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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숨진 훈련병, ‘군장’한 채 뜀걸음·팔굽혀펴기…규정 위반 경찰 수사

무궁화9719 2024. 5. 28. 15:52

'훈련병 사망' 중대장·부중대장 구속…법원 “증거인멸 우려”

취재진 질문에 중대장 묵묵부답… 부중대장은 “죄송하다”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2024-06-21 13:48 송고

육군 12사단에서 발생한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기고 군기 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해당 부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21일 구속됐다.

춘천지법 신동일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12사단 신병교육대 소속 중대장 A 씨와 부중대장 B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A 씨 등 2명은 이날 오전 10시 34분쯤 경찰 수십명과 함께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건이 군에서 민간 경찰로 사건이 이첩된 후 이들이 언론에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A 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사망한 훈련병 유가족에겐 왜 연락했느냐' '숨진 훈련병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반면 B 씨는 '중대장 지시로 얼차려를 시킨 거냐'는 질문에 "죄송합니다"고 짧게 답했다.
 
이에 앞서 강원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달 10일 A·B 씨를 정식 입건,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18일 춘천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검찰은 이튿날인 19일 A 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가혹행위 및 업무상과실치사다.

검찰에 따르면 A·B 씨는 훈련병 박모 씨를 상대로 법령을 위반해 군기 훈련을 명령·집행하고, 이로 인해 실신한 박 씨에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지난달 23일 사망 당일 A 씨 등의 지시로 신교대 연병장에서 '완전군장 상태 구보 및 팔굽혀펴기' 등 군 규정에 없는 군기 훈련을 받다 쓰려져 치료를 위해 민간 병원으로 후송된 지 이틀 만에 숨졌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박씨 사인은 패혈성쇼크에 따른 다발성 장기부전이다.

leejj@news1.kr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줄을 서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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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생전에) 56kg가 넘는 저를 업었어요. 이렇게 씩씩한 애가 군대에 가서 9일 만에 죽었잖아요. 얘 이대로 돌려주세요. 돌려만 주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가혹한 얼차려로 숨진 육군 12사단 훈련병의 어머니는 입대 때 자신을 업고 찍은 아들 사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아들을 돌려달라는 어머니의 울부짖음에 분향소를 찾은 여야 국회의원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헌화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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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6시 15분께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마련된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 앞을 고인의 부모가 찾았다. 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또 다른 군 사망사고 유족들이 부모에게 국화를 건넸다.

영정 높이만큼 쌓여있는 국화 위로 박 훈련병 부모의 국화가 올라갔다. 어머니의 몸이 분노로 떨리자 옆에서 눈물을 흘리던 아버지가 팔로 부축했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소속 10여 명도 '별이 된 아들을 부모가 가슴에 묻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눈물을 훔쳤다.

유족은 시민들의 추모 행렬을 직접 맞이했다. 시민들이 애도하며 남긴 메모지는 준비된 패널 4개를 가득 채웠다. 슬픔을 참지 못해 오열하는 추모객을 유족이 끌어안고 위로하기도 했다.

정치권 발길도 이어져... 유족 "군·경찰, 가해자 편인지 피해자 편인지"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유족들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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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현희 의원이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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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추모 발걸음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조국·이해민·김준형)을 시작으로 국민의힘(추경호·나경원·조지연 등), 개혁신당(이준석·천하람·이주영), 더불어민주당(추미애·전현희·전용기 등) 소속 국회의원들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손을 붙잡고 사건 축소 의혹을 받고 있는 군과 경찰의 대처에 대해 "피해자 편인지 가해자 편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가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 뿐"이라며 "이렇게 씩씩하던 아이가 군대에 가서 9일 만에 죽었다. 얘 이대로 돌려달라. 돌려만 주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흐느꼈다. 이 같은 호소에 추 원내대표는 90도로 허리를 두차례 숙이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불의의 군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박 훈련병의 사고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저희들도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철저한 진상규명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눈물을 흘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말 드릴 말씀이 없다. 반드시 진상규명을 하고 책임자를 가려내겠다"고 다짐하자, 어머니는 "살아갈 수도 없고 아무 의미도 없다. 이건 가정파괴"라며 "제발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울먹였다. 유족이 오기 전 추모한 전용기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왜 계속 책임자를 똑바로 찾지 못하고 책임을 묻지 못하는 모습을 정부가 보이는지 모르겠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원인규명과 대책 마련에 국회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개혁신당 이주영, 이준석, 천하람 의원이 참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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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이해민 의원이 참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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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의 손을 잡고 위로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다른 일 차치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국회도 초당적으로 일치단결해서 힘을 보탤 것이고"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정말 우리 군 당국이 정신 차리길 바란다"며 "개혁신당이 국회에서 우리 군 장병과 유가족을 지키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분향소를 찾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제도를 바꾸는 것 외에 책임자들이 헌법적 책임이든 군사적 책임이든 반드시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원이) 한 번 말하고 호통치고 끝낼 문제는 아니다. (군 사망사고를 겪은) 유족들의 가슴 속에 박힌 심정을 정치인, 국방부 관계자, 국민들 앞에서 말씀하실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사망 훈련병 동기 부모 "까만 소변 나왔다"… '횡문근융해증' 가능성

서지영 기자2024. 5. 28. 15:33
 
군기 훈련 도중 사망한 훈련병의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 온라인상에 공개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뉴스1
 
얼차려를 받다가 쓰러져 이틀 만에 사망한 훈련병의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다.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까만 소변이 나왔다는 사망한 훈련병'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에는 자신을 사망한 훈련병 동기의 부모라 밝힌 A씨가 남긴 댓글이 첨부됐다. A씨는 당시 "점호 불량으로 6명에게 20kg을 책 같은 걸 더 넣게 해서 40kg으로 만들어 메고 3시간 정도 뺑뺑이 벌과 얼차려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중 한 명이 다리 인대 근육이 다 파열돼 시퍼렇게 되고 쓰러져 의무실에 있는데도 기절하는 척하는 줄 알고 이송하지 않았다"며 "그러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아이가 게거품을 물고 상태가 악화돼 민간병원으로 이송한 후 사망했다"며 "소변으로 까만 물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군기 훈련 도중 사망한 훈련병의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 게재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의 글은 26일 밤 10시22분에 작성됐다. 이에 누리꾼들은 "훈련병들이 일요일인 26일 핸드폰을 받으니 부모님한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26일 저녁 8시에 뉴스가 떴고 뉴스에 없던 '6명 완전 군장 뺑뺑이' 내용도 있다"며 댓글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8일 뉴시스에 따르면 사망 훈련병을 부검한 결과 횡문근융해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일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이 괴사하면서 세포 안에 있는 근육 성분이 혈액으로 방출돼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무리한 운동, 과도한 체온 상승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서지영 기자 z02z02z02@mt.co.kr

순직 훈련병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짙어지는 가혹행위 의혹

허고운 기자2024. 5. 28. 11:59

"군기훈련간 문제점 식별"…육군, 오늘 민간경찰에 수사 이첩

ⓒ News1 DB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최근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사망한 육군 훈련병이 무리한 운동 등의 이유로 근육이 손상되는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을 보인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사망의 원인이 가혹행위일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군 소식통은 사망 훈련병 부검 결과와 관련해 "횡문근융해증과 유사한 증상을 일부 보인 것으로 안다"라며 "추가로 혈액 조직 검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근력 운동, 지나친 체온 상승, 외상 등의 원인으로 근육이 손상됐을 때 골격근세포가 녹거나 죽어 신장을 폐색 및 손상시키는 병이다.
 
지난 2012년 야간행군 후 숨진 훈련병도 횡문근융해증 증상을 보였다. 또한 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 4월부터 2001년 10월까지 운동 유발 횡문근융해증으로 국군수도병원 내과에 입원한 환자 26명 중 3명이 숨졌다.
 
이번에 사망한 훈련병의 사인이 횡문근융해증으로 확인되면 군기훈련을 가혹행위 수준으로 진행해 병사가 죽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돼 이틀 뒤인 25일 오후 숨졌다.
 
사망 훈련병은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기훈련 중 체력단련에는 '완전군장 상태에서 보행',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등이 있으나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는 규정에 없다.
 
이와 관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완전군장을 한 채 팔굽혀펴기, 선착순 뺑뺑이를 돌렸다고 하더라"라며 6명의 군기훈련 대상 훈련병을 상대로 완전군장 달리기를 시킨 뒤 1등만 빼고 또 돌리는 벌을 줬다라고 전했다.
 
군기훈련 과정에서 완전군장 무게를 맞추기 위해 책을 집어넣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훈련병 부모는 훈련병 커뮤니티 '더 캠프'에 올린 글에서 "(완전군장) 20㎏에 책 같은 걸 더 넣게 해서 40㎏을 만들어 3시간 정도 뺑뺑이 얼차려를 줬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육군은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를 마치고 민간 경찰에 사건을 수사 이첩할 예정이다. 조사 중 식별한 문제점 등을 기록한 인지통보서와 폐쇄회로TV(CCTV) 녹화영상 등이 경찰에 제출된다.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군기훈련간 문제점이 식별돼 경찰 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늘 강원경찰청에 이첩하게 된다"라며 "육군은 한점 의혹 없이 투명하고 정확하게 규명되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 

얼차려 후 고열→근육 녹고→장기 파괴…사망 훈련병 ‘횡문근융해증’ 유사 증상

김기환2024. 5. 28. 11:26
 
가혹행위 논란 커지나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병원에 실려가 이틀만에 숨진 훈련병이 군기훈련 후 ‘횡문근융해증’ 증상을 보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무리한 근력운동을 했을 때 골격근세포가 손상돼 장기를 파괴하는 병이다. 군장 무게를 늘리기 위해 책을 집어넣어서 무게를 맞췄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2년 육군에서 야간행군 후 숨진 훈련병의 사인에도 횡문근융해증이 있었다. 당시 의료진은 극심한 운동으로 파괴된 근육조직이 혈관과 요도를 막아 신부전증으로 발전해 사망했다는 소견을 내놨다.
 
훈련병 사망사건 발생한 육군 모 부대. 연합뉴스
 
얼차려를 받다가 쓰러진 훈련병이 횡문근융해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 무리한 얼차려로 장병이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훈련소에서는 완전군장으로 20~25㎏으로 훈련을 시행하고 있어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을 당시 메고 있던 군장은 약 2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뉴시스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 상태로 팔굽혀펴기도 지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규정상 완전 군장을 한 상태에서는 구보 대신 걷기만 가능하고, 걷더라도 1회 당 1km 이내만 지시가 가능하다. 팔굽혀펴기의 경우 맨몸인 상태에서 1회 최대 20번까지 시킬 수 있다.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은 당일 인제군의 낮 최고기온은 28도에 육박했다.
 
군인권센터는 “센터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A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 보이자 함께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지휘관에게 이를 보고했다. 하지만 지휘관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육군은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민간 경찰에 해당 사건을 수사 이첩할 예정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40도 고열에도 ‘무한굴레’ 얼차려…입대 9일차 신병의 그 날

양다훈2024. 5. 28. 10:30
 
“완전 군장 달리기 시킨 뒤 1등만 빼고 또 돌리는 벌”
“부모가 軍진행 부검 믿지 못해 국과수에 부검 의뢰”
 

육군 12사단 을지부대에서 입대한지 고작 9일 된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던 도중 쓰러져 군병원을 거쳐 민간병원까지 갔지만 끝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며, 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군기훈련 규정 위반, 건강상태 사전 체크 무시, 얼차려 중 이상 징후 묵살, 최단시간 응급 후송 미이행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지난 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 위로 먹구름이 드리워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인제=연합뉴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25일 사망한 훈련병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쓰러진 날은 입대 후 9일 차였다”며 신병 중에서도 신병이었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얼차려에 대해 “(20~25㎏에 이르는) 완전군장을 한 채 팔굽혀펴기와 선착순 뺑뺑이를 돌렸다고 한다”며, 6명의 군기훈련 대상 훈련병을 상대로 완전군장 달리기를 시킨 후 1등을 제외한 나머지 훈련병들에게 또다시 벌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는 군기훈련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군기훈련은 하루 2시간 이내로 하고, 완전군장을 한 채 걷기는 1km까지, 맨몸으로 앉았다 일어나기는 가능, 맨몸 팔굽혀펴기는 20회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철저히 무시됐다. 임 소장은 “군이 철저하게 정보 단속을 했지만 휴일을 맞아 훈련병이 부모들과 통화하면서 정보가 새어나갔다”고 사망이 알려진 경위를 밝혔다.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은 이유에 대해 임 소장은 “좀 떠들었다는 이유로 군기 훈련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훈련병의 사인에 대해서도 “저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패혈성 쇼크로 병원에 도착했을 무렵 열이 40.5도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임 소장은 “열사병으로 추정되는데, 고열에 시달리면 통상적으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면 회복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회복이 되지 않아 패혈증으로 넘어갔고, 결국 신장 투석을 하던 중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훈련병이 신병교육대 의무실로 이동한 시간이 23일 오후 5시 20분이었다며, 이 시간대는 군의관이 없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119 앰뷸런스로 외진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의식이 있는 상태로 긴급 후송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상 호흡수는 분당 16회에서 20회인 반면, 훈련병의 호흡수는 분당 50회로 이미 민간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식이 있었지만 헛소리를 하는 상태였다”며 “나이가 몇 살이에요? 이름이 뭐예요? 이렇게 물어보는데 대답을 잘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임 소장은 “속초 의료원에서 2~3시간 치료했지만 열이 내려가지 않아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송했을 때도 거의 열이 40도였고, 이때 근육이 녹아내리기 시작해 신장 투석을 했지만 결국 패혈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얼차려 전에 반드시 건강 체크와 문진을 하도록 되어 있다”며 군이 이를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기 교육은 고문도 가혹행위도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군의 처사를 비판했다.
 
끝으로 임 소장은 “부모가 군에서 진행하는 부검을 믿지 못해 국가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며 “부검 결과는 빨라야 한 달 뒤에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뉴스1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모 부대에서 군사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한 명이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쓰러진 훈련병은 즉시 민간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결국 이틀 뒤인 25일 오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은 훈련병의 안전과 인권 보호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군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적절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대 내 훈련 및 처벌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단독] 숨진 훈련병, ‘군장’한 채 뜀걸음·팔굽혀펴기…규정 위반 경찰 수사

김덕훈2024. 5. 27. 19:18
 

[앵커]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군기훈련, 이른바 '얼차려'를 받다 숨진 육군 훈련병이 규정을 위반한 훈련을 받은 정황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완전군장을 한 채 달리기를 하고, 팔굽혀펴기까지 시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도에 김덕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3일, 군기훈련을 받다 의식을 잃은 뒤 이틀 만에 숨진 육군 훈련병에게 규정을 위반한 얼차려를 시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무게 20kg 안팎의 완전 군장을 멘 채 팔굽혀펴기를 하는가 하면, 역시 군장한 채로 연병장 2바퀴를 걸은 뒤, 당시 현장에 있던 간부 지시에 따라 뜀걸음, 달리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훈련병은 연병장에서 끝내 쓰러졌는데, 보행과 뜀걸음을 합친 거리는 1.5km 정도로 파악됩니다.

 

육군 규정상 얼차려는 뜀걸음 대신 걷기만 가능하고, 완전 군장한 채 걷는 경우 1회당 1km 이내만 지시가 가능합니다.

 

팔굽혀펴기는 맨몸인 상태에서 1회 최대 20번까지 시킬 수 있습니다.

 

당시 군기훈련이 모두 규정 위반이었던 겁니다.

 

이에 대해 육군은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식별되어 현재 민간 경찰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사고는 훈련병 6명이 전날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완전 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사망 사고는 간부가 훈련병의 이상 상태를 인지하고도 꾀병 취급을 해 발생한 참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당시 얼차려를 명령하고 집행한 간부들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영상편집: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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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훈 기자 (standby@kbs.co.kr)

"위법한 얼차려로 훈련병 사망…군기훈련 아닌 가혹행위"(종합)

장보인2024. 5. 27. 17:34

군인권센터 "건강 이상징후에도 얼차려…철저한 수사 필요"

기합(PG)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육군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군인권센터가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27일 숨진 훈련병에게 건강 이상 징후가 있었으나 집행간부가 이를 무시했다며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얼차려' 부여로 병사가 사망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제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6명의 훈련병이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오후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 연병장을 돌던 도중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같이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집행간부에게 이를 보고했는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보 내용대로라면 집행간부가 훈련병의 이상 상태를 인지하고도 꾀병 취급하고 무시하다 발생한 참사"라고 덧붙였다.

 

센터는 이날 얼차려 당시 완전군장을 착용한 뜀걸음과 팔굽혀펴기뿐 아니라 대상자들에게 특정 지점까지 반복적으로 빨리 뛰어오게 하는 '선착순뛰기' 지시가 있었다는 제보도 추가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완전군장을 차고 뜀걸음을 하거나 팔굽혀펴기를 하는 행위, 선착순 뛰기는 모두 규정에 없는 위법한 얼차려"라며 "육군이 말하는 '군기훈련'이 아닌 군형법 제62조의 '가혹행위'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위법행위가 훈련병의 질병 악화 등에 영향을 미쳐 사망에 이르렀다면 상해치사죄도 성립할 수 있다"며 육군과 경찰 등이 신속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를 요구했다.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께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는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

boin@yna.co.kr

[영상] 사망 훈련병에 완전군장 달리기 지시…군기훈련 규정 위반 정황

변혜정2024. 5. 27. 16:36

https://youtu.be/h03sUumCpmE

(서울=연합뉴스) 지난 23일 육군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달리기)를 시켜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긴 정황이 있는 것으로 27일 전해졌습니다.

 

육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던 상황과 관련해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구체적인 상황은 (군 당국이) 민간경찰과 조사 중이어서 말씀드리기가 제한된다"고 밝혔습니다.

 

사망한 훈련병은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구보로 도는 군기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군기훈련 규정은 완전군장 상태에선 걷기만 시킬 수 있고, 구보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제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6명의 훈련병이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오후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며 "연병장을 돌던 도중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같이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집행간부에게 이를 보고했는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한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영상으로 보시죠.

 

제작: 김건태·변혜정

영상: 연합뉴스TV·유튜브 대한민국 육군·육군훈련소에서 직접 알려드립니다·사이트 군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