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유진 초이’ 황기환 지사, 순국 100년만에 10일 유해 봉환 ‘대한국인’ 됐다

무궁화9719 2023. 4. 18. 11:37

돌아온 '미스터션샤인'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 봉송

입력 2023.04.10 11:57
 

1923년 4월 미국 뉴욕에서 순국한 지 100년 만
조선민사령 제정 이전 국외 이주로 없었던 대한민국 국적 복원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주기장에서 열린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 영접행사에서 국방부 의장대가 유해를 봉송하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황 지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관으로서 일제강점기 국외에서 활동하다 미국 땅에서 숨을 거뒀다. 뉴스1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주기장에서 열린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 영접행사에서 국방부 의장대가 유해를 봉송하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황 지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관으로서 일제강점기 국외에서 활동하다 미국 땅에서 숨을 거뒀다. 뉴스1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 초이'로 묘사된 황기환 애국지사의 유해 영접식이 10일 인천공항 계류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유진 초이’ 황기환 지사, 순국 100년만에 10일 유해 봉환 ‘대한국인’ 됐다

등록기준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으로 부여…10일 국내로 유해 봉환

김환태 발행인 | 기사입력 2023/04/09 [07:03]
 
[국민뉴스=김환태 발행인] 그동안 이역만리 외국땅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온 몸을 바쳤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 역의 실제 인물로, 오는 10일 국내로 유해가 봉환되는 황기환 지사(1995년 애국장)에게 순국 100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임을 나타내는 공적 서류가 부여된다.
 
국가보훈처는 후손이 없어 무적(無籍)으로 남아있던 황기환 지사의 가족관계 등록 창설을 완료, 대전현충원에서 거행하는 유해봉환식에서 적을 헌정한다고 7일 밝혔다.
 
황기환 지사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에게 적용됐던 민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인 조선민사령 제정(1912년) 이전 독립운동을 위해 국외로 이주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공적서류상 적을 한번도 갖지 못했으나 이번 가족관계 등록 창설로 완전한 대한국인이 됐다.
 
등록기준지는 황기환 지사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관으로 머나먼 타국에서 독립운동을 적극 펼친 점을 고려해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통일로 279-24)’으로 부여됐다.
 
▲ &nbsp;황기환 지사에게 대한민국 국민임을 나타내는 공적 서류가 부여됐다. (사진=국가보훈처)&nbsp; &copy;출처:&nbsp;&lsquo;유진 초이&rsquo; 황기환 지사, 순국 100년만에 10일 유해 봉환 &lsquo;대한국인&rsquo; 됐다-국민뉴스&nbsp;- http://www.kookminnews.com/65469

황기환 지사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등록기준지를 비롯해 성명과 성별, 그리고 최근 보훈처가 발굴한 제1차 세계대전 미군 참전자 등록 카드에 명시한 출생연월일(1886년 4월 4일) 등이 기재됐다.
 
이로써 보훈처는 지난해 윤동주 시인, 송몽규 지사 등 167명에 대해 가족관계 등록을 창설한데 이어 지난 2월 제104주년 3·1절을 계기로 신관빈(2011년 애족장), 김강(1995년 독립장) 등 독립유공자 32명의 가족관계 등록을 추가로 창설했다.
 
황기환 지사는 1904년 미국으로 건너가 안창호가 주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직한 민족운동단체인 공립협회에서 활동했다. 1917년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자 지원병으로 입대해 소대장으로 중상자 구호를 담당했다.
 
1918년 11월 종전 후 유럽에 있다가 김규식의 제안으로 1919년 6월 파리위원부에서 서기장을 맡아 ‘통신전’을 발행해 유럽 내 각 언론기관과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 및 저명인사 등에게 송부함으로써 한국독립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헌신했다.
 
또한 1920년 9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런던위원부 위원에 임명돼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며 외교활동을 펼쳤다.
 
같은해 10월에는 영국의 언론인 맥켄지와 긴밀히 협의해 ‘대영제국 한국친우회’ 결성을 주도하고 한국 독립을 호소하는 연설을 통해 영국인들의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뉴욕과 런던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계속하던 중 1923년 4월 후손 없이 뉴욕에서 서거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앞으로도 무호적 독립유공자분들에 대한 가족관계 등록 창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가와 국민적 예우를 받으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독립운동 절대 멈추지 않을 것"…'미스터션샤인' 외신인터뷰 발굴

보훈처, 황기환 지사의 하와이 입항 및 1차대전 참전 기록 등 확인
美‧佛 언론 상대로 일본의 간교한 책략 공박, 한국의 '완전 독립' 강조

1904년 하와이 호놀룰루 입항자 명부와 1904년 하와이 호놀룰루 입항자 등록 카드. 국가보훈처 제공

"일본이 문명화된 세계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고, 그 계획은 분명 실패할 것이며 한국인들은 절대 독립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의 모델이 된 독립운동가 황기환 지사가 조국 독립을 위해 열정적으로 전개해온 외신 인터뷰 기사 등이 처음 발굴됐다. 
 
국가보훈처는 황기환 지사의 후손 등을 찾는 과정에서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과 프랑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자료 11점을 공개했다.
 
황 지사는 1919년 8월23일자 프랑스 '라 프티트 레퓌블리크'와 8월25일자 미국 '뉴욕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자치권을 부여하겠다'는 일본의 '로이터통신'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제1차 세계대전 미군 참전자 등록 카드와 제1차 세계대전 미군 소집자 명단. 국가보훈처 제공

그는 일본이 같은 해 일어난 3.1운동에 놀란 나머지 세계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자치권'을 운운한 사실을 간파하고 "그 계획은 분명 실패할 것"이라고 예견하듯 역설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일본의 일부로 고집하는 한 극동에서의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것은 일본과 동등한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며,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한국의 완전한 독립 때문"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일본의 책략을 논박했다. 
 
보훈처는 황 지사의 인터뷰 기사는 '라 파트리' '라 리브르 파롤' '봉수아르' 등 프랑스 현지 언론을 통해 곧바로 재인용되고 확산돼 한국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라 프티트 레퓌블리크', '뉴욕 헤럴드', '라 파트리', '라 리브르 파롤' 보도기사. 국가보훈처 제공

황 지사는 또 1921년 일본 왕세자의 프랑스 방문 때 조선인이 암살을 계획한다는 소문에 조선인들이 감시를 받게 되자 미국 언론 '시카고 트리뷴'을 통해 "조선의 국가적 신용도를 떨어뜨리려는 일본의 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문서 발굴 과정에선 황 지사의 1904년 하와이 호놀룰루 입항 기록과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미군 참전자 등록 기록 등도 처음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1886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황기환 지사는 19세가 되던 해 하와이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온 뒤 미군으로 1차대전에 참전해 유럽전선에서 활약했다.  
 
그는 이후 프랑스에 남아 만국평화회의에 참석차 파리에 온 김규식 등 독립운동가들을 도왔고 다시 미국으로 옮겨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위원으로 활동하다 1923년 뉴욕에서 심장병으로 순국했다. 
 
왼쪽부터 '봉수아르', '시카고 트리뷴', '레 카이에 데 드루아 드 롬' 부고 기사. 국가보훈처 제공

황 지사의 별세 후 프랑스 신문 '레 카이에 데 드루아 드 롬'은 "그는 자신의 작은 조국을 해방하기 위한 노력에 모든 정력을 쏟아 인간의 자유와 국제적 정의라는 대의에 영웅처럼 봉사했다"며 "극동의 믿음대로 그의 정신이 계속 살아남기를 바란다. 우리의 애정 어린 존경과 조의를 표한다"고 애도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조국을 사랑한 황기환 지사님의 삶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까지 감동을 준 사실은 물론 머나먼 이국땅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셨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제 그리운 고국으로 유해가 돌아오시게 되면 국민들과 함께 최고의 예우를 다해 영면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