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76)씨에 대한 징역 1년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은행의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최씨는 지난 7월 2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 현직 대통령 장모의 법정구속과 실형 확정은 모두 헌정 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준 적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두둔했지만,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로 그의 말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윤 대통령은 장모의 법정 구속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사과 또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구 대법관)는 16일 오전 11시15분께 사문서위조, 사문서위조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상고심 판결에서 최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1년 법정구속 원심을 확정했다.
또 지난 9월 최씨가 낸 보석 청구도 기각했다.
대법원은 "위조사문서행사죄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속 상태인 최씨는 수감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형기는 내년 7월까지다.
검찰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을 종합하면 최씨는 2013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차명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4회에 걸쳐 모두 349억 5550만 원이 저축은행에 예치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 또 동업자인 안아무개씨와 공모해 도촌동 땅 계약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약 100억 원의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장모가 부동산을 차명 매입하면서 349억대 통장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사법부에 의해 확정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 또는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그는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 2021년 6월 각종 처가 의혹이 대두되자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그해 12월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장모 최씨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50억 원 정도 사기를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항소심 법정구속 이후 윤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법정구속 직후 용산 대통령실의 "사법부 판결은 대통령실의 언급 대상이 아니다"라는 짧은 입장이 다였다.
당시보다 지금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대법원 판단까지 다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가 일가 땅이 있는 양평 병산리 일대와 관련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등 각종 의혹이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장모와 김건희 여사가 동시에 연루되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특검법이 통과를 앞두고 있다.
검찰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의 부실기소, 늑장기소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징역 1년 형량을 두고도 검찰이 봐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씨는 잔고증명서를 네 차례 위조했는데, 검찰은 그 모두에 위조 혐의를 적용하면서도 위조행사 혐의는 법원에 제출한 1장에 대해서만 적용했다. 반면 검찰은 동업자 관계였던 안아무개씨에게는 법원 제출 외에도 개인사업자들에게 두 차례 행사했다는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검찰이 의지만 있었다면 최씨에 대해 위조행사 혐의 추가 적용은 물론 사기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었으며, 그럴 경우 형량은 훨씬 높아졌을 거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사문서 위조 및 행사에 대한 대법원 양형 기준은 6개월~2년이지만, 사기 및 소송사기의 경우 5~8년(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의 경우)이다.
지난해 2월 동업자 안씨 사건 1심 재판부(재판장 정성균)는 검찰에 "증인신문결과를 토대로 판단했을 때 (최은순을 기소대상에서 아예 제외한 것은) 다소 의문이 있으므로 그러한 판단 근거, 이 법정에서 관련자의 증언이 있은 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한 것이 없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밝히기 바란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씨의 범행이 일어난 시기는 2013년 4~10월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결혼(2012년 3월)한 이후다. 또한 최씨가 기소된 2020년 3월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가운데)씨가 21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통장 잔고증명을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76)씨가 21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최씨는 판결 직후 재판부에 억울함을 토로하다 쓰러져 법원 관계자들에게 들려 법정을 나갔다.
의정부지법 형사3부(재판장 이성균) 심리로 이날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항소는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며 “충분히 방어권이 보장됐으며 죄질이 나쁘고 도주 우려도 있어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의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이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민사소송에 제출하는 것을 알고 공범과 함께 잔고 증명서를 행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실명법 위반과 관련해서도 “전매 차익을 위해 명의신탁을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씨 쪽의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실현하는 동안 관련 개인과 회사가 피고인의 뜻에 따라 이용당했다. 자신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경도된 나머지 법과 제도 사람이 수단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법정구속이라는 판사의 말에 최씨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저를 법정구속한다고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판사님 그 부분은 정말 억울하다. 내가 무슨 돈을 벌고 나쁜 마음을 먹고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고도 절규하기도 했다. 격양된 최씨는 “하나님 앞에서 약을 먹고 이 자리에서 죽겠다”고도 했다.
최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과정에서 2013년 4월1일부터 10월11일까지 4차례에 걸쳐 모두 349억원가량이 저축은행에 예치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동업자 안모씨와 공모해 2013년 8월7일 도촌동 땅 관련 계약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약 100억원의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2013년 10월 도촌동 부동산을 매수하며 절반은 최씨가 명의신탁한 회사에, 절반은 안씨 사위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최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사필귀정”이라며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 등 대통령 처가를 둘러싼 국민적 의혹 사건들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최씨는 2021년 7월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사기죄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지만, 2022년 12월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김기성 기자player009@hani.co.kr
대통령의 장모가 개인비리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의 장모가 법정 구속되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부동산을 차명으로 사들이는 과정에서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76)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1일 오후 4시40분 의정부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이성균)는 최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위조) 관여를 부정하기 어려움에도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했다"며 "범행규모와 횟수, 수법 등에서 죄질이 무겁고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정구속 판결 직후 법정에서 "여기서 죽어버리겠다"고 소리치며 주저앉은 최씨는 여성 청원경찰 4명에 의해 사지가 불잡힌 채 들려나갔다. 이후 15분 정도 후에 밖에 있던 호송차에 태워졌다.
지난 2021년 12월 1심 재판부도 최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 항소심 선고는 당초 지난 5월 12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후 두차례 선고가 연기되면서 1심과 다른 판단이 나오는 거 아니냐는 말도 돌았지만, 결국 뒤집히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서 선고 직후 최씨는 충격을 받은 듯 "무슨 말씀인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지만 최씨는 수차례 "어떻게 됐다는 이야기인지..."라며 재판장을 향해 "다시 말해달라"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나를 법정구속 시킨다고!"라고 소리쳤다.
"정말 억울하다. 제가 지금 당황해서 잘 알아듣지 못했는데... 내가 무슨 판사님 말한 대로 나쁜 마음먹어서 어떻게 차액을 노려서... 하나님 앞에서 맹세코... 제가 약을 먹어서 자살이라도 하고 싶다."
결국 최씨는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여성 청원경찰 네 명이 각각 사지를 붙잡고 들어올려 옮겼다. 최씨는 법정을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이건 절대로 안 된다, 가만히 있어봐라, 여기서 죽어버리겠다"라고 소리쳤다.
최씨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2013년 4월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4회에 걸쳐 모두 349억 5550만 원이 저축은행에 예치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또 동업자인 안씨와 공모해 2013년 8월 7일 도촌동 땅 계약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약 100억 원의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한 혐의도 있다.
[선고 이유] 재판장 "죄질이 매우 나쁘다" 꾸짖어
최씨에게 법정구속형을 내린 이성균 재판장은 선고 이유를 밝히며 "최씨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라고 강조했다.
"잔고증명서는 공신력 높은 공문서다. 그런데 피고인(최은순)은 4회에 걸쳐 위조하고, 예금 규모 또한 막대하다. 위조증명서 중 한 장은 민사소송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명의신탁은 막대한 부동산 수익을 내려고 실현한 거다. 종합적으로 범행규모와 횟수, 수법 등을 따졌을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씨 측이 1심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던 위조 사문서 행사에 대해 "(법원에 제출된) 잔고증명서는 피고인 명의로 2013년 8월 5일 작성된 사실확인서와 함께 민사소송상 증거로 제출됐다"며 "사실확인서 내용만 보더라도 (최은순은) 이 사건 잔고증명서와 함께 취급될 걸 알 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실명법 위반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전매차액을 노리고 (동업자) 안아무개와 공모해 명의신탁자를 물색하는 등 명의신탁을 한 혐의가 인정된다"라고 말했다. 항소심 기간 동안 최씨 측은 시종일관 동업자 안씨의 거짓말에 속았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은 것이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최은순)이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실현하는 동안 관련 개인과 회사가 피고인의 뜻에 따라 이용당했다"며 "자신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경도된 나머지 법과 제도 사람이 수단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라고 강하게 꾸짖었다.
이어 재판부는 "원심의 형은 적정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의 관여를 부정하기 어려움에도 피고인은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정하고 있다. 동업자에게 모든 책임 돌려 태도 또한 좋지 않았다. 도주 우려도 있다"며 법정구속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최씨는 이날 오후 5시 40분께 법원이 마련한 긴급호송차량에 실려 구치소로 호송됐다.
헌정 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 장모 법정구속... 대통령실 "언급 대상 아니다"
현직 대통령의 장모가 개인비리 혐의로 법정 구속되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어서 정국에 파장이 예상된다. 비록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범죄이기는 하지만, 범행이 일어난 2013년 4~10월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결혼(2012년 3월)한 이후 시기라 최씨는 '현직 검찰 간부의 장모' 신분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과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서 이름을 떨치던 때였다.
최씨의 법정구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요양급여 불법 수급 혐의로 재판을 받던 최씨는 2021년 7월 1심에서 법정구속 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이 아닌 막 정치에 입문한 직후였다. 이후 2개월 뒤인 2021년 9월 보석으로 풀려난 최씨는 2심에서 뒤집혀 무죄가 선고됐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다른 사건에서 최씨가 2심 법정구속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번엔 현직 대통령의 장모 신분인데다, 항소심 재판부의 지적대로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라는 죄질이 매우 안좋은 범행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 2021년 6월 각종 처가 의혹이 대두되자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해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장모 최씨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50억 원 정도 사기를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최씨 법정구속 직후 용산 대통령실은 "사법부 판결은 대통령실의 언급 대상이 아니"라고 짧은 입장만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은 허가권자인 양평군이 기간 내에 사업을 마치지 못한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사업 기간을 연장해준 것이 핵심이다.
경기 양평군 양평읍 공흥리 일대 2만2411㎡(6779평) 규모의 공흥지구는 애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민임대주택을 지으려다가 양평군의 반대로 2011년 7월 사업을 포기한 이후 민영 개발로 전환됐다. 그로부터 약 한달 뒤 윤 대통령 처가가 소유한 부동산개발회사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350가구 규모의 민간사업을 제안했고, 양평군은 2012년 11월 도시개발구역 사업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스아이엔디는 최은순씨와 그 자녀들이 지분을 100% 소유한 가족회사다.
이 사업의 실시계획인가 기간 만료일은 2014년 11월이었지만 사업은 지연됐고, 준공 예정일을 한달 앞둔 2016년 6월 양평군은 갑자기 사업기간 변경을 고시했다. 양평군이 기간 내 사업을 완료하지 못한 사업자에게 공사 중지나 인허가 취소 같은 행정조처 없이 1년8개월이나 사업기간을 연장해준 것이다. 게다가 이에스아이엔디 쪽은 사업기간 연장 신청을 하지도 않았는데, 양평군이 임의로 사업기간을 2016년 7월로 연장한 뒤 승인 고시했다.
당시 인허가권자였던 양평군수는 2022년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김선교 전 의원(국민의힘·경기 여주양평)이었고, 윤 대통령은 2013년 4월~2014년 1월 여주·양평·이천을 관할하던 여주지청장이었다. 둘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또 다른 의혹은 최은순씨 일가가 공흥지구 일대 임야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농지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관련된다. 최씨는 이에스아이엔디 명의로 2006년 12월 공흥리 일대 임야 1만6550㎡(5006평)를 사들이고, 자기 명의로 공흥리 259번지 등 일대 농지 다섯 필지(2965㎡)를 사들였다. 또 엘에이치가 사업을 포기하고 두달이 지난 2011년 9월과 11월에도 인근 농지(46㎡)와 임야(2585㎡)를 추가로 샀다. 당시 최씨 등은 양평군에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 경험이 없지만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당시까지 부동산과 요양병원 동업 등 여러 사업을 벌여왔을 뿐, 농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공흥지구 개발 사업이 798억원 규모의 분양 실적을 올렸지만, 개발부담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양평군은 2016년 7월 준공 이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개발부담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사업자 쪽이 이의신청을 냈고, 양평군은 이를 받아들여 매입가 기준으로 부담금을 재산정하면서 환수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양평군은 최초 부과한 개발부담금 액수도, 이의신청 뒤 재산정 근거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평군 안팎에선 최초 부과액이 6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지난 6월12일 특혜 의혹에 관계된 양평군 공무원 ㄱ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함께 송치된 윤 대통령 처남 김아무개 이에스아이엔디 대표 등 시행사 관계자 5명은 기소되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월 최은순씨는 아파트 착공 등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점 등을 들어 사업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없다고 보고 한 차례 서면조사만 하고 무혐의 처분했다.이정하 기자jungha98@hani.co.kr
350세대 규모의 평범해 보이는 이 아파트 단지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가족회사인 E 업체가 2012년부터 4년에 걸쳐 개발한 '공흥지구'입니다.
김건희 여사 일가는 공흥지구에 아파트 1채와 상가 6채를 보유 중인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아파트 1채는 가족회사 명의, 아파트 상가 6채는 김 여사의 남동생 김 모 씨의 명의입니다.
2016년 신탁회사를 통한 개발이 끝난 뒤, 원시행사인 E 업체가 소유권을 넘겨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양평 '공흥지구'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과거 공흥지구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양평군 공무원이, 최근 논란이 된 서울-양평고속도로 변경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람과 동일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의 변경안 종점과 김 여사 가족 회사가 개발한 공흥지구와의 거리는 5km 정도, 차로 7~8분 정도 걸립니다.
다만,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의 종점과도 역시 8km 정도 떨어져 있어 큰 차이가 나는 건 아닙니다.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은? 검찰 공소장 보니...
지역 사회에선 '공흥지구 도시개발사업'과 관련된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습니다.
양평군이 개발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었는데, 경찰은 대선을 수개월 앞둔 2021년 11월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올해 6월, 허위 공문서를 꾸며 사업시행 기간을 연장해준 혐의로 양평군청 A 국장(경찰 수사 당시 과장) 등 공무원 3명을 기소했습니다.
검찰이 지난달 작성한 공소장에 따르면 양평군 도시과 공무원 3명은 2016년 6월, 공흥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시행 기간이 2년 전인 2014년 11월로 만료된 사실을 깨닫고, 허위공문서를 만들어 시행 기간을 연장시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만든 E 업체가 사업을 더디게 진행해 시행 기간이 만료돼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A 과장 등 도시과 공무원 3명이 문서를 조작해 소급 변경을 허용해 줬다는 게 검찰의 주된 기소 내용입니다.
김건희 여사의 동생이자, 윤 대통령의 처남인 김 모 씨와 E 업체 관계자 등 5명은 아직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공문서 위조를 '알아서' 했다?
공소장에는 양평군청 공무원들의 범행동기가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절차를 정상적으로 다시 거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민원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도시개발 시행 기간 만료 후에 진행된 도시개발 사업의 위법성을 인식하게 되자.."(하략)
A 국장(경찰 수사 당시 과장)은 대선을 앞둔 2021년 KBS 기자를 만나서도 같은 이유를 댔습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 가족 회사인 E 업체와 최은순 씨 등을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A 국장의 설명대로라면,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과 개발사업의 위법성을 걱정해 공무원들이 '공문서 위조'라는 범죄를 '알아서' 했다는 게 됩니다.
취재팀은 지난달 A 국장이 재판에 넘겨진 뒤, 추가 해명을 듣기 위해 직접 찾아가고, 전화와 문자 등으로 연락했으나 입장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양평고속도로 변경 과정에서 다시 나온 '그때 그 공무원'
그런데 A 국장은 경찰 수사를 받던 지난해 7월, 4급 국장으로 승진해 도시건설국장으로 보임됐습니다. '특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공무원이 승진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A 국장은 승진 직후인 지난해 7월 중순, 서울-양평고속도로 변경안을 국토부에 제출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 양평고속도로에 관해 의견을 달라고 하자, 강상면 종점 변경안이 포함된 대안 세 가지를 국토부에 제출한 겁니다. A 국장은 당시 최종 결재자였습니다.
양평군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협의 의견 관련’ 국토교통부에 회신한 공문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의 핵심은 (1) 양평군은 왜 지난해 7월 갑자기 종점이 바뀐 대안을 제시했을까. (2) 국토부는 어떤 과정을 거쳐 변경안을 정한 뒤 올해 5월에 공개했을까. 입니다.
국토부는 노선과 종점 변경이 타당성 용역업체의 제안으로 이뤄졌으며, 김건희 여사 일가의 부동산과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과거 공흥지구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공무원이, 다시 서울-양평 고속도로 변경 논란에 등장하면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양평고속도로의 백지화를 선언한 이후 여야의 책임공방은 보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건희 일가 땅, 양평 말고도 동해·당진…이해충돌 ‘지뢰밭’
심우삼입력2023. 7. 27. 05:05수정2023. 7. 27. 17:50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전국에 축구장 12개 규모 토지 보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7월3일 강원도 강릉아레나에서 열린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처가 일가가 전국에 축구장 12개 넓이에 해당하는 8만8056㎡(2만6683평)의 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김건희 여사 선친의 고향이기도 한 경기 양평군에만 1만6천여평의 땅을 갖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개발구역 인근에 있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추진을 두고 불거진 이해충돌 논란이 언제든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선 ‘토지 백지신탁’ 제도 등을 도입해 이해충돌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겨레가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인터넷등기소 등을 통해 확인한 사실을 종합하면, 김 여사 일가는 전국에 49필지, 8만8056㎡(2만6683평)의 토지를 보유 중이다.
이들 소유 토지의 절반가량은 양평군에 몰려 있다. 강상면 병산리 4만4809㎡(1만3578평), 교평리 4872㎡(1476평), 양평읍 공흥리 416㎡(138평), 백안리 3341㎡(1012평), 양근리 879㎡(266평) 등 5만4317㎡(1만6459평)의 땅이 김 여사 및 형제들, 어머니 최은순씨와 일가친척들의 명의로 돼 있다.
상당 부분은 상속분이지만 이를 빼고도 김 여사 일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9년까지 양평군 일대 토지를 꾸준히 사들여왔다. 뉴스타파는 감정평가사들이 평가한 이들 토지의 가치가 125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 중 상당수의 땅(4만9445㎡·1만4983평)이 현 정부 들어 변경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부(강상면) 반경 5㎞ 안에 있어 김 여사 일가가 지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인 개발 지역 인근에도 김 여사 일가의 땅 수백평이 있다.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보유한 공흥리 땅과 상가는 144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공흥3지구와 직선거리로 5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김 여사의 언니와 그 자녀들이 보유한 양근리 토지도 사업비 1812억원의 빈양지구와 지근거리(600여m)에 있다. 상대적으로 면적이 크지는 않지만, 야당은 이들 땅이 사회기반시설 건설이나 도시개발 사업과 엮여 이해충돌·특혜 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앞서 김 여사 일가는 이에스아이엔디가 공흥리 일대 임야 1만6550㎡에 아파트 개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개발분담금 납부, 사업기간 연장과 관련해 양평군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심을 산다.
김건희 여사 모친인 최은순씨가 소유한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백안리 농지 모습. 왼쪽으로 최씨와 최씨의 자녀들이 지분을 100% 소유한 가족회사인 부동산개발회사 이에스아이엔디가 시공한 아파트가 보인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양평과 인접한 남양주 화도읍 금남리에는 최씨 명의로 1198㎡(363평), 이에스아이엔디 명의로 3531㎡(1070평)의 땅이 있다. 이에스아이엔디의 땅은 모두 2017∼2019년 사이 최씨로부터 소유권이 이전됐다. 최씨는 해당 토지에 동업자 3명과 함께 세운 요양원을 운영 중이다. 최씨의 등기부등본상 거주지도 이 지역이다. 최씨는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도 368㎡의 땅이 있다.
강원도 동해시에도 최씨 명의로 된 4만1356㎡의 임야가 있다. 최씨는 이 땅을 1988년 정아무개씨와 함께 공동으로 매입해 보유 중이다. 경사가 있는 산지라 개발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준보전산지이기 때문에 개발 용도로 이용이 가능하다. 충남 당진에도 최씨 명의 임야 7140㎡와 농지 및 대지 등이 있다. 최씨는 2008년 충북 음성군 일대 토지 1만748㎡(3263평)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해, 매입 3년 만에 7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 보유 땅이 많아 주변 지역이 개발될 경우 언제든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정치권에선 공직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주식 백지신탁제를 본떠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위공직자들이 본인과 배우자 등이 실거주 목적으로 보유한 부동산을 뺀 나머지를 백지신탁 또는 매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설사 강상면 대안의 타당성이 인정되고, 김건희씨 일가 때문에 노선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해명된다고 해도, 그 노선대로 고속도로가 건설된다면, 대통령의 이해충돌 문제가 남는다. 국민은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직자들이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백지신탁도 하여 특혜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또 김씨 일가의 땅을 부동산 백지신탁에 준해 매각하여 결자해지하도록 원희룡 장관이 건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건희 여사 일가 고속도로' 또 2개나 나와...충남 당진 최은순 땅 3km에 위치
당진~천안 고속도로,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 사업 지난해 말 논의 급진전 당진시의회, 올해 들어 두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촉구하는 여론전에 나서
국민뉴스|기사입력 2023/09/01 [00:03]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지난 7월 21일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받기 위해 의정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천동지할 일이다. 윤석열 정권으로 교체된 뒤 김건희씨 일가의 땅이 집중된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종점안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추진하는 데 이어 이번에는 충남 당진에 2개의 고속도로가 추진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31일 <일요신문>이 단독으로 보도했다.
매체는 최초로 최은순씨 당진 땅에 얽힌 사연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례적인 현상을 집중취재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요신문의 보도 전문이다.
충청남도 당진시를 지나는 두 개의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는 두 고속도로와 연결된 분기점(JC) 인근 철마산 임야 5454㎡(약 1652평) 보유 중이다.
이르면 2024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 당진~천안 고속도로 기점인 송악분기점에서 약 3km 떨어진 당진 송악읍 영천리에 최은순씨는 임야 1652평을 보유하고 있다. 당진~천안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서해안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직접 연결돼 당진에서 수도권과 충청내륙권으로의 이동이 더 원활해질 전망이다.
물론 분기점을 통해 차가 드나들 수는 없다. 하지만 최씨 임야에서 직선거리로 약 2km 떨어진 서해안고속도로 당진나들목(IC)을 통한다면 최씨 임야에서 송악분기점까지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 당진나들목에서 송악분기점까지는 차로 약 3분 걸린다.
송악분기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적격성 조사 중인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 기점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 건설 계획에는 제2서해대교 기능을 할 해저터널 6.945km가 포함됐다.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가 건설된다면 당진에서 수도권 남부를 잇는 도로망이 확충된다.
제2서해대교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다. 2022년 2월 윤 후보는 당진 유세에서 "당진 시민들의 숙원인 제2서해대교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충청의 아들인 윤석열이 대한민국을 정상 국가로 바꿔서 경제 번영을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당진~천안고속도로 당진~아산 구간 위치도. 파란색 별(★)로 표시한 곳에 최은순 씨 소유 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 영천리 임야 1652평이 있다. 사진=한국도로공사 제공
당진~천안 고속도로,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가 모두 들어서면 두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송악분기점 인근 당진나들목 주변 토지 가치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은순씨 소유 임야 가격 또한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두 고속도로 건설사업 논의는 윤석열 정부 들어 속도가 붙었다. 당진~천안 고속도로 설계 자체는 2000년대 초반 이뤄졌다. 하지만 당진~천안 고속도로 중 송악분기점이 포함된 당진~아산 구간 사업은 낮은 사업성 문제로 10여 년간 보류됐다. 그러다 2022년 11월 환경영향평가 초안이 제출되면서 당진~아산 구간 사업이 본격화했다.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 사업 역시 2022년 말 논의가 활발해졌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2022년 11월 21일 충남도청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 적격성 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일주일 만인 11월 28일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에 당진~광명 민자고속도로 적격성 조사를 의뢰했다.
당진시의회는 올해 들어 두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촉구하는 여론전에 나섰다. 당진시의회는 올해 1월 '당진~천안 고속도로 송악분기점 상행선 개설 건의안', 올해 3월 '당진~광명 고속도로 민자적격성 조사 조속 통과 및 신속 추진 건의안'을 채택했다. 두 건의안은 대통령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에 전달됐다.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지역사회 현안이라고 해도 이례적이다. 의안 검색 결과, 당진시의회가 고속도로 건설사업 건의안을 채택한 건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최은순씨가 당진 송악읍 영천리 임야 1652평을 매입한 건 1988년 1월. 무려 25년 전이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하기 전이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아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일요신문 취재진이 8월 16일 최은순 씨 임야를 직접 찾아가보니 25년간 임야를 어떤 식으로든 활용한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최씨 임야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다. 포장도로가 없어서 흙길로 취재 차량을 몰수밖에 없었다. 다른 차량이 가끔 오간 흔적이 남은 흙길이었다. 하지만 장마철이라 진흙 범벅이었다. 이 비포장도로 바로 옆에 있는 서해안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 소리 사이로 매미소리만 들려왔다. 수풀 사이 흙길을 서서히 달리던 취재차는 어느 순간 헛바퀴만 돌았다. 뒷바퀴가 진흙탕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최씨 임야 근처에서 텃밭을 가꾸는 한 주민은 "주변 땅 주인은 다 외지인"이라며 "땅 주인이 누군지 정확히는 모른다. 사람은 거의 안 다닌다. 뱀이 나와서 걸어 다니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최씨 임야 인근이 아예 허허벌판인 것은 아니다. 최씨 임야에서 가파른 경사로 이어진 아래로는 신평농공단지가 들어서 있다. 최씨 임야와 농공단지 경계까지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는 불과 약 30m. 그렇지만 농공단지를 통해서 최 씨 땅으로 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수풀로 우거진 언덕에 철조망도 쳐 있었다.
신평농공단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2006년 평(약 3.3㎡)당 50만 원에 땅을 샀다. 지금은 시세가 평당 150만 원 정도 된다"며 "근처에 도로가 새로 들어선다면 땅 시세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사업이 괜찮게 운영돼서 확장을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씨 임야는 농공단지에 포함되지 않아 시세 자체는 낮을 수 있다. 하지만 매입가 대비 상승 폭은 더 클 수 있다. 최씨가 이곳 임야를 매입한 1988년 1월은 신평농공단지 조성계획조차 발표되기 전이었다. 신평농공단지는 1990년 농공단지로 지정돼 1992년 준공됐다. 최씨 임야 공시지가는 제곱미터(㎡)당 가격이 1990년 4500원에서 2023년 2만 1300원으로 3.7배 올랐다.
지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씨가 이곳 임야를 구매했던 1980년대 말 당진에는 땅 투기 열풍이 불었다. 1987년 1월 한 보도에는 "서해안고속도로 건설을 겨냥한 충남 당진, 예산, 홍성 임야 거래가 잦아졌다. 일부 부동산업소에서는 헐값에 사들인 지방 임야를 복부인 전매 등을 통해 값을 2~3배씩 올려받고 있다. 당진은 지난해(1986년) 9월 임야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2배 이상 값이 뛰었다. 도로변 임야는 평당 1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고 평당 2000원 미만에 땅을 구할 수 없다"고 나온다. "'사두면 무조건 남는다'고 통했던 곳이 당진 땅"이라는 표현도 눈길을 끈다.
당진 땅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당시 정부도 대책을 마련했다. 1988년 2월 25일부터 3년간 당진군 송악면(현재 당진시 송악읍) 등지에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규모 이상 땅을 사고파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거래내용을 시, 군에 신고, 허가받도록 하는 제도다. 공교롭게도 최 씨는 토지거래허가제 실시 한 달 전인 1988년 1월 26일 당진 송악읍 영천리 토지를 매입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최씨 임야 전 소유주 조모 씨의 임야 취득 시점은 1987년 12월. 조씨는 이로부터 불과 한 달 만인 1988년 1월 최씨에게 땅을 다시 팔았다. 조씨 역시 당진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었다. 부동산등기부에 조씨 주소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으로 기재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양평 공흥지구 관련 토사 매립 예정지 소유주가 과거 경기도 성남 도촌동 사건에 연루된 회사의 전직 임원과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확인됐다.
김 여사 어머니인 최은순씨가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올해 7월 21일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된 것을 감안하면 양평 공흥지구와 도촌동 땅 매입 등 사업 관계가 서로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남 도촌동 땅 관계자, 양평 공흥지구에도 등장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 일가 가족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군에 제출한 '양평공흥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주택 신축공사 토사반출계획서'를 근거로 당초 토사 매립 예정지가 백안리 192번지 외 4필지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필지(총 8266㎡)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소유주는 A씨다. 과거 최은순씨가 도촌동 땅 차명 매입 당시 최씨 측 토지 지분을 넘겨받았던 B사에서 이사를 역임한 인물과 이름 및 생년월일이 같았다. B사의 법인등기부등본과 대조·확인한 결과다.
한준호 의원은 2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공흥지구에서 등장한 A씨가 도촌동 사건에서도 확인되면서 부동산 개발이라는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는 최은순씨와 그 관계자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 최은순씨의 도촌동 땅 차명 매입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B사의 법인등기부. A씨는 2016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이 회사 이사로 재직했다.
이같은 정황은 이제까지 무관한 것으로 보였던 최은순씨의 도촌동 땅 차명 매입 사건과 최씨의 장남 김진우씨가 기소된 사문서 위조·행사 사건과의 연결고리가 새롭게 드러난 것이어서 주목된다(하단 타임라인 참조).
먼저 최씨가 차명 매입한 성남 도촌동 땅 부동산등기부를 보면, 최씨는 2013년 축구장 77.4개 규모의 도촌동 땅(55만㎡, 약 16만7000평)을 매입하면서 전체 1/2의 부지를 H사를 통해 사들였다. 그리고 H사 토지 지분 전체를 2016년 4월 매입한 곳이 바로 B사다.
나머지 토지 1/2은 당초 동업자 안소현씨의 사위 김OO씨의 지분이었다. 그런데 2015년 9월 김씨 소유 토지에 대해 10억 7000만 원가량의 가압류를 건 이가 있었다. 바로 B사 대표 강OO씨다. 그보다 8개월 전에는 최씨가 해당 토지에 대해 21억2000만 원을 가압류로 걸기도 했다. 이후 김씨 소유 부지는 경매로 넘어갔고, 이를 이에스아이엔디가 2016년 7월 샀다.
결국 최씨 측 차명 매입분이 B사에게 넘어갔고, 동업자 안씨 측 지분은 최씨 측 가족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가 매입한 구조다. B사와 최씨 측과의 도촌동 토지 거래는 이뿐만이 아니다. 도촌동 땅 중 답(논)에 해당하는 부지 역시 안씨의 사위 김씨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2016년 5월 경매로 이 땅들을 각각 1/2씩 취득한 이들은 김진우씨와 B사 대표 강씨의 관계인이었다.
지난 1월, 수원지방법원은 최씨가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최은순)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도촌동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B사는 최씨의 도촌동 땅 차명 매입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곳이다.
김건희 여사 오빠 공소장에 없는 새로운 의혹
▲ 양평공흥지구 개발 사업으로 들어선 아파트 입구에 있는 머릿돌. 준공일은 2016년 7월 1일로 새겨져 있다.
그런데 B사 법인등기부등본에는 당초 이에스아이엔디가 양평 공흥지구 토사 매립 예정지로 양평군에 신고한 토지 소유자와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A씨가 등장한다. A씨는 2016년 3월 B사 이사로 취임해 2019년 3월 퇴임하는데, 이 기간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공사 기간과 일부 겹친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이 김건희 여사 오빠 김진우씨 등을 기소한 공소장을 통해 확인되는 사실이다.
지난 7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김씨 등을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 등은 당초 양평군에 제출한 '양평공흥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주택 신축공사 토사반출계획서'와 달리 토사 매립지를 A씨 소유의 백안리 192번지 등에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도수리 모처로 변경했다.
검찰은 "공사 현장에서 약 18.5km 떨어진 경기 광주시 퇴촌면 도수리 지역 사토장까지 토사를 운반한 사실이 없음에도 토사 운반 업체 명의를 도용하여 허위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토사 운반 거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개발비용을 부풀리기로 하였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공사기간을 2015년 7월 18일∼2016년 6월 30일에서 2013년 2월 1일∼2015년 5월 31일로 수정하고, 운반량도 13만㎥에서 15만㎥등으로 위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소장에는 공사 과정에서 나온 토사가 경기 광주시 퇴촌면이 아닌 다른 어느 곳으로 운반됐는지까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 한준호 의원은 지난 23일 국감에서 "당초 토사반출계획서상 1.9km 거리(백안리 192번지)에 토사를 매립하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공문서를 위조해서 거리가 9.7배 늘어난 18.5km 떨어진 곳에 토사를 매립하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연도별 위성사진 등으로 백안리 192번지 일대를 확인한 결과 원래 논이었던 토지가 흙으로 메워졌다"고 지적했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사업과정에서 나온 토사가 당초 양평군에 신고된 대로 A씨 소유 토지로 운반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토지 소유자와의 협의나 동의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오마이뉴스>는 B사 관계자와 A씨가 발행인으로 있었던 경기 지역 모 매체 등을 통해 A씨와 접촉해 당초 이에스아이엔디의 토사반출계획서에 해당 토지가 매립 예정지로 신고된 과정 등에 대해 문의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상하다"... "땅값 뛰어"... 검찰 수사 확대 필요
▲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 일가 가족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군에 제출한 '양평공흥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주택 신축공사 토사반출계획서'를 근거로 당초 토사 매립 예정지가 백안리 192번지 외 4필지였다고 밝혔다. 백안리 192번지는, 최은순씨의 도촌동 땅 차명 매입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B사에서 이사로 재직했던 A씨가 보유하고 있다. 해당 땅의 전경.
한준호 의원이 A씨 소유 토지에 창고 건물이 들어선 사실을 거론하면서 특혜 행정 의혹을 제기한 것 또한 새롭게 주목된다. 한 의원은 국감에서 "백안리 192번지에는 창고 같은 건물이 세워져 있다. 이것을 봤을 때 뭔가 행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이 드는데 어떠냐"며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김 지사 역시 "네, 좀 이상하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A씨 소유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답(논)이었던 백안리 192번지는 2017년 5월 지목이 창고용지로 변경됐다. 그리고 다음 달(6월)에 단층 농업용 창고가 들어선다. 모두 A씨와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B사에서 이사로 재임했을 당시 일어난 변화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건설 관련 전문가인 전홍규 변호사(법무법인 해랑)는 "기본적으로 답(논)은 물기가 있어서 매립을 해야 하므로 값이 가장 싼 편이다. 이걸 창고용지로 바꿨다는 건 대지로도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 땅의 활용도가 높아진 것"이라며 "답에서 창고용지로 지목을 변경했을 시 땅 값은 다섯 배 정도 뛴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농지는 한 번 지목이 변경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라며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한데 해당 땅이 지목변경의 요건을 통과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한준호 의원은 양평군과 최은순씨 측과의 유착 의혹에 대한 보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의원은 "공흥지구 개발사업자가 당초 계획서대로 백안리에 사토를 매립했고, 그 결과 논의 형질이 변경되어 활용도 높은 창고용지로 지목이 바뀌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이라며 "최은순씨 일가와 그 주변에만 유난히 특혜가 집중되는 양평군의 행정은 '유착 의혹'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도촌동-양평 공흥 관련 타임라인
▲ 최은순씨 가족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가 양평군에 제출한 '양평공흥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주택 신축공사 토사반출계획서' 중 일부. 이에스아이엔디는 당초 사토처리장소로 백안리 192번지 외 4개 필지를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