 리비에라(휴양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 발언은 그곳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집트, 요르단으로 영구적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언급 뒤에 나온 것이었다. 네타냐후도 트럼프의 그런 발언이 “주목할 가치가 있다”며 “중동을 재편하고 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골치 아픈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 땅 바깥으로 아예 '파내 버리거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스라엘이 통합 관리하는 대규모 관광 휴양지 또는 투자 재개발지 노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유럽의 실패'를 팔레스타인에 전가한 이스라엘 건국

2천여 년 전 고대 유대국가 멸망으로 흩어진 유대인들을 팔레스타인 땅에 불러들이는 유대국가 재건 구상을 구체화한 것은 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만제국에 맞서 싸운 영국이었다.(1917년 벨푸어 선언) 해체된 오스만제국 땅 팔레스타인을 위임통치하던 영국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수천년 살아 온 그 땅의 56%를 유대인 국가 건설에 떼어 주었고, '팔레스타인 문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 '이스라엘과 아랍문제'는 그렇게 시작됐다. 나치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포그롬)에 대한 기독교세계 유럽의 '원죄 의식'과도 얽혀 있는 1948년의 이스라엘 건국은 결국 '유럽의 문제' '유럽역사의 실패'를 팔레스타인과 아랍세계에 전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국의 역할을 지금은 '대영제국'을 승계한 미국이 대신하고 있다.

 

6월 1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도적 지원 트럭들이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지킴 국경 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 북부로 진입한 후, 밀가루 자루를 든 사람들이 자발리아 서부 알라시드 거리를 걷고 있다. 2025.6.17.AFP 연합뉴스


서방 제국주의 정치권력 게임의 희생

이스라엘 건국이 2천 년 전에 그 땅에서 살았던 유대인들의 정당한 권리회복이란 주장은 중근동과 지중해 일대 땅을 로마가 지배했으니 그 땅은 모두 이탈리아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 만큼이나 황당한 얘기다. 누대에 걸쳐 그 땅에 살아 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그런 주장의 일방적 피해자가 돼야 할 아무런 필연적 이유가 없었다. 그것은 서방 제국주의 정치권력 게임의 일방적 횡포에 가깝다.

닮은 꼴인 한반도의 분할 지배

제국주의 일본 패전 뒤 동아시아를 지배한 미국이 한반도 주민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반반도를 38선으로 가르고 당시 소련과 분할 점령한 뒤, 냉전의 시작과 함께 전범국인 일본을 최대의 동맹국으로 변신시켜 그 피해자인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는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 가해국 일본이 아니라 일본에 강점당했던 피해자 한반도가 패전국 일본의 무장해제를 이유로 분단당한 채 지금까지도 동족대결을 지속하면서 기력을 소모해야 할 아무런 필연적 이유도 없었다.

문제 ’해결‘이 아닌 ’봉합‘

트럼프는 결속력 강화와 장기 저항 등 반사적 역효과를 부를 수 있는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의 부작용을 우려해 협상을 벌이며 이란의 투항을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으나, 연립정권 붕괴 위기에 직면한 네타냐후는 더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과 이란이 지원한 ’저항의 축‘을 제거하거나 약화시키고 그들의 뜻대로 ’이스라엘 통합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까?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강압에 짓눌린 그 문제는 한동안 잠잠하게 잠복할지 몰라도 언젠가는 더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로 터져 나올 것이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이란은 왜 이스라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나?

 
  • 국제
  • 입력 2025.06.15 14:30
  • 수정 2025.06.16 11:12

결정타는 방어망 허문 첩보요원 사전침투 공작
침투공작에 반영된 이란의 내부 분열과 약체화
핵협상 진행 중 공격 않을 것으로 본 이란 오판
미국, 이스라엘 사전 통지받는 등 공모 가능성
반이스라엘 친이란 이슬람 ‘협력 세력’의 붕괴
공격은 연립정권 유지 위한 네타냐후의 선택?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요격망을 뚫고 도심에 떨어진 미사일이 폭발하면서 밝은 빛과 연기를 내뿜고 있다.   뉴욕타임스 6월 14일 
 

“우리 방공망은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어떻게 이스라엘이 뭐든지 그들이 원하는 대로 공격하고 우리 군 사령관들을 죽일 수 있었나? 우린 왜 그걸 막지 못했지?”

 

13일 새벽에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란 관리들이 분노하며 그들끼리 주고 받은 말들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3일 복수의 이란 고위관리들과 혁명수비대 요원들과의 익명 인터뷰를 토대로 전한 내용이다.

 

14일에도 이어진 이틀간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날 현재까지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이스파한의 핵연구소 등 수십 곳의 이란 군사 및 핵개발 시설들이 파괴되거나 손상당했다. 그리고 혁명수비대 등의 군 간부 20명 이상, 핵개발에 관여한 핵심적인 과학자 9명을 포함해 78명 이상이 살해당하고 320여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쪽은 200여 기의 이란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텔아비브 근교 도심 빌딩 일부가 파괴되고, 3명이 사망했으며 약 7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유엔 주재 이란 대사관 쪽 발표 등을 종합한 것이다.

 

전례없는 대규모 공격, 이-이 전쟁상태 돌입

 

이스라엘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시리아 아사드 정권 등 이른바 ‘협력세력’들의 군사시설과 군 인사들을 공격해 파괴하는 ‘그림자전쟁’을 지속해 왔지만, 이번 공격은 차원이 다른 전례없는 대규모 공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것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두 나라는 이미 전쟁상태에 돌입했다.

 

13일 새벽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수도 테헤란의 건물.  뉴욕타임스 6월 13일
 

내세운 이유가 불분명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란은 테헤란과 나탄즈 외에도 이스파한, 타브리즈, 일람, 로레스탄, 보루제르드, 쿰, 아라크, 우르미아, 가스레 시린, 케르만샤, 하메단, 시라즈 등 이란 전역의 적어도 15개 지역의 군 및 핵개발 시설 100개 이상의 표적들이 200여 기의 이스라엘 전투기 등으로부터 150여 차례의 공격을 받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 이란의 보고를 받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나탄즈의 지상 핵시설이 파괴돼 소량의 화학물질과 방사성물질이 누출됐으나 시설 외부로 새어나가진 않았으며, “관리 가능한” 상태임을 확인했다.

 

중동지역 유일의 NPT 미가입국이면서 90여 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 완성이 임박했다며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는 명백한 위기를 제거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이유를 밝혔다. NPT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NPT 가입국 이란의 ‘핵 개발 임박’을 이유로 지난 수십년간 보지 못했던 최대규모의 무력공격을 가했다.

 

내세운 공격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강행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농축이 이뤄졌다는 증거를 이스라엘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이 민수용 핵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고, 2015년에 미국(버락 오바마 정권)과 유럽 주요국,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한 이란 핵협정 체결도 핵 농축을 민수용으로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한다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일방적으로 깨버림으로써 이란을 핵개발 쪽으로 몰아간 것이 도널드 트럼프 1기 정권이었다. 1994년 제1차 북핵위기 때 대북 중유공급과 저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하는 경수로 건설 지원을 핵심으로 한 제네바 북미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북한이 필사적으로 핵개발에 ‘올인’하게 만든 것도 미국이었다.

 

이란의 핵개발 및 미사일 기지들.
이스라엘군이 공격한 이란의 타브리즈, 테헤란, 나탄즈, 케르만샤 등의 도시들(위)과 수도 테헤란과 그 인근 지역들. 뉴욕타임스 6월 14일
 

이란은 왜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 이란은 왜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지금까지 드러난 몇 가지 이유들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첩보기관 모사드와 이스라엘 군의 광범위한 이란 침투와 사전 정지작업이다. 이것은 이란 내부의 정치사회적 분열 및 약체화와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이란 사이에 진행 중이던 핵협상도 주목할 만하다. 이란 지도부는 미국과의 핵협상 제2라운드가 며칠 안에 열리게 돼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진 못할 것으로 오판했다.

 

또 한 가지는 이란이 지원해 온 반이스라엘 협력조직들의 와해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심지어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 등 이스라엘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친이란 반이스라엘 세력들이 사실상 전멸한 상태다.

 

이런 상황변화 속에서 이스라엘(그리고 아마도 미국)은 마침내 중동지역의 반이스라엘 세력들을 ‘척결’하고 전면적인 세력 재편을 꾀할 절호의 찬스가 왔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들이 있다.

 

그리고 좀 다른 각도지만,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 내부 사정이 이번 공격 강행의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극우 정당 이탈 움직임으로 흔들리는 연립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공격은 연립정권 유지 위한 네타냐후의 선택?

 

먼저 네타냐후 정권 내부 사정부터 살펴 보면, 정치 비리와 부패 문제 등으로 기소 중인 네타냐후 총리의 연립정권이 2개의 극우 종교정당 이탈 움직임 때문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고, 12일 야당은 의회해산 동의안을 제출한 상태였다. 네타냐후는 이탈 움직임을 보인 정당들 대표에게 이란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려 잔류하게 만들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 제2라운드를 앞둔 시기에 공격 자제를 요구(그 진정성이 의심스럽지만)했으나, 네타냐후가 처한 다급한 정치적 상황이 기다릴 만한 여유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3일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습 중에 굉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른 이란 수도 테헤란의 언덕 위에 시민들이 모여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  6월 13일 
 

이란 방어망 무너뜨린 첩보요원들의 사전 침투 공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스라엘 첩보요원들의 이란 사전 침투다. 이스라엘군이 표적들을 정확하게 파괴하고 살해한 ‘핀 포인트’ 공격 기반을 만들고, 이란이 제대로 손도 쓸 수 없게 만든 것이 첩보요원들의 침투와 비밀공작이었다.

 

모사드 등 첩보요원들은 몇 년에 걸쳐 이란 내부로 침투해, 표적들 주변에 공습 유도장치를 설치하고 미사일과 드론의 부품들을 밀반입해 현장에서 조립해 원격조종으로 폭파할 수 있게 만들었다.

 

2024년 9월에 레바논의 시아파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 간부들이 차고 있던 페이저(‘삐삐’로 불린 긴급호출기)의 폭발로 다수가 한꺼번에 중경상을 입어 중대한 전력 손상을 당한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됐듯이, 침투공작은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이뤄졌다. 당시 헤즈볼라 간부들은 스마트폰 등이 해킹당하기 쉬운 약점 때문에 페이저를 차고 있었고, 이스라엘은 그것을 역이용했다. 공작원들은 헤즈볼라 간부들이 차는 페이저의 제작 단계에서부터 잠입해 들어가 특정 번호의 페이저에 폭약을 넣고 원격조종 장치를 설치해 언제든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도록 조작했다.

 

그런 공작들은 지난 수십년 간의 ‘그림자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거듭 사용해 온 수법이지만, 이번 이란 본토 침투공작은 이란 전역에 걸쳐 진행된 만큼 훨씬 더 대규모로, 훨씬 더 긴 세월 동안 진행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공격 표적인 핵개발 시설과 암살당한 혁명수비대 요인들에 대한 정확한 ‘핀 포인트’ 공격은 침투한 공작조들의 장기간 작업 덕에 가능했다. 공습 전투기나 미사일, 드론 등을 표적으로 정확하게 유도하는 장치를 설치하고, 그것을 표적삼아 작동할 현장 주변의 폭탄 등 살상무기들을 사전에 배치하는 작업이 장기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보복공격에 나선 이란의 미사일들을 요격하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지역의 방공망 '아이언 돔' 요격 미사일들이 빛꼬리를 남긴 채 솟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미사일이 도심 주택가에 떨어져 연기가 솟고 있다.  늎욕타임스 6월 13일
 

인적 물적 피해로 이란 반격 불능상태

 

그 결과 물적, 인적 표적들이 제거되자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 직후 제대로 반격조차 할 수 없었다. 반격을 지휘할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리 참모총장, 미국과의 핵협상 핵심인물이자 하메네이의 측근인 알리 샴카니 해군사령관, 전쟁대책회의를 하다 전원 몰살된 아미르 알리 하지다데 혁명수비대 공군사령관과 부관들 등 군 핵심 인사들이 사망하고, 미사일 발사장치들이 파괴당한 상태에서 미사일을 제대로 응사할 수도 없었다.

 

수천 기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 직후 1000기 이상의 미사일로 반격할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그런 사정 때문에 실제로 발사된 미사일은 100~200기 정도였다. 발사된 소수의 미사일마저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 돔’과 미군의 요격 지원으로 극히 일부만 텔아비브 도심 등에 떨어졌다. 이란은 자국 미사일이 “이스라엘 방공망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으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침투공작 자체가 이란의 내부 분열과 약체화 반영

 

이런 대규모 침투공작조가 이란 전역에서 장기간 잠복 활동할 수 있게 된 상황 자체가 이란에겐 치명적이다. 이란 내부의 협력이나 동조, 묵인 없이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면, 이는 이란 자체가 반정부세력과 친정부세력, 강온파 등으로 심각하게 분열돼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지난해 7월 비주류 온건파의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진 것도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 중심의 강경파 신정체제에 대한 민심 이반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했다. 2022년에 수천명의 희생자를 낸 ‘히잡 시위’가 이란 전역에서 장기간 벌어진 것도 그런 사정을 반영한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으로 혁명수비대 등 강경파 요인들이 살해당한 사실을 현지의 반체제파 시민들이 환호하고 반겼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이란은 전반적으로 약체화돼 있고, 첩보요원 침투를 통해 이런 이란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있는 네타냐후 정권이 자신의 정권 안보와 중동 질서 재편을 목표로 강수를 둔 것이라는 지적들이 나왔다.

 

6월 13일 이스라엘의 공격에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란 수도 테헤란 시민들.  뉴욕타임스
 

핵협상 진행 중엔 공격 않을 것으로 본 이란의 오판

 

그리고 미국-이란 사이에 진행 중이던 핵협상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가 전한 이란 고위관리 등의 내부정보에 따르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 등 이란 핵심 지배세력은 미국과의 핵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공격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란 지도부는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도 있었고, 핵협상이 실패로 끝날 경우를 대비해서 1주일 이상 대응책도 강구했지만, 제2 라운드로 6번째 협상을 15일 오만에서 벌이기로 쌍방이 합의한 상태에서 불과 그날을 이틀 앞둔 13일에 이스라엘이 공격해 오진 못할 것이라고 오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경고는 2라운드 협상을 앞두고 이란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이스라엘의 엄포(프로파간다)로 봤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만류했다고 하지만, 여러 정황을 보건대 사실상 묵인했거나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로부터 사전 통지를 받아 이번 공격의 전모를 이미 알고 있었고, 공격 뒤 반격한 이란의 미사일 요격을 지원했으며, 전투함 등 군사력을 중동지역으로 이동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서 육군 골든 나이츠(Golden Knights) 대원이 건네준 성조기를 들고 있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9번째 생일을 맞아 오랫동안 꿈꿔온 군사 퍼레이드를 즐겼고, 전국 곳곳에서 집권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면서 그를 독재자로 몰아붙였다. 2025.6.14.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가 6월 14일 토요일, 워싱턴에서 열린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이 퍼레이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과 겹쳤다.2025.6.14.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모?

 

13일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어 이스라엘-이란 충돌문제를 논의한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외교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으로 군사안보능력이 약해진 이란이 협상에 응해 올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 “나는 2개월 전에 이란에게 (핵)합의를 위해 60일 간의 시한을 제시했다. 오늘은 61일째였다. 그들은 합의를 했어야 했다”는 글을 올렸다.

 

네타냐후의 대규모 이란 공격명령은 바로 그 60일 간의 시한이 끝난 다음날 발령됐다. 트럼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공격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이란에게 “늦기 전에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며 서두를 것을 촉구하면서 “내가 교섭해 온 인물들은 강경파로, 이미 죽었다”고 했다. 그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죽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인플루엔자(독감)나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로 죽은 건 아니다”라며 빈정거리는 투로 대답했으나 그들이 누구인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야말로 그들은 진지하게 교섭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6월 13일을 공격일로 정한 것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사전 조율했을 가능성이 크고, 살라미와 바게리, 샴카니 등 강경파들을 표적 살해한 뒤 대응 능력이 한층 더 약화된 이란이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간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란과의 핵협상 제의 자체가 그런 의도를 감추거나 호도하기 위한 ‘술책’이었을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미군이 이란 공격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은 이미 깊숙이 개입해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력공격을 변함없이 지지하고 지원해 왔으며, 유엔 등의 이스라엘 제재 결의에도 줄곧 반대했다. 트럼프는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통한 ‘2개의 국가’ 해법을 줄기차게 반대해 왔고, 이스라엘 극우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거기로 옮기기까지 했으며,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에 이스라엘 극우세력이 정착촌을 확대하는 것도 지지했다. 미국 내 대학들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역 ‘주민 학살’ 규탄시위조차 ‘반유대주의’나 ‘국가반란’으로 몰아 탄압하고 있다.

 

6월 14일 토요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과 맞물리는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 당일, 워싱턴에서 열린 시위에서 사람들이 "왕은 없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5.6.14. AP 연합뉴스
 

반이스라엘 친이란 이슬람 ‘협력세력’의 붕괴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을 유발한 또 한 가지 요소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이후 이스라엘이 보복공격을 가하면서 전선을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반군,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 등으로 넓히는 ‘확전’을 통해 이란이 지원해 온 이란 협력조직들을 철저히 무너뜨린 점을 들 수 있다. 이스라엘은 5만 5000명 이상을 희생시킨 가자지구 무력공격과 함께 주변의 이들 이란 협력조직들을 공격해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를 비롯한 무장조직 수장 등 반이스라엘 조직 핵심요원을 지속적으로 암살하고 조직 자체를 와해시켰다. 지난해 말 모스크바로 황급히 탈출한 알 아사드 대통령의 망명과 함께 무너진 친이란 시리아 정권의 붕괴까지, 이스라엘의 전면적인 공세를 저지할 반이스라엘 무장세력들이 잇따라 제거됐다.

 

지난 5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아사드 망명 뒤 권력을 쥔 아흐메드 알 샤라 과도정부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만나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관계정상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하메네이 체제는 이런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강경책을 쓰거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구를 수용하는 순응책을 쓸 수밖에 없다. 벌다른 대책없는 어정쩡한 대응태세는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번 사태로 구심력이 더욱 약해진 신정체제를 더 큰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인프라와 에너지, 수자원 등을 공격해 대중의 반체제 봉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이미 나왔다. 전면전을 각오하는 강경대응은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까지 불러 이미 약체화한 하메네이 체제가 몰락을 자초하는 길일 수 있다. 순응적 소극 대응 역시 사실상 패배를 자인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체제 유지를 어렵게 할 것이다.

 

한마디로 뾰족한 수가 없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외부 적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대응으로 구심력을 키우는 쪽이 아닐까.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 이미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지옥의 문”을 열었다며 강력한 보복 공격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것을 당장 실천에 옮기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은 그럴 힘도 없어 보인다.

'미국의 두 얼굴' 제대로 학습하고 제대로 대처해야

김평호 미국 톺아보기pyhokim@hanmail.net다른 기사 보기
 

한국 대선에 중국 개입설 운운 미국의 오도된 시각
불평등 한미관계, 미국의 대중 전략에 휩쓸릴 우려
미국의 두 얼굴, 민주적 강대국 또는 불량배 강대국
한국 사회의 친미적 편견 구조로 미국 제대로 못 봐
다극화시대 주권국 생존 지켜줄 철저한 미국 학습

​김평호 저술가·전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새 정부가 출범했다. 국민주권정부. 경하할 일이다. 공화국의 위대한 국민이 만들어낸 위대한 역사다. 우리 국민은 정치개혁의 모범적 경로를 자신에게, 그리고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이것이 세계 각국에 던지는 정치·사회적 메시지는 엄중하다.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와 공화국을 갉아먹는 부패한 지배 엘리트들에게는 섬뜩한 신호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의심의 눈으로 보는 미국

 

그러면 미국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4일, 로이터 통신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한 트럼프 백악관과 주변의 반응을 인용·보도했다(사진 1).

 

사진 1. 6월 4일, 로이터 통신.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백악관 반응 등을 전하는 로이터 통신 기사.
 

1. 백악관의 한 관리: “한미동맹은 강고하다. 다만 미국은 중국의 개입과 세계 각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한다.”
2. 트럼프 최측근으로 알려진 L. 루머라는 극우 활동가가 X(트위터)에 올린 멘트: “한국은 끝났다. 이번 대선은 공산주의자들의 승리다.”
3. M. 플린 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 ‘부정선거 정황이 있다. 그건 중국 공산당에게만 이로운 결과를 낳을 것.’
4. S. 배넌 트럼프 1기 정치전략 담당: 플린과 비슷한 중국과 한국 이야기를 자신의 팟캐스트 채널에서 언급.

 

주권국가의 정상적 선거 과정에 극우 유튜버들이 내뱉는 ‘중국 선거 개입’이라는 말을 심지어 백악관에서도 덧씌우는 이유가 뭘까? 배넌의 친절한(?) 해설에 따르면, 이는 ‘트럼프(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의심의 눈길로 본다는 것(mistrust). 그가 중국, 대만, 러시아, 일본 등을 어떻게 대할지, 미국의 입장과 차이를 보일지 주시하겠다는 경고(cautionary) 메시지’다.

 

미국에 한미관계는 수직적 상하 관계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이익을 “알아서 대변하고 (미국의) 요구에 알아서 기는”(‘명품외교의 길’ 61쪽, 이창천 2025. 진인진) “잘 기른 똘마니”처럼(같은 책, 53쪽) 처신해야 한다. 그런데 이재명 당선자는 미국의 손아귀에 잡히지 않을 듯한 인물로 보인다. 해서 이들은 축하의 말보다는 중국 개입론을 퍼뜨리며 그에 대해 경고하는 중이다. 여기에 세계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견제의 의미까지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미국의 반쪽만 보는 한국인들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한국인 다수는 미국을 자본주의 경제대국, 막강한 군사대국, 민주주의 정치체제. 즉 민주적 강대국(democratic superpower)으로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하는 나라로 생각한다. 한국이 폴란드, 이스라엘 등과 함께 세계 3대 친미국가인 까닭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절반만 보는 시각일 뿐, 전체는 아니다.

 

사진 2. 전쟁국가 미국. D. 바인의 저서(2020. 캘리포니아 대학 출판부). 콜럼버스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전 세계를 상대로 영구전쟁을 벌여온 미국의 역사를 다뤘다.
 

근본적으로 미국은 전쟁국가, 그것도 영구전쟁 국가다(사진 2 참조). 건국 이후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치른 나라로, 미국에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250여 년 역사 중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전쟁국가 미국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나라라고 일반화하는 건 사실에 대한 허위 왜곡에 가깝다. 특히 2차대전 이후 미국이 개입한 전쟁사를 짚어볼 때,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가장 위험한 존재 중 하나가 실은 미국이다.

 

오늘도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에서 테러를 방조하거나 학살을 지원하고 있다. 평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쟁과 평화의 중간에서 주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테러범죄를 방조하는 것도, 이란과의 핵 협상이 교착상태인 이유도 그것이다. 이스라엘의 인종 대학살을 막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14대 1로 홀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방장관이라는 자는 아예 중국과의 전쟁까지—필연코 한국을 동원할—공언하고 나섰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민주적 강대국이 아니라 불량배 강대국(rogue superpower)이다.

 

“모든 일이 미국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끝나는” 한국 외교부

 

얼마 전 책 한 권이 나왔다. 앞서 말한 ‘명품외교의 길—좌파 외교관이 보는 한국 외교’(사진 3). 외교관 경력(오사카 총영사)의 언론인 오태규(시민언론 민들레 칼럼니스트)는 이제까지 나온 전직 외교관들의 신변집기류 저작과는 전혀 다른 한국 외교의 본격 비판서라고 평했다.

사진 3. 명품외교의 길. 이창천(2025. 진인진)
 

책에는 외교부의 숭미적 태도와 빈곤한 업무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즐비하다. 1. ”서울에 있는 미 대사관 직원들은 서로 밥을 사겠다는 (외교부 직원들의) 성화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라고 한다… 워싱턴에 부임해보니 거기서도 한국 외교관이 미국인 식사를 시중들고“ 있었다.(531쪽) 2.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한국 외교관 중에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절차를 웬만큼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깜짝 놀랄 만한 일이다.”(477쪽) 3. “외무부에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능통하게 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전부 미국만 바라보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361쪽)

 

과장된 면도 있겠지만, 한국의 대미 외교에 대한 문제의식만큼은 절절하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외교부는 “모든 일이 미국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끝나는 조직”이다.(21쪽) 사정이 이러니 “한미동맹은 한일관계를 지배하고 한중관계를 타락시키며 한러관계를 참을 수 없도록 가볍게 만든다.”(241쪽) 과연 한미관계는 특별하다. 문제는 그 특수성이 실상은 ‘식민성’(587쪽), 즉 주권국가의 외교나 외교관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지금 대전환의 분기점에 서 있다”고 언급했다. 초과학기술, 기후위기, 국제무역질서의 혼돈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이 말한 작금의 세계사적 대전환의 핵심에 다극화라는 거대한 규모의 지정·지경학적 변동이 놓여있음은 물론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골칫거리인 불량배 강대국

 

다극화란 미국을 위시한 집단서방의 경제적·군사적 지배력이 쇠퇴하고,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브릭스로 대표되는—가 부상하는 권력 축의 변화를 지칭한다. 기존의 국제질서는 무너지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다극화를 이끄는 핵심 가치가 상생과 협력, 공존과 평화라는 점이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Security Council) 역시 ‘2030 미래보고서(Global Trends 2030)’에서, 도래하는 다극화 세계의 질서를 결정할 핵심 변수 중 하나는 미국이 다른 나라와 협력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썼다.

 

그런데 모두가 목격하듯 지금의 트럼프 미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세계를 적대적 대결의 장소로 간주하면서, 무역적자/재정적자/국가채무라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관세로 동맹을 갈취하고 안보로 동맹을 겁박하고 있다. 불량배 강대국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일방적인 데다 혼란스러운 행태는 미국 자신을 불신의 대상으로 추락시킨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빼고 대안의 경제 체제를 모색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다. 미국이 오히려 다극화 시대를 앞당기는 셈이다. 지난 5월 27-28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걸프협력회의(GCC)-중국 경제협력 포럼 및 정상회의’ 7월 6-7일 브라질 리우에서 열릴 17차 브릭스 정상회의 등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내에서도 빈 수레처럼 요란하기만 한 트럼프 정부에 대해 우려와 비판, 반대(예: 여론 악화, 무역법정 소송, 대중집회와 시위 등)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 변동의 시대에 친미/숭미 같은 미국 일변도의 정서·행태·이념은 국가의 생존과 이익의 차원에서 맞지 않는다. 설령 다극화가 아니더라도, 친미/숭미는 편견의 외눈박이를 키운다는 점—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나 G7, 나토의 초청 같은 것이 한국 대통령이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받는 기준인 것처럼 말하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처럼—에서 그것 자체로 주권국가의 역량을 취약하게 만든다.

관세부터 환율, 북한과 주한미군 문제까지, ‘굳건한 동맹’이라는 미국은 한국에 오히려 난제다. 사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문젯거리다. 지난 2월의 뮌헨 안보회의에서 싱가포르의 N. 헨 국방장관은 미국이 “해방자에서 골칫거리로, 이제는 월세 독촉하는 건물주”로 달라졌다고 개탄한 바 있다. 이즈음 다극화 시대라는 대변동과 급격히 달라지는 미국의 실체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거의 무조건적 신뢰의 대상에서 객관적 분석과 비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작업—그것이 국민주권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