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뉴스

“외교부는 일본 ‘왜’교부인가” 양금덕 어르신의 꾸짖음

무궁화9719 2023. 1. 31. 22:01

“외교부는 일본 ‘왜’교부인가” 양금덕 어르신의 꾸짖음

등록 :2023-01-31 14:48수정 :2023-01-31 21:21

김용희 기자

‘일본 전범기업 대신 한국기업이 배상’ 정부 안에
“일본에서 고생했으니 일본한테 당당히 돈 받겠다”

31일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동원(징용) 해법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외교부인가 일본 ‘왜’교부인가?”
 
31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는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방안을 비판하는 격한 목소리가 들렸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3·여)씨와 광주·전남 21개 단체가 구성한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한국기업 돈으로 배상하는 정부의 방안에 반대의견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이들은 전날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에서 일제 강제동원 문제가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소식에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양씨는 “굶어 죽어도 한국 돈은 받지 않겠다. 일본에 가서 고생했으니까 일본한테 당당히 돈을 받아야겠다. 정부와 대통령은 일본 편인지 우리 편인지 알 수 없다. 모두 옷을 벗어라”고 외쳤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은 “다 쓰러져가는 단칸방에 사는 양금덕 할머니는 일본이 무릎을 꿇고 사죄하기 전까지 배상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우리 정부는 마치 양 할머니가 돈을 구걸하는 것으로 취급한다”며 “할머니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이렇게 망가뜨리려고 하는 상황이 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씨와 광주·전남 21개 단체가 구성한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준) 회원들이 31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을 반대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대한민국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전범기업 미쓰비시 등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해 배상 명령을 내렸는데도 해당 기업들은 판결 이후 5년이나 지나도록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판결을 이행하라고 다그치기는커녕 일본에 ‘성의 있는 호응’을 주문하며 굽신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 일본 정부는 한술 더 떠 피해자에게 구상권 포기각서를 요구하고 미쓰비시 계열의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인 사도 광산까지 유네스코 산업유산으로 등재하려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고 피해자를 욕보이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비웃음까지 사게 될 구걸 외교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씨는 13살이었던 1944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됐다가 해방이 되자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귀국했다. 양씨 등 피해자 5명과 함께 2012년 10월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미쓰비시쪽이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원고들은 상표권 등 미쓰비시 국내자산을 압류하고 현금화하는 법적 절차를 밟아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외교부는 대법원에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최종 판단이 미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2일 공개토론회에서 가해자인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기업 등으로부터 기부금을 걷어 피해자들에게 대신 지급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밝혀 피해자 반발을 샀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일 강제동원 해법 ‘성의없는 호응’…미쓰비시 배상·사과 허용 안 할듯

등록 :2023-01-31 15:57수정 :2023-01-31 21:10

김소연 기자

한국 ‘성의 있는 호응’ 요구에도 조처 미흡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 마련을 위한 한-일 외교당국 간 국장급 협의가 열린 30일 오후 서울 외교부 앞에서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긴급 항의행동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일본 정부가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나 ‘직접 사과’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도 큰 틀에서 이 안을 수긍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요미우리신문>은 31일 복수의 한-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양 정부는 한국 쪽이 검토 중인 징용공 소송 문제의 해결 방안과 관련해 금전적 부담 등에 대해 피고 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의 직접 관여를 피하는 형태로 매듭을 짓기 위한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또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문제는 해결됐다’는 일본 입장이 확고해 한국 정부도 피고 기업의 직접 관여가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덧붙였다. <산케이신문>은 아예 “한국 정부가 3월1일(삼일절)을 앞두고 2월 중 최종 해법을 발표하기 위해 막바지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30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에게 새로운 사과와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는 불가하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12일 토론회에서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이른바 ‘제3자에 의한 중첩적·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을 공식화한 뒤, 피고 기업의 기부 참여와 사과 등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거듭 촉구해 왔다.
 
다만, 일본 정부는 한국이 요구하는 ‘성의 있는 호응’과 관련해 피고 기업이 아닌 다른 기업의 자발적 기부는 허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총리 관저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사업적 관점에서 기부 참여가 좋다고 생각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막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를 통한 재단 기부 방안도 부상하고 있다. 피고 기업이 소속된 경단련이 기부를 하면, 피고 기업이 재원을 간접 출연했다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피고 기업의 직접 사죄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배상 문제는 (이미) 해결이 끝났기 때문에 정부가 새롭게 반성이나 사과를 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 해결에 나선 윤석열 정부를 돕기 위해 일본 총리들이 예전에 내놓은 반성적 역사 인식을 담은 담화를 계승하고 있다는 뜻을 재차 밝히는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와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 등을 통해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국의 해결 방안을 살펴본 뒤 구체적인 내용·형식·시기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한국 여론은 반응은 매우 싸늘한 상황이다. <문화방송>의 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3.7%, <한국방송>의 18~20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가 현재 논의 중인 안이 ’피해자의 반영이 미흡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2주 만에 재개된 한-일 국장급 협의…일쪽 사죄·배상 관련 이견 여전

등록 :2023-01-30 20:10수정 :2023-01-31 09:08

정인환 기자
 
강제동원 배상 문제 관련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가 열린 30일 오후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외교부 들머리에서 긴급항의행동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일 외교당국이 30일 서울에서 국장급 협의를 열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달 들어서만 두번째 협의 자리였지만, 핵심 쟁점인 일본 쪽의 사죄와 배상 참여 문제에 대한 양쪽 간 근본적인 입장 차를 좁히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국장급 협의를 열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데 이어 불과 2주 만에 다시 열린 이날 협의는 예정 시간을 1시간 남짓 넘겨가며 3시간가량 이어졌다.
 
서 국장은 협의 뒤 기자들에게 “양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조속한 현안 해결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외교당국 간 협의를 가속화하는 차원에서 협의를 개최했다”며 “앞으로도 고위급을 포함한 양국 외교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에선 일본 쪽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니가타현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등 최근 불거진 양국 간 쟁점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시간이 부족해 다른 문제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고, 강제동원 배상 해법 문제만 집중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간 한달에 한번꼴로 열렸던 양국 국장급 협의가 최근 40여일 사이 세차례나 개최되면서 이날 협의가 중대 갈림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협의에서도 그간 우리 쪽이 요구한 일본 쪽의 사죄와 배상 참여 등 이른바 ‘성의 있는 호응조치’에 대해선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에 대해 협의를 했고, 이견이 좁혀진 측면과 그렇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일본 쪽의 사과와 호응조치가 국민과 원고(피해자) 쪽 최대 관심사여서, 그에 대한 우리 입장을 개진하고 일본 쪽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조성한 기금으로 일본 가해 전범기업 대신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이른바 ‘제3자에 의한 중첩적·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을 사실상 공식화한 바 있다.
 
이후 일본 쪽에선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한 역대 정부의 담화를 계승하는 선에서 일본 정부가 사죄를 하고, 재단이 피고 가해 전범기업에 대한 구상권을 포기하면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정도의 호응조치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정부는 향후 고위급을 포함해 양국 간 다양한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그간 논의된 내용을 생존 피해자 3명을 포함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유가족에게 직접 설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도 “일본 쪽의 성의 있는 호응조치가 나와야 피해자를 만나 설명할 수 있고, 최종 해법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외교부는 ‘성의 있는 호응조치’란 표현을 고집하는데, 일본 쪽의 선의에 기댄 ‘구걸 외교’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이 일관되게 밝힌 대로 정부는 강제동원 사실 인정을 바탕으로 한 사죄와 가해 전범기업의 배상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당당하게 일본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신형철 기자 newrion@hani.co.kr
 

[포토] “우리에게 나라가 없나?” 강제동원 ‘굴욕 협상’ 중단 촉구

등록 :2023-01-30 16:47수정 :2023-01-30 16:53

김혜윤 기자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30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동원 배상 문제 관련 한·일 국장급 협의를 한 가운데,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외교부 들머리에서 긴급항의행동을 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이날 열린 한·일 국장급 협의는 강제동원 해법안의 사실상 마지막 협의로,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강제동원 굴욕협상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 논의를 위한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가 서울에서 2주 만에 다시 열린 30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외교부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긴급항의행동을 진행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지난해 8월 한-일 과거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민단체가 모여 발족한 단체이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이날 외교부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연 한·일 국장급 협의는 지난해 12월 26일과 이달 16일에 이어 약 한 달 사이 세번째 열린 협의로 촘촘하게 이어진 개최 간격이 이례적인 탓에 협상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28분께 외교부 청사에 들어선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서민정 국장과 어떤 내용을 협의할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바로 엘리베이터에 올라 협의 장소로 이동했다.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30일 오후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의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를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김혜윤 기자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도착해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 장소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앞서 외교부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배상 책임을 진 일본 가해 전범기업의 ‘채무’를 ‘제3자’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인수한 뒤, 포스코 등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기업한테 기부금을 걷어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하는 것을 뼈대로 한 정부안을 공식화했다.
 
이날 긴급행동에 나선 활동가들은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외교부가 굴욕적인 강제동원 협상을 강행하고 있다며 “굴욕·매국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릴레이 항의 발언과 손팻말 시위를 이어갔다. 강혜진 서울겨레하나 활동가는 “우리는 일본이 사죄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과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편에 서서 끝까지 싸워야 하지 않겠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자신들이 어렸을 때 나라가 없어서 ‘위안부’로 끌려가고 강제징용됐다 말씀하셨다. 지금 우리에게 나라가, 정부가 없는가? 어떻게 이 어르신들 앞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진행중인 강제동원 협상을 비판했다. 현장의 사진을 모아본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 관련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가 열린 30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활동가들이 긴급항의행동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강제동원 배상 문제 관련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가 열린 30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활동가들이 긴급항의행동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