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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린 박정훈 대령…"채 상병 억울함 풀어달라"

무궁화9719 2024. 11. 8. 09:31

눈물 흘린 박정훈 대령…"채 상병 억울함 풀어달라"

 

군 검찰, 결심공판서 박정훈 대령에 징역 3년 구형
구형 떨어지자…방청객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군 검찰 "사단장 처벌에만 주력하는 것 아닌지…"
변호인 "자신이 겪은 일을 진술하니 일관된 것"
격앙된 방청객들 "해병대 안 보내기 운동할 것"
임태훈 "윤석열도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하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공판 출석 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29. 연합뉴스
 

"검찰의 주장처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이첩 보류만 주장했으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제가 고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2023년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2박 3일의 고민이 사령관 수첩, 전화 녹취, 관계자 문건, 법무관리관과 제가 한 5회의 통화로 남았는데, 김 사령관과 참모들이 이첩 보류를 명령했다고 주장하면서 김 사령관이 무엇을 명령했다고 말하지 못한다…재판장님, 군에게 불법적인 명령을 내리면 안 되고 불법적인 명령에 응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보이진 않지만 언제나 함께하고 있는 고 채수근 상병에게,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겠다고 한 저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랍니다."(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최종 진술 중)

 

박정훈 대령(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한 말이다. 박 대령은 고 채수근 해병을 입에 올리며 흐느꼈다. 10번의 재판 중 박 대령이 눈물을 흘린 것은 처음이다. 방청객들은 박 대령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안타까움에 탄식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군 검찰은 박 대령의 눈물과 진실을 외면했다. 군 검찰은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정에서는 "제대로 된 판결이 안 나오면 해병대 안 보내기 운동을 할 거다" "(군)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의 야유와 고함이 터져 나왔다. 재판장이 나서서 자중해달라고 요청했고, 잠시 뒤 소리가 잦아들었다.

 

군 검찰은 "피고인이 범행 일체의 사실을 부인하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피고인은 김 사령관이 이첩을 중단시킨 것을 명백하게 지시한 바 없다고 했다. 자신은 소임을 다 한 것이고 이첩 보류 지시는 외압에 의한 것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인들이 한 말은 피고인의 주장과 다르다"며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 사항을 수명하지 않기 위해(명령을 받들지 않기 위해) 토의를 한 것은 말이 안 된다. 피고인은 자기가 만들어 놓은 틀에 있어서 상황과 다르면 직권남용과 외압이라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완쪽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오른쪽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2024.11.21. 연합뉴스
 

군 검찰은 "피고인은 사단장을 처벌하는 것에만 주력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라면서 "이런 행위는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행위다. 또 피고인의 변명은 군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중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령의 변호인은 거듭 "객관적인 사실만 봐도 되는 사건"이라며 "이첩 보류는 존재하지 않았다. 2023년 8월 1일 김 사령관과 박진희 군사보좌관(현 육군 소장)이 텔레그램으로 이첩 여부를 확인하는데, 이첩 보류가 있었으면 확인할 필요 없었다"고 주장했다. 방청석에서도 변호인의 주장에 동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자신이 겪은 일을 경험한 것에 기초해서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상관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이 전 장관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만한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의 진술이 허위가 아닌 것은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이 '사단장까지 처벌 범위에 포함돼 있어 국민들이 엄정하게 수사가 잘 됐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한 것에서 확인된다"며 "정책실장도 이에 동의했다. 피고인이 기자들 질문에 대답한 내용을 보면 객관적 증거가 존재해 허위 사실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 "박 대령이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할 이유가 없다"며 "기소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김 전 사령관은 아예 뒤로 빠져 있다. 하지만 핵심 증언들이 국회에서 나와 비교적 (입증이)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무조건 무죄 판결이 나야 한다"며 "박 대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와 이 나라에서 성장할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향후 일정에 대해 "우리는 (박 대령의) 무죄를 탄원하고 있다"며 "군인권센터는 대국민 무죄 탄원 서명 운동에 돌입한다. 국민들이 무죄 탄원을 해줘야 채수근 상병의 억울한 죽음이 풀리는 특검이 개시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 주 국정조사가 (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라며 "우리는 130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한 달 동안 매일 불러내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수사외압에 굴했는지 알아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21일 오후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결심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1. 연합뉴스
 

야권과 시민단체는 박 대령 결심 공판을 계기로 수사 외압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군 검찰에 대해 비판했다.

 

오전 재판이 시작되기 전 군사법원 앞에는 해병대 전우회, 종교계, 시민단체 등이 모여 박 대령을 응원하며 "대통령이 끼어서 이런 사태가 만들어졌다"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검찰이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자, 민주당은 '군 검찰의 구형으로 사법 정의가 또 한 번 죽었다'고 논평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오후 서면 브리핑을 내고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어떻게 항명이고 상관에 대한 명예훼손이냐"며 "박 대령은 정당한 수사를 한 죄 밖에 없다. 그것이 죄라는 군 검찰의 주장을 대체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노 대변인은 "채 상병 순직의 진실을 덮으려는 정권의 파렴치함에 분노를 멈출 수 없다"며 "사병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냐. 박 대령에 대한 군 검찰의 구형이 사법정의를 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 검찰의 구형은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높일 것"이라며 "국가에 대한 신뢰를 파괴한 것이다.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국정조사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파렴치한 소리는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권의 치부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국회의 본분을 저버리려 하다니 정말 비열하다"며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반드시 관철해 채 상병 순직의 책임을 묻고 박 대령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전했다.

 

한편 박 대령의 1심 선고일은 내년 1월 9일이다.

박정훈 대령, 해병대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도 해임

등록 2023-11-29 19:59수정 2023-11-2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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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해병대 군사경찰병과장 보직해임심의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숨진 고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에서도 해임됐다.
 
해병대는 지난 28일 밤늦게 박 대령 쪽에 ‘군사경찰병과장(대리) 보직해임 청구서’를 보냈다. 해병대는 청구서에서 “이날 보직해임심사위원회 논의 결과 군사경찰 병과의 업무 특수성과 수사단장 직위 보직해임 및 불구속 기소 등 상황을 고려할 때, 박 대령이 군사경찰 병과 대표자로서 해병대 사령관을 보좌하는 것이 제한된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지난 8월2일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가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됐다. 박 대령은 입건 당일 수사단장 보직에서 즉시 해임됐는데, 이번에 군사경찰 병과장 보직에서도 해임된 것이다. 박 대령을 변호하는 김정민 변호사는 29일 “인사 소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인사관리 훈령에는 보직 해임이 되면 처분 사실을 안 날로부터 30일 안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반면, 채 상병 순직사건 당시 지휘 선상에 있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징계 없이 지난 6일 장성 인사에서 소장 계급을 유지한 채 대학 정책 연수를 갔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직을 지켰다.
 
군인권센터는 “입맛에 맞는 새 병과장을 앉히기 위한 수순으로 박 대령을 쫓아낸 것”이라며 “심의위는 이미 짜 맞추어 둔 결론에 따라 요식행위로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단독] 군검찰, 핵심 증거는 빼고 ‘박정훈 비판 칼럼’ 증거로 제출

등록 2023-11-29 05:00수정 2023-11-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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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해병대 군사경찰병과장 보직해임심의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 재판에서 군검찰이 “(채상병 사건은) 대통령이 개입했더라도 대통령은 그런 권한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사 칼럼이나 성명서 등을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정당한 지시에 대한 항명이었는지 여부를 가릴 핵심증거인 대통령실 등 윗선 수사 개입 의혹 관련 수사기록은 법원에 제출하지 않아, 군검찰이 재판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가려 ‘꼼수’를 쓴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군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 목록’과 ‘증거목록’을 보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비화 휴대전화(도청이 안 되는 휴대전화) 화면 갈무리 및 사용내역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의 진술서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의 진술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김아무개 해병대 대령의 진술서 등은 수사기록 목록엔 포함돼 있지만 증거목록엔 포함되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대통령실 등에서 혐의자에서 제외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며 임 전 비서관은 김 사령관에게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에) 브이아이피(VIP)가 격노했다”고 말한 인물로 지목된다. 김 대령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결재한 채상병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박 대령에게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기록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기 때문에 법원에 ‘수사기록 목록’과 해당재판에서 활용할 ‘증거목록’을 나눠 법원에 제출하는데 ‘수사 외압’ 관련 주요 관계자들의 진술서가 증거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피고인 쪽은 첫 재판 전에 증거목록에 있는 기록만 복사해서 볼 수 있다. 이에 박 대령을 대리하는 김정민 변호사는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의 진술서 등 32개 수사기록을 제출해달라고 군검찰에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지난 27일 군사법원에 냈다.
 
군형법에는 항명죄를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경우에 적용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당시 박 대령에게 내려진 지시의 정당성 여부인데, 이같은 핵심 기록을 증거로 내지 않은 건 군검찰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군사법원법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 판례 역시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법정에 제출해야 하는 ‘객관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군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박 대령에게 한 지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증거를 내지 않은 행위는 검사의 객관의무를 져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군검찰은 박 대령을 비판하는 칼럼과 성명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해병대 수사단장의 법리 무시한 항명’(9월20일)이라는 제목의 언론사 기고글이나 채상병 사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보수단체의 성명서 등이 증거기록에 포함됐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군검찰이 재판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끌고 가려는 것”이라며 “그게 맞는 의견이라면 검찰이 의견서로 내야지 증거로 내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해병대 '외압' 증거 드러났다…"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

국방장관 보좌관-해병사령관 메시지, 군사법원 증거물 제출
"ㅈㄱ(장관)께서 수사라는 용어 쓰지 말라 하셨다" 개입 흔적 곳곳에
이첩보류 지시했다면서 조만간 어려워 보인다? '항명' 혐의와 반대 정황
"내일 아침에는 국방비서관에게 인지가 돼야" 안보실 개입 정황도

황진환 기자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주십시오."
 
지난 8월 1일 오후 12시 6분 박진희 당시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현 육군 소장)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채모 상병 순직사건 조사 결과의 경찰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한 지 하루 뒤였다. 박 군사보좌관은 장관 수행 중이었다.
 
이 메시지는 국방부검찰단이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수사단장 항명 사건의 증거물로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SNS 대화록 중 일부다. 

국방장관 보좌관-해병사령관 메시지, 군사법원 증거물 제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황진환 기자 

대화록에 따르면,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이 전 장관의 주장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
 
국방부는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 문건에서 "장관은 이첩보류만 지시했을 뿐 특정인 혐의 제외나 수사자료 정리 등의 내용을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책임 관련자는 징계 검토'라는 박 군사보좌관의 메시지는 '이첩보류만 지시했을 뿐'이라는 국방부 주장과 배치된다.
 
박 군사보좌관은 당시 준장(별 1개)으로 중장(별 3개)인 김 사령관보다 계급이 낮았지만 사실상 장관의 의중을 대변‧전달하는 역할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 메시지는 제출된 증거로만 보더라도 7월 30일 이전부터 시작돼 8월 1일 저녁 가까이까지 촘촘하게 이어졌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연합뉴스 

김 사령관이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깍듯한 존대를 나타낸 점 등으로 미뤄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군사보좌관은 이날 오후 3시 53분 김 사령관에게 "ㅈㄱ님께서는 수사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ㅈㄱ'은 '장관'을 지칭한 것이다.
 
그는 특히 "수사권이 없기에 수사가 아닌 조사라고 하셨고, 조사본부 이첩은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라며 장관 지시를 거의 직접적으로 전달했다.
 
이는 채 상병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자는 해병대수사단의 건의가 묵살된 경위를 설명해준다.
 
이와 관련해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은 국회 답변에서 해병대의 건의를 받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불발된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ㅈㄱ(장관)께서 수사라는 용어 쓰지 말라 하셨다" 개입 흔적 곳곳에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황진환 기자 

이번 대화록은 박정훈 대령에게 씌워진 항명 혐의와 반대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박 군사보좌관은 8월 1일 오전 10시 17분 메시지에서 "검찰과 유족 측에 언제쯤 수사결과를 이첩한다고 했는지요? 조만간 이첩은 어려워보여서요"라고 김 사령관에게 물었다.
 
이는 국방부가 '진실 문건'에서 "장관은 7.31일 해병대사령관에게 이첩보류 지시를 하였고, 이에 해병대사령관은 전 수사단장에게 수차례에 걸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이첩보류 지시를 하였다"고 한 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만약 장관이 분명하게 이첩보류 지시를 했다면, 그의 군사보좌관이 '조만간 이첩이 어려워 보인다'고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특히 김 사령관은 박 군사보좌관의 물음에 "계획된 것은 내일 오전 10시"라면서 "조만간 이첩이 어렵다는 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많이 고민이 됩니다"라고 답했다.
 
이 역시, 적어도 8월 1일 오전까지는 김 사령관도 당초 예정(2일 오전 10시)대로 경찰이첩할 계획이었음을 시사한다.
 
박 대령이 상부의 명시적 지시를 고의적으로 어기고 경찰이첩을 시도했기에 항명이라는 국방부 주장과 다른 것이다.
 
박 군사보좌관은 김 사령관의 답신을 받고 "지난 번 보고가 중간보고이고, 이첩 전 최종보고를 해야 된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해법도 제시한다.
 
그러나 김 사령관은 "위험성이 많은 부분이라 법무관리관과 수사단장(박정훈)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라며 즉답을 피해갔다.
 
이 또한, 국방부와 김 사령관도 최소한 8월 1일 오전 시점에는 이첩보류의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방증이 된다. 이는 이첩보류 지시가 명시적이지 않았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첩보류 지시했다면서 조만간 어려워 보인다? '항명' 혐의와 반대 정황

연합뉴스 

한편 박 군사보좌관은 7월 30일 오후 5시 49분 김 사령관에게 "오늘 보고드린 내용을 안보실에도 보고가 되어야 될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국방비서관에게는 인지가 되어야 될 것 같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은 김 사령관이 채 상병 사건 조사결과를 이 장관에게 보고한 시점이다. 다음 날인 7월 31일 오전에는 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가 예정돼있었다.
 
박 군사보좌관의 메시지는 이번 사건에 대통령실(국가안보실)의 개입은 없었다는 설명과도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당시 국방비서관은 항명 사태가 확대되자 임종득 안보실 2차장과 함께 교체된 임기훈 육군 소장이다. 그는 최근 중장으로 진급하며 국방대 총장에 영전했다.

해병대 전우들, 이틀간 50㎞ 걸으며 “박정훈 대령 명예회복” 외쳤다

 
화성 사령부서 서울 용산까지
30~70대 40여명 행군 동참
시민들 지지 서명하고 응원도
“사건 잊히지 않게 관심 부탁”
 

시민 서명으로 만든 염원 채모 상병 죽음의 진상규명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명예회복을 촉구하며 행진을 벌인 해병대 예비역들이 5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부근에 도착해 300여명의 서명을 포스트잇에 담아 만든 ‘채 해병’ ‘박정훈’이라는 글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지난 4일 경기 화성시 해병대사령부 해병탑 앞. ‘해병대’가 크게 적힌 빨간 티셔츠를 입은 40여명의 해병대 예비역들이 이른 아침부터 한데 모였다.

‘젊은 피’에 속하는 30대부터 백발이 성성한 70대까지 연령대도 삶의 궤적도 다른 이들은 이날부터 1박2일간 국방부가 있는 서울 용산까지 50㎞에 달하는 거리를 행군하기로 했다. 폭우 뒤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채모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도리어 항명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명예회복과 채 상병 죽음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고난에 타협하지 않는 해병대 50㎞ 정의의 행군’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행진은 박 대령의 동기인 해병대사관 81기 동기회가 주관했다. 첫날에는 경기 화성 해병대사령부 앞부터 경기 안양 인덕원역까지 30여㎞를, 이튿날에는 인덕원역에서 서울 용산 국방부 인근까지 20여㎞를 걷는 강행군이었다. 그럼에도 해병대 예비역들은 각지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

경북 경산에서 새벽같이 올라왔다는 김용상씨(59)는 “25세, 23세인 두 아들도 해병대를 나와 채 상병이 자식 같은 마음이 든다”며 “국민들에게 채 상병의 죽음과 박 대령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참여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6·25 참전용사이고 아들도 해병대를 나와 3대가 해병대 출신이라는 남중경씨(60)는 “군화도 아닌 장화를 신고 무리한 수색전을 펼치다가 한 장병이 목숨을 잃었다”며 “지휘관이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해병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그 자존심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했다.

행군에는 해병대 예비역뿐 아니라 이들의 가족과 일반 시민도 동참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해병대 예비역 지웅씨(46)는 부인 서민혜씨(42)와 동행했다. 서씨는 “행군은 처음이지만 운동을 좋아해 걷는 데 자신이 있다”며 “일반 국민이 봐도 박 대령이 억울할 것 같아 남편과 함께 왔다. 작은 마음이나마 응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으로서 행군에 동참한 이현동씨(51)는 “젊은 사람들이 길이나 군대에서 죽는 일이 계속 발생하는데 규명이 안 되는 게 답답해 나왔다”고 했다.

4일 이들은 경기 수원시 서수원버스터미널에서 30분쯤 멈춰 시민들에게 지지 서명을 받았다. 5일에는 서울 동작구 사당역과 이수역에서 서명을 받았다. 기꺼이 서명에 동참한 시민들은 “남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 권선구 주민 이해숙씨(53)는 “오라버니와 남동생이 다 군 출신이라 아무래도 더 안타깝다. 요즘 세상에 자기 일처럼 나서는 저 해병대 출신들도 대단하다”고 했다.

해가 저문 4일 오후 6시, 안양 시내에 접어든 이들은 ‘팔각모 사나이’ ‘브라보 해병’ 등 군가를 부르며 행진했다. ‘채 해병 순직 진상규명’ ‘박정훈 대령 명예회복’이 적힌 깃발을 등에 멘 채였다. 시민들은 “잘한다!” “수고하십니다!”라며 응원의 화답을 하기도 했다.

4일 오후 7시쯤 인덕원역에서 일정을 마무리한 이들은 5일 오전 인덕원역을 출발해 용산 국방부 인근에 오후 3시40분쯤 도착했다. 대장정은 오후 4시5분쯤 국방부 인근 70m쯤 앞에서 마무리됐다. 이날은 더 많은 예비역이 동참해 60여명이 대장정을 이어갔다.

이들은 행군을 하는 동안 포스트잇에 모은 300여명의 서명을 한데 붙여 ‘채 해병’ ‘박정훈’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공개했다.

해병대사관 81기 동기회장 김태성씨는 행군을 마치며 “채 해병의 순직 이후 3개월간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제대로 고마운 인사를 못했었다”며 “이번 행군에 동참해주신 많은 시민분들 덕분에 쉽지 않았던 행군이 더 힘이 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병 정신은 ‘안 되면 될 때까지’”라며 “채 해병과 박정훈 대령이 잊힐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진상규명이 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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