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내치자마자 KBS 손보려는 방통위[권영철의 Why뉴스]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한상혁 위원장 면직 후 KBS 수신료 분리징수 속전속결
방통위 MB때 해임됐던 정연주 방심위원장 또 겨냥
KBS 수신료 분리징수 실행되면 KBS 뿐아니라 지상파와 중소방송 어려움 가중
윤 정부 속도전 펴는 이유는 총선전 방송장악 의도
◇정다운>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한 후 대통령실과 방통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곧바로 공영방송 KBS의 재원인 수신료 제도를 수정하겠다고 나섰고요. 방통위 감사조직을 확대해서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왜 벌어지고 있는 건지 맥락을 맞춰보는 시간, 권영철의 Why뉴스입니다. 권영철 대기자 안녕하세요.
◆권영철> 안녕하세요.
◇정다운>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된 후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꽉 막혀있던 물꼬가 터진 듯 상상이상으로 목표지점을 향해 속전속결로 돌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방통위와 산업부에 권고했다고 발표한 게 징검다리 휴일 중간인 6월 5일 이었습니다. 표현은 전기요금과 분리해 걷도록 시행령 등의 변경안을 마련하라는 '권고'였지만 저게 '지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 이후 대통령실이 6월 8일 방통위에 수신료 개선 문서를 발송하고, 방통위 사무처는 6월 9일 접수, 주말을 거쳐 6월 12일 상임위원 간담회 안건 상정, 6월 14일 위원회 보고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이런 속도면 통상 3개월 넘게 걸리던 시행령 개정작업이 다음 달 말 이전에 마무리 될 전망입니다.
◇정다운> 방통위가 지금 위원장 직무대행체제인데, 이렇게 휴일도 없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건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한상혁 위원장이 면직된 게 5월 30일입니다. 가장 연장자인 김효재 위원이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았고, 14일에는 부위원장으로 선출이 됐습니다. 김 직무대행의 임기는 8월 23일까지입니다.
그런데 지금 방통위는 정원이 5인 체제인데 지금은 3인체제입니다. 민주당에서 추천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최민희 후보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 3개월째 임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안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KBS 수신료는 단순히 공영방송 KBS의 재원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다운> 수신료는 KBS의 중요한 재원인데, 그게 어떤 문제로 연결되나요?
◆권영철> 이 재원을 이용해서 직간접적으로 언론 지형을 흔들 수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MB정부에서 방통대군으로 불린 최시중 전 위원장이 2010년 1월에 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5000~6000원 선으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수신료를 올리는 대신, KBS2 광고를 폐지한다고 했어요. 그럼 7000~8000억원 규모의 광고가 풀리게 되죠.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이후 추진해오던 종합편성채널, 종편 생존기반을 주기 위한 작업이라는 노골적인 의지를 실제로 드러냈어요.
반면 지금은 KBS 수신료 분리 징수로 수신료를 깎겠다는 거죠. 분리징수를 하면 많게는 수신료 수입이 3분1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게 방송학자나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러면 KBS는 광고를 늘리려고 할 수밖에 없을 거고 지상파 광고시장은 지금보다 더 치열해지겠죠?
공영방송 기반이 흔들리는 건 물론이고, 종편과 지상파의 경쟁도 심해질 겁니다. 지역방송이나 소규모 방송들은 말할 것도 없이 광고가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방송계 전반이 위기를 맞게 되는겁니다.
◇정다운> 단순히 KBS만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네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그래서 수신료와 전기요금 분리 징수해달라는 소송도 세차례 있었지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모두 통합징수의 정당성을 인정했습니다.
1999년 5월 헌법재판소는 수신료 부과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KBS가 공영방송사로서의 공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면서도 아울러 언론자유의 주체로서 방송의 자유를 제대로 향유하기 위하여서는 그 재원조달의 문제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다운> 그리고 국민의힘이 집권했을 때 통합징수가 제도화 됐고, 또 수신료 인상도 추진했는데 지금 와서 왜 분리징수안을 밀어붙이는 걸까요?
◆권영철>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첫 번째는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30% 박스권에 갇혀 더 이상 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1년차에 80%대를 오갔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55%였습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워크숍' 특강에서 "낮은 지지율의 이유로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관섭 수석 워딩은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저희를 지지하지 않은 진보 지지층이 여전히 안티세력화 돼 있고, 거대 야당이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 또 저희가 느끼기에는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임.)
이 수석만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런 비슷한 주장을 합니다. 박성중 의원은 방송에 출연해서 "KBS가 민주노총의 노역 방송, 조작 방송, 편파 방송 이런 걸 했기 때문에 자기들이 초래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지 않은 원인 중 하나는 좌파가 언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좀 직접적인 이유입니다만 KBS 내부에서 분석하는 건 지난 2월에 있었던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아들의 학교폭력 보도 때문이라는 겁니다.
엄경철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수신료 분리징수는 대통령 공약에도 주요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2월 24일 임명된 정순신 국가본부장이 아들의 학교폭력문제로 낙마하고 큰 파장을 일으키자 갑자기 튀어나온 이슈"라고 말했습니다. 엄 소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제안이 KBS의 학폭보도 보름만에 급부상한 건 KBS의 비판보도 권력감시 저널리즘을 위축시키려는 수단이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는 공영방송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 아니겠냐는 분석입니다. 왜 이런 분석이 나오느냐 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언론정책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성제 전 MBC 사장은 14일 자신의 SNS에 " KBS 수신료 분리징수는 사장이 물러나든 말든 무조건 할 겁니다. 지금 정부여당이 원하는 것은 KBS를 공영방송으로 바로 세우는 게 아니라 무력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박 전 사장은 "KBS가 재원 문제로 완전히 힘을 잃고 백기투항하면 구조조정에 들어가겠죠. 사장 거취는 전혀 변수가 아닙니다. 어차피 낙하산으로 바꿀 거니까."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시절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이후 종편을 4개나 허가하고,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내 공영방송 장악과 함께 무력화를 시도했죠. 그 흐름대로 갈 거라는 겁니다.
이동관 특보. 연합뉴스
◇정다운> 이동관 특보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게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시나요?
◆권영철> 그렇게들 분석합니다. 언론을 특히 공영방송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정책방향입니다.
이동관 특보는 '방송 장악'을 실행에 옮긴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을 지냈고, 그 시기에 공영방송 장악이 이뤄졌기 때문에 언론장악을 위한 발탁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
이 특보가 대변인, 홍보수석으로 있는 시기에 정연주 KBS 사장 해임과 대통령 측근인 구본홍 YTN 사장 임명, MBC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등이 있었습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MB정부 때 가장 문제가 있었던 것 중 하나가 언론정책 이었다"면서, "이제 와서 보면 종편도 만들고 어떻게 보면 언론장악을 뜻대로 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의원의 분석 들어보시죠.
2023.6.12 시사인 유튜브 <언주유골>, 이언주 전 의원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가 언론장악이 안됐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언론을 장악해야겠다, 그거 누가 기술자냐. 자 찾아봐!' 그래서 (이동관을) 찾아낸 건지, 근데 둘 다 한심한 거예요. 둘 다 한심한 거고. 언론 장악 안됩니다. 언론 장악 안돼요."
네 번째는 어느 정권이나 지지율이 떨어지면 언론 탓을 하는 건 일종의 습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2023.5.11. 현업언론단체 긴급토론회,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권력이 정권이 국정운영에서 뭔가 차질이 빚어지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언론 탓을 하고 압박하는 것으로 문제를 풀어가더라. 국정이 잘 안돌아가면,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면 국정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언론 탓을 하고. … 그런 식으로 계속 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이나 언론정책은 이명박 정부 때와는 다른 독특한 양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언론노조 전문위원인 이준형 박사는 "윤 대통령의 임기 1년 동안 '언론장악 전력 인사 기용', '싸움 걸기', '법과 질서 전략', '재원 구조 압박과 공공성 해체 시도'의 4단계로 나누어 '언론장악 프로젝트'가 실행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방송기자연합회,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언론현업 4단체, 5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윤석열 정부 1년, 추락하는 언론자유' 토론회 발제에서)
다섯 번째는 내년 총선 전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 아니겠냐는 분석입니다.
윤석열 정부 취임이후에 있었던 언론관련 대응을 보면 일관된 흐름이 있습니다. 먼저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직자와 공영방송 임원진 교체, 후임에 측근이나 대선캠프 출신을 임명하는 겁니다.
방통위에 대한 1년 넘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그리고 드디어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그 직후에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감사원 출신 인사의 사무처장 임명, 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 방송통신 심의위원회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 등 일련의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중배 전 MBC 사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등 언론계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 원로들은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대해 "내년 총선에서 언론 환경을 집권 여당에 유리한 지형으로 인위적으로 변경시키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박성제 전 MBC 사장은 "변수는 총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전 사장은 "어떻게든 찬바람 불기 전에 공영방송 장악을 끝내려고 할텐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총선에 영향 줄 거 같으면 오히려 여당에서 속도조절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편파적이라며 면직했는데, MB정부에서 언론장악에 앞장선 정치권 인사를 후임 방통위원장에 임명하는 걸 뭐라고 설명할수 있을까요?
KBS 이사 7명 “수신료 통합징수 유지해야”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입력 2023.06.15 17:42
수신료 제도 공론조사 및 방통위·산업부·KBS 협의체 촉구
KBS 이사 7명이 정부를 향해 TV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며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을 국회가 시급하게 마련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수신료 제도 관련한 공론조사, 김의철 KBS 사장이 앞서 제안한 방송통신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KBS 협의체 구성도 촉구했다.
KBS 이사 11명 중 야권으로 분류되는 다수 이사 7명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수신료 분리징수는 시대착오적”이라며 “프랑스 등 수신료 폐지를 추진하거나 시행한 국가들도 세금 등 오히려 강제성이 높은 공적 재원 유형으로 공영방송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신료 폐지’로 왜곡 전달되고 있는 점도 안타깝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처럼 전력 회사를 통해 수신료를 징수하는 나라는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이집트, 모로코, 알제리, 튀지니, 알바니아, 세르비아, 보스니아, 요르단 등 다수 있다. 이탈리아는 2016년 전기요금 병과 제도를 채택했는데, TV가 없다는 것을 먼저 신고하지 않으면 수신료가 부과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사회적 제도”라며 “오히려 각 나라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에 대응하기 위해 공영방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처를 하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KBS 재원 45% 가량을 차지하는 수신료 수입이 분리징수 현실화로 급감할 경우 재난미디어센터 운영, 도서와 산간 지역 난시청 해소,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을 위한 방송, 한민족 재외동포 대상 채널과 국제방송, 전통 문화 예술 관련 콘텐츠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분리징수 시 “(KBS가) 수입 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공영방송 기본 철학과 취지를 벗어나 상업적 이윤 추구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해 파생되는 피해는 시청자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근거로 ‘국민제안 홈페이지 국민참여토론에 참여한 5만8000여명 중 96%가 찬성했다’고 밝힌 것도 비판했다.
이사들은 “공영방송 수신료 징수 방식을 아무런 토론 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않은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표본 추출도 없고 한 사람이 여러 차례 중복 투표가 가능한 비과학적 조사라는 점에서 신뢰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수신료 제도 전반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숙의 토론을 거치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론조사 방식이 합리적 대안이라는 학계 전문가들의 제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나아가 “방송법에 명시된 수신료 징수의 실질적 주체가 KBS인 만큼 김의철 사장이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한 정상적 논의를 위해 방통위와 산업자원부, KBS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의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이 또한 즉각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입장문은 남영진 이사장을 비롯해 이상요, 김찬태, 윤석년, 류일형, 정재권, 조숙현 이사의 공동 명의로 배포됐다.
현 여권 추천인 소수 이사 4명의 경우 김의철 KBS 사장과 KBS 이사회 전원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권순범, 김종민, 이석래, 이은수 이사는 지난 8일 성명에서 “대통령실의 국민참여토론이 제대로 된 여론조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 토론 형식의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며 “이사회와 집행부(KBS 경영진)의 동반 총사퇴 만이 KBS 생존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방안이다. 구차한 조건 내세우지 말고 우리 모두 당장 사퇴하자”고 밝혔다.
KBS, ‘TV수신료 분리징수’ 절차 착수에 “법적 검토·대응”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입력 2023.06.14 16:56
언론노조 “국회의장과 국회, 방통위 독주 제동 걸고 특별기구 설치하라”
방송통신위원회가 TV 수신료 분리징수 절차에 돌입하면서 KBS가 “정부 부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활발한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법리적 문제 등에 대한 검토와 대응을 철저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14일 수신료 징수기관인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고지서에 수신료를 통합해 징수해온 근거를 없애기 위해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관한 사항’을 전체회의 안건에 올렸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는 문구의 뒷 부분을 ‘고지행위와 결합해 행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바꾸는 내용이다.
이날 오후 KBS는 입장문을 내어 “다른 경쟁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2500원의 수신료로도 KBS라는 공영방송이 유지될 수 있었던 기반은 최상의 효율이 입증된 통합징수 방식 때문이다. 이를 분리징수로 변경하게 되면, 부당한 납부 회피와 저조한 납부율, 과다한 비용 소요, 징수 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게 되며, 결국 공영방송의 존립마저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사회와 학계, 정치권 등에서도 충분한 고민과 사회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온라인 여론 수렴 정도로 권고안이 도출된 것도 모자라 독립성이 강조되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대통령실의 권고 9일 만에 개정 작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KBS는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안건은 상임위원 5명 중 2명이 공석인 방통위에서 여권 위원 2명이 의결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면직하면서 공석이 된 위원장직은 김효재 위원(국민의힘 추천)이 대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방통위, 대통령 하청받아 이행하는 ‘방송장악위원회’”…여권 상임위원 고발 예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를 두고 “방통위 설립 이래 이런 기형적 구조 아래서 논란이 큰 안건을 속전속결로 의결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독립성 따위는 안중에 없이 대통령실의 주문을 하청받아 이행하는 ‘방송장악위원회’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오늘 방통위의 의결은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야욕이 드디어 법을 무기로 본격화되는 계기”라고 규정했다. 언론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는 15일 김효재, 이상인 방통위원을 직권남용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예정이다.
언론노조는 이어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수신료 징수절차에 관한 국회 결정권을 침해하는 월권 △수신료 징수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상위법인 방송법 및 헌재 판례와 충돌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령 의결은 방송법의 규정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고, 징수업무의 효율성을 극도로 저해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3권 분립의 원칙과 상위 법률들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방통위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의결을 스스로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언론노조는 “국회의장과 국회는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이 입법권 침해임을 명백히 하고 방통위의 위헌적, 위법적 직권남용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며 “방통위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국회 내 특별기구 등을 설치해 TV 수신료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모색할 공론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야당, 한목소리로 ‘TV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중단 촉구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입력 2023.06.14 15:49
- 수정 2023.06.14 15:56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수신료 분리징수 및 추진 절차 비판
“폭주 이유는 ‘땡윤뉴스’” “공론조사 기본 갖추지 않아” “독재 정권 서막”

대통령실 권고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에 착수하면서 이를 중단하라는 야권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손솔 진보당 대변인은 13일 “분리징수는 공영방송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그야말로 중차대한 문제다. 이렇게 졸속으로, 시행령 개정으로 처리할 문제가 절대로 아니다”라며 “현재의 방통위는 이 중요한 문제를 심의할 자격이 없다. 5인 체제를 명시한 방통위 설치법까지 무시하며 현 정권에서 억지로 3인 체제로 축소시킨 상태다.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손 대변인은 “입만 열면 ‘법치주의’를 운운하는 정부여당에서 그간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까지 모두 무시하며 이처럼 폭주를 하는 이유는 누가 봐도 ‘방송언론장악’과 ‘땡윤뉴스’ 부활 밖에는 없다”며 “박성중 국회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공영방송들을 가리켜 ‘하나도 못 먹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대통령실이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의 조사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의 ‘대통령실 국민참여토론’에 짧은 설명으로 안건을 올리고 국민은 댓글로 의견을 다는 형식”이라며 “졸속일 뿐만 아니라 공론 조사의 기본도 갖추지 않은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대표적인 정책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라고 했다.
신 대변인은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에 이은 국민참여토론 주제로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를 정한 것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제대로 의견 수렴하거나 치열하게 국회 논의를 거쳐라. 지지자만 바라보고 가는 정치의 끝은 반목과 분열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의당도 앞서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유관부처에 권고한 다음날인 6일 “윤석열 정부가 TV 수신료 분리 징수로 언론의 숨통 조이기에 들어갔다”며 “진정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면 숙의할 장을 마련하라”고 밝힌 바 있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민주주의라는 탈로 여론을 취사선택하는 행태는 그야말로 독재시대의 서막”이라며 “매 정권 TV 수신료 논란으로 언론장악 시도를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도 결국 역대 정권의 전철을 밟아가려 하나. 같은 방법으로 시도를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모하고 덧없는 일이다. 역대 정권의 끝을 기억하라”고 했다.

국회 의석 과반을 보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과 방통위 등 항의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및 국회 과방위 의원들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항의서한을 전했다. 14일엔 조승래 과방위 민주당 간사와 장경태 최고위원이 방통위 앞을 찾아 “방통위는 위법 부당한 위원회 운영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과방위 의원들은 이날 “‘수신료 정상화’, ‘식물부처 정상화’ 가로막는 민주당 과방위원들 국회의원직에서 당장 사퇴하라”며 “민주당은 지난 1년동안 사실상 대선 불복을 하고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정치 행위만 일삼고 있다. 진정 대한민국 국회의원 정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KBS시청자위원회도 심각하게 우려한 TV수신료 분리징수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입력 2023.06.14 14:31
"소외계층·재외동포 콘텐츠 등 타격"
“수입 결손 보전하려 상업적 이윤 경쟁 내몰리면 본연 책무 멀어져…수신료 분리징수 시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
KBS 시청자위원회가 13일 “시청자 전체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TV 수신료 분리 징수방안’ 시도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강행할 경우 수신료 징수율의 급감과 동시에 징수 비용의 급증이 예상된다”며 “막대한 재원 결손은 공영미디어인 KBS가 그 본연의 사회적 책무인 공공성과 공익성을 실현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장애요인으로 될 것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시청자위원회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되면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전 국민 시청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재난미디어센터 운영은 물론 다양한 교육적·사회 공익적 프로그램들의 제작에도 심대한 타격을 미칠 게 명백하다”며 “도서와 산간 지역의 많은 시청자가 겪고 있는 난시청 해소 사업에도 타격을 입을 것은 물론,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방송, 한민족 재외동포 대상 채널과 국제방송 그리고 갈수록 소외되는 전통문화 및 예술 관련 콘텐츠 제작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게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방송콘텐츠들은 수익사업이 되지는 못하나 우리 방송법 제1조에도 명시하고 있듯이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매우 소중한 사업들”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TV 수신료 분리 징수방식을 강행한다면 그로 인한 막대한 수입 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공영방송의 기본 철학과 취지를 벗어나 무분별한 상업적 이윤 추구 경쟁에 내몰릴 게 불 보듯하다. 그렇게 된다면 KBS는 공영미디어 본연의 책무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해 파생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이는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보장방안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결과를 가져올 게 분명하며 건강하고 건전한 공영방송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기대에도 어긋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청자위원회는 또한 “현행 TV 수신료의 통합징수 방식은 공영방송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고 공정성과 공익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을 비롯해 각급 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린 바 있다”고 했다.
TV 수신료는 방송법령에 따라 한국전력이 TV 수상기 소지자 대상으로 월 2500원씩 전기요금에 통합해 징수하고 있다. KBS는 전기요금에서 수신료가 분리되면 지난해 기준 6000억 원대의 수신료 순수입이 1000억 원대로 급감할 거라 예상하고 있다. 수신료 수입이 공영방송 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KBS 47%, EBS 6% 수준이다. 지난 5일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 마련을 유관 부처에 권고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의결해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