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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스웨덴, 연이은 이탈에도 잼버리 야영장 잔류 결정...그 이유는

무궁화9719 2023. 8. 6. 11:36

독일·스웨덴, 연이은 이탈에도 잼버리 야영장 잔류 결정...그 이유는

이유진입력 2023. 8. 6. 09:10수정 2023. 8. 6. 10:57
 
"음식과 위생 문제, 개선되고 있다" 잔류
영국·미국·싱가포르는 조기 퇴영 결정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4일 연못에 몸을 담가 열기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158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여국 중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스카우트 대표단이 잇따라 조기 퇴영한 가운데, 독일과 스웨덴 대표단은 새만금 야영장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음식과 위생 등 많은 부분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5일(현지시간) 독일 스카우트 대표단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첫 며칠은 우리가 기대한 바와 다르게 진행됐으나 현재 잼버리를 떠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표단은 건강이나 위생, 식량 등에 있어 부족한 점은 세계 스카우트조직위에 보고 중이며, 문제들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성명에는 대표단이 참가자 및 단위 책임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참가한 청소년들이 잼버리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있고 계속 머물길 바라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독일 대표단은 “참가자들의 건강과 행복이 우리의 최우선 순위”라며 “향후 추가 개선 조처가 체감되길 바라며, 이를 위해 조직위에 더 많은 시간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로써 독일 스카우트 대표단 약 2,200명은 새만금 야영장에 일단 남게 됐다.
 
약 1,500명이 참가한 스웨덴 스카우트 대표단도 전날 홈페이지에 잼버리에 계속 참여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이들은 “잼버리에 참여할 기회는 한 번뿐이다. 조기 퇴영은 이 젊은이들에게 그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위생시설 청소에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됐으며 한국 정부의 자원보급도 확대돼 매일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이들은 특수 식이요법에 대한 배려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 한 호텔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BBC방송,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이날 참가자들의 증언을 보도하며 자국 대표단이 철수한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한 영국 학부모는 BBC에 “16세 딸에게 훌륭한 인생 경험이 될 줄 알았는데 (이번 행사는) ‘생존 미션’으로 변질됐다”며 “텐트가 너무 뜨거워 열을 식힐 수도 없었고, 샤워실·화장실에는 쓰레기가 떠다녀 배수구가 막혔다”고 전했다. 참가자인 소피도 가디언에 “너무 더워 하루 종일 활동이 중단됐다. 밤이 되자 깔따구가 끓었고 우리 모두 벌레에 물렸다”고 열악했던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번 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인 4,400여 명이 참석한 영국 외에도, 미국은 청소년 등 1,500여 명이 경기 평택시 미군 기지 내 캠프 험프리스로 떠난다고 밝혔다. 약 70명이 참가 중인 싱가포르 역시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잼버리 떠나려던 벨기에 “정부 지원에 상황 좋아져 남는다”

김정엽 기자입력 2023. 8. 5. 17:02
지난 1일 잼버리 벨기에 대표단이 '2023 새만금 잼버리' 현장에서 플라스틱 팔레트를 옮기는 모습(위), 2015년 일본 잼버리에서 수레를 끄는 모습. /잼버리 벨기에 대표단 인스타그램, 세계스카우트연맹 홈페이지
 
영국과 미국에 이어 싱가포르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퇴영을 결정한 가운데 당초 캠프를 떠나려던 벨기에 참가단이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퇴영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진 벨기에가 오후에 잔류를 통보했다. 벨기에 측은 정부의 지원이 계속 이어지면서 상황이 안정됐다고 판단해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는 이번 대회에 1200여 명의 청소년과 지도자를 파견했다. 현재까지 조직위에 공식적으로 퇴영을 통보한 국가는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다. 반면 벨기에와 스위스,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독일, 스웨덴 등의 유럽 국가들은 잔류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영국은 이날 오전부터 철수를 시작해 오는 7일까지 4400여명의 대원들이 모두 새만금을 떠날 예정이다. 미국과 싱가포르도 6일에 야영장을 비울 예정이다.
 
앞서 5일 오전 벨기에의 조기 퇴영 고려 소식을 전해 들은 심민 임실군수는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바로 떠나지 말고 대원들과 임실에 와서 머물다 가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프랑수아 봉땅 벨기에 대사의 부인은 한국 사람이다.
 
프랑수아 봉땅 벨기에 대사 부부는 지난 5월 임실치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임실치즈역사문화관 개관식 참석했다. 벨기에 대사 부인은 이를 계기로 심민 군수와 인연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벨기에 대사 부인이 5일 오후 3시쯤 심 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 지원이 계속 이뤄지고 현장 상황이 좋아지고 있어 잼버리에 잔류하기로 했다”며 “임실군의 배려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심민 군수는 “벨기에와 인연이 있어 최대한 돕고 싶은 마음에 전화를 했다”며 “남은 잼버리 기간 벨기에 대원들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란다”고 했다. 

잼버리 영국 대표단 야영지 떠나…아태위 국가 대표단은 “끝까지 함께 할 것”

김동욱입력 2023. 8. 5. 14:02수정 2023. 8. 5. 16:02
 
미국, 싱가포르, 벨기에 등도 조기 퇴소 결정
 
기록적인 폭염으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숙영하던 영국 참가자들이 5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짐을 싸들고 서울로 향했다. 미국, 싱가포르, 벨기에 등 주요 국가 스카우트 대표단도 조기 퇴소를 결정하고 야영지를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국가 대표단은 “한국 정부 지원을 믿고 끝까지 새만금에서 함께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 1000여명은 이날 오전 짐을 챙긴 뒤 오후 12시30분쯤 버스 23대를 이용해 잼버리 야영지를 출발해 서울로 향했다.

 

5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버스에 짐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대표단은 이날부터 사흘에 걸쳐 전체 인원을 서울 용산구 등 일대 여러 호텔로 나눠 이동할 계획이며, 이미 숙박 예약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서울에 머물며 남은 스카우트 일정을 소화한 뒤 12일 대회가 폐영하면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국 대표단은 전날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 서울에 있는 호텔로 이동할 계획”이라며 조직위에 철수를 통보했다. 스카우트 종주국인 영국은 이번 대회에 158개 참가국 중 가장 많은 스카우트 대원 4500명을 파견했다.
 
세계스타우트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미국과 싱가포르, 벨기에 등 스카우트 대표단도 철수를 결정하고 잇따라 퇴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미국은 경기 평택에 있는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대표단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벨기에 스카우트단도 새만금 캠핑장을 떠나기 위해 인천 소재 대형시설에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국가의 야영지 철수 결정 소식에 다른 참가국들도 철수 여부를 놓고 자국 연맹과 긴급 타진하는 등 술렁이는 분위기다.
 
세계스카우트연맹도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조기 행사 종료를 요청했다. 연맹은 이날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내고 ‘예정보다 행사를 일찍 종료하고, 참가자들이 출국할 때까지 지원하는 대안을 검토해달라고 한국 주최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각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부터 회의를 열고 ‘대회 강행, 축소, 조기 폐막’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논의 결과는 이날 오후 발표될 예정이다.
 
마리나 로스틴 아르헨티나 스카우트 의장이 5일 전북 부안군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잔류 계획을 밝히고 있다. 부안=김동욱 기자  
 
반면, 필리핀과 이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스카우트위원회 국가 대표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회에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입장 발표를 통해 “극심한 폭염과 습도 등 극단적인 기상조건이 청소년과 자원봉사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영내외 원활한 활동을 방해하는 등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이에 한국 정부가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그늘과 에어컨 설치 공간, 의료 인력 및 시설을 늘리고 있다”며 “잼버리를 지키기 위해 건강과 안전, 교육 등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때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하마드 알라야 단장은 “현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베이든 포우엘 경위가 처음 스카우트 잼버리 개최했을 때 지금보다 열악한 환경이었다”며 “한국이 더 나은 세계스카우터들을 위해 충분히 지원할 것을 믿고 학수고대했던 이번 대회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부안=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나흘 만에 5000명 이상 퇴소 ‘잼버리’… 대회 ‘중단’ 갈림길

, 이슈팀

입력 : 2023-08-05 13:34:51 수정 : 2023-08-05 14:16:08

영국 대표단, 전날 예약 서울 호텔로 출발
미국·벨기에 등도 떠날 준비…14% 퇴소 신청
‘중단’ 촉구 잇따라…“일정·장소 변경 등 필요”

폭염과 열악한 환경으로 도마에 오른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5일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떠났다. 미국·벨기에 등 대표단도 조기 퇴영을 검토하고 ‘대회 중단’ 권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대회를 축소할 지 중단할 지 결정할 방침이다.

 

영국 대표단 100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짐을 챙겨 낮 12시 20분쯤 버스를 타고 잼버리 야영지를 출발했다. 전날부터 서울 호텔을 예약하는 등 퇴영 준비를 한 영국 대표단은 이날부터 사흘에 걸쳐 전체 인원이 서울 용산 등 호텔로 이동할 계획이다.

 

5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그늘막 아래 가방을 쌓아두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은 이번 잼버리 행사에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500여명의 청소년을 파견했다.
 
영국 스카우트 연맹은 “우리의 파견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이것이 전반적인 현장의 압력을 완화하는 데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누군가에게 실망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청소년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최대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국 당국과 활동 프로그램을 협의해 서울에서 잼버리 체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스카우트 측은 애초 계획대로 잼버리가 폐막한 다음 날인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영국에 이어 미국과 벨기에 대표단도 철수 결정을 내린 상태다.
 
미국은 경기 평택에 있는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대표단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벨기에 대사관도 인천 소재 대형시설에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잼버리 홈페이지 갈무리
 
전북 새만금 부지에서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잼버리 현장에서는 개막 이틀 만인 지난 2일 개영식에서만 100명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 등 무더위 속에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벌레 물림과 복통 등 다른 이상을 호소하는 참가자가 늘어났고, 부실한 식사와 비위생적인 화장실 등 열악한 환경에 대한 불만도 잇따랐다.
 
이에 일부 국가 대표단이 조기 퇴영을 결정하면서 이날 오전 9시 기준 참가 인원(3만9304명)의 14%가량이 퇴소를 결정하자 대회를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영국 철수 결정 이후 성명을 내고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예정보다 일찍 행사를 종료하고 참가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원하는 대안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부안=연합뉴스
 
앞서 가톨릭 기후행동과 전북녹색연합,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도 잼버리대회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와 전북도는 대회 중단이나 기간 축소 등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예비비 69억원을 편성하고 추가로 폭염·의료 대책을 추가로 내놓으며 오는 12일 폐영까지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년간 1000억원가량을 들여 준비한 국제 행사가 중단될 경우 ‘준비 부족에 따른 국제적 망신’이라는 여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일부 국가가 퇴영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가의 청소년들은 대회가 끝까지 치러지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대회를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남은 대회를 안전하게 치러야하는 만큼 프로그램 장소, 일정 변경 등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모든 캠프장 내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문화활동이나 실내활동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더위에 취약한 대원들에게 대학 기숙사를 제공하는 등 참가자를 재배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36∼37도까지 치솟았던 전북 부안의 기온이 다음 주에는 33∼34도로 다소 낮아지는 만큼 대회를 중단하기보다는 공식 일정은 미리 당겨서 끝내고 폐영식은 예정대로 하는 운용의 묘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각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잼버리 운영 지속 여부를 두고 회의를 진행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하고 스카우트연맹과 논의를 거쳐 이날 오후 대회 축소, 중단 등 여부를 최종 판단할 방침이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타는 햇볕에 진흙밭, 그래도 축제…잼버리 즐기는 아이들 [현장]

등록 2023-08-04 17:10수정 2023-08-04 23:08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 내 델타구역 모습. 델타구역은 참가국 홍보관, 전시관·체험관 등으로 구성한 곳으로, 일반인들도 입장권을 구매하면 방문할 수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볕은 뜨거웠고 표정은 어두웠다.
 
4일 찾은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 내 델타구역에는 폭염 속에서도 행사를 즐기려는 청소년들이 모여들었다. 참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접근을 제한한 야영구역과 달리 각국 홍보관·전시관·체험관 등으로 구성한 델타구역은 입장권을 구매하면 일반인들도 조직위가 정한 기간(8월3∼5일, 7∼10일) 동안은 방문할 수 있다.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는 매일 정기적으로 언론인들에게 프레스투어를 지원하고 있다.
 
델타구역 안에선 특유의 갯벌 냄새가 났다. 잼버리 대회장은 과거 서해안 갯벌 중에서도 규모가 꽤 컸던 해창 갯벌이 있던 자리로, 조직위가 행사장 확보를 위해 모두 매립했다. 문제는 지난 폭우 때 고인 빗물이 아직 빠지지 않아 곳곳이 진흙탕이었다는 사실이다. 진창을 피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참가자들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조직위는 방문객들에게도 가급적 운동화나 등산화를 착용하라고 권했다. 우천시엔 장화를 추천한다고 했다.
 
참가국들이 홍보용 천막을 설치하고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했지만, 참가자들은 체험보다는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려는 용도로 공간을 이용하고 있었다. 조직위가 대표적인 폭염 저감 시설로 소개한 덩굴터널 내부에는 청소년 수십명이 앉거나 누워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히고 있었다. 터널 내부는 바깥보다 시원했지만 습도가 높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정 간격마다 설치된 개수대는 물을 마시거나 씻으려는 청소년들로 붐볐다.
 
4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 내 델타구역에서 기념품을 사려는 외국 청소년이 기념품샵에 입장하려고 줄을 서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조직위가 이날 추가 배치한 냉방 버스 안은 에어컨을 풀가동해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아무런 안내 문구도 붙어있지 않아 찾는 발길은 많지 않았다. 조직위가 급히 마련한 ‘온열환자 응급쉼터’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에 있는 잼버리병원에는 하루 100명 이상의 온열질환자가 찾고 있다. 프레스투어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구급차 1대가 급히 병원으로 진입했다. 델타구역 입구, 화장실 주변 등에는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개막 4일째인 이날 오전에야 청소 등 관리 인원을 기존 70명에서 542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4일 델타구역 덩굴터널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구호를 외치며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잼버리기념품샵과 세계스카우트샵에 특히 찾는 이가 많았다. 스카우트의 용맹함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의인화한 2023 잼버리 캐릭터 ‘새버미’ 인형은 개당 1만5천원의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꾸준히 팔리고 있었다.
 
한편, 세계잼버리는 1920년 영국에서 시작해 4년마다 열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의 합동 야영대회다. 올해는 전북 부안 새만금 간척지에서 1∼12일 열리며 158개국에서 온 14~17살 청소년 4만3000여명이 참가했다. ‘잼버리’(Jamboree)는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를 뜻하는 북미 인디언 말 ‘시바아리’에서 유래한 말이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