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뇌물 혐의가 1심에서 무죄로 판결나자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고 법원의 판단이 안이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의 업무성과가 다른 직원들보다 압도적으로 좋지도 않고 그가 중대한 질병을 얻은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50억원을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병채씨가 삼성전자 사장보다도 퇴직금이 많다” “50억원 퇴직금을 받으려면 1200년을 일해야 한다” 등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다. 재판부가 곽 전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시민의 법감정과 상식에서 크게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9일 “곽 전 의원 측이 돈을 요구했다는 녹취록 내용을 검찰이 증명해내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화천대유가 고위 검사 및 민정수석비서관과 국회의원직까지 역임했던 유력인사의 친족을 이렇다할 전문성도 없이 채용하고, 6년 근무 대가로 50억원이란 거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한 것에 아무런 대가성이 없다는 것은 사회 통념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른바 50억 클럽 중 검찰이 곽 전 의원만 기소하고 나머지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한 상황에서 오늘 재판 결과가 사건의 진상 규명과 추가 수사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검찰은 항소하고, 필요할 경우 50억원의 성격과 50억 클럽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합당한 판결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조국 사태 당시 “부모 보고 돈 준 것”…조민 장학금에 분노했던 곽상도 발언 ‘재조명’
과거 국감서 집중 공세…아들이 '대장동 일당'에게 받은 50억 퇴직금 관련 뇌물 혐의 무죄 선고에는 “당연”

이른바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게 5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그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 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부모 보고 장학금이 나간 것”이라며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씨의 장학금 수령을 문제 삼은 바 있다.
경남 진주 국립 경상대학교에서 국회 교육위원회의 부산대 등 11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실시됐던 2019년 10월15일은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사퇴한 직후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앞서 제기된 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 재학 중 장학금 수령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국감에 출석한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조민씨에게 지급된 소천장학금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교육위원회 위원이었던 곽 전 의원도 질의 과정에서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할 때 노환중 교수가 지도교수로 나섰다. 조씨는 노 교수를 만나고 그때부터 특혜가 시작됐다”며 “이처럼 입시부정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 장학금 선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대가를 받았고 혜택을 받은 것 자체가 폴리페서(politics+professor)”라고 공격했다.
조 전 장관과 부산의료원장이 된 노환중 교수가 알던 사이였으므로 노 교수가 특혜를 노리고 딸에게 장학금을 줬다는 취지다. 곽 전 의원은 전 총장에게 “이건 부모를 보고 부모 때문에 돈이 나간 거다, 저희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총장님 동의하십니까?”라고 재차 몰아붙이기도 했다.
조씨의 장학금을 집중 저격했던 곽 전 의원은 이후 아들이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체인 화천대유로부터 직급에 맞지 않는 50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 의원직을 사퇴하고 구속기소됐다. 그는 “아들이 받은 돈일뿐”이라며 뇌물 혐의를 부인해왔다.
지난 8일 1심 선고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의 ‘독립 생계’를 이유로 50억 퇴직금이 곽 전 의원과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이 “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 하지. 병채 통해서” 등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있었지만 재판부는 신빙성이 없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사업이 민관 공동으로 전환돼 사업이 진행되던 시기인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으로 일하고 이후 공기업 이사장을 거쳐 국회의원으로 재직했으나 대가성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곽 전 의원은 선고 후 법정을 나오며 “무죄는 당연하다”며 “(화천대유) 내부 절차에 맞게 직원에게 성과급을 줬다고 했을 뿐 (아들이 받은 돈이) 나와 관련 있다고 말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검찰은 노 교수가 조 전 장관의 영향력을 노리고 그의 딸에게 장학금을 준 것으로 보고 600만원에 대해서는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지난 3일 1심 선고에서 조 전 장관과 노 전 원장 모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은 딸의 장학금 수령이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6년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시작됐음에도 나중에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 지위에 올랐다는 이유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특히 조 전 장관 사건 재판부는 딸이 부모에게 학비를 지원받는 등 경제적 공동체였으므로 600만원의 장학금 역시 조 전 장관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