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돌아온다, 북미 정상회담도 돌아오나?
트럼프가 돌아온다, 북미 정상회담도 돌아오나?
트럼프 2.0의 현실주의와 동북아시아 평화
중국과 대적하기 위해 북한과 손잡을 수 있다?
헤리티지 재단 ‘프로젝트 2050’ “대중국 집단방위”
미국우선정책연구소 “오늘의 적은 내일의 동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대다수의 전문가와 언론이 예상했던 박빙이 아니었다. 그는 선거인단 수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투표수에서도 민주당 해리스 카멜라 후보를 눌렀고,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더불어서 하원과 상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강세를 보인 덕분에, 차기 트럼프 정부는 공화당이 다수를 장악한 상·하원의 지원을 받아 ‘트럼프 표’ 정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할 태세다.
트럼프 정부 2.0은 과연 어떤 정책들을 추진할 것인가? 그의 정책들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최근 쏟아져 나오는 분석들은 트럼프의 개인적 성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라는 인물이 워낙 성격이 독특하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의 '거래주의'적 성향은 미국 대통령직에 집중된 힘 덕분에 전 세계를 뒤흔들 파급력을 갖게 된다. 이미 트럼프 1.0 정부에서 방위비 분담금 요구나 관세전쟁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던 경험이 있다. 그러니 트럼프 2.0에서는 재선에 연연하지 않을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마음대로 세상을 휘저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국가의 정책은 대통령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미국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의 모델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국가는 거대한 관료기구이기도 하고, 다양한 개인과 이해집단이 정책 결정을 두고 경쟁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국가는 세계 속의 여러 국가와 상호작용을 하며 존재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미국도 예외가 아니고, 트럼프 2.0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정부 2.0의 정책과 그 영향을 전망하려면 트럼프 개인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인물과 조직, 미국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MAGA주의: 레이건에서 트럼프로
트럼프 캠페인을 가장 강력하게 받쳐주는 힘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 밑에 집결한 다양한 미국인, ‘MAGA주의자’들이다. 하지만 이 구호는 트럼프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이미 198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레이건 후보가 내세운 것이었다. 그는 베트남 전쟁,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뿐만 아니라 무역 적자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낙담하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희망적 구호를 던졌다. 유권자들이 열렬히 반응한 결과 그는 카터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40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레이건 2기 정권 대소련 정책, 협상 쪽으로 극적 선회
레이건 대통령은 미사일 방어체계인 '별들의 전쟁'을 추진하며 소련과의 군비경쟁을 강화했다.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한 레이건 정부의 정책 때문에 1970년대의 데탕트 시대가 저물고, 동북아시아에서 전쟁 위기가 높아지는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냉전이 심화됐다. 하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재선 이후 2기에서는 대 소련 정책을 극적으로 전환했다. 협상을 통한 군비통제에 힘을 기울여 1987년 중거리 핵전략 조약(INF)을 체결, 중거리 지상발사형 탄도·순항 미사일을 폐기하는 데 성공했다. 또 핵무기를 감축하자고 소련에 제안하여 전략무기 감축조약 (START) 협상을 시작, 1991년 그 조약이 체결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도 했다.
동시에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동맹국을 압박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1981년에는 일본과 자동차 수출을 ‘자발적’으로 감축한다는 협약을 체결,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어서 1985년에는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일본과 독일 등 주요 동맹국과 협상 끝에 미국 달러의 가치를 절하하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를 절상한다는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환율 조작으로 미국의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려는 정치적 합의였다. 이러한 정부의 개입으로 미국의 생산력이 활력을 되찾았는지에 대한 평가는 갈리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이 재생의 전기를 맞이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렇게 냉철한 현실주의에 기초하여 외교안보 정책을 집행했다. 자국의 군사력이 국방의 핵심이지만 적국의 군사력을 협상을 통해서 통제할 수 있으면 이것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한 것이다.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불렀지만 인도적 지원에 인색하지 않았고, 군비통제 조약에 대해서는 “신뢰하지만 검증하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동맹국이 중요하지만 ‘퍼주기’만 하지는 않았다. 동맹국과도 냉정하게 거래했고, 받아낼 것은 힘으로 압박해서도 ‘쟁취’했다.
트럼프 2.0의 현실주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레이건의 이런 구호를 21세기의 MAGA주의자들이 소환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미국 우선주의’나 백인 우월주의 같은 요소들을 걷어내면 트럼프가 추구하는 정책들의 핵심은 레이건이 이미 40여 년 전에 선을 보였던 노선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MAGA주의의 이러한 현실주의는 트럼프 캠페인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의 정책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트럼프 캠페인의 양대 싱크탱크로 볼 수 있는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50과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의 국방정책을 중심으로 분석해보자.
"중국이 가장 현저한 위험”
우선, 프로젝트 2050은 중국을 “가장 현저한 위험”으로 적시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와 자유, 번영에 가장 현저한 위험은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 이외에 가장 강력한 국가다. 중국은 아시아를 지배하려 하는 것이 확실하며, 그 위에서 세계적 우월성을 누리려 한다. 중국 정부가 이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것은 미국의 핵심 이익을 극적으로 훼손시킬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거부 방어’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미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과 위험 수준에서 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국은 혼자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의 방위 분담이 ‘미국 국방전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밝힌다. 즉 미국은 “동맹국이 방위 분담을 증대하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강력하게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 2050은 러시아, 이란, 북한 및 초국가적 테러도 “실재의 위협”으로 지적하면서, 이 위협에 대처하는 데에도 동맹국들의 방위 분담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응한 비핵 방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동맹국과 대만의 방위비 증액과 협력을 지원하여 집단방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비핵 방위에서는 동맹국들의 역할 분담 확대를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의 핵무력을 억제하는 능력은 미국이 행사해야 한다는 점도 확실히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핵무력을 확대·현대화하고, 전술적 차원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신 핵능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또 육군과 해군을 강화해 ‘양대 지역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육군은 5만 명을 늘려야 하고, 해군은 군함 355척 이상을 건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우주전 및 사이버 전쟁에 있어서는 바이든 정부의 방어적 태세를 비판하며 전술·전략적 공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0이 고립주의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전망과는 매우 다른 국방정책이다. 한국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 ‘대북 방어’ 분담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초국가적 테러 등을 포괄한 방위 분담이라는 점도 잘 드러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정부에 방위 분담을 늘려주는 대가로 한국의 독자적 핵능력을 추진하자는 일각의 시각도 ‘우물 안의 개구리’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 2.0이라고 해도 핵무력 패권을 양보할 의사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핵무장을 확대하고 현대화하여 그 지위를 강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안전 위해서는 적국에 유연한 접근 필요”
프로젝트 2050은 이와 같이 미국이 군사력의 최첨단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동맹국에 방위 분담을 강요하여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주의적 안보정책은 미국우선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서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연구소는 안보정책 보고서에서 ‘적국에 접근하는 미국우선주의의 4대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적국과의 관계를 매우 현실적으로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
1. 동맹국뿐만 아니라 적국과도 직접 관여하지 않고서는 미국민을 안전하게 할 수도 없고
세계의 위기를 해결할 수도 없다.
2. 적국과의 관여는 조건을 수반하지, 일방적 양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3. 오늘의 적은 내일의 동맹이 될 수도 있다.
4. 적국의 행동에서의 변화는 의도의 변화와 일치해야 한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여로 미사일 시험을 1년간 중단시켰고, 수십 년 전 전장에서 사망한 미군의 유해를 송환받기도 했다”고 서문에서 밝히며 적국과의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하면서도 외교협상을 통해 군축조약들을 성공시켰던 모습을 상기시킨다.
작은 적으로써 큰 적을 견제한다?
이 보고서는 북한과 같은 적국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전략적 적국인 중국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하는 것이 “현명한 외교 정책”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2.0에서는 중국이라는 ‘가장 현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5년 트럼프 정부 2.0이 공식적으로 출범한 이후 집행할 정책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양한 국내적 국제적 요소들에 의해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2.0을 뒷받침하고 있는 MAGA주의, 그리고 그것을 정책화하고 있는 연구소의 지향점은 명확해 보인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는 위기와 기회의 양면성이 공존한다. 위기를 피하고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연말연시에 숙고해야 할 질문이다.
* 이 글은 지난 11월 26일 기독교사회발전협회 포럼 카이로스에서 발표한 내용 중 한반도 관련 부분만 정리한 것이다. 강의 전체 내용은 다음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https://youtu.be/Ww2IybfsljM?si=Uj38oKZJnhp6jeEp
전쟁광들의 가짜 뉴스, 전쟁하고 싶은 윤석열 정부
조선(북한) 군대의 러시아 파병은 진실인가?
우크라전 참전으로 국면 전환 꾀한 윤석열 정부
북 파병설, 곤경 우크라-미 네오콘-윤정부 고리
가짜뉴스가 만든 베트남 이라크 전 개입 흑역사
분쟁 국가에 무기 수출, 살상 무기 지원 중단해야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정범진 생명평화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조선 군대의 러시아 파병은 진실인가?
“조선의 군대가 러시아에 파병되었다. 규모는 1만 명 이상이다. 고사포와 개인화기를 지급 받고 전장으로 배치되었다... 이미 교전에 돌입하여 몰살당했다.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으로 지휘부 장군 1명이 부상당했다...”
“러시아와 조선이 올 6월에 체결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 사이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각각의 나라에서 비준했을 뿐이다. 아직 조선 군대의 러시아 파병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가짜 뉴스다...”
여기에 더해 2024년 11월 25일 국내의 한 언론사는 한꺼번에 3개의 기사를 내보냈다.
“우크라군 참모총장 ‘쿠르스크 전선에서 북한군과 교전’”, “러 ‘한국 살상무기 우크라 공급시 모든 방법으로 대응’”, “국정원 ‘우크라전 파병 북한군 사상자 발생 첩보...면밀 파악중’”(연합뉴스, 2024년 11월 25일).
또 다른 매체는 미 국방부의 입을 빌어 조선 군대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사실이 아니라는 소식을 전했다(통일뉴스, “미 국방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징후 없어’”, 2024년 11월 26일.)
조선의 군대가 러시아에 파병되었는지에 대한 사실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 중이다.
조선 군대의 러시아 파병설은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발언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후 대한민국의 국가정보원이 이를 사후적으로 확인하고, 미국과 나토는 시차를 두고 점차 조선 군대의 러시아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독자적 전쟁 수행 능력이 없는 우크라이나는 취임하는 즉시 전쟁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한 트럼프의 등장으로 전황상의 불리함, 지원국들의 피로감이 더해지며 더욱 곤경에 처했다. 조선 군대의 러시아 파병설은 국면 전환을 바라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국가 미국의 네오콘, 그리고 정치적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을 묶어줄 수 있는 주요한 고리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우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만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우크라이나 전쟁 동향과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논의했다. 사진은 한-우크라이나 외교장관회담하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2024.11.26. 외교부 연합뉴스
조선과 한국의 해외 파병 흑역사
아직 조선이 러시아로의 파병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바는 없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참고할 때 미공개라고 해서 조선이 러시아에 파병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실제로 조선군의 해외 파병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꽤 많은 사례가 존재한다. 냉전 시대인 1945년~1994년 사이 조선은 53개국에 군사 지원을 했다. 무기를 지원하면 군의 기술 요원이나 자문단도 파견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53개국은 조선이 군대를 파견한 나라의 수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국공내전, 베트남 전쟁,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분쟁 개입, 미사일 위기 때 쿠바 지원, 3차‧4차 중동전쟁, 앙골라 내전, 자이르 파병, 남미 그레나다‧팔레스타인‧이란 등에 대한 군사 지원 및 개입 등이 대표적이다. 냉전이 끝난 뒤에는 1994년 시리아 내전에 대규모 파병을 한 것 외에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미야모토 사토루,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그 전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IFES 브리프 NO.2024-16, 2024.11.19.; 김용현 외, 김정은 시대 북한사회 100문 100답(서울시; 동국대학교출판부, 2024), pp.94-103.).
한국군의 해외 파병은 잘 알려진 박정희 정권의 베트남 전쟁, 노무현 정권의 이라크 파병 외에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베트남 전쟁에는 연인원 32만 5천 명이 참전해서, 한국군 사망자 5천여 명, 부상자도 1만1천여 명이나 발생했다. 그리고 참전 용사들은 체불 임금 미해결, 전쟁 트라우마, 10만 명 이상이 대를 잇는 고엽제 후유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들 수치 또한 미군 사망자 5만8천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희생자다. 아무런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베트남 전쟁에 남과 북이 한반도를 넘어 이국땅에서 한쪽은 용병으로, 한쪽은 지원군으로 참가하여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이다. 아울러 한국군이 군사작전을 이유로 무고한 베트남 민간인을 학살한 숫자가 확인된 것만 9천여 명이 넘는다. 이에 대한 올바른 진상 규명과 진정한 사과, 제대로 된 보상으로 가는 길은 아직 요원하다. 참전 60년을 넘겼지만 한국 사회에서 베트남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정보 부대에 속한 데니스 실버(49·실버는 부대 내 별칭) 중위가 2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화상 통화로 인터뷰하면서 북한군 러시아 파병 등에 관한 견해를 피력했다. 2024.11.21. 연합뉴스
가짜뉴스가 일으킨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퇴임을 눈앞에 두고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장거리 미사일의 사용 제한을 해제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했고, 러시아는 이에 맞서 핵전쟁 불사를 언급하며 보복에 나서고 있다. 차기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취임하면 곧바로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을 학살하고 자신들의 나라를 세운 이래 20년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쟁을 치르지 않은 해가 없는 국가다. 군인 출신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통탄했듯이 미국을 움직이는 힘은 전쟁을 만들어내는 군산복합체에서 나온다.
과거에 무기는 전쟁에서 싸우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무기를 팔기 위해 전쟁을 한다. 전쟁으로 먹고 사는 나라 미국은 전쟁을 하기 위해 정보의 조작과 왜곡은 물론 독립된 나라의 정권도 전복한다. 대표적인 것이 베트남전을 일으키기 위해 조작한 ‘통킹만 사건’, 이라크를 침략하기 위해 만들어 낸 ‘대량 살상 무기 존재설’이다.
미국의 본격적인 베트남전 개입을 위해 날조된 북베트남군의 미 해군 함정 공격 사건. 1964년 8월의 통킹만 사건 조작에 동원된 미 해군 구축함 USS 매독스. 나무위키
1964년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기 위해 발표한 베트남민주공화국에 의한 미국 함정 공격설(정확히는 두 번째 교전이다.)은 1971년 미국 국방부 펜타곤 보고서를 인용 보도한 뉴욕 타임즈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가짜 공격설은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가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교전은 존재하지 않았고,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도 훗날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를 고백했다. 대한민국은 이 전쟁에 미국의 용병으로 참여했다. 조선 역시 1965년 두 차례의 정부 성명을 통해 한국이 베트남에 파병한 군대 규모에 비례해 베트남민주공화국과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베트콩)에 무기와 장비, 지원군을 파견하겠다고 밝히고, 실행에 옮겼다. 1967년부터 1969년 초까지 총 87명의 조선 공군 요원이 베트남민주공화국에서 복무했으며, 조종사 14명이 사망하고, 미군 비행기 26대를 격추했다는 증언도 있다. 1966년 ~ 1975년 사이 공군 전투부대, 심리전 부대, 특수전 부대, 고사포 부태, 공병 부대, 베트콩 훈련 및 각종 물자 지원 등이 이뤄졌다(김용현 외, 앞의 책 참조).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펜타곤을 공격한 후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침공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대통령 부시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 살상 무기(Weapon of Mass Destruction, WMD: 핵무기, 생화학 무기, 장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일컫는다)를 계속 제조, 비축하고 있으며, 이라크는 이란, 조선과 함께 국제적 악의 축(Axis of evil)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2002년 10월 미국 의회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승인했다. 2003년 2월 당시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라크가 WMD 프로그램으로 이전 결의안을 위반하고 있는 혐의가 있다며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승인할 것을 요청했다. 파월은 2003년 유엔에 이라크가 생물 무기 생산을 위한 ‘이동식 실험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3월 20일 미국과 연합군은 이라크를 침공하여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이후 미국은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 무기를 찾아내지 못했으며, 파월은 2004년에 이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인정했다. 이 침공에 영국, 호주, 폴란드가 참여하고, 쿠웨이트,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미국에 자국 영토를 제공하거나 외교적 지지를 보냈다. 미국의 이웃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전쟁 지원을 거부했고,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독일과 프랑스도 지원을 거부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라크 침공과 파병을 지지하고, 서희부대와 제마부대로 명명된 건설공병단과 의료지원단, 그리고 자이툰 부대로 명명된 3000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했다. 대한민국의 파병 규모는 미국과 영국에 이은 세 번째 규모였고, 비용도 한국 측이 부담했다. 2004년 6월 한국군 파병에 반대하는 이라크 내 저항 세력이 미 군납업체 직원 김선일 씨를 납치‧살해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북5도위원회 함경북도지사를 접견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북한인권 정책 추진 방향 등 북한인권 분야의 한미 협력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지 지사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인권에 관해 대화한 경험을 공유하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가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인권 문제를 강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2024.11.18. 통일부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국면 전환 꾀하는 윤석열 정부
5년 임기 절반을 마친 대통령 윤석열의 국정 지지율은 20%를 오르내리며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부자 감세, 민생 긴축, 사대 굴종 외교, 남북 관계 악화 등의 정책 실패에 부패와 무능이 더해지며 낳은 결과다. 트럼프의 당선은 혼돈과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위기에 처한 정권이 시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며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로 만지작거렸던 대표적 사안이 ‘남북의 충돌, 전쟁 위기’다. 과거 수 차례 자행된 ‘북풍 공작’은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던 정권들이 정권 연장을 위해 취했던 대표적인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오늘날 그런 공작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가짜 뉴스는 대중을 현혹하기에 차고 넘친다.
전쟁을 만들고, 그 전쟁을 확대하고, 세계를 바야흐로 상시적 전쟁체계로 만들고자 하는 전쟁 상인들의 군산복합체와 전쟁 국가 미국은 그 가짜 뉴스의 진원지다.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운 젤렌스키, 가중되는 사퇴 압력에 국면 전환에 도움이 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윤석열, 공작정치로 권력자에게 충성하는 정보기관, 불확실한 정보를 아무런 검증 없이 전하는 기성 제도언론이 전파자가 되고 있다. 국가 권력은 정보에 대한 통제도 진행한다. 한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K-stat, 유엔 무역통계 등에서 한국의 무기 수출입 통계를 하나씩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한국의 방위산업 무역 실적을 대대적으로 자랑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별기업 개별 품목이 아닌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얼마나 했는지 등 지극히 개괄적인 정보도 알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군사 부문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분쟁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 비판 여론을 피해 가기 위한 술책이다.
2024년 11월 27일 대통령 윤석열은 우크라이나 정부 특사단을 접견하고 “러시아와 조선의 위협에 실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장관급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한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들(한국)은 우리의 허락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Well, they won’t do it without our approval.)”이라는 트럼프의 과거 발언을 고려할 때, 그리고 국내외 생명평화운동의 투쟁에 직면하여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이나 개입은 의도대로 성사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조선 군대의 러시아 파병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노려왔던 대한민국은 대 러시아 관계 악화라는 청구서만 받아들 처지다.
분쟁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과 살상 무기 지원 중단해야
전쟁은 인간성 파괴의 가장 극단적 형태다. 전쟁은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다. 형제와 자매도 예외는 없다. 특히나 이스라엘의 행태에서 익히 봐 왔듯이 미래의 적을 미리 제거하기 위해 재생산이 불가능한 노인은 놔두고, 여성과 아이들을 집중 도륙한다. 어떤 정의로운 전쟁도 나쁜 평화에 미치지 못한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를 넘어 다른 나라 전쟁터에서도 적군으로 조우했다. 남과 북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로 파병을 정당화했지만 그것은 비극이었다. 왜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남의 나라 전쟁에 동원되어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 조선 군대의 러시아 파병은 아직 사실 여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와 조선이 체결한 협정에 의해 상대방의 영토에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독립된 주권을 가진 그들의 권리이다. 하지만 그들이 수행하는 전쟁의 명분이 무엇이든 생명평화운동은 이 전쟁 역시 동의할 수 없다. 혹자는 전쟁의 원인을 따지고, 유불리와 불가피성을 운운하지만 진영 논리에 따른 궤변일 뿐이다. 인류는 지금 당장 무기를 내려놓고 모든 전쟁을 끝내야 한다. 또다시 전쟁 상인의 가짜 뉴스에 놀아나 제3차 세계대전의 희생양이 되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정부가 유럽 국가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는 것은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경향신문, “한국이 유럽보다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니” 2023년 12월 6일).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포탄이 러시아에 파병된 조선의 군대를 향해 발사된다면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한 우리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60년 전 베트남 전쟁 참전 악몽의 재현이다. 대한민국 시민사회는 윤석열 정부의 분쟁 국가(특히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과 살상 무기 지원을 막아야 한다. 무기산업, 원자력산업은 인간의 탐욕을 산업으로 분식한 반생명‧반평화 그 자체다. 한국 사회의 생명평화적 재구성은 여기서 시작된다.
트럼프 푸틴의 확전 반대 호소, 윤석열만 마이동풍
이흥노 워싱턴 시민학교 이사
지난주 푸틴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제공시 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실상 155m포탄을 비롯 여러 종류 무기를 제3국 경유 지원했지만, 푸틴은 한국의 우크라 무기 지원 자제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관계 개선을 기대한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북한군 파병 소동을 피우면서 우크라에 한국 살상무기 지원과 국군 파병 합리화 정당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스틴 미국방도 몰래 우크라이나가 러본토 공격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국무성과 펜타곤 간 균열이 발생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북한군 파병 구실로 러본토를 때렸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확전을 위해 만만하다고 여기는 북한을 제물로 바친 다국적 확전 계획을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스타머와 젤렌스키가 구걸했음에도 러본토 공격을 거부했던 바이든이 두 달만에 변심해 러본토 타격을 승인한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종전 가능성이 커지자 서둘러 파병설을 극대화하고 북한군 파병을 확전 이유라고 둘러대고 있다.
쉽게 간단하게 말하면 확전의 근본 이유는 확전으로 전쟁 수위를 되돌릴 수 없도록 높혀놔야 트럼프가 중단 없이 전쟁을 계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전쟁에서 “패배한 바이든 정권”이라는 딱지만은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매우 절박한 심정의 발로일 수 있고, 트럼프에 엿먹이려는 심보일 수도 있다. 가장 최근 전황은 조러 연합군이 쿠우르스크에서 우크라군을 거의 전멸시키고 북한군은 서남쪽 벨고로드로 재배치됐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우크라에 파견된 참관단이 귀국했고 우크라 정부특사단도 방한 했다. 11월 27일, 특사단을 만난 윤석열은 북한군 파병 정보를 공유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또, 이들은 한국의 무기지원과 동시에 ‘천궁’ 방공무기 구입을 요청한 걸로 알려졌다. 돌연 다음날 보도에 의하면 우크라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은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을 걸로 보인다고 했다. 아마 트럼프 진영의 물밑 압력 때문이라고 보인다.
최근 푸틴의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 경고에 이어 러시아 외교부도 “한국의 무기로 러시아 국민이 죽어나가면 한국은 파탄난다”고 으름장을 놨다. 푸틴은 영국을 향해 “바르게 행동 않으면 다음은 너차례!” (Behave or You’re the Nex!)라고 위협했다. 그는 미국을 향해 확전 시도에 대해 “실수 말라, 반드시 대응조치가 따른다”라고 원색적 위협을 해댔다. 또 “미국의 패권 집착은 국제안보 체계 파괴,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는다”고 맹비난했다.
미영 미사일 러본토 공격에 대응해 러시아가 오레슈니크 중거리 미사일을 처음으로 발사했다. 이는 요격이 거의 불가능한 신무기로 런던에 18 분, 빠리에는 15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이 다연장 로켓 말고 또 다른 신무기가 출현할 수 있다면서 나토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일전 푸틴은 “1월20일 이내에 크우르스크를 완전 소탕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이는 젤렌스키로 부터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결의가 얼마나 견고한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전승국과 패전국의 지위를 명확하게 구분해 종전협상에서 나토의 역할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의 패배로 전쟁이 끝날 것이고 실권 없는 바이든은 이미 식물 대통령이기 때문에 나토는 물론이고 세계 여론도 우크라전쟁과 바이든으로 부터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확실하게 감지되고 있다. 영불이 나서서 나토군 파병과 무기 지원을 외치지만 여타 회원국들의 반응은 매우 쌀쌀하다.
트럼프와 푸틴이 확전을 극구 반대하는 것과 비례해 윤석열과 젤렌스키는 확전하지 못해 미치고 환장하는 모습을 보이고있다. 미러 정상들의 눈에는 윤-젤의 확전 작태가 전쟁광들의 정면 도전이라고 비춰질 수 있다. 트-푸의 확전 반대를 무시하고 한국이 살상무기 우크라 지원을 강행한다면 절대로 두 정상이 그냥 침묵으로 끝낼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의 확전에 대한 경고를 국익 차원에서 세계 평화라는 차원에서 수용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자기 안보가 중요하면 남의 안보도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은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규범이라 긴 설명이 필요없는 상식이다. 이게 지켜지지 않고 작동하지 않으면 불행과 분쟁이 따르게 마련이다. 우선 좋은 예가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열강들이 통독 협상 당시 나토가 1인치도 동진하지 않겠다고 굳은 약속을 했다. 그러나 나토가 이를 헌신짝 처럼 내던지고 동진을 계속했다.
우크라를 준나토 회원 대우를 해주고 나토와 수시로 합동군사훈련을 했다. 또한, 미영 특수부대가 주둔해 우크라의 군사화 나치화에 적극 부역했다. 심지어 미 정보국과 국무부가 봉기를 뒤에서 조종해 합법적으로 당선된 중립적 입장의 야누꼬비치 정권을 타도하기도 했다. 사실, 우크라 비극은 여기서 부터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전은 나토의 동진과 러시아의 안보가 충돌해 터진 대전이다. 그래서 이 전쟁을 미러 대리전이라 부른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윤 정권은 한반도 주변에서 연 300회 이상 크고 작은 한미, 한미일 다국적 군사훈련을 실시헸다. 몇 달 전에는 한미일의 다국적 합동해상훈련에 맞서 중러는 전투함 400대를 동원 합동해상군사훈련을 벌였다. 조선이 중러 요구에도 불구하고 합동훈련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모든 안보체제 및 기구에 끼어들어 중러를 비난 반목하는 것은 패착 외교다.
지난해 윤석열은 온 나라가 물난리로 제정신이 아닌데 키이우로 날라가 젤렌스키 앞에서 이순신 장군 명언 “사즉생 생즉사”를 외치며 젤렌스키와 함께 러시아를 끝까지 무찌르겠다고 맹세했다. 그 뿐 아니라 국제회의에 출석하기만 하면 중러를 비판 비난하는 게 일이다. 이를 지켜본 푸틴은 데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당선자 신분인데도 트럼프는 종전을 염두에 두고 유관국들에게 확전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자유 민주를 외치면서 핵전쟁으로 몰아가는 네오콘 기득권 세력을 박살내고야 말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매우 격노했다. 트럼프 진영도 “군산복합체가 3차 대전 음모를 꾸민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장남은 “군산복합체가 우리 아버지의 종전 평화 계획을 파탄내고 있다”며 펄쩍 펄쩍 뛰며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
지금 윤-젤 정권이 확전을 접고 적극 트-푸 평화 정책에 협력하는 방향으로 적책을 바꾸지 않으면 큰 불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건 너무도 자명하다. 무엇 보다 종전회담에서 주도적 열할을 할 사람은 트럼프와 푸틴이다. 지난 5월에 임기가 끝난 젤렌스키 일당은 협상탁자에 앉지도 못할 수 있다. 협상결과가 우크라에 불리하게 도출될 수도 있다. 한편, 트럼프 1기에서 못하고 미뤘던 주한미군 철수를 전격 앞당길 수도 조미 관계 개선에 전격 나설 수도 있다.
자국의 안보는 양보나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 자신의 안보를 위해 남의 안보를 헤치는 건 불안정한 안보이고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우크라전이 결정적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윤 정권이 바다 육지 하늘에서 갖가지 형태의 다국적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중러의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선 안 된다. 그것은 되레 이웃들과의 반목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조-러 신조약에 의거 조러가 밀착되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과 미추종 세력은 매우 위험하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원인 제공자가 바로 윤 석열 정권이라는 사실을 실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도 신기하다. 북한군 파병은 조-러 조약에 따라 이뤄진 합법 조치라는 걸 부정할 도리는 없다. 이는 이들의 주권사항이기 때문에 시비꺼리가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 단 주한미군 철수 입장에 선다면 시비 자격은 있다.
설령 쿠우르스크 전선에 북한군이 파병됐다 해도 러시아 내부 전쟁이기 때문에 위법이라 할 수 없다. 러시아가 거의 장악한 우크라 동부전선에 굳이 북한군이 파병될 가능성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나토에 시비 구실을 제공할 수도 있어 푸틴이 무리한 결정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북한군의 파병을 확전 구실로 삼는 행위는 주권국의 내정간섭일 수 있다.
곧 트럼프 시대가 열리는 것에 발맞춰 한미가 좋은 관계로 출발해야 한다. 동시에 비정상적 한러 관계를 정상으로 복원하는 게 매우 절박하다. 이제 한러 관계가 더 나빠지면 우리 경제 안보에 큰 타격이 온다. 러-우 확전 방지 및 전쟁 조기 종식을 위한 70명 야당국회의원이 공동기자회견 (11/27)을 열었다. 참 좋은 징조다. 살상무기 지원 결사 반대에 적극 동참하자! 윤석열이 전쟁에 목을 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탄핵위기로 부터 탈출을 위한 계엄령 선포 때문이라는 걸 알고 탄핵 대열에 동참하면 더 효과적이다.
윤석열, 푸틴과 트럼프 경고에도 '우크라 참전' 만지작
5천만 국민 생명·재산 걸고 도박 감행
우크라 특사단 방한해 살상 무기 요청
왈츠 "한국, 어떻게든 개입하려 논의"
"트럼프, 분쟁 끝낼 필요성 분명히 해"
"직접 관계없는 한국 살상 무기 지원,
러에 적대 행위고 3차 대전 참전 뜻"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2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조 바이든의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승인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19, 20일 에이태큼스, 스톰섀도 등 서방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고 이에 러시아가 21일 극초음속 신형 오레시니크 미사일로 반격했으며, 마침내 핵무기까지 사용되는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커지는 상황이어서 윤 정부의 움직임이 더 우려되고 있다.
한국의 참전을 공식화하는 조치는 바로 우크라에 대한 살상 무기 제공과 최악의 경우는 한국군의 파병이다. 그동안 윤 정부는 서방의 주장만 난무하는 '북한군 파병' 이슈를 고리로 우크라에 살상 무기 지원을 검토해왔다. 대표적인 게 윤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이다. 여기서 윤 대통령은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무기 지원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설사 '사실'이라 해도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사안을 두고 5천만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걸고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한 중인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27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용산 국방부 청사에 도착했다. 2024.11.27 [연합뉴스]
2S7M 말카 203mm 자주포 요원들이 17일 러시아 육군 소속 드네프르 그룹의 한 포병여단과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2024. 11. 17 [타스=연합뉴스]
우크라 특사단 방한…윤석열 대통령 면담
한국에 살상 무기 조속한 지원 요청할 듯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특사단이 27일 한국을 찾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특사단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면담하고 카운터파트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도 회동한다고 한다. 당연히 살상 무기 지원 여부와 함께, 지원한다면 언제, 어떤 무기를 지원할 것이냐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는 미사일 방어 체계, 레이더, 미사일·드론 공격 방어 장비, 포탄 등 제공을 바라는 무기 리스트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어용 무기로는 주로 전투기를 요격하는 '천궁-Ⅰ'과 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는 '천궁-Ⅱ'가 유력한 후보다. 또한 공격용 살상 무기로는 155㎜ 포탄과 국산 K9 자주포도 있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우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시비하 외교 장관을 만나 북한군 파병과 한국의 우크라 지원 등을 논의했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윤 대통령은 이미 살상 무기 제공 방침을 확정해 놓고 이번 우크라 특사단 방한을 계기로 지원 결정을 공개할 타이밍을 재는 모양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4일 펜실베이니아주 오크스 소재 그레이터 필라델피아 엑스포 센터& 페어그라운즈에서 진행된 타운홀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10. 14 [AP=연합뉴스}
트럼프 2기 국가안보보좌관 윤에 경고
"한국, 어떻게든 개입하려 논의 중"
이런 가운데 트럼프 인수팀의 '경고'가 나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공화당의 마이크 왈츠(플로리다) 하원의원은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최근 우크라 전황과 관련해 "아주 분명한 확전이다. 걱정은 확전이 어디로 갈 것인지다"라고 규정했다.
특히 왈츠는 "이 모든 확전은 어디로 가는가? 지금 한국은 어떻게든 개입하는 것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 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이 분쟁을 끝낼 필요성에 관해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의 '확전' 시도는 트럼프의 '종전' 방침에 반한다는 분명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풀이하자면, 퇴임하는 바이든 믿고 너무 나대지 말라는 취지의 말이다.
왈츠 지명자는 내년 1월 20일 취임 때까지 현 바이든 행정부와 '한 팀'이라고 말한 뒤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것은 합의든 휴전이든 누가 협상 테이블에 앉느냐, 어떻게 하면 양측을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느냐, 그리고 거래의 틀을 어떻게 하느냐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공화당의 마이크 왈츠(플로리다) 하원의원은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의 개입 시도를 거론한 뒤 트럼프의 종전 방침에 어긋난다는 경고성 취지의 발언을 했다. 2024. 11. 24 [폭스뉴스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왈츠 "우크라 전쟁은 고기 분쇄기일뿐"
"트럼프, 분쟁 끝낼 필요성 분명히 해"
왈츠는 "한쪽이 확전하면 다른 쪽이 또 확전하고...이 무력 충돌은 전선의 주민과 군인들엔 전적으로 고기 분쇄기일 뿐이다. 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에 더 가깝다"면서 "트럼프 당선자는 거기서 현재 벌어지는 대학살과 어떻게 다시 억제를 복원하고 평화를 가져올지를 두고 '믿기 어려울 만큼'(incredibly)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왈츠는 '트럼프가 아직 우크라 전쟁 관련 언급이 없다'는 질문에 "그는 확전이 모두 어디로 갈지 매우 걱정해왔다. 북한이 움직였다면, 우리도 움직였고, 러시아는 이제 대응했고, 이란이 개입됐고, 한국이 개입을 생각 중이고 우리 동맹들이 지금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늘렸다"면서 "우리는 이를 책임 있게 끝내야 한다. 억지력과 평화를 복원하고, 이 확전에 대응하기보다는 앞질러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떻게든 확전을 꾀하는 바이든과는 결이 사뭇 다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6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데르 치불스키 아르한겔스크 주지사를 면담하고 있다. 2024. 11. 26 [타스=연합뉴스]
푸틴도 같은 날 외교부 통해 최후통첩
"필요하다고 보는 모든 방법으로 대응"
공교롭게도 거의 비슷한 시간에 윤 정부에 대한 러시아의 최후통첩성 경고도 나왔다.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아시아 담당)의 24일 타스 통신 인터뷰에서다. 그는 "만약 한국의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죽이는 데 사용된다면 우리 양국 관계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는 점을 서울은 깨달아야 한다. 물론 우리는 필요하다고 보는 모든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는 윤 정부를 향해 △ 우크라에 살상 무기 지원 말라 △ '레드 라인'인 살상 무기를 지원하면 한·러 관계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다 등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러면서 자국의 대응 조치가 한국 안보에 '부담'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국에 대해 외교관계 단절에서부터 군사적 조치까지 망라할 공산이 크다. 또한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더 강화하고 군사정찰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잠수함 등의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
루덴코는 "한국 정부가 외부의 부추김에 따른 단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고려가 아니라, 장기적 국익을 우선으로 해서 행동하길 바란다"라면서 냉정한 상황 평가와 "무모한 조치" 자제를 촉구했다.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지도부 인사들이 살상 무기 제공을 한러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삼고 그걸 넘으면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번처럼 극단적 표현은 쓰지 않았다. 한국의 살상 무기 결정이 임박했다고 보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2차 시민행진'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3 연합뉴스
"직접 관계없는 한국 살상 무기 지원,
러에 적대 행위고 3차 대전 참전 뜻"
국방부 정책기획관실 총괄을 지낸 한설 장군(예비역 준장)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와 한국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윤 정부의 살상 무기 제공은 한국이 3차 대전에 참전한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및 유럽과 직접적 안보적 이해관계가 없는 한국의 살상 무기 지원은 곧바로 러시아에 대한 적대 행위이며, 이는 러시아의 본격적 군사 보복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적대 행위를 하는 한국을 그냥 둘 수는 없을 것이고...거기에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한국이 러시아에 적대 행동을 하면 북한도 러와 함께 한국의 적대 행위에 대응할 조약상의 의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고 비준까지 마쳤다. 이 조약 제4조는 '어느 일방이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유엔헌장 제51조와 각자의 국내법에 따라 지체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