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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자 한동훈, 구원투수 총선기획설 현실로"
무궁화9719
2024. 3. 27. 09:56
[이충재의 인사이트] 의대 2천명 조기 배정 '대못', 자충수됐다
이충재입력 2024. 3. 27. 06:21수정 2024. 3. 27. 07:39
내년도 의대 정원 배정 앞당긴 정부, 진퇴양난...의료계 반발 꺾일 거라는 예상 오판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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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의정 갈등'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조기 배정이 자충수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증원 규모에 '대못'을 박아 사태 해결을 앞당기려던 조치가 대화 재개 국면에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입니다. 중재자로 떠오른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증원 규모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해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결국 2000명 족쇄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밖에 없다는 견해가 여권 내에서도 나옵니다.
대통령실은 26일 의료계의 증원 철회 요구에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전국 의대 배정 완료"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지난 20일 이미 내년도 의대 증원 배분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에 번복하면 혼란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윤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학별로 증원 규모를 통보한 터라 재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의 이런 태도는 스스로 퇴로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실패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총선을 불과 2주일 앞두고 의정 충돌에 정치적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증원 절대 고수는 여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여당 내에서도 공연히 증원 배정을 앞당기는 바람에 어렵게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더 얼어붙게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성급한 의대 증원 배정이 발목을 잡은 꼴이라고 지적합니다. 당초 관련부처에서는 대학 입학전형을 매년 4월 공표하는 일정에 맞춰 배정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발표를 앞당길 것을 지시해 일정이 꼬였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증원 규모에 '대못'을 박아 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의도였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증원 배정을 조기에 완료하면 의료계의 투쟁 의지가 꺾일 것으로 기대했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 결자해지 자세 필요
하지만 대통령실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은 의료계의 투쟁 의지가 더 거세졌다는 점에서 확인됩니다. 의대 교수들은 예정대로 사직서 제출과 외래진료 축소에 돌입하며 정부를 상대로 배수진을 쳤습니다.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던 한 위원장의 중재 역할도 무위로 돌아간 모습입니다. 한 위원장은 증원 규모 조정에 "방향을 제시하는 건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해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일각에선 의대 증원 배정이 불가역적인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통상 각 대학은 이달 안으로 증원된 정원을 반영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신청해 승인을 받습니다. 대교협이 최종 승인을 하면 대학들이 5월에 대학별 모집요강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런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정원 조정의 길이 열려있다는 얘깁니다. 다소의 혼란은 있겠지만 복지부와 교육부 등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입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의지입니다. 윤 대통령은 그간 2000명 증원을 진두지휘하다시피 했습니다. 정부 내의 유연한 시도를 앞장서 차단해왔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정부는 대화 기구를 꾸린다는 방침이지만 알맹이 없는 대화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리 없습니다. 의정 갈등을 증폭시켜온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2000명의 덫을 푸는 것만이 파국을 면할 수 있는 길입니다.
"중재자 한동훈, 구원투수 총선기획설 현실로"
의대교수 만나자 대통령실 움직여... 녹색정의당 "양두구육", 조국혁신당 "짜고 치는 도박"
24.03.24 20:46l최종 업데이트 24.03.24 20:5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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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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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 사직 사태를 앞두고 '중재자'로 나서자 대통령실이 움직였다. 야당들은 "한동훈 구원투수 총선기획설을 기어코 현실로 만들었다" "국정이 여권 내부의 짜고 치는 도박인가"라며 용산과 여의도의 '약속대련 2탄'을 의심했다.
김수영 녹색정의당 선임대변인은 24일 "한동훈 위원장이 듣기만 해도 낯뜨거운 한동훈 구원투수 총선기획설을 기어코 현실로 만들었다"며 이날 한 위원장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윤 대통령이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한 일을 비판했다. 그는 "이미 의료공백 장기화가 여당의 총선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면 한 위원장이 '타결쇼'를 보여줄 것이라는 총선기획설이 있었다"며 "국민들이 속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시라"고 했다.
김 선임대변인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극단 대결을 조장해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마치 해결사인 양 가면을 쓰는 양두구육과 같은 '약속중재' 속임수는 국민들의 더 큰 분노와 심판을 가져올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여권을 향해 "밀실야합 거래할 생각마시라"며 "국민과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의사들의 조건 없는 복귀를 끌어내고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를 통한 민주적 토론으로 해결하시라"고 촉구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 역시 "의·정 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도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방식"이라고 짚었다. 그는 "갈등이 벌어지면 대통령실은 버티고, 한 위원장이 나서서 중재하는 일이 반복된다. 또 여당 주장에 대해 일단 대통령실은 부인했다가 나중에 한 위원장 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한다"며 "국민에겐 걱정을, 한 위원장에게는 표를 안기는 행태의 반복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그렇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국정이 여권 내부의 짜고 치는 도박인가? 약속대련인가"라며 "이런 식으로 대화를 추진하려면 국민들이 맘 졸이기 전에, 불안함을 느끼기 전에 나섰어야 하지 않나"라고 일갈했다. 또 "국민은 이미 꿰뚫어 보고 있다"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스토리가 빤한 통속극을 되풀이하기보다는 미리미리 국민의 걱정을 덜어달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신선한 시나리오를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따로 논평을 내진 않았지만, 줄곧 '한동훈 중재자설'을 의심해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월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항간에 이런 시나리오가 떠돈다"며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진 다음에 혼란과 반발을 극대화시켜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후에 누군가 나타나서 이 규모를 축소하면서 원만하게 타협을 끌어내는 정치쇼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의료대란' 중재 요청받았다는 한동훈 ... 즉각 반응한 용산
의대 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 하루 앞두고 깜짝 간담회... '유연 처리' 주문에 용산 "대화 추진"
24.03.24 18:57l최종 업데이트 24.03.24 19:0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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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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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계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마치고 '중재' 역할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권의 판세가 좋지 않은 가운데, 전국의과대학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던지겠다고 예고한 시한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성사된 만남이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충돌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이 직접 나서서 매듭을 풀겠다는 액션으로 보인다. '강경 기조'였던 용산 대통령실에서도 이날 양측의 만남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여당 대표의 '주문'이 나오자,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마냥 기민하게 반응해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당초 의과대학 증원 문제는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호재'로 여겨지는 이슈였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며 정부 책임론도 점차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집권여당 대표가 나름의 역할을 해내는 그림을 그렸으나, 구체적인 해법 마련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만남은 50분, 브리핑은 1분... "의료계, 건설적 대화 나설 준비 되어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24일 오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약 50여 분의 비공개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 잠시 섰다. 그는 "간담회에서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그것 정도 말씀드리고 가겠다"라며 "국민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제가 받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울러 의료계에도 '정부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말씀도 저에게 전했다"라며 "저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답변을 드렸다"라고 말했다. 다만 "제 말씀은 이 정도이다. 제가 더 상세한 말씀은 더 드리지는 않겠다"라며 "같이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눈 부분에 대해서 상세한 공개는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이 정도 취지를 말씀드리면 충분할 것 같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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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어지는 의료공백 전공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며 의료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중, 지난 13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보호자가 환자를 옮기는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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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양측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 질문이 나왔으나 "좀 지켜봐 주시라"라며 "제가 한다는 것이 어떤 건설적인 대화를 하는 것을 좀 도와드리고 문제를 푸는 방식을 제시해 드리고 이런 부분들을 말씀드린 것이기 때문"이라고만 답했다. "좀 지켜봐 주시면 될 것 같다"라며 구체적인 대답을 피한 것. 한 비대위원장의 백그라운드 브리핑은 1분 만에 종료되고 말았다.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 역시 "위원장께서 말씀하신 것 외에는 더 전해드릴 게 없다"라며 "양쪽이 모두 오늘 안에 있었던 이야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해를 부탁드린다"라고 설명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가 선제안... 한동훈, '현장' 강조하며 병원으로
마침 여당 내에서도 지도부의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던 차였다. 인천광역시 동구·미추홀구을에 출마한 윤상현 국민의힘 후보는 23일 "출구없는 의료대란, 국민의힘 지도부가 나서야"라는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열리지 않는 대화의 문을 열어 투쟁의 시간을 끝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이 나서야 한다. 당 지도부가 중재안을 만들어 양쪽을 설득해야 한다"라며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이며, 모든 것의 귀결은 국민을 위한 길이 되어야 한다. 당 지도부가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한 비대위원장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본인의 모두발언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제가 오늘 오후에 전국의대교수협의회 간부들과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 만날 예정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깜짝' 발표했다. 당초 기자들에게 공지된 일정이 아니었다. 당 공보실에서는 이후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되오니, 일정 참고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뒤늦게 공지했다.
이번 만남은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측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단이 여의도에 자리한 국민의힘 당사에 오는 방향이 검토됐으나, 한동훈 비대위원장 측이 '현장'을 보겠다며 장소가 변경됐다는 후문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우리도 한 위원장이 의료계와 만나는 일정 정도만 미리 알고 있었을 뿐, 나누게 될 대화 내용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간담회 직전까지 용산은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은 미복귀 전공의들의 면허를 이번 주부터 정지하겠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입장이었다. 정부는 이미 의대 정원 증원 규모도 2000명으로 못을 박았다. 심지어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법과 원칙이 있기 때문에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이를 재확인했다.
그런데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브리핑이 끝나고 1시간 만에 용산이 움직였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기자들에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대통령실에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라며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다"라고 알렸다. "또한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