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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장학생 문형배, 자폐아 키우며 세상 이해한 김형두 [영상]
무궁화9719
2025. 4. 7. 15:34
‘어른 김장하’ 장학생 문형배, 자폐아 키우며 세상 이해한 김형두 [영상]
- 수정 2025-04-07 20:12
- 등록 2025-04-07 14:03
- 송경화기자
헌법재판관들 재조명

“저는 1965년 경남 하동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낡은 교복과 교과서일망정 물려받을 친척이 있어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 4학년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2019년 4월9일 국회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장. 마이크 앞에 선 문형배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처음 입을 열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받은 바를 사회에 갚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헌법재판관이 되더라도 그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김형두 헌법재판관 등 파면을 결정한 재판관들의 개인사도 주목받고 있다.
“사회의 것을 줬으니, 나 말고 사회에 갚거라”
문 권한대행은 청문회에서 “김장하 선생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 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선생은 제게 자유에 기초하여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해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히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줬다”며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닌 이 사회에 갚아라’ 하였고, 그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 권한대행은 “법관의 길을 걸어온 지난 27년 동안 저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 헌법의 숭고한 의지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로 관철되는 걸 찾는 데 전력을 다했다”며 “그것만이 선생의 가르침대로 제가 우리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길이라 여기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재판관으로 임명되더라도 초심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장하(81) 선생은 경남 진주에서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며 39살이던 1983년 진주에 세운 명신고등학교를 1991년 국가에 헌납했고, 10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그중 한 명이 문 권한대행이었다. 선생의 도움으로 많은 학생이 공부할 수 있었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쉼터가 세워졌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제작에 속도를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늘 낮은 자리를 자처했고, 이는 2023년 ‘어른 김장하’라는 제목의 문화방송(MBC)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화제가 됐다.
평균의 삶을 살겠다는 판사의 다짐
문 권한대행은 실제 김장하 선생의 뜻을 삶에서 실천해 온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당시 그의 재산은 6억7545만원으로 신고됐고, “너무 적은 거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문 권한대행은 “제가 결혼할 때 다짐한 게 있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최근 통계에서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재산이 한 3억원 남짓 되는 거로 아는데 제 재산은 (아버지 재산을 제외하면) 4억원이 조금 못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균 재산을 좀 넘긴 거 같아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헌법재판관 퇴임 뒤 계획에 대해 당시 “영리 목적의 변호사 개업 신고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권한대행은 오는 18일 퇴임한다.
자폐 둘째아이가 깊게 빚은 내 삶
김형두 재판관의 가족사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개됐다. 그는 2023년 4월1일 마이크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2023년 둘째 아들과 등산하며 자폐 아이를 키워온 과정에 대해 인터뷰 중인 김형두 헌법재판관(왼쪽).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에서 김장하 선생에 대해 얘기하다 목이 멘 문형배 재판관. 하이머스타드 유튜브 갈무리, 문화방송(MBC) 경남 유튜브 ‘엠키타카’ 갈무리
저는 1991년 결혼해 아들 둘을 두었는데 둘째가 자폐성 장애 1급 진단을 받은 자폐아입니다. 유난히도 잘 생기고 순한 아이였던 둘째가 자폐 진단을 받고 나서 우리 가족의 생활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자고 싶을 때 마음대로 잘 수 없고, 쉬고 싶을 때 편히 쉴 수가 없으며, 둘째랑 같이 외출을 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시선을 받아야 하는 고단한 처지가 됐습니다. 제 처는 천직으로 생각하던 교사직을 포기하고 둘째 뒷바라지에 전념해야 했고, 첫째는 둘째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자폐아의 형이라는 시선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제 처와 저의 몸에는 둘째로부터 꼬집히거나 물려서 생긴 상처, 그리고 흉터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최선을 다해 사랑으로 둘째를 돌봐왔으며 우리 둘째는 가족들로부터 다른 누구보다도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둘째를 돌봐야 하는 힘겹고 고단한 생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러한 힘겨운 삶의 경험들은 저에게 세상에는 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고 주변에 우리 가족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내 처지가 좀 어렵더라도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가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저로 하여금 세상을 좀 더 폭넓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법관으로서의 자세나 시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김 재판관은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진정한 사회 통합을 이뤄내기 위한 중추적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제게 헌법재판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헌법의 이념이 어떠한 형태로 구체화되어야 하는지를 항상 고민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수자,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실질적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한편 헌법 질서가 존중되는 사회를 이뤄나가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재판관은 실제 ‘혼신의 힘’을 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12월25일 부친상을 당했음에도 정상 출근해 이틀 뒤 열릴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 준비 기일을 준비했다.
그는 20년 넘게 둘째 아들과 매주 산에 오르고 있으며, 한국자폐인사랑협회가 자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하는 달리기 대회나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식 등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2023년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유튜브 채널 ‘하이머스타드’에서 올린, 김 재판관이 아들과 함께 등산하며 진행한 인터뷰 영상엔 누리꾼들의 응원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댓글에는 “이번 계엄 사태를 지나면서 훌륭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꿋꿋이 버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분들이 우리나라를 지켜내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돌아가는 것 같다”, “나의 평범함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고,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누구에게나 언제나 일어날 수 있음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응원합니다”, “이런 삶이 법정에서도 드러나는 거네요” 등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다시 주목받고 있는 '문형배 재산'
jdtimes@wikitree.co.kr (채석원) 님의 스토리
• 5시간 2025. 4. 7.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 뉴스1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재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재산이 적은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6일 X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됐다.
게시글을 올린 누리꾼은 “다른 헌재 재판관들 재산은 평균 20억 원인데, 문형배 재판관 재산이 4억 원에 못 미치는 이유는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다짐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문 대행의 과거 인사청문회 발언 영상을 함께 게재했다.
문 대행 재산은 2019년 4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공개된 바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였던 문 대행에게 “헌법재판관들 재산이 평균 20억 원쯤 되는데 후보자 재산은 6억 7545만 원이다. 27년간 법관을 했는데 너무 적은 거 아니냐”라고 질의했다.
그러자 문 대행은 “결혼할 때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최근 통계를 보니 가구당 평균 재산이 3억 원 남짓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제 재산은 4억 원 조금 안 된다”고 답했다. 백 의원이 “신고하신 6억 7000만 원이 아니냐”고 재차 묻자 문 대행은 “그건 아버님 재산이 포함된 금액이고, 제 재산은 4억 원이 안 된다. 평균 산을 좀 넘어선 거 같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청문회장에서 일부 의원이 웃음을 보였고, 백 의원은 “청문회를 하는 저희가 오히려 죄송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문 대행은 공직 생활 이후 영리 목적의 변호사 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이었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도덕성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고 했고, 문 대행은 “부끄럽다”고 답했다. 문 대행은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에 대해 ‘겸손함’이라고 밝혔다.
헌재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 대행은 지난해보다 2947만 원 증가한 15억 4379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아버지 명의 집과 토지 등을 포함한 액수다.
부산진구와 동래구의 아파트, 경남 하동군의 부친 소유 단독주택 등 건물 가액은 총 5억 4630만 원이다. 배우자 명의의 김해시 토지, 부친 명의의 하동군 토지 등은 4억 4496만 원 상당이다. 예금은 5억 4419만 원이며, 배우자와 장남 명의의 유가증권 275만 원도 포함돼 있다. 문 대행 배우자는 자이에스앤디보통주 250주, 하이트진로보통주 100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2년식 SM7 차량도 부부 명의로 등록돼 있다.
문형배·이미선 퇴임 “대통령-국회 갈등, 헌재가 해소할 수 있어”
장현은기자
- 수정 2025-04-18 14:15
- 등록 2025-04-18 12:01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활짝 웃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8일로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문 권한대행은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 재판관은 “국가기관이 헌법을 무시할 때 사회질서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헌재 대강당에서 두 재판관의 퇴임식을 열었다. 이날 문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결정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 깊은 대화,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문 권한대행은 “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헌법실무 경험이 많은 헌법연구관이나 교수에게 헌법재판관이 되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관과 재판관 사이에서, 재판부와 연구부 사이에서, 현재의 재판관과 과거의 재판관 사이에서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권한대행은 특히 “헌재 결정에 대한 학술적 비판은 당연히 허용되어야겠지만, 대인논증 같은 비난은 지양되어야 한다”며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적 해결이 무산됨으로써 교착상태가 생길 경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들 한다”며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재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굳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권한대행은 퇴임식에 참석한 가족들, 고등학교 동창들, 지인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퇴임사 시작에는 헌재 내 테니스 동호회, 걷기 동호회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헌재 구성원들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며 “헌법의 규범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우리 헌재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에 전력을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지난 2019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현직 재판관 중 최선임으로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아온 문 재판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의 재판장으로 탄핵 심판을 이끌었다. 이 재판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노동법 전문가로, 역대 최연소 헌법재판관으로 취임했다.
두 재판관의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면서 잠시 9인 체제가 됐던 헌재는 당분간 7인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한 권한대행이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지만 권한대행의 지명권 행사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헌재는 결국 지난 16일 재판관 지명 행위에 대한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한 권한대행의 지명은 효력이 정지됐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사설] ‘헌법 존중하라’는 퇴임 재판관 당부 새겨들어야
- 수정 2025-04-18 18:34
- 등록 2025-04-18 18:17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8일 퇴임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재판장을 맡았던 문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국가기관이 헌법을 무시할 때 사회질서가 흔들린다”고 했다. 탄핵에 반대하고 헌재를 공격했던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 헌법을 위반하면서 탄핵심판을 방해했던 한덕수·최상목 두 권한대행이 특히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문 권한대행은 “헌재 결정에 대한 학술적 비판은 당연히 허용되어야겠지만, 대인논증 같은 비난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관 퇴임식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의힘은 가짜뉴스를 근거로 문 권한대행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가 수정한 바 있다. 문 대행이 미성년자 성착취물에 댓글을 달았다고 공격했으나, 조작된 사진과 가짜뉴스에 근거한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문 대행을 깎아내리려고 혈안이 됐던 탓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문 대행이 5년 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친상 빈소를 찾았을 정도로 이 전 대표와 절친이라고 주장했다가 “조문하거나 조의금을 낸 적 없다”고 헌재에 반박당하자 번복했다. 국가의 근간을 지탱하는 헌법기관을 흔드는 게 집권여당이 할 일인가.
조선일보의 헌재 공격도 언론이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따라 재판관 월급이 인상된 것을 두고, ‘헌법재판관 회의서 월급 3% 셀프 인상’이라는 제목(3월19일치)을 달아 마치 헌재가 스스로 보수를 올린 것처럼 보도했다. 뭐든 꼬투리를 잡아 헌재를 공격하려다 벌어진 일이다. 헌재가 전원일치로 한덕수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한 뒤에는 ‘정당 파견원 된 헌법재판관들’이라는 사설을 썼다. 자기들 마음에 안 든다고 헌법의 취지에 맞는 당연한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을 이렇게 폄하해도 되는가.
헌재는 12·3 내란으로 헌정질서가 파괴될 위기에서 엄정하고 단호한 결정으로 헌법을 지켜냈다. 법원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내란 불안감’에 시달리던 국민에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대한 믿음을 줬다. 문 대행은 ‘대통령과 국회가 충돌할 때 헌재가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헌재가 그런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정말 멋진 리더" 문형배 퇴임사 언급 직원들 한 목소리
백주아2025. 4. 18. 11:39
6년 임기 마치고 퇴임사서 동료 애정 드러내
'파워테니스 동호회·심총무·뚜동회' 언급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문형배(59·사법연수원 18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가운데 퇴임사에 언급된 헌법재판소 구성원들은 문 대행에 대해 “정말 멋진 리더”라고 입을 모았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임행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문 권한대행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8명의 재판관님 경의를 표한다. 수석부장연구관을 비롯한 연구부 구성원 여러분, 기조실장을 비롯한 사무처 구성원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대과 없이 마칠 수 있었다”며 구성원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특히 “연하 선생을 비롯한 파워테니스 동호회 여러분, 심총무를 비롯한 뚜동회 동호회 여러분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며 본인이 참여한 동호회 이름을 깨알같이 언급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복수의 헌재 관계자에 따르면 문 권한대행의 테니스 사랑은 유별나다. 실력 또한 아마추어 선수 못지않게 출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문 권한대행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개글에 ‘테니스, 롯데자이언츠 우승, 유퀴즈, 유재석, 1.1생(음력) 등’에 써놓기도 했다.
‘뚜동회’는 문 대행이 참여하는 걷기동호회 애칭이다. 헌재 사무관 ‘심총무’도 참여하는 이 모임은 재판소 기준으로 청와대 앞으로 해서 서촌까지, 종묘 순라길 통해 세운상가 지나 남산 한옥마을까지, 청계천 등 일과 후에 재판소 백송 앞에서 출발해서 1시간 거리를 걷는 모임이다.
익명을 요구한 헌재 관계자는 “과거 판사 시절에 피고인에게 책을 선물하실 정도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은 분”이라며 “따듯하고 포용력있는 리더이자 멋진 리더로 문 권한대행을 모시고 함께 근무했다는 사실 자체로 인생의 큰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애정도 담았다.
그는 “끝으로 아내를 비롯한 가족, 고등학교 동문들, 김훤주 선생을 비롯해 보이는 곳에서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서 제 나름의 방식으로 헌법재판소를 응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다음 날인 지난 5일 공보실을 통해 “탄핵심판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충실한 보도를 해주신 언론인들, 헌재의 안전을 보장해주신 경찰 기동대 대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탄핵심판이 무리 없이 끝난 데에는 헌신적인 헌법연구관들과 열정적인 사무처 직원들의 기여도 있었음을 밝혀둡니다”라고 탄핵심판 과정에 함께 한 인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문 권한대행은 1965년생 경남 하동 출생으로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2년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하며 재판관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내는 등 경남 지역에서만 근무한 ‘향판’(지역법관) 출신이다. 지난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된 그는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내 진보적 셩향으로 분류됐으며 ‘소신이 뚜렷한 판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백주아 (juabae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