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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59% "바이든으로 들었다"는데 정정보도 하라?

무궁화9719 2024. 1. 13. 14:58

국민 59% "바이든으로 들었다"는데 정정보도 하라?

 

1심 재판부 'MBC vs 외교부' 외교부 승소판결
"한국 국회 향해 발언했다고 봄이 자연스럽다"
감정인 '판독 불가'라는데 "바이든 아니다" 단정
"외신들이 MBC 보도 보고 썼다" 멋대로 추정
MBC "잘못된 재판 받아들일 수 없다…항소"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진 '바이든-날리면' 사태에 대해 법원이 MBC 측에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성지호 부장판사)는 12일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판결 확정 후 최초로 방송되는 뉴스데스크 프로그램 첫머리에 진행자로 하여금 별지 기재 정정보도문을 통상적인 진행속도로 1회 낭독하게 하고 낭독하는 동안 위 정정보도문 제목과 본문을 통상의 프로그램 자막 같은 글자체와 크기로 계속 표시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피고가 원고에게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1일 100만원으로 계산한 돈으로 지급하라"고 했다.

 

MBC 뉴스데스크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국제회의장을 떠나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고, 이 모습이 방송 기자단의 풀(pool) 영상에 포착됐다. MBC는 이를 보도하며 '○○○' 대목에 '바이든'이라고 자막을 달았고, 다른 언론사들도 MBC와 마찬가지로 '이 XX' '바이든'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했었다. 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의회에 있는 파트너들과 함께 글로벌 펀드에 60억 달러를 더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공여를 위해 별도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대부분의 언론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미국)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취지로 해석했다.

 

특히 대통령실 풀 기자단은 보도 전 대통령실에 발언 해명 요구를 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식석상이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외교상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고, 보도 이후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사적 발언에 대해 외교적 성과를 연결하는 건 대단히 적절치 않다"면서 사실상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음을 시인하듯이 발언했다.

 

대통령실은 보도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정정' 요청을 하고 있지 않다가, 첫 보도가 나간 지 14시간 만에 김은혜 홍보수석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고,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수구 성향의 종편 <채널A>가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해석한 뒤였다.

 

'이 XX' '바이든'을 보도한 언론사가 148개에 이르지만, 외교부는 2022년 10월 말 MBC 보도에 대해서만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절차를 밟았다. 중재위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자 같은 해 12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통령실은 이 과정에서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한 MBC 기자에 대해 순방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기도 했다. 노골적인 보복 조치였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퀘어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9.22. 연합뉴스
 

MBC는 재판에서 해당 영상에 대해 풀 기자단 상호 확인, 국내에서의 반복적 검증, 대통령실 해명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사실임을 확인한 후 보도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 외에도 발언 영상을 당일 보도한 언론사가 148개 이르고, 모두 '이 XX' '바이든'이라고 보도했기 때문에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이 XX' '바이든'을 최초로 확인한 MBC 이기주 기자도 자신의 책 <기자유감>에서 당시 풀 화면을 본 기자들이 "대박…" "이거 어떡해?" "앞부분은 무대에서가 아니라 국회에서라고 하네" "그러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이거네." 등의 반응을 하며 문제의 발언에 대해 상호 검증한 과정을 서술했다. 당시 대통령실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구 춘추관장)에게 사실 확인도 요청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보도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재판부의 제안으로 음성 감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다만 전문 감정인은 「ⓐ국회에서 ⓑ 이 새끼들이 ⓒ 승인 안 해**(일부 판독불가)  판독불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분석해 '이 XX' 'X팔려서' 등 욕설과 비속어는 확인했지만, 쟁점이 된 '바이든' 부분은 '판독 불가' 의견을 내 법정에서 진위를 가리진 못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발언자인 윤 대통령에 대해 본인 확인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쟁점 부분이 '기술적으로' 판독불가임에도 "발언을 직접 들은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의 진술 등을 종합해볼 때,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 국회를 상대로 발언을 했다고 봄이 자연스럽다"고 단정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거듭 밝히면서도 "자막을 추가하지 않은 채 음성 원본만을 들려준다거나, 자막을 추가하더라도 논란이 되는 발언 부분을 공란으로 처리하는 등으로 보도함으로써 시청자로 하여금 발언의 내용을 각자 판단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다"며, MBC가 정보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당초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불발되고 고작 48초 스탠딩으로 끝나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으느 48초 동안 IRA(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화스와프 등을 논의했다고 했다. 2022.9.22. 연합뉴스
 

대통령의 음성에 대해서도 "사람의 음성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렵고, '휘발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발언자 스스로도 자신이 사용한 단어가 정확히 무엇인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고 한 뒤, "사람의 음성은 같은 내용이라도 발언자의 발음, 주변 소음, 발언 맥락, 발언자의 입 모양, 사전 정보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들릴 수 있다"며 전후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음성 자체에만 지나치게 엄격주의를 적용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 사건 보도 이후 김성한 전 실장이 풀 기자단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사적 발언에 대해 외교적 성과를 연결하는 건 대단히 적절치 않다'라고 발언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면서도 "대통령실이 '이 사건의 발언은 사실이다'라고 적극적으로 시인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즉, 대통령실 해명이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시인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사건 발언 내용 자체에 대해 명시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고 하여 곧바로 이 사건 발언을 시인했다고 이해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재판부가 대통령실 및 외교 분야 취재 관행과 당시 정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실이 14시간이나 언론사에 정정 요청을 하지 않고 방치한 데 대해 재판부가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외신들이 '이 XX' '바이든'이라는 취지로 보도한 데 대해서도 "외신이 자체적으로 발언을 분석해 보도했다는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한, 외신은 피고(MBC)의 보도내용을 전제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단정했다. 148개 언론사가 보도했고 외신이 어떤 보도를 인용했는지, 혹은 자체 확인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단순히 MBC 탓으로만 보는 오류를 범했다.

 

미디어 토마토 2022년 9월 30일 정기여론조사. 2024.1.12. 자료 미디어토마토, 토마토뉴스 참고
 

이번 재판에서는 외교부가 대통령의 개인 발언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었으나, 재판부는 야당의 비판과 박진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 등을 언급한 뒤, "보도의 내용, 순서, 형식, 각계 반응 등을 고려하면, 비록 원고를 직접적으로 지명하지 않고 있더라도, 원고는 보도 내용과 개별적인 연관성이 있음으로 인정되므로 이 사건 보도가 진실하지 않을 경우 그  정정보도를 청구할 이익이 있다"며 외교부 손을 들어줬다.

 

MBC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MBC는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2부가 정정보도 청구를 인용한 판결을 내린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면서 "대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판결을 MBC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MBC는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 잡기 위해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MBC 입장 전문.

 

당시 대통령의 '욕설 보도'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은 결과가 아니었다. MBC 기자의 양심뿐 아니라 현장 전체 기자단의 집단지성의 결과물이었다. MBC뿐 아니라 140여 개 다른 언론사들도 같은 판단에 따라 대통령 발언 논란을 보도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외교부는 대통령 개인의 발언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를 할 정당한 법적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MBC 보도가 허위라는 점을 제대로 입증하지도 못했다. 외교부의 이번 소송은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실의 '날리면' 발언에 부동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희대의 소송'을 제기한 외교부 주장대로 국익이 훼손됐다면, 국격 실추의 책임은 발언의 당사자에게 있다.

 

그럼에도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2부(부장판사 성지호)가 정정보도 청구를 인용한 판결을 내린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국가의 피해자 적격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2011년)"는 판례, "공권력의 행사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2016년)과 배치되는 판결을 MBC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MBC는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 잡기 위해 곧바로 항소하겠다.

 

MBC는 앞으로도 '언행의 품격'과 국민의 상식, 그리고 국민의 변함없는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정확하고 바른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윤 대통령 '이 새끼' 욕설 확인…그걸 덮는 비겁한 언론

 

'날리면' 논란 재판서 전문 감정인 "욕설 했다" 판정
논란 핵심은 '바이든-날리면' 아닌 대통령 '욕설' 여부
야당 "욕설 대통령 부끄럽고 거짓말 대통령에 화난다"
주류언론들, '욕설 확인' 감추고 '감정 불가'만 보도

https://youtu.be/bULlFxPI75Y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대통령 욕설 논란’의 진실이 밝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서 ‘(의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한 자막을 달아 보도한 MBC 방송 영상에 대해 법원이 지정한 전문 음성 감정인이 ‘이 새끼’라는 발언이 맞다고 확인한 것이다.

전문 감정인의 확인 결과는 지난 22일 열린 재판 이후 MBC측 변호인이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재판은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 의해 시작됐고 재판부(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2부)는 보도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윤 대통령의 음성을 전문가에게 맡겨 감정하자고 제안했다. MBC 변호인에 따르면, 전문 감정인은 ‘날리면’과 ‘바이든’은 판정불가 결론을 냈지만 ‘이 새끼’ 욕설은 확인됐다고 감정했다.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논란’으로 언론이 보도해왔으나 이 논란의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발언 여부’였다. 핫 마이크(마이크가 켜진 상태)를 통해 영상과 함께 방송된 윤 대통령의 발언 음성에는 미국 의회를 향해 ‘이 새끼’라고 말하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라는 천박한 비속어가 담겨있었다. 외교적 결례를 넘어 나라 망신, 국격 실추 우려가 일었다.

영상이 MBC 뉴스를 통해 공개된 뒤 대통령실은 처음엔 욕설 사실을 인정하다가 나중에 ‘욕설을 한 적 없다’고 뒤집더니, 미국 의회를 향해 한 말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회에게 한 말이라는 둥,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했다는 둥 온갖 해괴한 변명을 내놓으며 사실을 감추고 파장을 덮으려 시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밝히면 그만이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빠져나간 것도 황당한 일이었다. 대통령실이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했다고 우기면서 이 논란은 ‘바이든-날리면 논란’으로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 코미디같은 대통령 발언 진실 공방의 핵심은 ‘이 새끼’와 ‘쪽팔려서’라는 욕설과 천박한 비속어가 우리나라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이 맞는지였다.

대통령실은 ‘욕설 동영상’을 처음 보도한 MBC 소속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하는 웃지 못 할 언론탄압도 벌였다. 평소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보도는 ‘가짜뉴스’라던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입을 맞춰 MBC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였다. 그 ‘가짜뉴스’ 타령이 지금까지 여러 비판적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고소고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시 국제 언론인 단체까지 나서 유감을 표명해 국제적 조롱거리가 됐다.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해외 여러 언론에서 이 내용을 기사화해 국제적 망신을 불러왔다. 대통령의 욕설 파문으로 떨어진 국격이 이젠 대통령의 언론탄압 때문에 더욱 추락할 판이다.

법정에서 전문 음성감정인에 의해 확인된 대통령의 ‘이 새끼’ 발언으로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욕설 대통령’과 ‘거짓말 대통령’으로도 기억하게 됐다. “욕쟁이 대통령도 부끄럽지만 거짓말쟁이 대통령에도 화가 난다”는 민주당의 논평이 그저 정치공세 차원의 주장은 아니게 됐다. 윤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이제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계속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주장할 텐가? 그렇다면 “이 새끼들이 승인 안해주면 ‘날리면’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는 말인가?

‘이 새끼’ 욕설 발언이 확인됐는데도 이를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바이든-날리면은 판정 불가’라면서 본질을 덮으려는 대다수의 주류 언론들도 문제다. ‘바이든-날리면’ 사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통령 욕설 의혹 파문’이라 지난해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뉴스였다. 단순한 관심거리를 넘어 우리나라 외교와 언론자유와도 관련된 사안이다. 그런데 이제 진위가 드러났는데도 주류 언론들은 조용하다. 방송 보도로 시작된 이 부끄러운 논란에 대해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들은 한마디도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YTN은 ‘외부 전문가도 감정불가’라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빅카인즈 '새끼 & 날리면' 검색 결과 화면 갈무리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도 ‘외부 전문가도 감정불가’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법원에서 전문 감정인이 ‘이 새끼’ 욕설 발언을 확인했다는데도 무슨 ‘감정불가’라는 뚱딴지같은 보도인가? 논란의 본질인 ‘이 새끼’ 욕설 발언을 덮고 마치 ‘어쨌든 MBC 보도가 정확하지 않았다’는 듯한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진실이 드러나면 이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언론이, 오히려 드러난 진실조차 덮고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온갖 왜곡보도로 욕을 먹고 있는 주류 언론들이 이번엔 비겁한 언론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시민이 주류 언론을 통해 진실을 확인하는 것은 정말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윤석열 욕설 보도 판결은 엉터리'…비난 들끓는 이유

 

'바이든-날리면' 확인불가라면서 '허위보도' 결론
'미국 국회'라 한 적 없으니 미국 향한 욕설 아니다?
"이 새끼들이 승인 안해주면 땡땡땡은 쪽팔려서..."?
황당·기괴 논리로 언론 위축시킬 '전략적 봉쇄소송'
MBC 노조 "논리적 모순과 의문만 남는 판결" 규탄
전현직 언론인·언론학자·법률가 등도 비판 쇄도

MBC의 윤석열 대통령 욕설 보도, 이른바 윤 대통령의 ‘이 새끼’ 욕설 발언에 대해 외교부가 제기한 정정보도청구 소송(1심)에서 재판부가 ‘MBC 보도는 허위 보도’라며 외교부의 손을 들어주자 비판 여론이 폭주하고 있다.

 

당시 MBC의 자막 보도는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였다. ‘이 XX’는 ‘이 새끼’의 욕설 부분을 감춘 자막이다.  MBC 보도 이후 148개 국내 언론사들이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이 천박한 욕설 발언에 충격과 허탈감에 빠졌다.

 

대통령실은 수많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침묵을 지키다 며칠이 지난 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외교부는 가장 먼저 보도한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를 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비난이 들끓고 있는 것은, 재판부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엉터리 논리로 ‘허위 보도’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음성감정 결과 윤 대통령이 ‘이 새끼’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고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는 ‘확인불가’ 판정을 냈다. 그런데도 판결문에서는 “사실 확인 결과”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확인이 불가’한데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이 새끼”라는 욕설을 했지만 ‘미국’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어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 발언을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국회에서”라고는 했으나 그것이 “미국 국회에서”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말한 “국회에서”는 한국 국회란 말인가? 한국 국회는 바이든 대통령의 글로벌펀드 공약을 승인할 아무런 권한도, 이유도 없는 기관이다.

 

결국 이 판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발언은 ‘어느 나라 국회인지 모를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해주면 땡땡땡땡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뜻의 문장이 된다. 대통령실 주장대로 하면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다. 대통령의 기억상실과 사법부의 몰상식 판결로 도무지 이해불가, 문법파괴의 문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판결이 황당하고 기괴한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외교부는 대통령 발언 당사자가 아닌데도 재판부가 정정보도 청구자 자격을 인정한 것 △MBC 보도 때문에 다른 수많은 언론사가 이를 따라 보도했다고 본 것 △사실 입증 책임을 소송 제기자인 외교부가 아니라 MBC에게 물어 이를 입증하지 못했으니 ‘허위보도’라고 결론내린 것 등 상식에서 벗어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통령실이 ‘날리면’으로 고집하고 발언 당사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니 이는 정부가 정정보도를 요구할 사안이 아닌 ‘반론보도’를 요청하면 될 사안이다. 수많은 언론들이 판단 결과 ‘바이든’이 맞지만 백번 양보해서 ‘확인 불가’를 받아들인다면 대통령실의 ‘날리면’ 고집을 반론으로 보도해주면 된다. 그리고 이 반론을 여러 언론이 이미 다 보도에 반영해준 바 있다. 그런데도 외교부가 나서서 ‘정정보도요청 소송’을 낸 것은 비판적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일종의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는 비판이다. 

 

MBC 노조는 “권력에 기운 1심 판결, 강력히 규탄한다”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판결에 대해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다는 것인지 명확한 판단은 없었고, 논리적 모순과 의문만 크게 남겼다”면서 “도대체 무슨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인가. 보도가 허위가 되기 위해선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이 무엇인지부터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감정할 수 없다는 결과도 이해할 수 없지만, 백번 양보해 ‘판독 불가’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정답’이 없는 ‘오답’이 가능한가. 어떻게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발언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MBC노조는 또 “과거 대법원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으며, 정정보도를 청구할 경우 진실 여부를 밝히는 책임은 청구자가 부담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 보도 내용의 중요 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그 보도의 진실성은 인정된다고 봤다. 지엽적인 시시비비로 공적 사안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담당하는 언론의 책임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이 무엇인지 증명할 책임을 MBC에 돌렸다. 비상식적일 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이번 판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한국언론학회장을 지낸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1심 논지가 정말이지 환상적입니다. 이래도 되나 싶네요”라면서 “MBC가 보도의 근거로 삼은 자료는 신뢰성이 없거나 증거력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로 하여금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했으므로’ 허위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논변을 누가 수용할까요”라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방식으로 언론중재법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언론 중에 견딜 수 있는 곳은 어디도 없습니다. 누구나 ‘확인불가’한 애매한 꼬투리를 잡아서 언론 쪽에서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중재신청한 후, 소송에서 언론의 입증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허위보도’로 판결을 받게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썼다.

 

KBS 이재석 기자는 “mbc의 자막 때문에 다른 모든 언론사가 뒤따라 '바이든'으로 처리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①많은 기자들이 이미 미국과 서울 사이에서 소통했다는 점, ②각자가 각자의 판단을 했다는 점, ③언론사가 자막을 뽑는 과정에서 타 언론사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고 한다는 난센스를 전제한다는 점 등에서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대통령실은 오랜 시간 기자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사실상 '바이든'을 부정하지 않고 시인했다. '사적 발언을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해명 등이 그것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날리면'이라고 해명했고, 다시 말하지만, 이 반론성 해명은 모든 언론사가 다 보도했다. 이것도 다시 말하지만, 공식 브리핑을 보도하지 않을 도리가 당연히 없다. 이것도 또 다시 말하지만, 정부가 반론 보도로 다뤄야 할 사안을 정정보도 청구 소송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석 기자는 또 “'바이든-날리면'과 별개로, 대통령실 해명을 다 받아들이고 다 맞다고 전제한다면, 문제의 두 음절 욕설은 대한민국 국회와 야당을 두고 한 말이 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가 있었던 적은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가 당시 공식 입장이었다”면서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당초 그냥 이렇게 쿨하게 해명하면 심플하게 끝날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원로 언론인들의 모임인 ‘언론탄압 저지와 언론개혁을 위한 비상시국회의’는 성명을 내고 “사슴을 말이라고 하지 않으면 목을 쳐 아부를 강요한 2000년 전 중국 진나라의 ‘지록위마’ 고사를 재현한 듯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판결을 거부하는 건 무엇보다 어떤 사실에 대해 해석할 언론의 자유를 사법부가 봉쇄, 언론 탄압의 길을 열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을 괴롭히기 위해 정부가 제기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에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날개를 달아 준 셈”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발언을  보도한 영국 BBC, 가디언, 일본 니케이,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사 홈페이지 갈무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머니투데이에서 편집국장을 지낸 김준형 전 기자는 ‘피렌체의 식탁’에 기고한 ‘기자유감, 판결유감’이란 제목의 글에서 “전문감정인이 판독불가라고 판단했고, 재판부조차도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기에 현저히 부족하다고 했으면서 판사는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라고 정정보도문을 내라고 했다. 판결에 대한 수긍여부를 떠나 판결문 자체는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밝힐수 없다’면서 ‘밝혀졌으므로 정정하라’는 이런 명백한 모순을 담은 판결문이 우리 사회 지적 수준의 전반적 저하 결과물인지는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판정승 결과로 자신을 얻어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할지, 도어스테핑을 재개할지는 모르겠다. 어떤 자리이건, MBC 기자뿐 아니라 다른 기자들도 질문해야 한다. ‘얼마 전 1심 판결이 있었는데, 논란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직접 말씀해주시죠. 정확히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취재의 기본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조호균 미국 변호사도 자신의 SNS에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사건을 보도한 미국 워싱턴포스트, 영국 BBC와 가디언, 일본 니케이 등의 기사를 올리고 “판결문 논리가 어떤지 모르겠어서, 아직 좀 섣부른 것 같지만, 대한민국 사법부를 똥통에 쳐박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아래 언론사들이 뭐라고 할지를 예상하면, ‘똥통’이 과한 표현이 아닐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날리면' 신종 은유 탄생시킨 역사적 판결

 

[오태규 칼럼] 오호라! 성지호·박준범·김병일 판사
'지록위마'에 필적할 '명판결'로 기억될 것
언론 괴롭힐 전략적 봉쇄소송 조장한 악랄한 판결

오태규 언론인. 전 한겨레 논설실장

 

애 많이 쓰셨습니다. 성지호, 박준범, 김병일 판사님! 대한민국 국민은 1월 12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성지호 판사, 박준범·김병일 판사)의 ‘역사적인 판결’로 인해 ‘지록위마’에 필적할 만한 신조어를 얻게 됐습니다. 바로 ‘바이든날리면’입니다.

 

때는 2천여 년 전 진나라 시대, 간신 조고가 어린 황제 호해 앞에서 사슴을 말이라고 부른 뒤 주위에 있는 신하들에게 사슴을 가리키며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조고는 사슴을 사슴이라고 정직하게 말한 신하들을 모두 숙청한 뒤 황제보다 더욱 강한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여기서 권력의 강요나 아부를 위해 사슴을 사슴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의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가 탄생했습니다. 그 이후 중국을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권력자에 아부하기 위해 사실이나 상황을 왜곡하는 일이 벌어질 때마다 지록위마라는 단어를 끄집어내어 때론 조롱, 때론 비난의 도구로 활용해 왔습니다.

 

지록위마에 필적하는 한국의 신조어 ‘바이든날리면’

 

그런데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2024년 1월 12일 이후, 이런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때 2천 년 전 중국에서 나온 고사성어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되게 됐습니다. 성지호, 박준범, 김병일 판사가 ‘바이든날리면’이 지록위마와 똑같은 의미를 갖는 말이라고, 공식 확인서를 발부해 줬기 때문입니다. 이 얼마나 역사적이고 훌륭한 업적입니까? 아마도 이들 세 판사님이 한자를 잘 모르는 요즘의 어여쁜 백성을 염두에 두고 이런 신조어를 만들어 ‘하사’해 주셨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입니다.

 

세 분 판사의 이런 위대한 업적은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번 대장동 사업 50억 클럽의 한 사람인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뇌물 무죄 판결을 내린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이준철 판사보다 훨씬 뛰어난 업적입니다. 이준철 판사의 판결은 한 사람에게 일시적인 효과를 낼 뿐이지만, 성지호, 박준범, 김병일 판사의 판결은 앞으로 무수한 사람이 영원히 애용하게 될 관용어를 개발한 셈이니까요.

 

이들의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다시 한번 세 분의 이름을 불러보겠습니다. 애썼습니다. 성지호, 박준범, 김병일 판사님! 고맙습니다. 성지호, 박준범, 김병일 판사님! 그 찬란한 이름을 영원토록 기억하겠습니다.

 

그러나 역사에 길이 남는 업적을 남겼다고 해서 꼭 우쭐거릴 일은 아니라는 점을, 세 분이 알아뒀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실과 대통령을 대리해 재판을 청구한 외교부가 환영했다고 붕 뜰 필요도 없습니다. 지록위마의 고사를 탄생시킨 조고도 한때 세상을 호령하는 듯했으나 황제를 탐하다가 결국은 불행하게 생을 마쳤습니다. 사실을 사실이라고 한 정직한 사람을 벌한 죄를, 훗날 가중해 받은 것입니다. 

 

정부 비판 봉쇄 길, 활짝 열어준 최악의 반언론적 판결

 

세 분은 자신들의 판결을 용기 있는 결단이고 판단이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소송의 피고인 <문화방송>뿐 아니라 무려 148개 언론사의 집단적인 판단과, 국민 59%가 동의한 청력 테스트 결과를 물리친 진리를 향한 ‘외로운 결단’이라고 자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판결이 권력과 언론의 대립·갈등 속에서 철저히 권력의 편에 선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굳이 지록위마 고사를 빌리지 않더라도 백은 백이고 흑은 흑이란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늘 그물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어느 게 거짓이고 참인지, 알맹이이고 쭉정이인지 반드시 가려낸다는 게 역사의 준엄한 법칙임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대통령 권력이 아주 대단한 것 같지만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이 언론자유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이 판결은 권력과 언론의 해석이 다를 때 권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조지 오웰의 <1984> 시대, 더 나아가 조고의 지록위마 시대로 돌리는 것입니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확정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인정한다고 해도, 언론사가 바이든이라고 들은 것이 잘못이니 정정하라고 판시한 것은 사실에 대한 언론의 독자 해석권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불편해하는 기사나 논평을 봉쇄하는 길을 열어주는 판결입니다. 이제 언론은 어떤 사안에 관해 정부가 원하는 해석만 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가뜩이나 윤석열 정권 들어 정부의 폭압적인 탄압으로 언론이 주눅 들어 있는데, 이번 판결은 그런 경향을 더욱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 판결은,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괴롭히는 전략적 봉쇄 소송의 길도 활짝 열어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발언의 당사자가 아닌 외교부에 소송 적격성을 부여한 것도, 윤 대통령과 ‘초록 동색’인 박진 외교부 장관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도 정부의 비판 언론 옥죄기에 날개를 달아 준 것입니다. ‘바이든-날리면’ 소동 이후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을 중지하고 문화방송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한 것에, 이번 판결이 정당성을 부여한 꼴입니다. 사법부가 언론사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 봉쇄 소송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는 최악의 판결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언론을 괴롭히기 위해 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은 소송 제기 단계에서 바로 각하하는 이른바 ‘서머리 판결’로 끝내는 게 보통인데도 말입니다.

 

이번 판결은 한국의 행정부와 사법부, 더 나아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불신하게 하는 기념비적 사건입니다. 그렇기에 소송 당사자인 문화방송도 바로 항소했고, 많은 언론인과 단체, 지식인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거세게 내고 있습니다. “너희들이 잠잠하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라는 말을, 너무도 생생하게 실감 나게 하는 악랄한 판결이니까요.

'바이든'이 아니었다니! 윤석열 대통령께 사과드립니다

박세열 기자입력 2024. 1. 13. 05:01
 
[박세열 칼럼] 인지부조화 해소를 위해 쓰는 칼럼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O 쪽팔려서 어떡하나"
 
대통령의 발음 기관이 어떤 형태 조합을 통해 물리적으로 음성을 내었는지조차 법원에서 진위를 가려야 하는 세상이 됐다. 이제 대통령의 발언 중 OOOO 자리를 '바이든은'으로 들었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청각 기관을 항시적으로 의심해야 하는 마법과 같은 세상으로 빨려들어갔다. 토끼굴에 빠진 엘리스처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성지호 부장판사)는 12일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MBC에 "이 사건 판결 확정 후 최초로 방송되는 뉴스데스크 프로그램 첫머리에 진행자로 하여금 별지 기재 정정보도문을 통상적인 진행속도로 1회 낭독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외교부가 요구한 정정보도문은 이렇다. "본 방송은 지난 2022.9.22. <뉴스데스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미국 의회 및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욕설 및 비속어 발언을 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확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이하 생략)"
 
대통령은 "바이든"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핵심이 빠져 있다. '바이든'이 아니라면 윤석열 대통령은 뭐라고 말했을까? 뭐라고 말했길래 140개 넘는 거의 모든 언론이 '바이든'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 '바이든'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걸까? 답은 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다시 한번 들어봐 주십시오.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날리면'은 정확한가.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은 정작 이 발언을 한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단 한번도 본인 육성으로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형체 불분명한 언사에 대해 해명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감정 불가' 의견서가 제출됐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솔직하고 짓궂은 심경으로 말하면, 뉴스데스크에서 앵커가 정정보도문을 읊고 나서 "윤 대통령은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지 않았고 '(한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습니다"는 말을 1회 낭독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현실 블랙 코미디를 후대에 길이 길이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나올 지경에까지 이르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사태를 직시하자. '바이든-날리면' 논란은 인류가 가진 최고의 난제 중 하나인 언어의 생성에 관한 고대의 비밀에 대해 고민해 볼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KBS 보도 화면 갈무리

탈구조주의와 해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에 영향을 줬던, 70여년 전에 유행한 신비평 이론에 따르면 텍스트에 대한 모든 해석의 객관적인 증거는 오로지 "텍스트 위에 써진 단어들(words on the pages)"이다. 발화자(윤석열 대통령)의 의도나 사회적 지위, 문장이 발화된 장소나, 문장이 발화된 전후 시대적 맥락은 텍스트의 의미에 개입해선 안된다. 즉 발화자가 발화하는 순간, 그 문장들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진다. 이를 '음성'으로 확장하면 '음성 그 자체'를 대상으로 우리는 의미를 구분짓기 위한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대통령의 입에서 튀어나온 '음성' 그 자체를 텍스트로 옮기거나 하는 '불경한 짓'을 거두어야 한다. 대통령이 바이든을 만난 직후에 이 발언이 튀어 나왔다는 사실도 잊어야 한다. 그런 맥락 같은 건 대통령과 대통령실, 외교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정신적 착란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신비평 이론에 의하면 '오류'로 걸어들어가는 지름길이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대통령의 '음성'을 다시 들어보자.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는 인간의 언어에서 모음이 힘이 세다는 걸 간파했다. A, E, I, O, U, 다섯 개의 모음에 색깔을 부여하고 "언젠가는 너희들의 보이지 않는 탄생을 말하리라"라고 썼다. 그는 시인이 되기 위해선 "모든 감각의 규범을 철폐함으로써 미지해 도달해야 한다"며 '투시자'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O 쪽팔려서 어떡하나"
 
'랭보'의 시선으로 보면 대통령의 음성에서 간신히 구별 가능한 건 웅웅거리는 모음들이다. 모음은 발음과 언어의 의미를 구별짓는, 형태소보다 작으면서 형태소를 가능케 하는 첫번째 구분 도구다. 모음은 말 그대로 음성의 '어머니'이자, 퇴폐적이고 신비로운 '윙윙거림'들이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발음하는 대통령의 입술에서 '아이으믄'(전문가조차 감정불가라고 하니 이런 방식밖에 표기법이 없다)이라고 웅얼거리는 소리가 나왔는데, 이 발성은 모음조차 명확하지 않아 평범한 사람 귀에 들리기엔 아와 어, 오와 으의 중간 어디엔가 발음의 좌표가 위치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글자를 분절해서 보면 '바'로도, '날'로도 들리고, '이'로도, '리'로도 들리고, '든'으로도 '면'으로도 들릴 수 있는 것이다. 모음조차 불분명하니, 대통령의 음성은 듣는 사람에 따라 자음과 모음 조립이 가능한 숫자만큼 무한 확장될 수 있다.
 
그래서 사실 이건 자연의 소리를 언어로 옮기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짓이다. 이 무의미 앞에서 인류가 쌓아온 언어 해석의 맥락은 허무하고 천박하고 초라한 기술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그건 돼지 울음 소리, 소 울음 소리, 폭풍우 휘몰아치는 소리, 파도가 치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같은 것이 된다. 그런 소리들을 어떻게 '의미를 갖는 글자'로 바꿔치기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대통령의 '옥음'은 음성 그자체로만 보존해야 하는 특별한 작품이 된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말의 신성함을 누가 문자로 기록할 것인가. 해석의 독점권은 오로지 '신'에게만 허락되는데. 모든 규정과 해석은 불경한 시도다. 로고스여 영원하라.
 
대통령의 '음성'이 구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대통령의 발음이 내포한 어떤 '착란'적 틈을 비집고 대통령실과 정부가 권위를 앞세워 그 자체로 구별 가능하지 않은 '모음의 우물거림'의 자리에 '날리면'이라는 단어를 쿠데타처럼 대동하고 등장했다. 그리고 법원은 마침내 그 쿠데타를 절반 가량 인정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법원을 동원해 확립한 'OOO=날리면' 기준으로 보면 대한민국 국민은, 60% 정도는 '날리면'이 '바이든'으로 들리는 사람들로, 30% 정도는 '날리면'이 '날리면'으로 들리는 사람들로, 10% 정도는 아예 이 말을 해석할 가치를 못 느끼거나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건 교정돼야만 한다. 이제 후속 조치를 해야 할 시간이다. MBC가 '정정 보도'를 한다고 해서 바이든이 날리면이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제 '바이든'으로 기록된 모든 활자 매체와 과거 방송들, 유튜브에 남아 있는 모든 기록을 하나하나 정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은 시작일 뿐이다. 외교부는 모든 매체가 보도한 '바이든'을 정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실행하길 바란다.
 
"(한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자 이제 저 어색한 문장은 이렇게 완성되고 공인되어 '유한한 인간들'에게 '말씀'으로 차분히 내려오신다. 생각해보면 해볼수록 저 문장은 우리 인간들을 더욱 겸손하게 해 주는 것 같다. 들리는대로(들렸다고 착각하는대로) '말씀'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규정해버리는 건, 우리의 감각을 맹신하는 우리 자신이 가진 문제이고 인간의 한계다. 어쩌면 인간의 감각 기관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욱 미숙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저 문장은 차라리 하나의 언어예술 작품처럼 대해야 마땅하다. 언어예술 작품은 통상의 방식으로 청음해서 독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명심하면서.
 
우린 불경하게도 대통령의 웅얼거림을 함부로 인지하고 분석하려는 죄를 지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오처럼, '그래도 바이든'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레지스탕스가 되어 지하 세계로 숨어들 것이다. 이 나라에선 '바이든'으로 들은 것은 허락되지 않는 일이다. 이제 '바이든'은 전설처럼 구전으로만 전해질 것이다. '바이든'으로 들은 전 국민의 3분의 2가 집단적으로 청각 기관이 문제를 일으킨 사건으로 후세에 전해질 것이다. 이 '집단 청각 장애'의 원인을 어떤 훌륭한 학자가 맹렬히 연구해서 좋은 논문을 하나 써 주었으면 한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의 피해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드리면서 법원의 노고에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인지부조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런 정신착란적 글을 선보이게 돼 독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 뿐이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황교익·서승만, 尹 겨냥 폭탄발언 “바이든이니, 날리면이니…이게 정상인가”

권준영입력 2024. 1. 13. 04:09

‘바이든-날리면’ 사건 외교부 승소…법원 “MBC 정정보도해야”

(왼쪽부터)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윤석열 대통령, 개그맨 서승만씨. <디지털타임스 DB, 대통령실 제공>
 
<MBC 방송화면>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건에 대해 외교부 승소 판결이 나오자, 진보 진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좌파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와 개그맨 서승만씨는 이번 판결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메가톤급' 발언을 쏟아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교익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바이든이니 날리면이니 하며 재판을 하는 게 정상인지, 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황씨는 "전문 감정인은 '감정 불가'라고 판단했다는데, 전문 감정인의 의견을 들을 것도 없이 발언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뭐라고 했는지 자신의 입으로 직접 확인해주면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나와 이 두 문장을 한 번씩 읽어주기 바란다"면서 '국회에서 이 새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 '국회에서 이 새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등의 글을 남기며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황씨는 "겨우 청취력 문제인데 재판까지 하는 것은 국력 손실"이라며 "국민이 다 알아서 들을 것이니 윤 대통령은 두려워하지 말고 국민 앞에 나와 자신이 한 말을 다시 들려주기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개그맨 서승만씨도 같은 날 "국회에서 이 새X들이 승인 안 해 주면 날리면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이게 무슨 말인가요?"라고 에둘러 저격하는 글을 게재했다.
 
서씨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제3의 길'을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것에 대해서도 "민주화운동하며 생긴 훈장 같은 전과랑 아저씨(이낙연 전 총리) 전과랑 급이 다른 거지? 전국 지자체장 청렴도 꼴찌했던…"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흉기 피습사건을 두고도 "수술은 잘 됐고 회복실로 이동. 더욱 경호에 신경써야 한다. 계획적 살인 목적이 분명하다"며 "이재명 테러하면…가장 좋아할 놈이 누굴까? 공범이 있다면 사주한 그 놈!"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서씨는 "살인미수. 강력하게 엄벌해라. 배후도 밝히고…"라고 피습범의 배후에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글도 덧붙였다.
 
앞서 전날 법원이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발언 보도를 정정해 달라며 MBC를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외교부에게 승소 판결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는 2022년 9월 윤 대통령의 방미 동행 취재영상을 보도하며 윤 대통령이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썼다는 취지로 보도한 MBC가, 판결 확정 뒤 뉴스를 통해 외교부가 요청한 정정보도문을 자막과 낭독의 형식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판시했다.재판부는 "MBC가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하루 1백만원씩 비용을 내야 한다"며 이행강제금도 부과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발언이 이뤄진 시각, 장소, 배경, 전후 맥락, 당시 위 발언을 직접 들은 박진 장관의 진술 등을 종합해볼 때,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글로벌펀드에 1억 달러를 기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당시에는 야당이 국회 의석수의 과반을 차지한 여소야대 상황이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위와 같은 취지에서 대한민국 국회를 상대로 이 사건 발언을 했다고 봄이 자연스럽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는지 여부가 기술적 분석으로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다는 것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러, 시청자로 하여금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했다. 보도는 허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MBC는 "외교부가 대통령 개인 발언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할 자격이 없고, MBC 외에도 다른 언론사들도 대통령의 발언 논란을 보도한데다, 재판에서 MBC 보도가 허위라는 점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
 
MBC는 2022년 9월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 의회를 언급하며 비속어를 썼다는 취지의 자막을 달았고,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한 바 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는 "MBC가 보도한 윤 대통령의 말이 '날리면'이라고 확인했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바이든'이라고 말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본 것"이라며 "MBC가 단정적 보도를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반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 기관이 나서 국익이라는 아주 포괄적인 개념을 가지고 정정보도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라면서 "언론 자유나 언론 보도에 대해 상당히 제약을 가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사설] ‘바이든-날리면’ 소송 MBC 패소, 법원 ‘판독불가’라며 왜 ‘허위보도’ 단정하나

  • 수정 2024-01-12 22:24
  • 등록 2024-01-12 18:05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관한 문화방송(MBC) 보도 화면 갈무리.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때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발언했다는 문화방송(MBC) 보도에 대해 12일 법원이 “허위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대통령실이 ‘바이든은’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한 뒤에도 많은 시민들이 ‘바이든은’으로 들린다고 반응하는 등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를 허위로 단정한 것이다. 상식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언론 자유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감정인이 해당 부분은 ‘판독 불가’라는 감정 결과를 제시했다면서 둘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발언 배경과 전후 맥락 등으로 볼 때 “바이든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다”는 정정보도문을 방송하도록 했다. 객관적 물증인 영상 감정을 통해서도 어느 한쪽으로 확정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바이든은’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단정적인 정정보도를 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재판부는 문화방송이 다른 해석의 여지를 차단하는 단정적인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는데, 재판부도 똑같은 태도 아닌가. 최종 판단은 공론의 장에서 시민들의 판단에 맡겨야지, 법원이 무리하게 재단할 일이 아니다.
 
또 전후 맥락을 통해 허위 보도로 판단했다지만 여기에는 재판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특히 대통령실이 보도 전후로 명시적 반박을 하지 않다가 15시간이 지난 뒤에야 ‘날리면’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는 사실이 판결에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방송기자연합회가 현장에 있던 방송기자들을 교차 검증해 남긴 기록을 보면, 보도 이후 대통령실이 두차례나 브리핑을 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대한 반박이나 해명이 없어 현장에서는 ‘바이든’ 부분도 대통령실이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객관적 영상으로 보나, 당시 상황으로 보나 충분히 가능한 보도였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문화방송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 배제 등 보복조처로 언론탄압 논란을 자초했다. 문제의 핵심인 비속어 사용에 대해서도 사과나 해명은 없었다. 여기에 더해 법원마저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로 언론을 옥죈다면 언론자유와 민주국가로서 평판은 더 추락할 것이다. 상급심에서 이번 판결이 바로잡히기 바란다.

‘바이든-날리면’ 확인 안 되는데 “바이든이라 말한 사실 없다”는 법원

MBC 보도 “허위”라며 정정보도 판결
청구자 외교부 아닌 MBC에 입증 책임

등록 2024-01-12 17:31

수정 2024-01-13 11:40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관한 문화방송(MBC) 보도 화면 갈무리.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진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문화방송(MBC)에 정정보도를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윤 대통령 발언이 감정을 통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데도 문화방송이 확정적으로 보도했으므로, 해당 보도는 허위라는 논리다.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는 청구자가 ‘보도가 허위’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어떤 말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감정결과에도 불구하고 입증 책임을 이례적으로 언론사에 넘겨 ‘보도가 허위’라는 결론에까지 나간 것을 두고 무리한 법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성지호)는 외교부가 문화방송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는지가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문화방송은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며 “발언이 이뤄진 시각, 장소, 배경, 전후 맥락, 위 발언을 직접 들은 장관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하여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허위 보도’라고 판단한 핵심 근거 중 하나는 외부 음성 감정인이 ‘바이든-날리면’ 여부에 대해 “감정 불가”라고 판단한 점이다. 재판부는 음성 분석을 통해서도 발언 내용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데 원고에게만 입증을 요구하는 건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언론사에 ‘보도가 진실하다’고 증명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감정 불가’인데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에 이를 정도로 보도했으므로 이 보도는 허위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1년 대법원의 문화방송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 판결에서 이 논리를 가져왔다. 당시 대법원은 어떤 과학적 사실에 대해 현재의 과학 수준에서는 진실하지 않다고 원고가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부존재를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셈이 되므로 ‘진실하다’고 주장하는 피고 쪽 논리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입증책임을 나눌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가 정정보도문에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다”고 적시한 점도 논란거리다. 재판부는 문화방송에 판결 확정 후 뉴스데스크 첫 방송 첫머리에 정정보도문을 낭독하라며 “사실 확인 결과, 윤 대통령은 ‘미국'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는다”라고 문구를 정리했다.
 
통상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청구자가 허위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는데 오히려 문화방송 쪽에 입증을 요구한 점, 정정보도문에 ‘진위 확인 불가’ 대신 ‘허위 보도’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적시한 점 등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정보도 전문 변호사는 한겨레에 “입증책임을 언론에 떠넘긴 건 결국 청구자(외교부)가 허위라는 걸 입증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원고 패소”라며 “물론 피고(언론사)의 진실성도 검토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원고·피고 쪽 모두 진실성 입증 안 된 것이다. 그렇다면 정정보도문을 쓴다 해도 확정적으로 ‘허위’라고 쓰면 안 된다. 진위 여부 가려지지 않았다는 내용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미디어언론위원장도 “입증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언급한 대법원 판례는 이번 사건에 들어맞지 않아 무리하고 부당하다”며 “결국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양쪽 다 입증하지 못했다면 적어도 정정보도는 기각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문화방송(MBC) 노사는 ‘권력에 기운 1심 판결’, ‘증거주의 재판이 아니라 판사의 주장일 뿐’이라며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판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또, 문화방송을 “공영이라고 주장하는 방송”이라고 직격했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공영이라 주장하는 방송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확인 절차도 없이 자막을 조작하면서,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허위 보도를 낸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이어 “당시 야당이 잘못된 보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논란에 가세함으로써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 간에 신뢰가 손상될 위험에 처했던 것도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판결은 사실과 다른 보도를 바로 잡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소모적 정쟁을 가라앉히며 우리 외교에 대한, 그리고 우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MBC “권력에 기운 판결” 강력 반발…곧장 항소

기자최성진
  • 수정 2024-01-13 01:32
  • 등록 2024-01-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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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발언 보도를 정정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문화방송(MBC) 노사는 ‘권력에 기운 1심 판결’, ‘증거주의 재판이 아니라 판사의 주장일 뿐’이라는 내용의 성명과 입장문을 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12일 뉴스데스크 진행자를 통해 정정보도문을 1회 낭독하라는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성지호)의 1심 선고가 나온 직후 “희대의 소송에, 희대의 판결”이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문화방송은 윤 대통령이 2022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눈 뒤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문제 발언은 문화방송을 비롯한 국내외 언론이 주요하게 다뤘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주장해왔다.
 
문화방송본부는 성명에서 “(외교부의 신청으로 진행된 음성 감정에서) 음성감정 전문가는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판독 불가라고 밝혔다”며 “재판부 역시 판결문 곳곳에 윤 대통령이 실제 한 발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런데도 정정보도문에는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졌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앞선 재판에선 외교부의 신청으로 외부 음성 감정인의 감정이 진행됐으나, 감정인은 ‘이 XX들이’, ‘쪽팔려서’ 등 윤 대통령의 발언은 확인되지만 ‘바이든-날리면’ 여부에 대해선 판독 불가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문화방송본부는 “1년 넘게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외교부는 실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무엇인지 특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주장했던 것처럼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도 하지 않았다”며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감정할 수 없다는 결과도 이해할 수 없지만, 백번 양보해 ‘판독 불가’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정답’이 없는 ‘오답’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은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바이든’이라고 말하지 않았고, 이를 전달한 엠비시 보도는 허위라는 이상한 논리의 판단”이라며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비상식적일 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이번 판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회사 쪽도 1심 선고 결과는 유감이라며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방송은 이날 입장문에서 “외교부의 이번 소송은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실의 ‘날리면 발언에 부동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반영된 것”이라며 “그럼에도 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가 정정보도 청구를 인용한 판결을 내린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피해자 적격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례, ‘공권력의 행사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판결을 엠비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엠비시는 증거주의 재판이 아니라 판사의 주장일 뿐인 이번 판결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오늘 바로 항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