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중반이었다가 2.0%까지 떨어진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 반도체 등의 회복 속도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 전문가들 1%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정부 경기부양 위해 쓸 카드 많지 않아 "취약계층 보호 등 민생 안정에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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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전망한) 내년 2.2% 성장률은 1조달러 이상 경제 국가 중에 최고 성장률입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월 19일 국정감사 때 야당 의원이 'IMF가 우리 경제 성장률을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자신있게 한 얘기다.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해, 내년에는 2% 초중반대 괜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요즘은 또 다른 분위기다. 최근에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2.0%까지 내려간 수치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 초반대 저성장을 기록한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자칫 1%대 저성장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4%→2.2%→2.0%, 시간 갈수록 떨어지는 내년 성장률 전망, 왜?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2.0%까지 내려 잡았다.
정부 전망치(2.4%)는 물론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내년 경제 성장률 2.2%보다도 0.2~0.4%p 낮게 잡은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한국 수출 주력 분야인 반도체가 당초 예상보다 회복세가 빠르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통계 분석본부 연구위원은 "반도체 경기 회복 정도가 예상보다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해, 다른 기관들 조사치보다는 보수적으로 수치가 나온 것 같다"며 "전세계 IT 제품에 대한 교체 주기가 예상보다는 길어지면서 반도체 수출 수치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산업연구원과 동일하게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무디스는 한국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국제 에너지·식량 가격 충격, 기업·정부부채, 고령화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 "1%대 떨어지는 것도 가능, 하방 요인 많아"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기 등의 외부 요인을 통제한 뒤에 나온 결과가 2.0%였다"며 "만약 중국 경기의 회복이 더 부진하다던지, 세계 반도체 경기 회복세도 더 더디게 나온다면 1%대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도 "반도체와 IT 경기들이 회복될 것이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국내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됐지만, IT 관련 수출의 회복 강도가 많이 약화되거나 회복 시기가 지연되면서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강 실장은 "현재까지는 2% 초반대로 성장률 전망이 몰려있는 상황이고, 1%대까지 보는 기관들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가계부채나 건설 관련 투자 부실 등 여러 경기 하방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1%대로 내려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고금리 장기화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고, 소비가 개선될 여지가 막혀있어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부 장밋빛 전망 대신 "취약계층 지원책 등에 집중해야"
문제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가 안정되지 않다보니 현실적으로 적극적인 경기 대응에 제한점이 있다"면서 "통화 정책을 통한, 즉 금리를 낮춘다거나 하는 식의 경기 부양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재정 지출을 대규모로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 성 교수의 판단이다.
이럴 때일수록 저성장으로 인해 가장 크게 고통받을 수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집중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나왔다.
성 교수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대규모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소득이 낮거나 취약한 계층에 대해 선별적인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일종의 민생 안정 정책들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상저하고'의 기조를 이어가며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저성장의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취약계층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망가진 한국' 암울한 전망...경제 성장융 '0%대 추락은 시간 문제'
'망가진 한국' 암울한 전망...'0%대 추락은 시간 문제'
국민뉴스|기사입력 2023/11/27 [00:02]
2.2%, -0.7%, 4.3%, 2.6%, 그리고 1.4%.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한국 경제성장률(2023년은 전망치)이다. 코로나 기저효과가 있었던 2021년을 제외하면 3%를 넘긴 해가 없다. 연평균 2%에 못 미치는 감질나는 성장이다.
그런 가운데 저출산·고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 즉 한국의 국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세계를 놀라게 한 ‘한강의 기적’은 이렇게 막을 내리는 것일까.
피크 코리아의 가장 뚜렷한 징후는 추세적인 경제성장률 하락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에도 연평균 7%가 넘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4%대, 2010년대 3%대로 떨어졌다. 최근엔 2% 성장도 쉽지 않다.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률이 내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훨씬 큰 나라와 비교해 봐도 한국의 성장률 하락세는 심상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미국과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각각 2.1%와 2.0%로 한국(1.4%)보다 높다.
심지어 내년 잠재성장률은 1.7%로 미국(1.9%)보다도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이런 추세라면 선진국 따라잡기도 어려워진다. 작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990달러였다. 주요 7개국(G7) 중 이탈리아(3만7700달러)와는 큰 차이가 없지만 4만달러대인 영국·프랑스·일본, 5만달러대인 독일·캐나다, 7만달러대인 미국과는 격차가 크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가장 빠른 고령화는 선진국 따라잡기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12월 발표한 ‘2075년으로 가는 길’ 보고서에서 2075년 세계 15대 경제대국을 예측했다.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이집트, 필리핀은 포함돼 있는데 한국은 없다.
인구는 줄고 생산성은 낮고
세계 경제의 우등생이자 모범생이던 한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경제 성장은 노동, 자본, 생산성의 함수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일을 더 하거나 자본을 더 투입해야 한다. 노동과 자본 투입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 그것을 총요소생산성이라고 한다. 같은 사람이 같은 기계로 같은 시간 일하는데 숙련도가 높아져 더 많은 생산물을 내놓는다면 총요소생산성이 향상된 것이다.
한국은 이 세 가지 모두 빨간불이다. 우선 저출산·고령화로 노동 투입에 한계가 왔다.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에 대한 노동 투입의 기여도가 2011~2015년 0.7%포인트에서 2016~2020년 0.2%포인트로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2021~2022년엔 -0.2%포인트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인구가 감소하면 투자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 자본 투입의 잠재성장률 기여도 역시 2011~2015년 1.6%포인트에서 2021~2022년 1.4%포인트로 축소된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노동과 자본 투입의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생산성이다. 하지만 한국의 생산성은 아직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 지난해 한국의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은 43.1달러로 미국(74달러), 독일(68.5달러), 영국(60.5달러)에 한참 못 미쳤다.
한국 경제적 위상 쉽게 무너지지 않아
노동 투입을 늘리려면 저출산·고령화에 제동을 걸고 외국 인력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 투자를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규제를 풀고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산업 경쟁력에 비춰볼 때 피크 코리아 논란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부터 원자력, 바이오, 건설, 방위산업에 이르기까지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은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생산성 수준은 선진국에 못 미치지만, 생산성 향상 속도는 높은 편이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두권이다. 한때 저성장에 빠졌던 선진국들이 구조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한 사례도 많다. 미래는 어느 쪽으로든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