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못났다! 참 후졌다! 참 치졸하다!" "이런 정부에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네.." "진짜 최악"
국민뉴스|기사입력 2023/07/06 [00:03]
지난해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로 논란에 휘말렸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이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경기도교육청의 후원 없이 행사를 치르게 됐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올해 개최하는 ‘24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는 지난해까지 후원단체에 이름을 올렸던 문체부와 경기도교육청이 빠졌다. 두 기관이 후원단체에서 빠진 이유는 지난해 전국학생만화공모전(23회) 금상 수상작이었던 <윤석열차>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라는 게 주최단체 쪽 설명이다.
진흥원은 올해 공모전을 추진하면서 문체부와 소통을 했지만 문체부가 행사 후원에 부정적이란 입장을 확인한 뒤 후원명칭 사용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체부는 <윤석열차> 논란이 생긴 직후인 지난해 10월4일 보도자료를 내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전국학생만화공모전을 개최하면서 후원명칭 승인사항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문체부 후원명칭 사용승인에 관한 규정 제9조 1항의 ‘승인한 사항을 위반해 후원 명칭을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후원명칭 승인 취소를 검토하겠다는 뜻이었다.
경기교육청은 문체부보다 명시적으로 후원명칭 사용을 불허했다. 진흥원은 경기교육청에 후원명칭 사용 승인을 신청했지만 교육청은 심의위원회를 열고 후원명칭 사용승인 취소 결정을 내렸다. 후원명칭 사용승인이 취소되면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 3년 동안 해당 행사에 대한 후원명칭 사용 승인이 제한된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 “심의위원회에서 심사 기준에 따라 심사를 했고 후원명칭 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는 쪽으로 결정됐다”며 “심사 기준 등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올해 전국학생만화공모전 후원명칭 승인과 관련해서 문체부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공모전에 문체부 예산 지원을 받는 것도 없으니 올해는 문체부 없이 사업을 진행하자는 내부적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교육청이 요구하는 소명 자료도 준비해서 제출했지만 결국 후원명칭 사용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윤석열차>는 지난해 열린 ‘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에서 금상(경기도지사상)을 받은 고교생의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가고 있고, 시민들이 놀라 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기관사 자리에는 김건희씨 보이는 인물이 있고, 뒤로는 검사 4명이 칼을 든 채 타고 있다. 이 작품은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9월30일~10월3일) 중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다.
이와 관련해 댓글란이 없어진 다음 포털 '타임톡'에는 윤석열 정부의 치졸함을 탓하는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참 못났다! 참 후졌다! 참 치졸하다!" "이런 정부에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네.." "국민들 세금이지 자기들 월급에서 주는 돈인가?" "역사상 최고로 찌질한 졸렬함이다" "단체에 후원하고 싶은데 알아봐야겠다" "치졸함의 끝판왕..roon(대문자도 아깝다)" "그러면 본인들을 영웅처럼 그렸다면, 게속 후원했을 것 같은데.." "진짜 최악"
'윤석열차' 표절 아니다…英원작자 "완전히 다른 작품, 칭찬받을 솜씨"
콘셉트 유사하나 완전히 다른 아이디어, 표절 아냐 정부를 비판하면 비난받을 우려가 있다면 큰 문제
표절 대상이었다는 2019년 6월 영국 일간지 더 선((The Sun)의 정치풍자 만평 '보리스 존슨' 열차를 그린 원작자 스티브 브라이트(Steve Bright)가 직접 "표절이 아니다"(It's not plagiarism)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7일 서울에 거주하는 영국 출신 프리랜서(자유활동가) 기자 라파엘 라시드(Raphael Rashid)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라시드는 '윤석열차'를 놓고 표절 시비가 일자 브라이트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한국 상황을 설명하면서 '표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라시드는 "윤석열 정부는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가 표절작이라고 암시했고 국민의힘은 해당 작품이 작가 스티브 브라이트(Steve Bright)가 2019년 더선에 기고한 풍자만화를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현재 상황을 브라이트에게 전하면서 의견을 구했다.
이에 브라이트가 "표절이 아니라고 하더라"는 답을 보내왔다며 브라이트의 답변서 전문을 공개했다.
편지에서 브라이트는 "이 학생은 어떤 형태로든 내 작품을 표절하지 않았다. 작품에 나타난 유사성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 의도한 것이 아니며 이런 일은 시사만평계에서 비일비재하다"고 답했다.
또 "학생이 잘못한 것은 전혀 없으며 펜과 붓을 잘 사용한 학생의 솜씨는 칭찬받아야 한다"고 오히려 격찬했다.
그러면서 "내 만평이 학생으로 하여금 유사한 방식으로 풍자를 하게 만들었다면 놀랄 일이며 나를 우쭐하게 한다"고 한 뒤 "콘셉트는 유사하지만 표절과 완전히 다르고 완전히 다른 아이디어로 절대 표절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만평에 재능이 있어 칭찬받아 마땅한 학생을 포함해 누구든 정부를 비판(poke)하면 비난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윤석열차'는 모 예고에 재학 중인 박모 학생이 제23회 한국만화축제에 제출, 고등부 금상을 받은 작품이다.
'윤석열차'는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고 있는 가운데 조종석에는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 객석에는 검사복을 입은 이들이 칼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그렸다.
여권에선 학생이 정치색 짙은 그림을 그렸고 이에 대해 상을 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맞느냐며 비판에 나섰다.
축제를 주관한 만화영상진흥원에 매년 100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주고 있는 문체부도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반발을 낳았다.
이런 가운데 이 작품이 브라이트의 더선 카툰을 모방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구도와 인물 배치 등이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다.
브라이트는 당시 브렉시트 강행을 조기 총선을 추진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존슨 총리 얼굴을 한 열차,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속도를 높이라며 열심히 석탄을 넣고 있는 카툰을 그렸다.
buckbak@news1.kr
“尹 구둣발 올린거 보고”…학생이 ‘윤석열차’ 그린 이유
입력 :2022-10-06 04:35/수정 :2022-10-06 09:41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지난 2월 13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 캠페인 차원에서 임대한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해 이동하던 중 맞은편 좌석에 구두를 신을 발을 올린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이상일 국민의힘 후보 상근 보좌역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를 두고 정치권과 예술계에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학생이 이 그림을 그린 배경이 전해졌다.
해당 학생이 재학 중인 A고등학교의 B교감은 학생의 작품 구상 계기에 대해 “지난 대선 기간에 윤석열 대통령이 열차 안에서 ‘신발을 벗지 않고 의자에 발을 올린 일’에서 착안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고 5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학교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지난 4일 “행사 취지에 어긋나게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힌 이후 항의는 더 심해졌다고 한다.
B교감은 “어제오늘 (학교에) 불편한 전화들이 많이 왔다. 간혹 격려 전화도 있었다”며 “(항의 전화는) ‘학생을 세뇌 교육하느냐’ ‘어떻게 그렇게 정치적으로 가르치느냐’ ‘지도교사가 지도를 그런 식으로 하느냐’라는 등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B교감은 카툰을 그린 학생에 대해 “워낙 차분하고 성실한 학생이다. 오늘 면담을 했는데, 마음을 굳게 먹고 있더라”며 “이 학생은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전공실기 성적도 탁월하다. 독서량도 많고, 시사에도 밝다”고 전했다.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는 “혹시라도 학생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격려를 해줬다”며 “나중에 성장해서 이번 일이 트라우마로 남으면 안 된다. 이 학생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다. 우리 어른들이 따뜻하게 바라봐야 할 학생”이라고 말했다.
B교감은 ‘윤석열차’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선 데 대해 “공모 분야가 카툰이다. 카툰이라는 건 시사적인 내용을 갖고 세태를 풍자하는 그림 아니냐”라며 “우리 학생은 응모 분야 성격에 맞게 시사적인 풍자 그림을 제출했을 뿐”이라고 했다.
앞서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지난 2월 13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임대한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해 이동하던 중 구두를 신은 채 맞은편 좌석에 발을 올려 ‘구둣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윤석열차’ 그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경기도, 부천시가 후원하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한국만화축제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으로,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에 김건희 여사와 검사복을 입은 사람들이 탑승한 모습이 담겼다.
이 작품을 두고 문체부는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해 논란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학생 대상의 공모전 작품을 두고 정부가 나서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갈무리
웹툰 작가 단체인 사단법인 웹툰협회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교생 만화 수상작을 엄중 경고 조처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웹툰협회는 4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입장문에서 “문체부는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 잣대를 핑계 삼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박근혜 정부 시절 관련자들이 사법 단죄를 받은 ‘블랙리스트’ 행태를 대놓고 저지르겠다는 소신 발언은 실소를 넘어 경악할 지경”이라며 문체부 조처를 비판했다.
이어 “주무부처가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분야엔 길들이기와 통제 차원에서 국민 세금을 쌈짓돈 쓰듯 자의적으로 쓰겠다는 협박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빌려 문체부를 비판했다. 협회는 “윤 대통령은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자유’를 12번 외치고 방송에서 ‘정치 풍자는 문화예술인들의 권리’라는 발언도 했다”고 강조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지난 12월8일 서울 대학로에서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코미디는 현실에 대한 풍자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그야말로 말초적으로 웃기기만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정치와 사회에 힘 있는 기득권자들에 대한 풍자가 많이 들어가야만 인기 있고 국민 박수를 받는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짚었다.
이어 “문체부는 행정부 수반의 평소 소신과 철학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반기를 드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시급히 거두고 해당 학생과 만화창작자들, 나아가 문화예술인들에게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문체부는 윤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에 상을 주고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를 비롯해 선정 과정 조사에 나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체부는 4일 설명자료를 내고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행사 취지에 어긋난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하며 신속히 관련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3일 폐막한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 내걸린,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만화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화제를 모았다. 이 그림은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가고 있고, 기차에 놀란 시민들이 피하는 모습을 담았다. 기차를 운전하는 기관사 자리엔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인물이 앉아 윤 대통령에게 뭔가 말하고 있고, 뒤로는 4명의 검사가 줄지어 칼을 빼 든 채 타고 있다.
웹툰협회 입장문 전문
고등학생 작품 <윤석열차>에 대한 문체부의 입장에 부쳐...
지난 7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만평 수상작에 대해 4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행사 취지에 어긋난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하며 신속히 관련 조처를 하겠다“며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체부는 “비록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지만, 국민 세금인 정부 예산 102억원이 지원되고 있고 공모전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 문체부는 이 행사의 후원 명칭 사용 승인을 할 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승인사항 취소’가 가능함을 함께 고지했다. 해당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고 관련 조처를 신속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웹툰협회의 몇가지 단상을 밝힌다.
첫째,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는데 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이다. (네이버 어학사전 발췌) 그리고 해당 수상작은 카툰 부문 수상작이다. 이보다 더 행사 취지에 맞춤 맞을 수 있는가.
둘째, 나이 어린 ‘학생’이 문제라면, 참고로 3.1 만세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의 나이는 만 16세였다. 또한 OECD 국가 중 대한민국만이 유일하게 선거연령이 19세였으나 지난 2019년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만 18세 이상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고등학생의 정치적 견해와 관련한 토론과 논쟁은 문체부 주장과는 반대로, 우리 사회가 고취해야 할 민주시민의 기본 소양이다.
셋째, 가장 끔찍한 부분인데, 문체부는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핑계 삼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102억원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뒤에서 몰래 진행하다가 관련자들이 사법 단죄를 받은 ‘블랙리스트’ 행태를 아예 대놓고 거리낌 없이 저지르겠다는 소신 발언(?)은 실소를 넘어 경악할 지경이다.
주무부처가 백주대낮에 보도자료를 통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분야엔 길들이기와 통제의 차원에서 국민 세금을 제 쌈짓돈 쓰듯 자의적으로 쓰겠다는 협박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이던 지난 12월 8일 서울 대학로에서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코미디는 현실에 대한 풍자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그야말로 말초적으로 웃기기만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는 정치와 사회에 힘 있는 기득권자들에 대한 풍자가 많이 들어가야만 인기 있고 국민 박수를 받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뿐인가. 윤석열 대통령께선 지난 5월 18일 열린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자유'를 열두번이나 외친 분이시다. 가히 '자유의 화신'이시다. 그 '자유'엔 응당 '표현의 자유'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심지어 방송에 출연하여 "정치 풍자는 문화예술인들의 권리"라는 발언도 하신 바 있다.
문체부는 행정부 수반인 윤석열 대통령님의 평소 소신과 철학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반기를 드는 것인가. 보도자료를 시급히 거두고 해당 학생 및 만화창작자들, 더 나아가 대한민국 문화예술인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다. <끝>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 대통령 풍자 만화가 논란이 된 가운데, 조용익 부천시장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한 문체부를 비판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전시된 전국학생마화공모전 수상작에 대한 기사가 하루종일 이어지고 있다”며 “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한 컷짜리 만화”라고 말했다.
이어 “풍자는 창작의 기본”이라며 “이번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의 공모 부분은 ‘카툰’과 ‘웹툰’이었고, 공모주제는 ‘자유주제’인데, 카툰공모에 왜 풍자를 했냐고 물으면 청소년은 무어라 답을 해야 합니까”라고 말했다.
조 시장은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소년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간섭해선 안된다”며 “어디선가 상처받아 힘들어하고 있을 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라고 했다.
이어 “문화에 대한 통제는 민주주의 언어가 아니다”라며 “김대중 대통령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아야 한다’라는 문화에 대한 철학이 새삼 와닿는 오늘”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한 만화에 대해 상을 주고 공개 전시까지한 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해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등을 결격사항으로 정하고 있지만 이 부분이 공모요강에서 누락되고 심사위원에게도 공지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절차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고교생 ‘윤석열차’ 수상에 경고한 문체부…“표현의 자유 침해”
등록 :2022-10-04 16:18수정 :2022-10-04 17:47
정혁준 기자
문체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수상 과정 조사”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집 갈무리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에 상을 주고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를 비롯해 선정 과정 조사에 나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체부는 4일 설명자료를 내고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행사 취지에 어긋난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하며 신속히 관련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앞서 3일 폐막한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 내걸린,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만화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화제를 모았다. 이 그림은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가고 있고, 기차에 놀란 시민들이 피하는 모습을 담았다. 기차를 조종하는 기관사 자리엔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인물이 앉아 윤 대통령에게 뭔가 말하고 있고, 뒤로는 4명의 검사가 줄지어 칼을 든 채 타고 있다.
이 작품은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지난 7~8월 진행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경기도지사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지난 1일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진행됐으며, 수상작은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9월30일~10월3일)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다. 수상작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무작위로 추천한 심사위원들이 평가해 선정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쪽은 “심사위원은 공정성 강화를 위해 심사위원 풀에서 선정된다”며 “이 작품뿐만 아니라 매년 수상작은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에 전시하고 있다”고 했다.
문체부는 “비록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지만, 국민 세금인 정부 예산 102억원이 지원되고 있고 공모전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며 정부 지원 행사임을 내세운 뒤 “문체부는 이 행사의 후원 명칭 사용 승인을 할 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승인사항 취소’가 가능함을 함께 고지했다. 해당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고 관련 조처를 신속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의 이런 태도를 두고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찬휘 만화평론가는 “공기관 공모전에 출품한 개인 작품을 두고 경고하는 건 전도유망한 만화가의 싹을 자를 뿐 아니라 공기관 공모전엔 정치적 소재 작품을 내면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창작자들에게 모욕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3일 폐막한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그림이 전시됐다. 이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경기도·부천시가 건립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개최했다.
작품을 보면,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가고 있고, 기차에 놀란 시민들이 피하는 모양새다. 기차를 조종하는 기관사 자리엔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인물이 앉아 윤 대통령에게 뭔가 말하고 있고, 뒤로는 4명의 검사가 줄지어 칼을 치켜든 채 타고 있다. 기차에는 ‘2’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데,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시 기호 2번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기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부서진 건물들이 그려져 있다.
<윤석열차>라는 제목은 대통령의 이름 ‘윤석열’과 기차를 뜻하는 ‘열차’를 겹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은 영국 아동용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에 나오는 주인공 토마스 기관차와 닮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작품은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지난 7~8월 진행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경기도지사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지난 1일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진행됐으며, 수상작은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9월30일~10월3일)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다. 이 작품은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수상작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무작위로 추천한 심사위원들이 평가해 선정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쪽은 “심사위원은 공정성 강화를 위해 심사위원 풀에서 선정된다”며 “이 작품뿐만 아니라 매년 수상작은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에 전시하고 있다”고 했다.정혁준 기자june@hani.co.kr
칼 든 검사, 조종석엔 김건희 여사... 고교생 풍자 만화 논란
입력2022.10.04 07:38수정2022.10.04 08:03
부천국제만화축제 공모전 카툰 금상 수상작 주최측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문제없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화체육관광부와 경기도, 부천시가 건립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최근 개최한 한국만화축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이 전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지만 주최 측은 "무작위로 선정된 평가위원이 심사해 입상한 작품이라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이날 폐막한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만화가 전시됐다.
이 작품은 고등학생이 그린 카툰으로, 윤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자 시민들이 놀라 달아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열차 조종석에는 김건희 여사가, 나머지 열차 칸에는 검사들이 칼을 들고 서 있다.
이 작품은 한국만화축제가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분 금상(경기도지사상)을 수상했으며,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다.
이같은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확산하며 일부 누리꾼들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다"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주최 측은 문제 없다는 설명이다. 작품 수상 선정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무작위로 추천한 심사위원들이 평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는 "현실을 풍자한 그림은 예전부터 있었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작품이 금상으로 선정된 만큼 박물관에 많은 관광객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