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숨진 훈련병, ‘군장’한 채 뜀걸음·팔굽혀펴기…규정 위반 경찰 수사
'훈련병 사망' 중대장·부중대장 구속…법원 “증거인멸 우려”
취재진 질문에 중대장 묵묵부답… 부중대장은 “죄송하다”
육군 12사단에서 발생한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기고 군기 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해당 부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21일 구속됐다.
춘천지법 신동일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12사단 신병교육대 소속 중대장 A 씨와 부중대장 B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A 씨 등 2명은 이날 오전 10시 34분쯤 경찰 수십명과 함께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건이 군에서 민간 경찰로 사건이 이첩된 후 이들이 언론에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A 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사망한 훈련병 유가족에겐 왜 연락했느냐' '숨진 훈련병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반면 B 씨는 '중대장 지시로 얼차려를 시킨 거냐'는 질문에 "죄송합니다"고 짧게 답했다.
이에 검찰은 이튿날인 19일 A 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가혹행위 및 업무상과실치사다.
검찰에 따르면 A·B 씨는 훈련병 박모 씨를 상대로 법령을 위반해 군기 훈련을 명령·집행하고, 이로 인해 실신한 박 씨에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지난달 23일 사망 당일 A 씨 등의 지시로 신교대 연병장에서 '완전군장 상태 구보 및 팔굽혀펴기' 등 군 규정에 없는 군기 훈련을 받다 쓰려져 치료를 위해 민간 병원으로 후송된 지 이틀 만에 숨졌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박씨 사인은 패혈성쇼크에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이다.
leej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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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줄을 서 헌화하고 있다. | |
ⓒ 권우성 | 관련사진보기 |
"(아들이 생전에) 56kg가 넘는 저를 업었어요. 이렇게 씩씩한 애가 군대에 가서 9일 만에 죽었잖아요. 얘 이대로 돌려주세요. 돌려만 주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가혹한 얼차려로 숨진 육군 12사단 훈련병의 어머니는 입대 때 자신을 업고 찍은 아들 사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아들을 돌려달라는 어머니의 울부짖음에 분향소를 찾은 여야 국회의원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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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헌화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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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6시 15분께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마련된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 앞을 고인의 부모가 찾았다. 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또 다른 군 사망사고 유족들이 부모에게 국화를 건넸다.
영정 높이만큼 쌓여있는 국화 위로 박 훈련병 부모의 국화가 올라갔다. 어머니의 몸이 분노로 떨리자 옆에서 눈물을 흘리던 아버지가 팔로 부축했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소속 10여 명도 '별이 된 아들을 부모가 가슴에 묻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눈물을 훔쳤다.
유족은 시민들의 추모 행렬을 직접 맞이했다. 시민들이 애도하며 남긴 메모지는 준비된 패널 4개를 가득 채웠다. 슬픔을 참지 못해 오열하는 추모객을 유족이 끌어안고 위로하기도 했다.
정치권 발길도 이어져... 유족 "군·경찰, 가해자 편인지 피해자 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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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유족들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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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현희 의원이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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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추모 발걸음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조국·이해민·김준형)을 시작으로 국민의힘(추경호·나경원·조지연 등), 개혁신당(이준석·천하람·이주영), 더불어민주당(추미애·전현희·전용기 등) 소속 국회의원들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손을 붙잡고 사건 축소 의혹을 받고 있는 군과 경찰의 대처에 대해 "피해자 편인지 가해자 편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가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 뿐"이라며 "이렇게 씩씩하던 아이가 군대에 가서 9일 만에 죽었다. 얘 이대로 돌려달라. 돌려만 주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흐느꼈다. 이 같은 호소에 추 원내대표는 90도로 허리를 두차례 숙이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불의의 군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박 훈련병의 사고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저희들도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철저한 진상규명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눈물을 흘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말 드릴 말씀이 없다. 반드시 진상규명을 하고 책임자를 가려내겠다"고 다짐하자, 어머니는 "살아갈 수도 없고 아무 의미도 없다. 이건 가정파괴"라며 "제발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울먹였다. 유족이 오기 전 추모한 전용기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왜 계속 책임자를 똑바로 찾지 못하고 책임을 묻지 못하는 모습을 정부가 보이는지 모르겠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원인규명과 대책 마련에 국회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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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개혁신당 이주영, 이준석, 천하람 의원이 참배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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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이해민 의원이 참배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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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의 손을 잡고 위로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다른 일 차치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국회도 초당적으로 일치단결해서 힘을 보탤 것이고"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정말 우리 군 당국이 정신 차리길 바란다"며 "개혁신당이 국회에서 우리 군 장병과 유가족을 지키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분향소를 찾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제도를 바꾸는 것 외에 책임자들이 헌법적 책임이든 군사적 책임이든 반드시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원이) 한 번 말하고 호통치고 끝낼 문제는 아니다. (군 사망사고를 겪은) 유족들의 가슴 속에 박힌 심정을 정치인, 국방부 관계자, 국민들 앞에서 말씀하실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사망 훈련병 동기 부모 "까만 소변 나왔다"… '횡문근융해증'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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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차려 후 고열→근육 녹고→장기 파괴…사망 훈련병 ‘횡문근융해증’ 유사 증상


40도 고열에도 ‘무한굴레’ 얼차려…입대 9일차 신병의 그 날
“부모가 軍진행 부검 믿지 못해 국과수에 부검 의뢰”
육군 12사단 을지부대에서 입대한지 고작 9일 된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던 도중 쓰러져 군병원을 거쳐 민간병원까지 갔지만 끝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며, 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군기훈련 규정 위반, 건강상태 사전 체크 무시, 얼차려 중 이상 징후 묵살, 최단시간 응급 후송 미이행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뉴스1
[앵커]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군기훈련, 이른바 '얼차려'를 받다 숨진 육군 훈련병이 규정을 위반한 훈련을 받은 정황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완전군장을 한 채 달리기를 하고, 팔굽혀펴기까지 시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도에 김덕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3일, 군기훈련을 받다 의식을 잃은 뒤 이틀 만에 숨진 육군 훈련병에게 규정을 위반한 얼차려를 시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무게 20kg 안팎의 완전 군장을 멘 채 팔굽혀펴기를 하는가 하면, 역시 군장한 채로 연병장 2바퀴를 걸은 뒤, 당시 현장에 있던 간부 지시에 따라 뜀걸음, 달리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훈련병은 연병장에서 끝내 쓰러졌는데, 보행과 뜀걸음을 합친 거리는 1.5km 정도로 파악됩니다.
육군 규정상 얼차려는 뜀걸음 대신 걷기만 가능하고, 완전 군장한 채 걷는 경우 1회당 1km 이내만 지시가 가능합니다.
팔굽혀펴기는 맨몸인 상태에서 1회 최대 20번까지 시킬 수 있습니다.
당시 군기훈련이 모두 규정 위반이었던 겁니다.
이에 대해 육군은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식별되어 현재 민간 경찰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사고는 훈련병 6명이 전날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완전 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사망 사고는 간부가 훈련병의 이상 상태를 인지하고도 꾀병 취급을 해 발생한 참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당시 얼차려를 명령하고 집행한 간부들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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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훈 기자 (standby@kbs.co.kr)
"위법한 얼차려로 훈련병 사망…군기훈련 아닌 가혹행위"(종합)
군인권센터 "건강 이상징후에도 얼차려…철저한 수사 필요"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육군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군인권센터가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27일 숨진 훈련병에게 건강 이상 징후가 있었으나 집행간부가 이를 무시했다며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얼차려' 부여로 병사가 사망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제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6명의 훈련병이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오후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 연병장을 돌던 도중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같이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집행간부에게 이를 보고했는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보 내용대로라면 집행간부가 훈련병의 이상 상태를 인지하고도 꾀병 취급하고 무시하다 발생한 참사"라고 덧붙였다.
센터는 이날 얼차려 당시 완전군장을 착용한 뜀걸음과 팔굽혀펴기뿐 아니라 대상자들에게 특정 지점까지 반복적으로 빨리 뛰어오게 하는 '선착순뛰기' 지시가 있었다는 제보도 추가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완전군장을 차고 뜀걸음을 하거나 팔굽혀펴기를 하는 행위, 선착순 뛰기는 모두 규정에 없는 위법한 얼차려"라며 "육군이 말하는 '군기훈련'이 아닌 군형법 제62조의 '가혹행위'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위법행위가 훈련병의 질병 악화 등에 영향을 미쳐 사망에 이르렀다면 상해치사죄도 성립할 수 있다"며 육군과 경찰 등이 신속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를 요구했다.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께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는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
boin@yna.co.kr
[영상] 사망 훈련병에 완전군장 달리기 지시…군기훈련 규정 위반 정황
(서울=연합뉴스) 지난 23일 육군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달리기)를 시켜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긴 정황이 있는 것으로 27일 전해졌습니다.
육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던 상황과 관련해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구체적인 상황은 (군 당국이) 민간경찰과 조사 중이어서 말씀드리기가 제한된다"고 밝혔습니다.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구보로 도는 군기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군기훈련 규정은 완전군장 상태에선 걷기만 시킬 수 있고, 구보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제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6명의 훈련병이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오후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며 "연병장을 돌던 도중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같이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집행간부에게 이를 보고했는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한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영상으로 보시죠.
제작: 김건태·변혜정
영상: 연합뉴스TV·유튜브 대한민국 육군·육군훈련소에서 직접 알려드립니다·사이트 군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