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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前 美대사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일을… 계엄 직후 심각한 우려”
무궁화9719
2025. 2. 1. 18:23
골드버그 전 주한미대사 "북미대화, 한미간 조율속에서 이뤄져야"
"비상계엄은 엄청난 실수…민주국가서 설명 안 되는 비민주적 행동"
25.02.02 10:53l최종 업데이트 25.02.02 10:53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송상호 특파원 = 필립 골드버그(68) 전 주한 미국 대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미대화를 진행할 경우 그 과정에 한미간의 대화와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퇴임 후 뉴욕에 거주중인 골드버그 전 대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합뉴스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언급하고, 북미 정상외교 재추진 의향을 피력한 데 대해 "현재까지 나온 것은 발언이지 정책이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대북정책이 수립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북미외교 전망에 대해 "비핵화가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면 북한을 '핵 국가'(nuclear state·공인 핵보유국)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협상하자마자 서두에 '제재를 해제할테니 완전한 비핵화와 교환하자'는 식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나 우리는 그런 일(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의 교환)이 일어나기 전에 우선 (북미 간)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며 "그것(북미대화)은 한국 정부와의 대화와 조율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과 관련한 예측 불가성에 대해 한국이 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2019년 2월) 이후 북한이 (북미대화 등에 대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관계를 고려할 때, 그 모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외교, 우리의 군사 및 안보, 경제 관계 등에 있어 모든 돌발 상황과 시나리오에 대비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우리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측면은 매우 강력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중 일부 요소는 예측할 수 없으며 정확히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 강화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하려 할 경우 한미간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주한미군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고 있으며, 한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며 "(한국민 보호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은 협상이 필요하며 미국과 한국 간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3국 협력의 논리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의 안보도 다루고 있다"며 "민주주의 국가이자 동맹국으로서 우리는 한반도를 넘어서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존 협정에 따라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위해서는) 양자 또는 한미일 간에 또 다른 합의나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2010년 미 국무부의 유엔 대북 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으로서 대북 제재 이행을 총괄하고 국제 협력을 조율했던 그는 대북정책 담당자들에게 '겸허함'(humility)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외교 주창자와 강경노선 주창자 중 어느 쪽도 성공했다고 하기 어렵다며 "북한과 김정은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의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대사 시절 최후반에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겪었던 골드버그 전 대사는 계엄에 개인적인 평가 질문에 "엄청난 실수(huge error)라고 느꼈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분명히 비민주적인 행동"(undemocratic act)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 하의 한미 외교 당국간 소통 수준에 대해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1년반 가까이 있었던 주한미국대사 공백 상황 끝에 2022년 7월 부임해 지난달 7일 이임할 때까지 한미동맹 및 한미일 3각 안보 공조 체제 강화에 일조했다.
보스턴 출신으로 36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재직한 그는 주한대사 부임 전 주볼리비아 대사(2006∼2008년), 국무부 정보 및 연구 담당 차관보(2010∼2013년), 주필리핀 대사(2013∼2016년), 주쿠바 대사 대행(2018년), 주콜롬비아 대사(2019∼2022년) 등을 역임했다.
jhcho@yna.co.kr, sshluck@yna.co.kr
지난달 퇴임 후 뉴욕에 거주중인 골드버그 전 대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합뉴스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언급하고, 북미 정상외교 재추진 의향을 피력한 데 대해 "현재까지 나온 것은 발언이지 정책이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대북정책이 수립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북미외교 전망에 대해 "비핵화가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면 북한을 '핵 국가'(nuclear state·공인 핵보유국)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협상하자마자 서두에 '제재를 해제할테니 완전한 비핵화와 교환하자'는 식으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나 우리는 그런 일(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의 교환)이 일어나기 전에 우선 (북미 간)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며 "그것(북미대화)은 한국 정부와의 대화와 조율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과 관련한 예측 불가성에 대해 한국이 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2019년 2월) 이후 북한이 (북미대화 등에 대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관계를 고려할 때, 그 모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외교, 우리의 군사 및 안보, 경제 관계 등에 있어 모든 돌발 상황과 시나리오에 대비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우리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측면은 매우 강력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중 일부 요소는 예측할 수 없으며 정확히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 강화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하려 할 경우 한미간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주한미군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고 있으며, 한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며 "(한국민 보호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은 협상이 필요하며 미국과 한국 간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3국 협력의 논리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의 안보도 다루고 있다"며 "민주주의 국가이자 동맹국으로서 우리는 한반도를 넘어서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존 협정에 따라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위해서는) 양자 또는 한미일 간에 또 다른 합의나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2010년 미 국무부의 유엔 대북 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으로서 대북 제재 이행을 총괄하고 국제 협력을 조율했던 그는 대북정책 담당자들에게 '겸허함'(humility)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외교 주창자와 강경노선 주창자 중 어느 쪽도 성공했다고 하기 어렵다며 "북한과 김정은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의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대사 시절 최후반에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겪었던 골드버그 전 대사는 계엄에 개인적인 평가 질문에 "엄청난 실수(huge error)라고 느꼈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분명히 비민주적인 행동"(undemocratic act)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 하의 한미 외교 당국간 소통 수준에 대해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1년반 가까이 있었던 주한미국대사 공백 상황 끝에 2022년 7월 부임해 지난달 7일 이임할 때까지 한미동맹 및 한미일 3각 안보 공조 체제 강화에 일조했다.
보스턴 출신으로 36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재직한 그는 주한대사 부임 전 주볼리비아 대사(2006∼2008년), 국무부 정보 및 연구 담당 차관보(2010∼2013년), 주필리핀 대사(2013∼2016년), 주쿠바 대사 대행(2018년), 주콜롬비아 대사(2019∼2022년) 등을 역임했다.
jhcho@yna.co.kr, sshluck@yna.co.kr
[단독]前 美대사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일을… 계엄 직후 심각한 우려”[데스크가 만난 사람]
이정은 부국장2025. 1. 9. 03:01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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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사진)는 불법 계엄이 선포됐던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을 대통령실 인사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계엄에 대해 심각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했고 그것이 한국의 평판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퇴임을 하루 앞둔 5일 현직 신분으로는 마지막으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내용의, 내가 들은 계엄 포고령 내용에 반대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측과의 접촉에 어려움을 겪다 가까스로 연결된 대통령실 인사와의 통화였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상황을 경고하고, 미국 워싱턴에서 신속하게 성명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엄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이었다”며 밤을 새워 한국 측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본국과 교신했던 당시의 긴박한 대응 과정을 설명했다.
“고함치며 반대한 韓 계엄… 헌법적 절차 따른 해결 역량 믿는다”
韓계엄, 일어나지 않았길 바란 불행… 민주주의와 헌법 작동 역량 믿어
‘상종 못할 정부’ 발언은 지어낸 허위… 北 오판, 도발 가능성에 지속적 대비
한미동맹, 정권 바뀌어도 초당적 지지… 韓에서 대사 마무리 영광, 최선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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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령이 선포되던 밤,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외교부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이 외교부 인사가 통보하듯 읽어내린 계엄 관련 성명서. 퇴임까지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그의 마지막 한 달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임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35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콜롬비아, 필리핀, 쿠바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의 대사로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상대해 온 그였다. 극적인 순간들을 수없이 겪어낸 국무부 최고위 ‘경력대사’다. 그런 골드버그 대사에게조차 한국의 계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충격적 상황이었을 것이다.》
골드버그 대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5일 저녁 서울 중구의 대사관저를 찾았을 때 그는 짐을 싸고 있었다고 했다. 워싱턴으로의 출국을 단 하루 앞둔 날이었건만 미처 떠날 준비를 다 하지 못한 듯했다. 고별파티 대신 방한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수행하면서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업무로 마지막 일정을 채웠다. 골드버그 대사는 “계엄은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라는 불행한 사건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한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는 계속 작동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인들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계엄 사태는 70년 넘게 동맹을 유지해 온 미국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혼란이었을 것 같다. 정치적 후폭풍도 거세지고 있는데….
“슬픈 사건이고 슬픈 시기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매우 신속하고 초당적인 (계엄 해제) 조치를 취했고, 두 번째 표결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혼란이 발생했고 정치적 분열이 존재한다. 민주적이고, 헌법적이며, 평화로운 방식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들이다. 그 과정에서 부침을 겪겠지만 이 모든 상황이 종료됐을 때 내가 언급한 이 원칙들은 지켜져 있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대사로서 겪은 ‘계엄의 밤’은 어떤 것이었나.
“외교부의 누군가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 관련 성명서(statement)를 읽어줬다. 나는 이의를 제기했고, 반대를 표명했다. 이어서 대통령실의 누군가와 통화했는데 그는 계엄과 관련해 아는 게 없어 보였다. 나는 심대한 우려를 표시했고,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계엄이 한국의 명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 중 고함을 질렀냐’는 질문에 답변이 끊겼다. 10초 넘게 침묵하던 골드버그 대사가 “조금 그랬다”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을 때 그의 표정은 단호해져 있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계엄 다음 날 곧바로 영문 웹사이트 메인 화면에 적색 경보(Alert)를 띄웠다. 같은 날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심각하게 오판했다”는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의 비판이 나왔다. 동맹국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강경한 조치였다.
―대사가 윤석열 정부에 대해 ‘상종 못 할 사람들’이라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는 한국 국회의원의 발언이 나왔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이에 대해 ‘완전히 틀렸다’는 설명 자료를 냈다.
“계엄 선포 후 며칠간 많은 소문이 돌았는데, 많은 것이 나 혹은 대사관, 파이브아이즈 등을 출처로 한 것이었다. 모두 지어낸(all made up) 허위 내용이었다. 이런 헛소문은 멈춰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내가 본국에 보고한 내용을 국회의원이 도대체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더구나 내가 보고한 내용도 전혀 아니었다. 우리가 하는 일과 말에 대해 이런 식의 허위 정보를 지어내서는 안 된다는 나의 뜻이 분명하게 전달되기를 원했다.”
―그렇다면 대사가 본국에 보고한 실제 내용은 어떤 것들이었나.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논의들이 있었다. 미국인들에게 상황을 경고하고, 워싱턴에서 신속하게 성명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의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것이었다. 초기 몇 시간 동안 우리가 아는 모든 이들이 경계 상태를 갖출 수 있도록 대사관 내 조직을 정비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그날은 밤을 새웠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미국 측을 ‘오도(mislead)’하기 싫어서 전화를 안 받았다고 했는데, 급박한 상황에서 연락이 안 된 건 문제 아닌가.
“조 장관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사실 그에게 직접 전화를 하진 않았다. 조 장관이 나에게 콜백하지 않은 것을 그런 식으로 말한 게 아닌가 싶다. 당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느꼈기에 우리에게 연락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 듯하다. 그날 밤, 내가 앞서 말한 두 통의 전화를 빼면 아무도 전화를 안 받은 건 사실이다. 다만 모두가 일종의 ‘쇼크’ 상태였을 것이기에 너무 비판적으로 볼 생각은 없다.”
―주한미군과 협력해야 할 한국군 수뇌부 상당수는 구속 기소돼 리더십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다. 계엄이 촉발한 혼란 상황에서 북한이 오판하고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나.
“일부 군 인사들이 계엄으로 기소됐지만 합참의장과 다른 수뇌부는 그대로 있고, 공석이 된 자리는 대행이 신속하게 채웠다. 주한미군과 연합사령부, 유엔군사령부는 한국의 군 지도부와 계속 접촉하고 있다. 우리는 그 어떤 사태에도 준비돼 있고,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맞서 지속적인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12·3 이후 지금까지 한미 동맹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화해도 영향이 없다고 보나.
“그런 일 자체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민주주의를 고쳐 나가려는 우리의 시도는 불완전하게나마 결국은 이뤄진다고 믿는다. (한국인들이 느끼는) 두려움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인들을 신뢰하고, 민주적 헌법적 기관들이 작동할 역량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올해 한국에서 다시 대선이 치러져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면 한미 관계나 한미일 협력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일각에서도 나오는데….
“한국인의 70∼80%가 미국에 우호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안보는 물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과 비즈니스 등으로 확장해가는 이 강력한 동맹을 지켜나가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양국의 동맹은 한국 민주당을 포함해 양국의 엄청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몇 주 전에 민주당 대표를 만났을 때 그는 한미일 3자 협력 및 일본과의 양자 협력 관계를 지지한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면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는 식의 인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동맹이 소중하다지만, 거리 시위에 성조기가 나부끼는 게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나.
“완전히 이해되는 건 아니다. 다만 시위에 참여한 보수 지지자들의 상당수는 나이가 있는 분들이다. 그들은 전쟁을 겪은 세대이거나, 전쟁을 겪은 이들의 자녀일 것이다. 이것과 상관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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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소위 ‘트럼프 리스크’가 닥쳐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방위비분담금 증액,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지원 철회 등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나.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직접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다만 양국 기본 관계의 바탕은 강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외교 활동에 도전이 되는, 지금과는 다른 정책들이 나오겠지만 경제와 안보의 기본 관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실제 상황이 전개되면 ‘비핵화’ 목표가 유지될 수 있을까.
“비핵화는 트럼프 1기 행정부를 포함한 미국의 지속적인 정책 목표였다.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비확산과 평화, 안정을 위해 중요한 목표다. 러시아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자신들이 지지해 왔던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겠다고 할 때까지는 거의 모든 나라가 동의했다. 비핵화 목표는 유지되겠지만 달성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예정했던 인터뷰 시간이 훌쩍 지났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제 남은 짐을 싸야겠다”며 일어섰다. 그제야 물어본 퇴임 소감에는 “긴 경력을 이제 끝내는 것이 행복하고 슬프고 만족스럽다”고 했다. “지난 한 달은 분명히 어려운 시기였지만, 마지막 부임지인 한국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대사로 근무한 것은 정말로 큰 영광이었다”고 했다. “정말로 멋지고 친절했던 한국 사람들이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는 여운이 짙었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69)
△2006∼2008년 주볼리비아 대사
△2009∼2010년 유엔 대북제재 조정관
△2010∼2013년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차관보
△2013∼2016년 주필리핀 대사
△2018년 주쿠바 대사대리
△2019년 8월 주콜롬비아 대사
△2022년 7월∼2025년 1월 주한 미국대사
이정은 부국장 lightee@donga.com
백악관 “한국 상황에 계속 공개적 발언”…윤 대통령 견제 의지 피력
설리번 “계엄 선포, 모든 곳에 경종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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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깊은 우려”를 다시 표현하며 한국 상황에 대해 계속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현지시각)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연설한 뒤 한국 상황에 대한 질문에 “한국 민주주의는 견고하고 회복력이 있다”며 “우리는 계속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한국의 상대방들과 개인적으로도 간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엄 선포는 우리에게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드라마틱한 발표는 워싱턴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경종을 울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설리번은 또 “우리는 한국의 민주적 제도가 적절히 작동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한국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정한 뒤 윤 대통령이 이를 따르는 절차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의 다른 모든 곳들과 마찬가지로 계엄 선포를 텔레비전 발표로 알았다”는 미국 행정부 입장도 다시 밝혔다.
특히 백악관이 한국 상황에 대해 계속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밝힌 것은 윤 대통령이 다시 반헌법적 행동을 할 가능성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민주주의 회복의 가장 강력한 사례들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계속해서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의 이런 태도와 기류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국 국방부가 한-미가 4~5일 워싱턴에서 열기로 한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핵협의그룹(NCG) 도상연습(TTX)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전날 밝힌 배경에도 이런 불만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의원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인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어 “세계는 민주주의와 법치가 승리하도록 신속히 행동한 한국인들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들의 회복력을 목격했다”고 했다. 또 “한국 지도자들이 다음 조처를 고려할 때 헌법에 따라 한국인들의 뜻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ebon@hani.co.kr
日 아사히신문·美 뉴욕타임스도 지적한 尹의 '유튜브 중독'
금준경 기자2025. 1. 9. 20:52
아사히신문, "유튜브 아닌 언론에 주의 기울이라는 조언에 분노"
뉴욕타임스, "알고리즘 중독에 의한 최초의 내란" 발언 인용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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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도 윤석열 대통령의 '유튜브 중독' 문제를 다뤘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7일 전직 장관 등을 취재해 윤석열 대통령이 유튜브에 빠졌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무리한 국정 운영이 언론 등에서 비판받기 시작하자 윤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극우 유튜브 방송에 빠져든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관계자는 “관료들은 (윤 대통령에게) 유튜브만 보지 말고 주요 언론의 논조에 주의를 기울여 여론 경향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윤 대통령은 고함을 지를 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 관계자를 인용해 “윤 대통령은 (소맥을) 가득 따라 20잔 정도 마셨다”며 취하면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인사들도 비난했다고 했다. 총선 이후 주량이 늘었고 계엄을 언급하는 빈도도 늘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보수 유튜버들은 한국의 선거 결과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저질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면서 터무니없는 선거부정 음모론에 정신을 잃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조갑제씨의 발언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음모론을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우익 유튜버가 퍼뜨린 온라인 선동 정치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면서도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상황을 둘러싼 혼란을 부추겨 열성적인 신봉자들이 대거 거리로 나서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여러분의 투쟁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서한을 보낸 사실을 언급했다. 홍성국 칼럼니스트(전 민주당 의원)는 뉴욕타임스에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은 알고리즘 중독으로 인해 시작된 세계 최초의 내란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CNN은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을 언급하며 “한국 유튜브 등에서 널리 퍼진 보수 음모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피켓에 내건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 구호에 관해 CNN은 “음모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 슬로건”이라고 했다. 'STOP THE STEAL'은 미국 선거부정 음모론을 믿는 이들이 내건 구호였다.
[뭐라노] 넘치도록 따라서 새벽까지…대통령의 ‘폭탄주’
권혁범 기자2025. 1. 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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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칠 듯 따른 소맥 20잔으로 자주 새벽까지 달렸다.” “유튜브 좀 그만 보랬더니, 버럭 화를 내더라.”
일본 아사히신문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생활’을 비교적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전직 장관과 측근, 여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겁니다. 우선 외국 신문이 한국 대통령의 사사로운 일상을 훤히 들여다본 것이 적절한지 따져볼 만합니다.
그러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우리 국민은 부끄럽습니다. 주변 관리라도 확실하게 해서 이런 말이 새 나가지 않게나 하든지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망신’입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연일 전 세계가 한국을 쳐다보는데, 무너진 국민의 자존감은 어떻게 회복하나요.
아사히신문 기사를 보시죠. 윤 대통령은 여당이 참패한 지난 4·10총선 전후 회식에서 ‘계엄령’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전한 전직 장관은 “윤 대통령이 스트레스가 너무 쌓인 끝에 하는 농담 정도로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즈음 술자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폭’을 20잔씩 마시곤 했다네요. 애주가라고 소문났지만, 엄청난 주량입니다. 이 전직 장관은 “보통은 소주와 맥주를 컵에 반 정도 따르는데, 윤 대통령은 잔이 넘칠 듯이 술을 가득 따랐다. 그렇게 해서 항상 20잔 정도를 마셨다”고 했습니다. 이런 술자리가 잦았던 것으로 넉넉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술자리는 종종 새벽까지 이어졌고, 이 때문에 대통령 전용 시설 경비를 담당하는 이들이 장시간 근무에 대해 푸념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술이 돌기 시작하면 주로 야당 쪽을 비판하다가 여당 정치인을 흉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 방송에 심취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측근 중 한 명은 아사히신문에 “대통령이 자주 쓰는 ‘반국가 세력’이라는 단어는 정치인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며 극우 유튜버의 표현을 따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고 보수 언론까지 등을 돌리자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 방송을 ‘도피처’로 선택했다는 해석도 제기됐습니다. 윤 대통령 주변의 일부 인사가 “유튜브만 보지 말고 주요 언론의 논조에 관심을 기울여 여론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윤 대통령은 귀담아듣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고 아사히신문이 옮겨 썼습니다.
‘유튜브에 마음을 빼앗긴 대통령’은 또 다른 외신에도 소개됐습니다. 얼마 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과 극우 유튜버의 밀접한 관계는 널리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2022년 취임식에 수십 명의 극우 유튜버를 초청했으며 최근 관저 앞 집회에 참여한 극우 성향 지지자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NYT는 “윤 대통령에겐 ‘태극기 부대’가 있다. 윤 대통령 지지층은 주로 고령자와 개신교 신자들로 이뤄진 태극기 부대로 불린다”며 “이들은 미국과 동맹 강화를 강조하고 진보 정치인을 ‘친북’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에게 윤 대통령 수호는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종북주의자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것과 동의어로 여겨진다”고 분석했습니다.
NYT는 특히 “윤 대통령과 우익 유튜버들은 한국의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시 부정선거를 조사하기 위해 군인들을 중앙선관위에 투입했다”며 비상계엄의 배후 중 하나로 극우 유튜버를 에둘러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외신에도 탈탈 털렸습니다. 윤 대통령의 술버릇, 생활 습관, 사고방식이 작동하는 알고리즘까지. 아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