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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잼버리, 사실상 ‘조기 폐막’…세계가 지켜봤다

무궁화9719 2023. 8. 8. 08:30

파행 잼버리, 사실상 ‘조기 폐막’…세계가 지켜봤다

등록 2023-08-07 21:15수정 2023-08-08 03:09

7일 외교부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진행을 위한 정부의 대응 조치를 주한 외교단에 설명하는 2차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외교부 제공
 
폭염과 준비 부족으로 파행을 겪어온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잼버리)가 사실상 조기 폐막했다. 태풍 접근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해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영지 조기철수를 결정했고, 우리 정부는 비상계획을 세워 영지에서 철수하는 참가단의 남은 대회 기간 숙식과 일정을 책임지기로 했다. 잼버리 참가단은 애초 출국일까지 수도권의 체육관과 대학 기숙사, 숙박시설 등에 머물며 관광, 케이팝 공연 관람 등의 대체 프로그램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의 행사 취지와 스카우트 정신을 고려하면 대체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어떻든 행사 운영의 부실과 파행을 만회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행사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7일 오후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오늘 아침에 세계스카우트연맹단 회의에서 기상청의 태풍 ‘카눈’의 한반도 통과 예보에 따라 잼버리 행사를 새만금 영지에서 조금 더 안전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정부도 세계잼버리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잼버리 자연재난 비상대비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참가단의 이동 지역은 수도권이 유력하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 있지 않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행정기관 및 민간의 교육시설을 최대한 확보해 대원들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숙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했다 조기 퇴영한 영국 대원들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썸머비치 행사장 그늘막 아래에서 휴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참가자들의 영지 철수는 8일 오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156개국 3만7천여명의 이동을 위해 버스 1천대 이상이 동원된다. 새만금 야영장은 참가자들이 떠나는 시점부터 폐쇄된다. 김현숙 장관은 “자연재난 때문에 장소를 옮길 뿐이지 잼버리는 계속한다”고 했지만, 영지를 떠나 스카우트 프로그램과 무관한 관광 일정을 소화하게 되는 만큼, 김 장관의 발언은 선언적 의미 이상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김 장관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숙소를 확보하고 각 지자체와 연계해 관광,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각 시·도지사에게 협조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날 오후 2시께 연맹 공식 누리집에 공지를 올려 “오늘 오전 한국 정부로부터 태풍 ‘카눈’의 영향이 예상됨에 따라 모든 잼버리 참가자들이 새만금에서 조기 퇴영할 계획이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가 모든 참가자의 퇴영 일정과 장소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알려왔다”며 “(한국 정부가) 모든 참가자에게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을 긴급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밤 한덕수 국무총리를 반장으로 정부 부처 장관들과 경찰청장, 서울시장 등이 참여하는 ‘잼버리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대원들의 수도권으로의 수송과 숙식 등 비상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부실 운영과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2023 새만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모든 참가자들의 조기 철수가 결정된 7일 오후 전북 부안군 행사장 델타구역에서 대원들이 부스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희 채윤태 김미나 기자 kimyh@hani.co.kr

잼버리 조기 철수…‘문제없이 준비 중’이라던 정부, 이제야 “준비 부족 맞다”

조해람·강현석 기자입력 2023. 8. 7. 21:14수정 2023. 8. 7. 23:43

예상 가능한 상황 미리 조치 못해…‘컨트롤타워’ 부재 드러나
전북도, ‘새만금 개발’에만 관심…무주 등 천혜 후보지 배제
정부는 현장 상황 미리 점검 않고 사태 커지자 부랴부랴 지원

떠나는 한국 대원들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을 앞두고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에 대한 비상대피계획이 결정된 7일 퇴영하는 한국 대원들이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에서 짐을 버스로 옮기고 있다. 부안 |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파행되다 태풍 ‘카눈’으로 조기 종료키로 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행사 내내 총체적 운영 미숙으로 도마에 올랐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국제행사 파행’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 등의 책임 소재 규명이 불가피해 보인다.
 
잼버리 준비 미흡 우려는 지난해부터 이미 제기됐지만 정부는 ‘문제없이 준비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염·폭우 대책과 해충 방역, 감염 대책, 영내외 프로그램을 점검해야 한다”고 하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며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잼버리조직위는 지난 6월 폭염이 예상된다며 여가부에 예산 93억원을 추가 요청했지만, 여가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의가 잘되지 않아 20억원가량만 지원됐다.
 
막상 행사가 열리니 개막일이던 지난 1일에만 4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열악한 화장실, 부실 식단 등 총체적 운영 미숙이 드러났다. 하지만 조직위는 온열질환자에 대해 “경증 환자가 대부분”이라며 “안정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해명했다. 김 장관은 7일 브리핑에서야 “처음에 준비 부족은 맞고, (다만)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면서 준비 부족을 공식 인정했다.
 
개최지인 전라북도 역시 미흡한 준비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새만금 매립·개발 명분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느라 정작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잼버리 유치 추진 당시 전북에서는 새만금 대신 무주 태권도원과 구천동 야영장 등이 적합지로 거론됐다. 하지만 전북도는 새만금을 잼버리 유치 후보지로 결정했다. 한 전직 공무원은 “오로지 ‘새만금을 개발해야 한다’는 전북도의 일념 때문에 무주 태권도원이나 구천동 야영장 등과 같은 천혜의 후보지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고 말했다.
 
새만금 잼버리 부지(8.84㎢)를 야영지로 조성하는 작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전북도는 유치 당시 갯벌 간척지인 잼버리 영지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잼버리 영지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벌판이다.
 
당초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불분명한 책임 소재의 문제는 잼버리 초반에 이미 드러났다.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행사 3일째인 지난 3일에야 “폭염경보와 관련해 모든 진행 과정을 논의하면서 청소년 안전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며 진행 중”이라는 첫 입장을 냈다.
 
이런 상황 속에 미리 지원할 수 있는 조치들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일부터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면서 냉방버스와 냉동탑차, 화장실 등이 대거 지원됐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지원 특별법’에 따라 정부지원위원회가 설치돼 있음에도 준비 상황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다가 뒤늦게 지원에 나선 셈이다. 잼버리 정부지원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현장에서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 안전 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한 점을 두고도 ‘유체이탈’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조해람·강현석 기자 lennon@kyunghyang.com

‘재난 매뉴얼’ 자신하더니 우왕좌왕 정부…폭염·태풍 급조 대책

등록 2023-08-08 05:00수정 2023-08-08 07:56

정부 “수도권 대피” 결정, “태풍 땐 전북 분산대피” 매뉴얼 무용지물
연맹쪽 “전원 조기 철수” 밝혔는데 조직위 “아직 논의중” 엇박자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이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하기 위해 짐을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선 철수 발표-후 대책 마련’.
 
7일 정부가 발표한 태풍 ‘카눈’ 북상에 따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의 비상 대피 대책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정부는 이날 잼버리 참가자 3만7천명을 수용할 숙소도 확정 짓지 못한 상태에서 참가자 전원을 조기 철수시키겠다고 발표부터 했다. 12일까지 남은 4박5일 동안의 활동 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잼버리 개최 직전까지 ‘위기상황 대응 계획’을 마련했다고 자신하던 정부는 온데간데없고, 컨트롤타워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며 폭염과 태풍 앞에 연타로 흔들리면서 임시방편만 쏟아내는 형국이다. 조기 철수 결정으로 사실상 잼버리 행사가 조기 폐막하게 된 셈이라, ‘부실 준비’ 문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조기 철수 결정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내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특히 잼버리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를 포함해 조직위원회의 존재는 아예 사라졌다. 이미 지난 주말부터 태풍 카눈이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 한반도가 영향권에 들 것이란 예보가 이어졌지만, 잼버리 조직위는 ‘자연재난 위기대응 행동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고 강조할 뿐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이날 오후 누리집을 통해 “오늘 오전 대한민국 정부가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전원 조기 철수 계획을 연맹 쪽에 전달했다”고 밝힌 직후에도 조직위 쪽에서는 “(스카우트연맹이 퇴영 여부를 두고)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조직위 쪽이 조기 퇴영과 관련된 브리핑 일정도 고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외교부 등을 통해 브리핑 일정을 포함한 수도권 대피 계획 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이 돼서야 이뤄진 브리핑에서 밝힌 정부의 대책은 ‘잼버리 참가자들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순차적으로 대피시킨다’는 게 전부다. 그나마도 “현재 수도권 내 (이용 가능한) 숙소를 확인하고 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고만 했다. 잼버리 참가자들을 수용할 숙소도 정해지지 않은데다, 이들을 여러 곳에 분산하다 보니 관리 및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숙소를 구하면서 숙식·의료·안전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이러한 수도권 비상 대피 계획은 지난달 조직위가 마련한 자연재난 위기대응 행동 매뉴얼에는 없던, 전혀 새로운 내용이었다. 조직위는 이 매뉴얼에서 태풍·호우·강풍, 폭염 등 재난 유형별로 기상 특보에 따라 위기 단계를 3단계(주의·경계·심각)로 구분하고, 태풍이 ‘심각’ 단계인 경우에는 미리 지정한 근거리 대피지역 4개 시군(군산·김제·부안·정읍) 실내 구호소 204곳과 원거리 대피지역 4개 시군(고창·완주·익산·전주) 실내 구호소 138곳에 참가 인원들을 대피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날 발표로 사전에 마련한 대책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전에 없던 수도권 비상 대피 계획이 마련된 건,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전날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침수에 대비해 숙소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잼버리 대회 직전 전북 부안군에 시간당 32㎜의 폭우가 쏟아져 야영장이 물에 잠긴 바 있는데,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최대 일강수량이 100㎜를 초과하고 거센 바람까지 불면 야영이 불가능하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기상 악화는 정부의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며,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세계스카우트연맹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같은 입장을 표해 이동 가능한 숙소를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어느 일방의 요청이 있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양쪽의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는 취지다.
 
하지만 조직위 안에선 정부의 이런 급작스러운 결정에 대한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스카우트연맹 기획조정본부 관계자는 “며칠 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케이팝 공연은 상암이나 전주로 옮긴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등 잼버리를 대통령 지시를 받아 각 장관이 좌지우지하니까 연맹과 갈등이 생기고 있다”며 “이번 철수 결정도 조직위하고는 전혀 상의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 조기 철수를 발표하는 과정에서마저, 정부 각 부처가 손발이 맞지 않고 갈등하는 모습만 노출하고 있는 양상이다. ‘위생 불량’ 화장실과 ‘폭염’ 속 온열질환자 속출에 대한 대응 미비 등 부실한 준비로 개막 첫날부터 국제적 논란이 된 잼버리가 사실상 조기에 막을 내리게 되면서 향후, 책임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5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영지 내에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오세진 5sjin@hani.co.kr, 채윤태 chai@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현장] “뉴스 듣고 알아” 조직위도 예상 못한 전격 철수

등록 2023-08-07 20:50수정 2023-08-08 02:47

“전혀 상의 안 돼 현장 어수선”

2023 새만금 잼버리 스카우트에 참가한 대원들이 7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장 델타구역에서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an early departure’(조기 철수).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잼버리)를 주최한 세계스카우트연맹이 7일 오후 2시 성명을 발표해 제25회 잼버리 행사의 조기 종료 방침을 밝히자, 참가국 캠프가 자리잡은 새만금 야영지는 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날 잼버리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만난 외국인 참가자는 조기 철수 방침에 대해 아느냐고 묻자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했다. 유럽에서 왔다는 이 참가자는 부근에 박물관이 있는지를 오히려 취재진에게 물었다.
 
한국 지역 대표단도 마찬가지였다. 학생 150명을 포함해 170여명이 참가한 한국스카우트 전남연맹 대표단 관계자도 “일정보다 일찍 철수한다는 말은 오늘 아침에 뉴스로 들었지만 아직 공식 통보를 받은 게 없다. 영내에서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지역에서 참가했다는 한 스카우트 대원은 “태풍 때문에 내일이나 모레 철수할 거란 얘기를 듣긴 했다. 아쉽지만 위에서 결정하면 따라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새만금 현장에 나와 있는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태풍 때문에 일정에 변경이 생길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전격적으로 철수 결정이 내려질지는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행사 운영을 담당하는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으로 이동하느냐는 질문에 “일부가 그런 것으로 전해 들었다. 지금 행정안전부와 이런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때까지만 해도 조직위는 잼버리 대회 전 짜놓은 비상계획에 따라 인근 지역의 학교 체육관 등 임시 대피소나 대학 기숙사 등으로 이동할 것이라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조기 철수를 결정한 7일 오전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내 덩굴터널에서 참가 청소년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직위의 대피 장소 확보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북도는 세계연맹이 조기 철수를 발표한 직후인 이날 오전 10시께, 잼버리 야영장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전북대학교에 기숙사 수용 가능 인원을 문의했다. 대학 쪽은 전주캠퍼스 1000명, 익산 200명 등 1200명 수용이 가능하겠다고 답변했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기숙사를 제공할 수 있는지만 물었을 뿐 구체적인 수용 인원을 물어온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세계연맹은 조기 철수 직후 그동안 취재진의 접근이 가능했던 델타구역의 출입을 전면 제한했다.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조직위 안팎에선 “조기 철수 결정에 대한 참가 대원들의 정제되지 않은 불만이 보도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세계연맹의 조기 철수 결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태풍이 부산 쪽으로 진입한다고는 하지만 진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새만금은 바닷가 지역이라서 강한 바람과 폭우를 피할 수 없는 곳이다. 인명 피해를 낳기 전에 조기 마무리를 결정한 건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박임근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