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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생선 좌판에 '파리'만…"일본 오염수 방류하면 우리 죽는다"

무궁화9719 2023. 8. 23. 15:45

[르포]생선 좌판에 '파리'만…"일본 오염수 방류하면 우리 죽는다"

일본 원전오염수 방류 하루 앞둔 제주 동문재래시장 모습
"지금도 손님 없는데 방류하면 가게 문 닫아야" 걱정 물결
"어느 나라 정부인지 모르겠다…노력은 했느냐" 윤석열 정부 성토
재래시장 방문 관광객들 "찝찝하다" "개의치 않는다" 반신반의

제주 동문시장 내 수산물시장. 고상현 기자

"지금도 손님이 없는데, 원전 오염수 방류 시작되면 우리 같은 사람은 죽지."
 
23일 오전 제주시 이도1동 동문재래시장. 동문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갈치와 옥돔, 고등어를 팔았다는 이 모(75) 할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 할머니는 "아침 7시부터 가게 문을 열었는데, 생선 한 마리 팔지 못했어. 앞으로가 문제야. 고민한다고 별 수 있나"라며 체념했다. 
 
일본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한 터라 사람들로 가장 붐벼야 할 수산물시장은 한적했다. 상인들은 수산물 좌판에 날아든 파리만 쫓을 뿐이다.
 
갈치 좌판 위로 파리채를 좌우로 내젓던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정말 나쁘다고 생각해. 만약에 우리나라가 오염수를 바다에 버린다고 하면 허락 안 하잖아. 당연히 반대하지. 우리나라 정부가 약해서 그렇지.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하게 반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지"라고 토로했다.
 
동문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마영근(57)씨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마씨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이 업종은 끝난다고 봐야 한다. 벌써부터 우리뿐만 아니라 중간 도매상들도 물량을 축소하거나 업종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안전하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마씨는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뱉었다. 마씨는 "어느 나라 정부인지 모르겠다. 막을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냥 지나치는 손님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미역 등 해조류를 파는 이 모(78) 할머니도 "왜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도록 허락했는지 모르겠어. 안 해야지. 잘못된 거 아니야. 우리는 이제 큰 일 났어. 앞으로 장사를 못하지. 피해만 없으면 좋겠는데…"라며 한탄했다.
 
한적한 수산물시장. 고상현 기자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박영순(65·여)씨는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정부 발표대로 안전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점은 안전성을 의심하는 소비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전문가들이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안전하다고 하니 걱정은 안 한다. 방류하면 우리나라까지 오는 게 4~5년 걸린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넓은 바다에 희석될 게 아닌가. 이 말을 못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이 생길까 봐서 걱정된다. 지금도 미리 주문해야 하냐는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이날 동문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안전성 문제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제주 여행을 오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찝찝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경북 경산시에서 친구와 함께 제주로 여행 왔다는 이원희(21)씨는 "(오염수를 방류하더라도) 딱히 신경 안 쓸 거 같다. 그 하나로 여행을 안 올 거 같진 않다"고 했다.

최영진(38·서울)씨는 "예전처럼 홀가분한 마음은 아닐 거다. 해양스포츠 할 때나 수산물 먹을 때 찝찝할 거 같다"고 말했다.

[르포]"한나절 생선 한 마리 팔아" 오염수 방류 앞둔 수산시장 침통

상인들 "매출 급감으로 장사 접을 판…대책 있기는 한가"
지자체도 답답 "예산 편성 아직…수산시장서 의견 청취"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2023-08-23 15:18 송고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의 수산물 거리가 한산하다.2023.8.23./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오전 한나절 겨우 생선 한 마리 팔았네요.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데 일본에서 오염수까지 방류하면 사람들이 생선을 사러 올지 걱정이오."

23일 낮 12시 광주 동구에 자리한 남광주시장. 1930년 남광주역 개통과 함께 전남 각지의 수산물이 모이는 수산시장으로 유서 깊은 시장이지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이날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가격을 흥정하는 풍경 대신 적막만이 가득한 시장에서 상인 김정남씨(75·여)는 아무도 찾지 않는 생선 매대를 지키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성경책을 꺼내 읽어본다.

김씨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생선 매대를 열었지만 6시간이 지나는 동안 팔린 생선은 단 한 마리에 불과했다.

 
공판장에서 공수된 국내산 생선들만 팔고 있지만 오염수 위기가 가중되며 생선을 찾는 손님들이 한 두 달 새 눈에 띄게 급감했다.

김씨는 "44년간 시장에서 장사를 해 자식들을 키워내고 생계를 이어왔는데 이젠 장사를 접어야 할지 걱정"이라며 "코로나 때는 생계지원금이라도 나오면서 소비를 권장했지만 이번엔 상인들이 기대할 곳이 없다. 답답한 심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 김모씨(45·여)도 "추석 장사는 기대도 안 한다. 평소와 달리 추석 선물 예약전화도 오지 않는다"면서 "수산업계가 입을 피해를 보전할 정책을 마련한 후 오염수 방류를 논의했어야 하는데 너무나 성급하게 일을 추진했다.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23일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의 한 횟집이 점심시간에도 한산하다. 업주는 평소 100석의 좌석이 만석을 이뤘으나 이날은 세팀밖에 손님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2023.8.23./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어물전 못지 않게 횟집들의 타격도 막대하다. 남광주시장의 유명 횟집들은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어철이 시작되면서 전어구이와 전어회를 찾아 평소같으면 100석의 좌석이 가득 찰 정도로 점심장사가 호황을 이뤘으나 이날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세 팀이 전부였다.

남광주 시장 입구에 자리잡은 가게의 월세만도 500만원에 달하고 하루 내내 켜놓는 수조 전기요금만 매달 150만원에서 200만원이 나간다. 어려운 형편에 소상공인 대출금의 이자도 매달 나가고 있다.

하지만 매출은 평소의 반토막 아래로 떨어지면서 세 명이던 직원도 한 명으로 줄였다. 그나마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가게들보다는 낫지만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기약도 없다.

식당 업주 손점순씨(63·여)는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인데도 이렇게 손님이 떨어지는데 방류 후엔 어쩌겠나"라며 "그렇다고 34년간 평생을 바쳐 일군 가게를 어떻게 접으란 말인가.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신음하는 상인들을 지원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지자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광주 동구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가 갑작스럽게 결정되면서 아직 수산업계를 지원할 예산도 편성되지 않은 형편"이라면서 "수산물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있는 게 사실이라 상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방법이 필요하다. 당장 오늘 점심도 수산시장에서 먹으며 상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이르면 24일 오후 1시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