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뉴스

"묘지 정리 후 나뭇가지 태웠다"…발화 추정 지점엔 버려진 라이터

무궁화9719 2025. 3. 30. 11:16

“나무 꺾으려고 라이터로…” 경북 산불 최초 실화자 불구속 입건

의성=명민준 기자2025. 3. 30. 16:48
 

29일 경북 의성군 괴산리 야산의 최초 발화지점에 산림 당국의 출입 통제 라인이 설치돼 있다. 경북경찰청은 의성 산불 최초 발화 지점에서 증거 물품인 라이터를 확보했다. 2025.3.29 뉴스1
 
경찰이 경북 북동부 대형 산불 사건의 최초 실화자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30일 산림보호범 위반 혐의로 56세 남성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22일 오전 11시 25분경 아내, 딸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과정에서 산불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119 최초 신고자는 그의 딸인 것으로 알려졌다. 딸은 경찰에 “(아버지가 봉분에 있는) 나무를 꺾다가 잘 안 돼 라이터로 태우려다가 바람에 불씨가 커져서 산불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지역으로 번져 산림 4만5157ha를 태우고 28일 가까스로 진화됐다. 이 과정에서 산불 진화 헬기를 몰던 조종사 1명과 산불감시원, 주민 등 26명이 숨졌고 천년고찰 고운사 등 유형문화유산과 주왕산 국립공원을 비롯해 시설물 4000여 채가 불에 탔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주 중에 국립과학산림연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과 일정을 조율해 최초 발화지점을 중심으로 합동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목격자 조사 등 기초 사실 조사를 모두 마친 뒤에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불은 막대한 피해를 입히지만 실화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약한 실정이다. 현행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실수로 산불을 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번 산불이 대규모 인적, 물적 피해로 이어진 점을 감안해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산불 실화자의 민·형사상 처벌에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산불 용의자 “나뭇가지 태운 건데”…최초 발화지엔 버려진 라이터

입력2025.03.29. 오후 3:32
 기사원문

‘괴물 산불’ 50대 성묘객 소환조사 예정…딸 참고인 조사

경북 북부 등 5개 시·군을 덮친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을 낸 용의자가 소환 조사를 받는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 정상 부근에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된 라이터. 의성=연합뉴스
 
29일 경북 의성군 등에 따르면 의성군 특별사법경찰관은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A(57)씨를 조사하기 위해 오는 31일 입건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22일 오전 11시24분쯤 조상이 묻힌 의성군 안평면의 야산을 찾아 묘지 정리를 하다 나뭇가지 등을 태워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불이 번지자 A씨는 직접 119에 신고해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을 냈다”
 
고 신고했다.
 
A씨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경기도이지만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는 31일 있을 특별사법경찰의 수사에 앞서 A씨 딸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목격자 진술 등 기초 사실관계 조사를 마쳤다.

지난 27일 경북 지역에서 6일째 번지고 있는 산불의 최초 발화 지점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묘소 인근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가운데 주변 산림이 폐허가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성=연합뉴스
 
특별사법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은 A씨가 인명·문화재 피해를 일으킨 만큼 산림보호법뿐 아니라 형법과 문화재보호법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며 특사경이 경찰과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이번 산불이 단순히 의성군에 한정되지 않고 총 5개 시·군에 걸쳐 발생한 만큼 경찰에 총괄 수사 추진 협조를 고려한다고도 했다. 기존 대형 산불의 선례 등을 감안할 때 압수수색, 포렌식, 출국 금지 신청 등을 절차대로 추진하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도 판단했다.
 
의성군은 경찰과 협의해 인명 피해와 문화재 피해 부분을 고발 조치하는 방식으로 사건 일부를 이첩할 방침이다.
 
그가 낸 산불은 태풍급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까지 번져 이날 기준 사망 26명, 부상 25명 등 52명의 사상자를 냈다. 추산된 산불영향구역만 4만5157㏊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 중 최악으로 추산된다.
 
한편 대형 산불의 최초 발화 지점인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의 한 묘소 인근엔 현재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상태다. 최초 발화 지점에서는 라이터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A씨가 산에서 라이터를 사용하다 불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A씨의 실화로 인해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판명되면 처벌과 함께 산림당국은 산림 피해 및 비용 배상 청구도 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과학수사계는 이날 해당 묘지를 찾아 2시간가량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등과 합동 감식을 실시할 계획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역대 최악 산불...실화자, 처벌 물론 배상책임 질 듯 / YTN

 

"나뭇가지 모아 태웠다"…의성산불 50대 용의자 31일 소환

이성덕 기자2025. 3. 28. 17:39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경북 영양군의 야산에서 불길이 번지고 있다. 2025.3.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의성=뉴스1) 이성덕 기자 = 1주일간 경북 북부와 동해안 5개 시·군을 쑥대밭으로 만든 경북 의성 산불의 용의자가 오는 31일 의성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28일 의성군에 따르면 의성군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이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A 씨(57)에 대한 조사를 위해 오는 31일 소환 조사를 실시한다.
 
A 씨는 지난 22일 조상이 묻힌 의성군 안평면의 야산을 찾아 묘지 정리를 하다 나뭇가지 등을 태워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불이 번지자, A 씨는 직접 119에 신고해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을 냈다"고 신고했다. A 씨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경기도이지만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 피해가 커 이 사건은 경북경찰청 등으로 이첩될 가능성이 높다.

psyduck@news1.kr

"묘지 정리 후 나뭇가지 태웠다"…발화 추정 지점엔 버려진 라이터

김지혜2025. 3. 29. 15:10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과학수사계가 29일 경북산불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인 의성군 괴산리 야산에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경북 산불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을 현장 조사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과학수사계 소속 경찰관 7명은 29일 의성군 괴산리 야산에 있는 한 묘지를 찾아 2시간가량 조사를 벌였다.
 
경찰관들은 봉분 주변에서 라이터 1개를 수거하고, 봉분에서 라이터가 버려진 곳까지의 길이를 측량했다. 훼손된 묘지 주변을 촬영하고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는 등 합동 감식을 위한 기초 조사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 등과 합동 감식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괴산1리 마을 이장 등을 만나 화재 당시 상황에 관한 진술을 일부 확보했다. 이장은 지난 22일 오전 11시 24분쯤 이 마을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의성군으로부터 전해 듣고 가장 먼저 불이 난 곳으로 향한 인물이다. 오전 11시 55분쯤 현장 인근에 도착한 이장은 실화자로 추정되는 성묘객 50대 A씨의 가족을 마주치자 붙잡는가 하면 자동차 번호판을 사진으로 찍어두는 조처를 했다.
 
경찰은 A씨 가족을 불러 기초 사실조사도 실시했다. 조만간 또다시 소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성묘를 하면서 나뭇가지 등 쓰레기를 태우다 불을 냈다고 진술했다. 당시 불이 번지자 119에 "묘지를 정리하다 불을 냈다"고 직접 신고하기도 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28일 의성군 특별사법경찰(특사경)으로부터 산림보호법 위반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당초 이번 산불에 대한 수사는 의성군 소속 특사경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산불이 인명·문화재 피해를 불러와 산림보호법뿐 아니라 형법과 문화재보호법까지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경북경찰청이 수사하기로 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할아버지 산소가 타고 있어요"···의성 산불 최초 신고자 녹취록 들어보니

현혜선 기자2025. 3. 29. 10:50
 
경북 지역을 휩쓴 산불의 최초 발화 지점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의 한 묘소 인근에 27일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의성 = 연합뉴스
 
[서울경제]
 
성묘객 딸의 불명확한 신고로 초기 대응이 지연된 것으로 드러난 경북 산불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28일 MBN 보도에 따르면 산불 최초 신고자는 당초 알려진 50대 성묘객 A씨가 아닌 그의 딸이었다.
 
이달 22일 오전 11시 24분, A씨의 딸은 경북 의성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하자 119에 신고했으나, 위치를 묻는 질문에 "모르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소방당국이 현장 상황을 문의하자 "할아버지 산소가 타고 있다"는 막연한 정보만 전달했다.
 
약 1분 후 A씨가 전화를 받아 정확한 주소를 알렸다. A씨는 "묘지를 정리하다 불을 냈다"고 시인했으며, 나뭇가지 등 쓰레기를 소각하던 중 실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을 이장은 산에서 도주하려던 A씨를 붙잡아 차량번호를 확보하는 등 증거 확보에 나섰다.
 
경북 의성군 특별사법경찰은 A씨를 산림보호법상 실화 혐의로 31일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산불은 태풍급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까지 확산돼 사망 24명, 부상 25명의 인명피해와 4만5157㏊의 산림피해를 입혔다.
 
검찰은 이번 산불이 5개 시·군에 걸쳐 발생한 점을 고려해 경찰에 총괄 수사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과거 대형 산불 사례에 비춰볼 때 압수수색, 포렌식, 출국금지 등 절차를 거쳐 구속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 

"뒤에 바람!" 불길 속 사투에 탈진까지…'소방영웅 지키자' 곳곳서 기부행렬[오목조목]

CBS노컷뉴스 최보금 기자2025. 3. 28. 13:48
 
지금 이 순간 뜨거운 소식을, 오목교 기자들이 오목조목 짚어 봅니다.
거센 바람을 뚫고 화염에 맞서는 모습, 탈진해 현장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버린 모습 등 소방대원의 사투를 담은 장면들이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목숨을 걸고 고군분투하는 소방대원들에게 시민들 역시 자발적인 기부와 봉사 등으로 힘을 더했다.
 
"뒤에 바람! 바람, 바람!"
 
역대 최악의 산불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영남 산불이 8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온라인에서는 '산불 현장 소방관 바디캠' 영상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약 16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경상북도 119' 조끼를 착용한 소방대원들이 거센 바람을 뚫고 화염과 마주한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는 화마로 붉게 물든 하늘 아래 강풍이 몰아치자 검은 연기와 파편이 뒤엉키고, 그 속에서 소방대원들이 몸을 낮추거나 주저 앉는 장면이 담겼다. 또 "어, 조심!", "온다, 온다, 온다, 온다!" 등 긴박한 외침도 들린다.
 
이 영상은 28일 오전 기준 조회수 73만 회를 넘기며 빠르게 퍼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목숨 걸고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님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이분들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된다" 등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자신을 지역 소재 소방관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동료반장님과 거의 탈진상태"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산불) 너무 힘들다. 어떻게 24시간을 버티지"라고 적었다. SNS 캡처
 
탈진한 소방대원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화제를 모았다.
 
자신을 소방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요즘 산불이 하루에 30건씩 난다. 이럴 땐 소방관인 게 너무 힘들다"며 "동료 반장님과 거의 탈진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26일 직접 사진을 공개했는데, 방화복을 반쯤 벗은 채 현장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있는 소방대원들의 모습이 담겼다.
 
누리꾼들은 "부디 다치지 않게 몸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셔라", "남동생도 소방관인데 지금 3일째 잠도 못 자고 탈진상태라고 한다", "제발 비가 좀 내렸으면…노고와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안타까움과 응원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각종 SNS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물품이나 현금 등을 기부하겠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전주 지역 누리꾼은 "대형 밥차를 준비해 2박 3일 봉사를 다녀오겠다"고 밝혔고, 식품 판매업체 대표는 "식사대용 쌀 음료 수천 병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A씨도 총 2천개 이상의 빵과 음료를 방문 기부하며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A씨는 28일 노컷뉴스에 "산불나고 사람들이 SNS에 후원·기부하시는 걸 보고 저도 가만히 있을 순 없겠다 싶었다"면서 "가장 필요한 곳에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의성종합운동장, 청송군청, 청송국민체육센터 등 이재민 대피소 및 소방본부를 직접 방문하며 기부한 A씨는 방문했다면서 "빵과 샌드위치가 간편식이다보니 소방대원분들이 너무 좋아해주셨고, 힘들어보이시는 어르신들도 갖다드리니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불 내놓고 어디가냐” 의성 산불 최초 목격자의 증언

입력2025.03.28. 오후 9:11  
수정2025.03.28. 오후 9:27
 기사원문
문준영 기자이명익 기자
 
 
3월28일 의성 산불 최초 목격자 김정호씨가 발화지인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 일대 야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3월22일 시작된 의성 산불은 역대 가장 참혹한 상흔을 남겼다. 이번 산불은 한 성묘객의 불씨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 야산에서 발생한 불씨는 강풍을 만나며 인근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당시 산불을 최초로 확인한 인물이 바로 괴산1리 이장 김정호씨(57)다. 김 씨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산불을 일으킨 성묘객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인물이기도 하다. 〈시사IN〉은 김 씨와 만나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해 들었다.

3월22일 의성 산불의 발화자로 추정되는 성묘객과 마주쳤다.

과수원에서 한참 일하던 중이었다. 오전 11시28분경 군청 산림과에서 급히 전화가 왔다. 산불이 났다면서 현장에서 확인해 줄 수 있냐고 하더라.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찾아갔는데, 농로 한편에 짙은 군청색 BMW 차량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고, 그 옆에 한 여성이 서 있었다. 산소에 왔다고 하더라. 산불이 났으니 어디 가지 말라고 말하고 연기가 나는 산 정상 방면으로 올랐다. 3분의1 지점까지 올랐는데, 맞은 편에서 뛰어 내려오는 두 사람과 마주쳤다. 젊은 여자와 나이 든 남성이었다. 두 사람이 발화자일 것 같다는 직감이 왔다.

그 직감이 맞았나?

“불을 내놓고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남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두 사람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뒤따라 내려갔다. “현장 이탈하면 더 큰 책임감이 따를 거다. 이따 의용소방대가 출동할 것이니 여기서 안내하던가 해라”라고 말했다. 성묘객 일행들이 그러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길가에서 가장 처음 봤던 여성이 발화자의 부인이었다. 부인이 울먹이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남편에게 묻더라. 나는 발화자를 인계해달라고 파출소장에게 전화했다.

김정호씨는 3월22일 오전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 직접 방문해 확인하고, 소방과 파출소에 신고했다. ©시사IN 이명익

그리고 다시 산에 올랐는데, 이때 산불의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

산소, 즉 발화지점은 산 정상에 있었다. 도착해보니 산 능선 반대 방향으로 불이 번지고 있었다. 최초 현장 도착 당시 1000평(약 3300㎡) 이상 불타고 있었다. 나도 의용소방대원이다. 나무 몇 그루 불타는 수준이었다면 초동 진압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현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헬기가 와야 할 것 같았다. 의용소방대 총무부장에게 전화해 헬기와 소방대원을 지원 요청하라고 말했다. 사실 헬기는 비교적 빨리 떴다. 제일 무서운 건 바람이었다.

당시 바람이 얼마나 불고 있었나?

바람이 산에 부딪히면서 불이 걷잡을 수도 없이 (산꼭대기 너머로) 넘어가 버렸다. 산 아래쪽은 활엽수가 많지만, (처음 불이 붙은) 산 위쪽에는 소나무가 많이 자랐다. 소나무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거다.

이렇게 큰 불로 번질 것이라 생각했나?

이렇게 큰 재앙으로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생지옥이었다. 온 산이 벌겋게 변했다. 일주일 내내 면 소재지 전체가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 그 정도로 심했다. (불이 붙지 않아 나무가) 남은 산이 얼마 안 된다.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은 산불의 무서움과 그 고통을 모른다. 어제도 밤늦게까지 산불 진화하느라 파김치가 되었다. 집에 들어가면 곪아 떨어진다. 일주일째 계속 그런 밤을 보냈다.

오늘(3월28일) 오후 5시, 의성 산불의 주불이 발생 149시간 만에 진화되었다는 속보가 떴다.

잡혀서 다행이다. 우리는 산림이 인접해 있으니까 홍보도 잘 되어 있고 경각심도 잘 갖추고 있다.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안다. 그래서 늘 조심한다. (마을에서) 쓰레기만 태워도 곧바로 벌금 30만 원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도시 사람들은 산불의 공포나 위험을 잘 모를 것이다. 우리 동네는 무덤덤하다. 당할 거는 이미 다 당했으니까. 이제 일상생활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

3월28일 경북 의성군 안평리 괴산1리 야산 깊숙한 곳에 산소가 위치해 있다. 이번 의성 산불은 이곳에서 한 성묘객이 붙인 불씨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사IN 이명익
 
3월28일 경북 의성군 안평리 괴산1리 야산 깊숙한 산소에 노란색 경찰 폴리스 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산불은 사진에서 보이는 산소 위로 번져 의성군 전체로 퍼져 나갔다 ©시사IN 이명익

이명익 기자·문준영 수습기자 sajinin@sisain.co.kr

경북 의성 산불 현장, 야간 드론 영상 보니...

https://youtu.be/wsVq9DTnrKE

역대 최악 '괴물 산불'…"처벌이 너무 약해요", 사실일까?[노컷체크]

핵심요약
성묘객 실수로 시작된 의성 산불, 경북 전체로 확산
작년 산불 원인 '사람 부주의'가 78%
"산불, 처벌이 너무 약해요"…'처벌 강화' 국민청원도 등장
법령·판례 따져보면…"민사상 손해배상도 봐야"
판정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 가운루를 비롯한 건물들이 전날 번진 산불에 모두 불에타 흔적만 남아 있다. 이번 화재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소실됐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청송 등지로 확산하면서 사망자만 20명을 넘어서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괴물처럼 빠른 확산 속도를 보이는 이번 산불이 성묘객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 수사와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산불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과연 사실일까.

노컷뉴스가 관련 법령과 판례,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팩트체크 해봤다.

산불 원인 78% "사람 부주의"인데…"처벌이 너무 약하다"?

산림청과 소방청에 따르면, 국내 산불 원인의 절반 이상은 '사람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발생한 782건의 산불 중 608건(78%)가 실화나 소각 등 부주의로 인한 것이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처벌이 너무 약하다", "처벌을 솜방망이같이 하니 이런 일이 계속 생긴다"는 부정적 반응과 함께 처벌 강화 요구가 나온다. 급기야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산림청과 소방청에 따르면, 국내 산불 원인의 절반 이상은 '사람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이런 배경 속에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처벌이 너무 약하다", "처벌을 솜방망이같이 하니 이런 일이 계속 생긴다"는 부정적 반응과 함께 처벌 강화 요구가 나온다. 사진은 한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 캡처
 
정말 '솜방망이 처벌'일까?
 
현행 산림보호법은 실수로 산림에 불을 낼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의 방화일 경우 형량은 더 무겁다. 자기 소유 산림에 불을 지르면 5년 이상 15년 이하, 타인 소유 산림에 불을 지르면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문제는 산불 특성상 발화 원인 파악이 어렵고, 실화자를 특정하거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가해자 검거율은 △2021년 37.8% △2022년 31.7% △2023년 43.5%로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설령 실화자를 특정하더라도, 초범이거나 과실 등의 사정을 고려해 형사처벌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2017년 강릉 옥계에서 담뱃불 실화로 불을 낸 부근 주민 2명은 재판 끝에 각각 징역 6개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적극적…솜방망이라고 할 수 없어"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에 산불 불씨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이 불을 끄기 위해 소방호스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형사처벌 외에도 실화자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강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제성)는 26일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실화의 경우 형사처벌은 대부분 집행유예지만, 민사적 배상 책임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솜방망이라고 말하기에는 약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최근엔 정부가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2016년 충북 충주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다 임야 53ha를 태운 60대는 8천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고 2015년 강원 삼척의 산불에선 집주인에게 1억 9천만원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이 변호사는 "(산불은) 대부분 실수로 벌어진 교통사고 같은 일이기에 실화자가 적극적으로 끄려 하거나 신고한 정황이 있다면 '실화책임법'에 따라 감경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고의로 낸 산불이라면 형량은 굉장히 세게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울산에서 37차례에 걸쳐 산불을 낸 연쇄방화범 '봉대산 불다람쥐' 김모 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과 손해배상금 4억 2천만원을 선고받았다.

미국도 한국과 형량 기준 비슷…다만 '징벌적 손해배상'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이 산불에 폐허가 돼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해외에서도 산불에 대한 처벌 수위는 가볍지 않다.

대표적으로 올해 초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고의적인 방화는 최대 6년의 징역형에 처해지고, 실수로 인한 실화 역시 최대 3년 징역 또는 1만 달러 이하 벌금형이 적용된다. 형량 기준만 놓고 보면, 한국의 법이 유독 '솜방망이'라는 지적은 과장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존재해, 실화의 경우라도 행위가 현저히 부주의하다면 민사상 책임이 더 무겁게 부과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강대규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우리나라에 산불 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없지만, 위자료 부분에서 재판부가 금액은 높게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며 "화재 진압 및 대응 비용도 구상금 청구 형태로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또 "최근들어 우리나라의 산불 화재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기술 발달로 범인 특정이 용이해졌고 손해에 대한 측정도 명확해졌다"고 덧붙였다. 

산불 '진화대원' 순직에 현직 소방관 분노…왜?[오목조목]

CBS노컷뉴스 최보금 기자2025. 3. 24. 17:30
 
지금 이 순간 뜨거운 소식을, 오목교 기자들이 오목조목 짚어 봅니다.
전국 곳곳에서 사흘째 대형 산불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남 산청 산불을 진화하던 예방진화대원과 공무원이 숨진 사고를 두고 '예견된 비극'이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사실상 '고령자 일자리 사업'으로 전락한 제도의 한계와 함께, 대원들에 대한 열악한 장비와 교육 실태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면서 이번 희생도 이런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 사흘째인 23일 시천면 중태마을에서 산불진화대원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산청에서 산불을 진화하던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예방진화대원)과 공무원이 숨진 사고를 두고 '예견된 비극'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24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총 8733ha(축구장 1만2천 개 면적)의 산림이 불탔다. 이 과정에서 창녕군 소속 예방진화대원 3명과 공무원 1명이 숨지는 등 총 13명(24일 오전 9시 기준)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 930번 지방도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자신을 현직 소방관이라고 밝힌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A씨는 "산불 진화대원 관련해 정말 화가 난다"며 열악한 장비와 교육 실태를 고발했다.
 
그는 "방화복도 없이 맨몸으로 (산불 현장에) 가는데 정말 위험하다"면서 "강풍 속 대형 산불은 퍼지는 걸 막기 어려운데, 안전거리 확보하면서 물만 뿌리다가 본인이 위험할 것 같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라고 지적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지상 진화인력으로는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전문인력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각 지방산림청 및 지자체가 운영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있다. 이번에 숨진 진화대원 3명은 모두 창녕군 소속 예방진화대원들이다.
 
보통 5개월 정도 단기 계약직으로 선발하는 예방진화대원들은 평소에는 산불 예방 활동을, 화재 발생 시엔 진화 작업에 투입된다. 산불 관련 자격이나 교육 이수자의 경우 우대가 적용되지만, 기본적으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의 신체 건강한 국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24일 오전 경남 산청 산불로 숨진 희생자 4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창녕군 창녕읍 창녕군민체육관에서 추모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이들이) 방화복도 없이 맨몸으로 가는데 정말 위험하다"면서 "일반직 공무원들 화재진압에 대해 잘 모르는데 무조건 위에서 투입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지방직 공무원으로서 과거 대형산불 현장에 투입된 적 있다고 밝힌 B씨도 "보호 장비 전혀 없이 등짐 펌프 하나 메고 잔불 끄는 긁개 하나 들고 투입됐다"면서 "저렇게 바람 많이 불고 산불이 확산되는데 올라가서 어떻게 끄나. 진짜 위험했다"고 증언했다.
 
경남 산청군 지역 산불 발생 나흘째인 24일 오전 산림청 헬기가 산청군 단성면 일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농촌·산간 지역의 급속한 고령화 탓에 이 인력들 역시 빠르게 노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기준 예방진화대 평균 연령은 61세, 일부 지역에서는 67세에 달했다. 일각에선 고강도 체력을 요구하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론 고령자 일자리 사업으로 전락해 이번 희생도 이런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정석 산불방지정책연구소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자리 사업 일환으로 추진돼 고령화되다보니 초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교육 현장을 가보면 교육을 시키는 분이 오히려 교육을 받아야 할 수준"이었다며 "교육 훈련이나 장비들이 전혀 갖춰지지 않고, 또 자기 체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분들을 현장에 투입하다 보면 이번 사고는 주관 부서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에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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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보금 기자 gold9608@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