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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금리인하 기대 과도…집값 상승 촉발하는 실수 안 할 것”

무궁화9719 2024. 7. 11. 17:55

금리인하 신호에도 부동산·가계부채가 변수…“시기·폭, 예단 못 해”

  • 수정 2024-07-11 16:52
  • 등록 2024-07-11 16:3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을 전환할 상황이 조성됐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이 3년여간 이어져 온 통화긴축 기조를 전환(피봇)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는 자신감에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 변수로 인해 금리인하 시기와 폭은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이 금리 인하 깜박이를 켠 배경은 무엇보다 목표치에 부합하는 ‘물가 경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고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적절한 시점에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2.4%로 올해 연간 전망치(2.6%)를 밑돌았다. 금통위는 연간 상승률도 전망치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물가 둔화는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날 금통위에선 시장이 예상했던 ‘금리인하 소수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2명이 ‘향후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8월 금리인하가 물건너 갔다는 심리가 퍼지면서 이날 국고채 금리(3·5·10년물)는 전날보다 2bp(1bp=0.01%포인트) 이상 오르며 상승 반전됐다.
 
한은은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장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상당 폭 하락했는데 금리를 곧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됐다”면서 “대다수 금통위원은 지금 시장에 형성된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깜박이는 켰지만, 그 시기와 폭은 불투명하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무엇보다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 변수가 커지고 있어서다. 환율 불안도 여전하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협 요인이 많아 언제 전환할지는 불확실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주택 가격에 대해 “상승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거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줘서 주택가격의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들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도 변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파월 의장이 최근 잇따라 비둘기(통화완화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9월 인하’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상태다. 미 국채선물시장 참가자들의 9월 금리 인하 전망은 77%로 한달 전(55%)보다 크게 뛰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9월 인하를 시작하면 한은이 10월에 한 차례 내릴 것”이라며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게 아니라 높은 물가에 대응한 통화긴축을 완화하는 목적인 만큼 제한적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 추세처럼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면 금리인하 시기는 더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집값 오름세가 잡히지 않고 환율 불안이 커지면 연내 금리인하가 물 건너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연내 3차례(8·10·11월) 남았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한은 “기준금리 인하 검토”…1년5개월 만에 방향전환 ‘깜박이’

기준금리 12차례 연속 동결

  • 수정 2024-07-11 16:26
  • 등록 2024-07-11 16:1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깜박이를 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12차례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가 의결문에 ‘기준금리 인하 검토’를 명시한 건 금리 동결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금리인상 종결’을 공식화했지만, 통화정책 기조 전환(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설명회에서 “인플레이션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고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인하를 서두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 총재는 “하지만 언제 금리 인하를 시작할지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향후 금리를 인하할 경우 내수 부진과 취약부문의 어려움을 완화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는 반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증대시키고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회승 조해영 기자 honesty@hani.co.kr

한은 총재 “금리인하 기대 과도…집값 상승 촉발하는 실수 안 할 것”

기자조해영
  • 수정 2024-07-11 15:16
  • 등록 2024-07-11 13:24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최근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 등이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유심히 보겠다는 평가다.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과도하게 선반영한 상태라고도 말했다.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에서 동결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주요 내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데.
“현재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서는 한국은행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모두 가계부채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늘어나지 않게 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하향안정화 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가계부채를 통화정책만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를 통해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 향후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을 금통위는 어떻게 보나.
“5월(5월23일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보다는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5월 말부터 7월까지 올라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유심히 보고 있다.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을 한은이 조절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계부채 상승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미하게 있다.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거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줘서 주택가격의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들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
 
—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는데.
 
“장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들어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상당 폭 많이 하락했는데, 한국은행이 금리를 곧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됐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대다수 금통위원은 현재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지금 시장에 형성된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기준금리만 보면 현재 제약적인 수준이지만 시장금리가 많이 내려갔다.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많이 완화됐다.”
 
— 앞으로 3개월 후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 의견은.
“금통위원 7명 가운데 저(총재)를 제외한 6명 중 4명은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5%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 나머지 2명은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기준금리 유지가 적절하다고 본 4명은 인플레이션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외환시장이나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영향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봤다.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2명은 물가상승률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외환시장 동향 등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표현이 포함됐다.
“5월까지만 해도 물가상승률이 내려가는 추세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지금은 물가 추세가 예상대로 가고 있고, 자찬일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견줘서도 물가안정 측면에서 많은 성과를 이뤘다. 물가안정만 보면 금리인하를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얼마나 인하할지는 금융안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
 
— 정부의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 예산안을 기준으로 아직 한은이 보기에 올해 정부가 경기에 주는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본다. 정부 재정정책의 특정 부분을 한은이 평가할 수는 없지만 현재 재정 스탠스는 성장률에 중립적이다.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이 2.5%이지만, 내수와 수출의 격차가 크고 고금리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이 있다. 양극화와 취약계층을 고려해 이들을 타깃(목표)해 재정이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