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간 벽 타자 주민들도 "최고"…KOREA 구호대의 '교대' 고심
튀르키예 긴급구호대 1진 귀국…PTSD·건강검진 뒤 업무 복귀[영상]
-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메일보내기
- 2023-02-18 12:11

지난 6일 발생한 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원을 위해 현지로 파견됐던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1진이 임무를 마치고 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공군 15특수임무비행단)을 통해 귀국했다.
모두 118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대 1진은 원 국장을 비롯해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국군의무사령부 등 의료 인력을 포함한 국방부 인력이 49명, 소방구조대원이 62명,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직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특전사는 원래 각 여단에서 1개 지역대를 재난구조부대로 설정해 필요한 장비와 응급구조사가 편제돼 있었다.

외교부 이도훈 2차관은 복귀한 대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현장에서 우리 구호대가 보여준 헌신에 대하여 사의를 표하면서 극히 위험한 현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훌륭히 임무를 수행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일부 대원들은 장염에 걸렸고, 부상도 흔한 일이었으며 현지의 강추위로 인해 심한 고생을 했다고 전해진다.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는 위험한 현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색·구조작업에 임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 대원들을 격려하고, 함께 이들을 맞이한 살리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도 한국의 지원을 튀르키예 국민들이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들은 모두 건강검진과 PTSD 검사를 받은 뒤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구호 활동을 할 예정인 2진 구호대는 지난 16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현지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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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조건 속 구조 총력"
외교부는 이날 "한국 구호대가 추위와 지속되는 여진, 전기와 수도가 끊어진 악조건과 싸우며 생존자 탐색과 구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긴급구호대는 튀르키예 정부의 요청에 따라 강진의 직격타를 맞은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 주(州)의 안타키아에서 지난 9일부터 음향탐지기, 착암기 등 장비를 동원해 매몰자 탐색에 주력하고 있다. 단일 파견 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118명의 대원들은 영하의 날씨 속에 아나돌루 고등학교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강도 탐색·구조 활동을 벌여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현지 주민들이 우리 구호대를 만나면 '코렐리 온누마라(한국인이 최고)'라고 외치며 격려를 보내온다"고 말했다. 코렐리(koreli)는 터키어로 '한국인'이라는 뜻이다. 이날 외교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구호대원들은 'KOREA(한국)'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원복을 입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건물 벽을 오르며 혹시라도 빈 건물에 남아있을 생존자를 찾는 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한국 구호대는 활동 첫날인 9일에 5명을 구조했고, 골든타임을 훌쩍 넘긴 11일에도 3명을 구조했다. 다만 강진이 발생한지 일주일째에 접어든 지난 12~13일 사이에는 추가 구조를 하지 못했다. 구호대는 소방청, 119구조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인원 60여 명과 특전사와 군 의료진 등 군인 50여 명, 수색견 4마리로 구성돼있다.
2차 구호대 파견 검토
정부는 1차 구호대의 활동이 오는 17일 마무리되는 만큼 향후 추가 지원 방안을 고심 중이다. 지난 11일 외교부는 이도훈 2차관 주재로 현지에 파견된 원도연 긴급구호대장(개발협력국장)을 연결해 대책 회의를 열었다. 구호대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구호 활동에 전념해온 만큼 활동 기한을 연장하는 대신, 새로운 구호대를 보내 교대를 해주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2013년 11월 필리핀이 초강력 태풍 '하이엔'의 피해를 보았을 때도 정부는 4차례에 걸쳐 교대 방식으로 구호대를 보냈다.

다만 현지 치안 상황이 변수다. 강진이 지나간 자리에 구호품이나 빈 건물을 노리는 약탈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벌 간 무력 충돌과 총격도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1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일부 구호대는 안전 문제로 구호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독일국제수색구조대(ISAR)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 통신에 "재난이 지나간 뒤 현장 상황이 악화하는 건 전형적인 현상"이라며 "물과 음식이 소진되면서 희망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차 구호팀 파견을 검토하는 데에 있어서 현지의 치안 상황을 주요 요소로 고려하는 이유다.
또한 2차 구호팀이 파견될 경우 기존에 집중했던 매몰자 탐색 대신 집을 잃고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생존자 지원으로 구호 활동의 방점이 바뀔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결국 튀르키예 국민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활동이 무엇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튀르키예 중앙, 지방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 7일 튀르키예에 50만 달러 규모(약 6억원)의 긴급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데 이어 추가 지원도 검토 중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