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이범석 청주시장, ‘지하차도 참변’ 1시간 뒤에 알았다
김영환 충북지사·이범석 청주시장, ‘지하차도 참변’ 1시간 뒤에 알았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9 21:03
김 지사 오전 9시44분, 이 시장 9시40분 보고 받아
충북도·청주시 모두 사전 대응부터 후속 보고까지 ‘구멍’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이 24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사고 발생 1시간 후에야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주민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행정기관 시스템과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충북도는 19일 브리핑을 열고 김 지사가 오송 지하차도 사고를 첫 보고 받은 시각이 오전 9시44분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께 사고가 발생한 시각으로부터 무려 1시간이 지난 시점에 이를 처음 인지한 것이다.
박준규 도 재난안전실장은 "당시 지하차도 사고 관련해서 정확한 사고 내용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괴산댐 월류와 붕괴 우려로 긴급 재난상황 대책회의를 막 마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는 괴산댐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해 오전 10시께 괴산으로 향했고, 오송 지하차도 사고 현장에는 이우종 행정부지사가 나갔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가 괴산댐과 주민들이 대피해 있던 칠성면주민센터를 점검하고 오송으로 향한 건 오전 11시20분께다. 이때까지도 김 지사는 지하차도 사고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김 지사는 곧장 오송으로 가지 않고 도중에 옥산 지역 농작물 침수 피해 현장을 찾았다. 미호천 제방 붕괴로 순식간에 지하차도에 물이 가득 차 차량 10여 대가 갇혔지만 재난 총책임자인 도지사는 농작물 침수 현장으로 향했던 것이다.
김 지사가 이동하던 시각 이미 지하차도 사고 보도가 이어지고 있던 데다 차량 여러 대가 고립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충북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심각성을 김 지사에게 제대로 전파하지 않았고, 김 지사 역시 적극적인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 지사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첫 사망자가 나오고 차량 10대가 넘게 고립된 것으로 파악된 오후 1시20분이었다.
제방 붕괴 경고에 따른 교통통제 등 사전 조치에 미흡했던 충북도는 재난 후속 대응도 낙제점이었다.
앞서 충북도는 사고 발생 전인 오전 6시31분과 38분, 7시2분 총 3차례에 걸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으로부터 미호천교 범람 위험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도 도로관리사업소 등 관계 부서와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실장은 "업무상 모든 부분을 보고하지는 않는다. 관련 부서장들이 전결권을 가지고 자체 처리할 것은 하고, 보고할 것은 보고하는 것"이라며 "당시 상황 공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청주시 재난·재해 상황을 지휘하는 이범석 시장 역시 지하차도 사고 첫 보고를 오전 9시40분께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병대 부시장이 오전 10시 40분께 현장을 먼저 찾았고, 당시 이 시장은 신봉동과 모충동 침수지역에서 현장지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1시50분께 신 부시장이 이 시장에게 인명피해 발생을 보고했고, 이 시장은 오후 2시40분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한편,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께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등 총 2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는 이날 김 지사와 이 시장 등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립된 시내버스에 탑승했다 숨진 20대 여성의 외삼촌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진상 조사가 필요하며 꼬리자르기식 관련 기관의 책임 전가와 회피는 듣고 싶지 않다"며 "서둘러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 분향소를 설치해달라"고 촉구했다.
"한두명 사상 정도로…바뀔 것 없다 생각" 유족 두번 울린 김영환 충북지사
오송 지하차도 참변 부실대응 논란 속 안일한 인식 드러낸 실언까지

집중호우 부실대응 논란에 휩싸인 김영환 충북지사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한두 명 사상자가 발생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며 자신이 현장에 일찍 갔더라도 바뀔 것은 없었다고 발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김 지사는 20일 오전 도청 민원실 앞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한없는 고통을 당하고 계신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 말씀 올린다"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충북도의 재난·재해 관련 총지휘권자이자 컨트롤타워인 김 지사가 참사 이후 공식 석상에서 지하차도 참사 관련 입장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지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도지사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모든 문제는 유가족의 심정으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자신이 참사 현장을 일찍 찾았더라도 인명피해 규모 등 바뀔 것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골든타임이 짧은 상황에서 사고가 전개됐고 임시제방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효력을(발휘하지 못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의 최고 책임자로서 현장에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더 긴박한 상황을 그때 당시에는 괴산댐 월류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 한번 고개 숙여 희생된 분들에 대해 사죄 말씀드리고, 도민들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의 실언은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김 지사는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한 보고 지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사고 당일)오전 9시44분 비서실장으로부터 오송 사고 보고를 처음 받았고, 오전 10시10분께 1명의 심정지와 1명의 실종이 예상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지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당시 가장 시급한 문제로 판단한 괴산댐 월류 현장을 먼저 찾은 것"이라고 했다.
당시 10대가 넘는 시내버스와 차량이 지하차도 내에 고립됐다는 점은 CCTV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정작 총책임자인 도지사는 '한두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정도로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 김 지사의 발언은 사상자 한두명 정도는 도지사가 바로 현장으로 가야할 만큼의 중대한 사고가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하차도 사고 발생 이후 1시간 뒤 첫 보고를 받은 김 지사는 괴산댐 월류와 붕괴 우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해 오전 10시께 괴산으로 향했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 현장에는 이우종 행정부지사가 나갔다.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대규모 인명피해 우려가 나왔지만, 김 지사와 충북도는 첫 보고 이후에도 지하차도 사고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김 지사는 괴산에서 곧장 오송으로 가지 않고 도중에 옥산 지역 농작물 침수 피해 현장을 찾았다. 김 지사가 이동하던 시각 이미 지하차도 사고 보도가 이어지고 있던 데다 차량 여러 대가 고립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었다.
김 지사가 괴산댐과 주민들이 대피해 있던 칠성면주민센터를 점검한 뒤 오전 11시20분께 오송으로 향했고 참사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20분이다.
김 지사는 여러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지금 국무총리실의 감찰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실관계는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이범석 청주시장도 방문했다. 분향을 마친 이 시장은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도청을 빠져나갔다.
이 시장은 지난 17일 담화문을 통해 "불의로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부상자분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지만 미흡한 사전 조치나 미호강 범람 위기 부실 전파에 대해서는 공식 사과하지 않았다.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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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