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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따를 의무 없다”

무궁화9719 2023. 7. 11. 23:44

KBS, 수신료 분리징수 헌법소원···하루 만에 1만5000명 “효력 정지” 탄원서

강한들 기자입력 2023. 7. 12. 19:22수정 2023. 7. 12. 19:28
 
언론노조는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만887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강한들 기자
 

하루만에 1만5000명이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의 효력 정지 결정을 조속히 내려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한국방송(KBS)은 개정된 시행령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언론노조는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만887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우선 제출했다. 언론노조 한국방송공사(KBS) 본부는 방송법 시행령이 대통령 재가를 받은 지난 11일부터 온라인으로 탄원서를 받았다. KBS 본부에 따르면 12일까지 1만5000여명의 서명이 들어왔다.

 

탄원서는 KBS가 지난달 21일 헌재에 낸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 진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조속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KBS는 입법 예고기간 단축에 관한 헌법소원 선고 시까지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를 정지하거나, 시행령이 그사이에 발효된다면 시행령 효력을 정지할 것을 헌재에 청구했다. 탄원서에는 “방송 시설 기준, 기능 보장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며 “방송법 근거 없이 시행령으로 공영방송 재원에 영향 주려는 행정부 시도는 반헌법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탄원서에는 시민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거주지, 주민등록번호와 개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적혀있는데, 이것도 조작이라고 할 것이냐”라며 “폭력적으로 졸속 진행되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여기서 중단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라고 말했다. 박유준 EBS 지부장은 “EBS에게 수신료란 산업 논리로 무장한 OTT나 상업방송에서 제작할 수 없는 사회 소외 계층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영방송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분리징수가 강행되면 EBS는 아무런 공적 기능도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KBS는 12일 헌재에 방송법 시행령 43조2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냈다고 밝혔다. KBS는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입법자의 권한을 침해하고, KBS의 방송 자유와 영업의 자유도 침해하는 등 이유를 들었다.

 

김의철 KBS 사장은 이날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KBS가 지역방송, 재난방송, 장애인방송, 국제방송, 비인기 스포츠 방송 같은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데 사용해야 할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 약 2000억원 이상을 징수 비용으로 낭비해 공익 프로그램 축소·폐지가 불가피하다”라며 “수신료 징수 과정에서 벌어질 혼란으로 불편이 가중될 텐데, KBS는 국민이 입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한국전력과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강성원 언론노조 KBS 본부장이 12일 헌법재판소에 시민 1만887명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TV수신료 분리징수' 왜 준비도 없이 강행할까?[권영철의 Why뉴스]

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 메일보내기

2023-07-11 18:56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尹 'TV수신료 분리징수' 전자결재로 재가
방통위 12일 분리징수 시행
사전 준비부족…3개월 정도 통합고지 지속
KBS, 12일 헌법소원 제기 예정

https://youtu.be/P0wIeQ8YaGY

◇정다운> TV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오늘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 4당은 "노골적인 언론장악 시도"라며, "국민 저항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방송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군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예정된 수순이지만 오늘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TV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의결됐습니다.

시행령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순방중인데 전자결재로 재가를 했습니다. 방통위와 산자부는 내일 공포 시행될 예정이라고 공동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정다운> 그럼 내일부터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되는 겁니까?

 

◆권영철> 제도는 시행되는 겁니다만 아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시행에는 시간이 좀 걸릴 전망입니다. 한전에서 그동안 통합고지서를 통해 징수했지만 앞으로는 별도의 TV수신료 고지서를 발행해야 합니다.

정부는 한전이 KBS와 협의 등을 거쳐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완전히 분리하여 고지하고 징수하기 위해서는 고지서 제작과 발송 인프라 구축, 수납시스템 보완 등에 불가피하게 일정 기간 약 3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전 관계자는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시스템이 완성돼 분리 징수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기요금 청구서에 절취선을 마련하거나 별도의 수신료 청구서를 발행하는 등 구체적인 분리 징수 방안은 KBS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다운> TV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건가요? 일각에서는 '분리징수'가 '선택적 납부'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던데요?

◆권영철>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징수 한다는 것이지 수신료 납부의무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방송법 64조에 "TV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TV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TV방송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송법 66조 1항에는 수신료를 납부기간내에 내지 않을 때는 5% 이내의 가산금을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3항에는 수신료와 가산금, 추징금을 체납할 경우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해 이를 장수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체를 계속하면 강제징수 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분명한 것은 TV수신료는 '납부할 수 있다'가 아니고 '납부하여야 한다'는 겁니다.

◇정다운> 집에 TV가 있어서 내셔야 하는 분들이라면, 사실 기존보다는 불편해질 것 같네요?

◆권영철> 1994년부터 통합징수를 해왔는데 30년만에 제도가 바뀌는 것이니까 국민들의 불편이 있을 겁니다.

그동안은 전기료 고지서에 TV수신료가 통합돼서 고지됐지만, 분리징수가 시행되면 개별 가구에서 분리징수 신청도 해야하고 자동납부도 새로 신청해야 합니다.

아파트 등 집합건물에서는 한전과 직접 전기사용 계약을 하지않고 관리사무소가 한전과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관리비고지서에 전기요금과 수신료가 합산청구되는데, 개별세대는 관리사무소에 TV수신료와 관리비의 분리납부를 신청해야 합니다.

민주당 조승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은 "TV 수신료를 내야 하는 국민 불편이 커지고, 법에 따른 납부 의무를 위반하는 국민을 늘리는 나쁜 결정"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은 TV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한 국민 불편과 범법자 양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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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그런데 인프라 구축에 3개월 정도가 걸린다면 분리징수 할 준비가 안됐다는 얘기 아닌가요?

◆권영철> 사실 그렇습니다. 사전에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인 겁니다.

정부는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의 시행일로부터 완전한 분리고지와 징수 준비가 완료되기까지의 과도기에는 부득이 고지는 현행과 같이 통합고지하되, 한전 계약자가 현재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있는 방식에 따라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분리하여 납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4당이 언론장악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는데요, 오늘(11일) 성명에서 "번개불에 콩 궈 먹듯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시행령 개정은 정권의 뜻대로 방송을 장악하는 출발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지키려는 국민 저항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야 4당은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면 '수신료를 무기로 한 공영방송 옥죄기'가 현실화된다"면서, "언론을 탄압하고 방송장악을 시도하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윤석열 정권에 민주시민과 손잡고 함께 맞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다운> 징수비용은 어떻게 되나요? 더 드나요?

◆권영철> 지금은 징수액의 6%를 한전이 가져갑니다. 2022년 기준으로 한전이 467억원 정도의 수수료를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분리징수를 하게 되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한전에서 추정한 건데요, TV 수신료 청구서 제작비, 우편 발송비 등 1건당 약 680원의 비용이 듭니다. 연간 18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는 얘깁니다. 시스템 구축과 전산 처리 비용, 전담 관리 인력 인건비 등 기존 TV 수신료 징수 비용은 연간 최대 2269억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문제는 지금은 징수율이 99%에 이르지만 분리징수를 할 경우 최대 절반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징수비용은 폭증하고 징수율을 폭락하게 되는 구조인 겁니다.

KBS는 수신료 분리 징수가 실시되면 연간 6천억원대에 달하던 수신료 수입이 1천억원대로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영방송 길들이기 정도가 아니라 공영방송 폐지의 수순으로 가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 이유입니다.

 

◇정다운> KBS는 어떤 반응인가요?

◆권영철> KBS는 내일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이 공포되면 헌법소원을 낸다는 입장입니다.

KBS가 오늘 입장문을 냈는데요, "수신료 분리징수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국민들이 전기요금과 별도로 내야하는 번거로움이 유발된다"며, "'국민 불편 해소와 선택권 보장'이라는 개정 사유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KBS는 "수신료 분리고지가 공영방송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는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김의철 KBS 사장은 어제(10일) 사내 게시판에 "이 시간부로 비상 경영을 선포한다"며 "공사의 신규 사업을 모두 중단하고, 기존 사업과 서비스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대통령 순방 중 ‘수신료 분리징수’ 재가…야 4당 “언론장악 시도”

등록 2023-07-11 18:32수정 2023-07-11 21:29

최성진 기자 

나토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 방문중 전자결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티브이(TV) 수신료(월 2500원)를 전기요금과 분리해서 고지·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가했다. 이에 따라, 1994년부터 약 30년 동안 유지돼온 전기요금·수신료 통합 징수 방식은 지난달 대통령실이 방송통신위원회에 ‘분리 징수’를 권고한 지 한 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폐기됐다. 야당과 언론단체는 “수신료를 무기로 한 공영방송 옥죄기의 현실화”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현지에서 전자결재 방식으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가했다. 이날 오전 정부가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이를 윤 대통령이 즉시 재가함으로써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다. 개정된 시행령은 <한국방송>(KBS)으로부터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전력이 앞으로 수신료를 납부받을 때 전기요금과 합산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국민이 수신료 납부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고 수신료에 대한 관심과 권리 의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신료·전기요금 분리 징수는 대통령실이 지시하고 방통위가 즉시 실행에 나서면서 일사천리로 완성됐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누리집에서 한달 동안 벌인 찬반 투표를 근거 삼아 지난달 5일 방통위에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법령 개정을 권고했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 5일 이를 반영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여당 추천 상임위원 2명(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이상인 상임위원)만 참석한 가운데 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에 이어 <한국방송>의 주요 재원까지 손대면서 ‘공영방송 길들이기’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이날 시행령 개정에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저지 야 4당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민주화 이래 이렇게 노골적으로 언론장악을 시도한 정권은 없었다”며 “용산 대통령실이 주도하고, 독립성을 내팽개친 방통위가 들러리를 섰다. 내용적 합리성도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한 ‘위법한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티브이 수신료를 내야 하는 국민의 불편이 커지고, 법에 따른 납부 의무를 위반하는 국민을 늘리는 나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한국기자협회 등 6개 현업 언론인 단체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7개 시민단체도 기자회견을 열어, 시행령 개정을 통한 수신료 분리 징수를 “방송법이 규정한 국회의 권한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민·노동자·학계·공영방송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공영방송 공적재원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라 예상되는 징수율 저하로 직격탄을 맞게 된 <한국방송>은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 사유로 ‘국민 불편 해소와 선택권 보장’을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한국방송> 주장이다. 전날 김의철 사장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입장을 내어 수신료 분리 징수 현실화와 관련해 비상경영 선포와 법률 대응 등 방침을 전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한전·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따를 의무 없다”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입력 2023.07.06 11:45

“수신료 위탁 계약은 시행령 아닌 방송법 규정에 근거해…한전, 불필요한 계약 파기 없어야”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해선 안 된다는 방송법 시행령이 시행되더라도 KBS와 한국전력공사가 이를 따를 법적 의무가 없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언론계에선 분리징수 시행령으로 예상되는 혼란에 집권 여당과 정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여권 위원 2명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국 17개 방송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방송사노조협의회 주최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의 법·제도적 쟁점과 진단’ 긴급 토론회가 진행됐다.

 

방통위가 의결한 개정령안은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기관이 수신료를 고지·징수하는 방식을 규정한 시행령 조항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의 뒷 부분을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바꾸는 내용이다. 한전이 30여년간 해온 것처럼 전기요금 고지서로 수신료를 징수하면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시행령이 개정되어도 상위법(방송법)상 수신료 부과·징수(위탁) 권한은 여전히 KBS에 있다. ‘TV수상기 소지자’라는 수신료 납부 대상 기준, 수신료 미납시 가산금·추징금이 부과되고 국세체납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도 마찬가지다.

 

▲2023년 7월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17개 방송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방송사노조협의회 주최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의 법·제도적 쟁점과 진단’ 긴급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김성순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 법무법인 한일)는 토론회에서 “시행령이 시행된다고 해서 KBS와 한전이 따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애초에 시행령이기에 헌법소원 가처분을 걸어두고 한전과 협의나 소송을 통해 계약을 유지하는 형태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시행령은 방송법상 통합징수나 분리징수 언급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규정한 것”이라며 “거꾸로 얘기하면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시행령을 만들려면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KBS와 한전간 계약에 대해선 “3년간 자동 연장하는 형태로 되어 있고 (계약 내용 협의가 가능한) 특별한 사정은 ‘법률’ 개정이지 ‘대통령령(시행령) 개정’이 아니다. 이 계약은 방송법에서의 위탁 가능 규정에만 근거한다고 생각한다”며 “위탁을 줄지 말지도 KBS 재량, 위탁 업무를 어떻게 수행할지도 한전 재량이라는 식의 판시가 이미 많아서 한전이 불필요한 계약 파기에 나서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계약 유지 관련해선 기사형 광고로 포털에서 강등된 연합뉴스가 네이버·카카오 대상으로 ‘포털 계약해지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된 사례를 들었다. 김 변호사는 “연합뉴스의 계약 위반이 명백한 사안인데도 연합뉴스에 가해질 불이익 또는 공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 때문에 연합뉴스의 손을 들어줬던 것”이라며 “이번 일은 KBS가 계약이나 법을 위반한 것이 없고, 정치적 후견주의 소용돌이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2023년 7월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17개 방송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방송사노조협의회 주최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의 법·제도적 쟁점과 진단’ 긴급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한국언론법학회 부회장인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신료 징수를 한전 고유업무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주식회사의 모든 행위는 영리 추구와 연결된다. 한전은 KBS 수신료를 대신 징수해주는 것으로 1년에 465억 원을 받았다. 수입은 한전의 본연, 고유의 업무”라는 것이다.

 

다만 법적 정당성 해석과 별개로 현 정부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한전이 올해 3/4분기 처음 1조8000억 원 정도 흑자를 냈다. 국제 유가가 내려가고 전기세가 올랐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기침 한 번 하면 적자 누적하던 회사가 수익을 올린다. KBS 수신료 징수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리는 없다”고 했다.

 

나아가 심 교수는 KBS 안팎에서 ‘사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현 사장은 꾸역꾸역 재방송 비율 늘리고, 광고 노력하고, 60대 이상 주시청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버틸 수 있다. 차기 사장은 빈털터리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KBS 구성원들이 어떤 노조, 정치적 입장인지에 상관 없이 회사를 운영하는 기본적 재원이 고갈되는 걸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외부에서 하는 공격이 근거 없는 공격은 아니다”라며 “KBS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그런 대안을 제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을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궁극적으로는 정부, 여권의 무책임함에 대한 비판이 높다. 심 교수는 “정부는 집권 여당이 아니라 집권 ‘야당’처럼 행동하고 있다. 방송법은 수신료가 공영방송 재원이라고 정의한다. 수신료가 줄면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지 제시해야 하는데 한마디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분리징수’한다고 했지, ‘수신료 안 내도 된다’’고 한 적 없지만 사람들은 수신료를 안 내도 된다고 이해한다. 수신료를 안 냈을 때 발생하는 연체료, 법적 다툼으로 추심까지 연결되는 부분을 정책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최우정 교수는 “정치인들이 ‘뉴스 자체가 굉장히 편파적’이라고 한다. 뉴스만 보지 말고 전체 프로그램을 봐야 한다”며 “대한민국에는 정치인만 있지 않다. 성소수자, 장애인, 대기업, 하루 벌어서 겨우 먹고 사는 사람 등이 있고 공영방송은 모든 국민의 다원화된 이익을 대변하고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