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많은 누리꾼은 최 서장이 참사 당시 언론 브리핑을 하며 덜덜 떨던 모습을 떠올리며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특수본은 7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정보계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6명을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과 류 전 과장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됐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정보계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직권남용, 증거인멸 혐의가 추가됐다. 박 청장과 최 서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다.
특수본은 최 서장이 현장에 출동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참사 당시 용산소방서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구조활동을 펼쳐야 하지만 종로소방서 소속 구급차가 더 먼저 도착하는 등 현장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용산소방서의 ‘2022 핼러윈데이 소방안전대책’ 문건에 따르면 용산소방서는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현장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응급처치 및 병원이송을 원활히 하기 위해 이태원119안전센터에 구급차 및 승차대원 등 소방력을 대기하도록 했다. 여기엔 ‘재난 상황 발생에 따라 이태원 팀장이 상황 판단해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이태원 119안전센터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지로부터 약 2㎞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참사가 발생한 직후 현장에 처음 도착한 구급차는 종로소방서 소속 종로119안전센터의 구급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119안전센터 구급차는 종로소방서 구급차보다 31분 늦은 오후 11시13분에서야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참사 당일 이태원119안전센터에 있었던 구급차는 이태원역 인근에서 발생한 머리 출혈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오후 10시7분 센터를 떠나 참사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이태원)구급차 및 승차대원 인력 배치’ 지침이 현장에서 제 기능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용산소방서 측은 해당 문건이 화재사고 대비 1순위로 만들어진 것이며 장비가 부족해 관내 다른 사건에도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응급상황이 발생한 순간 현실적으로 대기만 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용산소방서 측은 먼저 접수된 신고를 처리한 뒤 참사 현장에 투입돼 최선을 다해 구조활동을 펼쳤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공분했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도 소방서장의 키워드가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도 관련 소식이 빠르게 퍼지며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많은 이들은 참사 당시 브리핑을 하던 최 서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표창을 줘도 모자랄 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놀다 늦은 것도 아니고 머리 출혈 환자를 이송하다 늦은 건데 과실치사라니 황당하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 최 서장은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치며 피해 상황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네 차례나 진행했다. 이때 최 서장의 목소리는 비교적 침착했지만 마이크를 쥔 손은 덜덜 떨렸다. 이 장면이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인터넷에는 ‘브리핑을 하면서 손 덜덜 떠는 용산소방서장’이라는 제목의 움짤(움직이는 사진)이 퍼졌다.
이 움짤을 처음 공유한 누리꾼은 “평생 구조하며 사신 분인데…”라며 말을 아꼈다. 이를 본 많은 누리꾼은 “최일선에서 묵묵히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목소리는 되게 시원시원한데 손 떠는 걸 보니 얼마나 막중한 자리인지 느껴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당시 최 서장은 사망자가 늘어나자 “지금은 구호가 우선”이라며 현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시민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로 불안, 우울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