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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완전 비핵화’ 첫발 뗐는데···‘찬물’ 부어버린 트럼프

무궁화9719 2022. 9. 28. 15:22

북 ‘완전 비핵화’ 첫발 뗐는데···‘찬물’ 부어버린 트럼프

북 핵실험장 폭파 직후, 트럼프는 북미회담 걷어찼다

등록 :2018-05-24 21:04수정 :2018-05-25 07:31

 
오전 11시께 2번 갱도 시작으로 3, 4번 갱도 등 연쇄 폭발
트럼프 “최근 북쪽 성명 적대적…지금 회담 부적절”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북한은 이날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17분께까지 핵실험장 2·3·4번 갱도와 막사, 단야장(금속을 불에 달구어 벼리는 작업을 하는 자리), 관측소, 생활건물 본부 등을 연쇄 폭파하는 방식으로 핵실험장 폐기를 진행했다. 사진은 민간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사의 위성이 23일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전경. 원산/로이터 연합뉴스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계곡 ‘북부핵시험장’의 갱도와 관련 시설을 연쇄 폭파해 폐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첫 가시적 실천 조처를 선제적으로 단행한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최근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비핵화 방안’ 등을 놓고 고조되던 북-미 간 신경전이 급기야 회담 취소로 이어진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은 이날 오전 11시께 북쪽 2번 갱도와 관측소 폭파의 굉음과 함께 시작됐다. 북쪽이 지금껏 실행한 6차례의 핵실험 가운데 5차례를 소화한 2번 갱도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상징적 심장부다.
 
북한은 이어 오후 2시17분에 서쪽 4번 갱도와 단야장(금속을 불에 달구어 벼리는 작업을 하는 자리)을 폭파했다. 곧이어 시설 관련자들이 사용해온 생활건물 본부 등 5개 건물을 철거(2시45분)했다. 핵실험에 한번도 사용되지 않아 4번 갱도와 함께 이번 폐기 행사의 핵심으로 꼽힌 남쪽의 3번 갱도는 오후 4시2분께 폭파됐다. 15분 간격으로 현장에 남은 군 막사 2개동까지 폭파돼 이날 ‘폐기 의식’은 마무리됐다. 동쪽의 1번 갱도는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뒤 방사능 오염을 이유로 이미 폐쇄돼, 이날 따로 폭파하지 않은 듯하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이날 저녁 성명을 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핵무기연구소에서는 24일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완전히 폐기하는 의식을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핵시험장 폐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갱도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하는 동시에 현지에 있던 일부 경비시설들과 관측소들을 폭파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됐다며 “방사성 물질 누출현상이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현장에 나온 연구소의 강경호 부소장이 취재진에게 “폭파된 풍계리 핵실험장 복원은 불가능하다. 풍계리 실험장 외에 다른 핵실험장이나 갱도는 북한에 없다”고 밝혔다고 전해 주목된다.
 
이날 행사는 남쪽 공동취재단 8명을 포함해 미국·중국·영국·러시아 취재진 3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전날 원산을 출발한 취재진은 이날 오전 풍계리 핵실험장 현장에 도착했으나, 산간 오지인 탓에 외부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 저녁 7시 넘어서까지 지속됐다.
 
정부는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 조처임을 평가하고, 폐기 참관 동향 점검 및 향후 조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단,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갱도에 거미줄 같은 폭약선 ‘쾅’…30분간 산이 흘러내렸다

등록 :2018-05-25 21:44수정 :2018-05-25 22:15

 

풍계리 핵폐기 현장 취재기
핵실험장 폐기 투명하냐 묻자
“안과 밖 두 번에 나눠져 터져
기자들이 보지 않았느냐”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폭파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이날 관리 지휘소시설 7개동을 폭파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 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풍계리/사진공동취재단
 
 
오전 8시19분 해발 1300m 현장 도착
강경호 핵무기연구소 부소장 대기
핵실험장 폐기 방법·순서 브리핑
 
폭 2m 2번 갱도 입구에 폭약 배치
오전 11시 굉음과 동시에 첫 폭파
 
오후 2시17분 4번 갱도 폭파
3번 갱도는 폭파 뒤 30분간 붕괴
오후 4시17분 “성과적으로 끝나”
 
“이곳은 길주 재덕역이고 갱도까지 21㎞, 버스를 타고 핵실험장까지 갑니다. 해발고도가 1300m 넘으니 건강에 주의해주세요.”
 
24일 아침 6시15분, 한국·미국·중국·영국·러시아 5개국 취재진이 원산역에서 11시간을 달려 함경북도 길주군 ‘북부핵시험장’ 인근 재덕역에 내렸다. 남쪽 취재진은 3번 승합차에 타고 아침 8시19분 풍계리 핵실험장 2번 갱도 들머리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강경호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을 포함해 관계자 20여명이 나와 있었다. ‘바람 부는 계곡’(풍계리)답게 계곡을 따라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숫자 1로 표기한 동쪽 갱도는 2006년에 첫 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뒤 폐기시켰습니다.” 2009~2017년 5차례 핵실험이 진행된 2번 갱도 옆에서 강 부소장이 취재진에게 ‘북부시험장 폐기 방법과 순차’ 관련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북쪽 2번 갱도는 5차례의 “성과적” 핵실험에도 “현재까지 측정자료에 의하면 방사성물질 유출은 전혀 없으며 주위 생태환경도 아주 깨끗하다”고 말했다. 남쪽 3번 갱도는 두개의 갱도로 만들어졌으며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강 부소장은 이어 “숫자 4로 표기한 서쪽 갱도는 위력이 매우 큰 핵실험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특별히 준비해놨던 갱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 결정 뒤 ①모든 실험 준비와 공사 즉시 중단 ②실험 설비와 케이블류, 정보통신 및 동력계통 실험 수단들 해체 철수, 연구사들 철수 ③공기배관, 압축기, 레일, 운반설비 등 공사수단 해체 철수, 공사·정비 인원 철수까지 세 단계의 준비작업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네번째 단계는 이날 진행될 갱도와 지상 건물 폭파다.
 
취재진은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2번과 4번 갱도 들머리를 둘러봤다. 아치형 철문 안쪽 2번 갱도는 너비 2m, 세로 2.5m로 들머리에서 2m 정도 떨어진 지점에 폭약이 놓여 있었다. 문과 벽 천장까지 나무로 만들어진 4번 갱도에는 폭약선이 거미줄처럼 쳐져 있었다. 바닥에는 폭약으로 보이는 하얀 가루가 비닐 안에 담긴 채 놓여 있었다.
 
2번 갱도 폭파를 보려고 서쪽 산중턱 간이관측소로 갔다. “촬영 준비됐나” “촬영 준비됐다” “주의” “3, 2, 1” 외침이 들렸다. 오전 11시 정각 묵직한 굉음과 함께 갱도 들머리의 흙과 부서진 바위가 쏟아져 나왔다. 들머리가 4~5m쯤 무너졌다.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는 “벽에 다이너마이트를 박고 무너지도록 했다. 8개의 폭약을 심었다”고 했다. 한 기자가 핵실험장 폐기가 투명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묻자,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는 “기자들이 보듯 밖에서 폭파되고 안에서 분출하지 않았느냐”며 “안과 밖 두번에 나눠서 터졌다”고 답했다. 실제 현장 영상을 보면 돌 파편 등이 바깥으로 분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갱도 안 얼마나 깊은 곳까지 폭발물이 설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평양배, 샌드위치, 사과가 든 점심 도시락은 오후 폭파가 예정된 군용 막사 옆에서 제공됐다. 막사 처마에서 제비집을 발견한 한 기자가 ‘제비가 방사능에 민감하다던데’고 하자 북쪽 관계자는 “그만큼 방사능이 없다는 얘기”라며 “개미도 방사능에 민감한데 엄청 많다”고 자랑했다. <조선중앙티브이> 기자는 개울물을 권했다. 그는 “파는 신덕 샘물은 ph7.4인데 이 물은 ph7.15로 마시기 더 좋다. 방사능 오염은 없다”고 말했다.
 
남쪽 3번 갱도 내부는 콘크리트 벽으로 되어 있었다. 취재진은 남은 ‘폐기 의식’을 보려고 4번 갱도와 300m 떨어진 동쪽 산중턱 관측소에 올랐다. 오후 2시17분 4번 갱도 폭파를 시작으로 단야장, 생활건물 5개동이 굉음과 함께 거대한 구름을 일으키며 내려앉았다. 화강암지대 깊은 곳에 위치한 3번 갱도는 폭파 뒤 30분이 넘도록 돌들이 흘러내렸다. 4시17분 마지막 폭파 뒤 북쪽 관계자들은 “모두 성과적으로 끝났다, 축하한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6시간에 걸친 폐기 의식이 끝났다.
 
취재진은 저녁 6시27분 다시 원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자정 무렵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이 세계의 눈과 귀를 불러와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밤 전해진 ‘비보’로 열차 안이 술렁였다.
공동취재단, 김지은 노지원 기자 mirae@hani.co.kr
 

김정은 ‘핵무력 산실’ 파괴, 북미정상회담 선제조처 했지만…

등록 :2018-05-24 23:35수정 :2018-05-25 00:31

 

남북 정상 판문점 합의 이행
트럼프에 비핵화 ‘실물’ 안기며
추가 핵실험 물리적 기반 없애
‘미래 핵’ 제거 선제 조처 단행
트럼프 회담 취소에 앞날 예측불허

 

북한이 예고한 대로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계곡의 ‘북부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진행했다.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비확산 체제를 뿌리부터 흔들어온 ‘북한 핵무력’의 산실이라 할 핵실험장을 스스로 파괴한 것이다.

 
북쪽의 풍계리 핵실험장 ‘자진 파괴’는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할 디딤돌을 놓는다는 데 가장 큰 현실적 의미가 있었다. 실제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그 결과는 최소한 ‘절반 이상은 성공’이리라는 게 나라 안팎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핵실험장 폐기에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강경 발언을 정조준해 ‘회담 재고’ 엄포를 놓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담화’가, 다 차려진 밥상이 뒤엎어지는 빌미가 됐다. ‘말’이 ‘행동’을 잡아먹은 꼴이다. 북쪽의 ‘계산 착오’인지, 2주 가까이 중단됐다는 북-미 간 물밑 협상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결정적 장애물이 돌출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애초 북쪽의 핵실험장 ‘자진 파괴’는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한테 중대한 정치적 자산을 안겨줄 ‘호재’였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와 관련해 의미있는 ‘실물’을 챙긴 셈이어서다.
이는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세계전략과 외교안보 분야에 무지한 트럼프가 장삿속으로 김정은과 회담하다 크게 당할 것’이라는 워싱턴 주류세력의 견제와 반발에 시달려온 트럼프 대통령한테 결코 적지 않은 자산이다.
 
김 위원장으로선 “조선에 대한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을 없애기만 한다면 조선은 핵을 가질 필요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 가능하다”(7~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다롄회담’)거나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하는 실천 행위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해온 국제사회의 시선과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당장 미국의 저명한 핵·미사일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트는 <뉴욕 타임스>에 “풍계리 폐쇄가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매우 의미있고 극적인 행위임엔 틀림이 없다”고 긍정 평가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4월20일)에서 ‘경제·핵 건설 병진노선’이 역사적 과업을 달성했다며 사실상 ‘군사 선행 노선’의 폐기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한 실천 조처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4월21일부터)와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라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방침을 천명했다. 그러고는 문재인 대통령과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5월 중 핵실험장 폐기+한·미 전문가·언론인 초청’ 계획을, 12일엔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폐기 의식 진행+한·미·중·영·러 5개국 취재진 현장 초청·취재지원’ 방침을 밝혔다. 24일 핵실험장 ‘자진 파괴’ 조처는 4·20 전원회의의 ‘병진노선 종료’ 선언과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집중’이라는 새 전략 노선 채택이 실천을 전제로 한 진지한 ‘노선 전환’임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의미도 있다. 강경호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폐기 의식’을 현장에서 취재한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 취재진한테 “풍계리 외에 다른 핵실험장·갱도는 없다. 우리는 핵개발 과정에서 이란·시리아와 협력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도,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에 다름 아니다.
 
비확산의 기술적 측면에서 보자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의 ‘미래 핵’을 제거하는 핵심 조처의 하나다. ‘핵무력’의 유지·향상엔 꾸준한 핵실험이 필수인데, 핵실험장 폐기로 ‘추가 핵실험’의 물리적 기반을 없애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발표한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완전한 비핵화의 궁극적 목표이자 핵심이라 할 ‘과거 핵’(핵무기) 폐기 여부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세기의 담판에 달린 문제라는 게 나라 안팎 전문가들의 대체적 지적이었다. 달리 보자면, 김 위원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 해소’, 곧 체제안전 확보를 통해 북한이 국제경제 질서에 합류할 길이 제시되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만나기에 부적절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로, 세기의 담판의 기회는 일단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들어 숱한 전략적 결단을 한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과 관련해 마음이 바뀐다면 내게 (편지를) 쓰거나 전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단서’를 실마리 삼아 꺼져가는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릴지 주목된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한번도 안 쓴 3·4번 갱도까지 폭파…‘완전한 핵폐기’ 의지

등록 :2018-05-25 00:13수정 :2018-05-25 00:15

 

핵실험장 폐기 어떻게?
북, 핵폐기 공언 34일만에 실행
갱도 입구·내부도 폭약 터뜨려
관측소·막사 지상시설 함께 철거
북 “인원 철수·지역 폐쇄 이어질것”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북부 핵실험장 폐기 의식’이 24일 실행됐다. 북한이 지난달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 총력 집중’ 새 전략 노선을 채택하고 “북부 핵실험장(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천명한 지 34일 만이다. 핵실험장 폭파가 진행된 이날 오전 11시~오후 4시 무렵 풍계리는 맑은 가운데 26도 정도의 기온이 유지돼 일기 조건도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구상에서 가동 중인 마지막 핵실험장으로 알려진 풍계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쪽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대략의 계획을 이미 공개했다. ①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들, 폭발 방법으로 ‘붕락’→②갱도 입구 완전 폐쇄→③모든 지상 관측설비와 연구소, 경비 구분대 구조물들의 순차적 철거 순서다. 아울러 핵실험장 폐기와 동시에 경비 인원과 연구사들을 현장에서 철수시키고 주변을 완전히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공개한 상업위성 사진을 보면, 북쪽은 23일 이전부터 일부 시설 철거를 시작한 듯했다.
 
‘폐기 의식’의 핵심은 갱도의 입구와 내부에 폭약을 설치해 완전 붕괴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 핵실험장 폐기는 예고대로 갱도, 관측소, 단야장, 생활건물, 막사(군 건물) 등을 차례로 폭파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현장에 나온 강경호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취재진에게 “(핵실험장 폐기의) 마지막 행보는 모든 인원의 완전한 철수와 핵실험장을 둘러싼 지역의 최종적 폐쇄가 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런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2006년 10월 첫 핵실험 이후 지난해 9월까지 모두 6차례의 핵실험이 이뤄진 풍계리 핵실험장엔 갱도 4개가 있으며, 길주군 시내에서 42㎞ 떨어진 만탑산(해발 2205m) 계곡에 있다. 1차 핵실험은 1번 갱도(1차 핵실험 뒤 폐쇄), 2~6차 핵실험은 2번 갱도에서 진행됐다.
 
주목 대상은 3·4번 갱도도 이날 모두 폭파됐다는 점이다. 2012년 3월 완성된 남쪽의 3번 갱도는 최근까지 유지·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4~5차 핵실험 당시 굴착공사가 중단됐던 4번 갱도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를 재개했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선 풍계리 핵실험장이 ‘핵실험으로 붕괴해 무용지물’이라 주장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한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2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밝혔다고 청와대가 전한 바 있다. 이 분야에 정통한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3·4번 갱도의 폭파 여부와 그 정도에 (완전한 폐기 여부가) 달렸다”고 짚었다.
 
이날 북한 핵무기연구소가 ‘폐기 의식’ 뒤 낸 성명을 봐도 북쪽은 ‘3·4번 갱도 폭파 확인’에 의미를 뒀다. 성명은 “핵시험장의 2개 갱도들이 임의의 시각에 위력이 큰 지하 핵시험들을 원만히 진행할 수 있는 이용 가능한 수준에 있었다는 것이 국내 기자들과 국제 기자단 성원들에 의하여 확인되였다”고 밝혔다. 이는 3·4번 갱도 폐기를 통해 북쪽의 자발적인 비핵화 조처를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비견되는 사례로는 2000년 7월 카자흐스탄의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 폐기 과정이 꼽힌다. 소련 붕괴 뒤 1993년 미국과 핵 폐기 협정을 맺은 카자흐스탄은 미 국방위협감소국 등의 지원을 받아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에서 각종 실험과 함께 폭파 작업을 했다. 소련 시절 핵실험이 209차례 이뤄진 이곳의 갱도 181개 파괴에는 100톤의 폭약이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공동취재단,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갱도·막사 등 연쇄폭파 실행(3보)

입력 2018.05.24. 19:38 수정 2018.05.24. 19:42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PG)

 

(풍계리<북한>·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이윤영 조준형 이상현 기자 =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를 폭파해 폐기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 핵실험장 2번 갱도와 관측소를 폭파한 것을 시작으로 오후 4시 17분께까지 4번 갱도와 3번 갱도, 막사 등을 잇달아 폭파했다.

 

풍계리 현장에서 핵실험장 폐쇄 행사를 취재 중인 AP통신도 외신기자들이 참관한 가운데 핵실험장 폐기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하고 한국을 비롯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5개국 취재진을 현장으로 초청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그동안 6차례 핵실험이 이뤄진 곳으로,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의 이행 조치로서 북한이 이곳 핵실험장 폐쇄를 전격 선언하면서 이번 행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jhcho@yna.co.kr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해 폐기..'완전한 비핵화' 첫발(종합2보)

입력 2018.05.24. 20:39 수정 2018.05.24. 21:03 

 

관측소·막사·생활건물 등도 연쇄 폭파..북미정상회담에 청신호
정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번째 조치" 평가
 
北 풍계리 핵실험장의 23일 모습 (원산 로이터=연합뉴스) 민간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가 23일 촬영한 위성사진으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 모습이 보인다. ymarshal@yna.co.kr

 

(풍계리·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장용훈 조준형 김정은 기자 =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해 비핵화 조치의 첫걸음을 선제적으로 내딛음에 따라 내달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도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17분께까지 핵실험장 2·3·4번 갱도와 막사, 단야장(금속을 불에 달구어 버리는 작업을 하는 자리), 관측소, 생활건물 본부 등을 연쇄 폭파하는 방식으로 핵실험장 폐기를 진행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오전 11시께 남한을 비롯해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등 5개국 취재진이 풍계리 현장에 도착한 직후 폭파하는 행사를 했다"고 밝혔다.

 

핵실험장 갱도 폭파는 오전 11시 2번 갱도를 시작으로 오후 2시14분 4번 갱도, 오후 4시2분 3번 갱도 순으로 이뤄졌다.

이번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에 참여한 외신들도 폭파 소식을 일제히 타전했다.

 

AP통신은 북한이 외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 시간에 걸쳐 폭파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아시아 특파원 톰 체셔는 "우리는 산으로 올라가 500m 떨어진 거리에서 폭파를 지켜봤다"면서 "그들은 셋, 둘, 하나 카운트다운을 했다. 큰 폭발이 있었고,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먼지와 열기가 밀려왔고, 대단히 큰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폭발 당시 나무로 만든 관측소가 산산조각 났다고 체셔는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이번 참관에 참여한 기자들에게 "전례없을 정도로 상세하게" 브리핑을 했다고 체셔는 전했다.

 

아울러 북한이 다섯 차례 핵무기를 시험한 갱도를 보여줬는데, 입구에는 연극 무대장치처럼 여기저기 전선이 걸려있었다고 묘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북한 외무성 공보를 인용해 "북한이 폭파 방식으로 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를 폭파했고, 갱도 입구를 완전히 봉쇄했다"면서 "지상의 관측 설비와 연구소, 경비 부대 건물 등을 철거했다. 또 경비인원과 연구원들을 철수시키고 완전히 핵실험장 주변을 폐쇄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북한의 핵무기 연구소 등 관련 기관에 대해서도 모든 업무 조치를 마쳤다"면서 "이를 통해 핵실험 중단을 투명하게 보장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관영 뉴스전문 채널 RT는 북한 핵무기연구소가 이날 직원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떠나고 있으며, 이제 그곳에서 핵실험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풍계리 지역은 맑은 날씨로 밤부터 내일 오전까지 소나기가 올 것으로 예고돼 25일까지 폐기행사를 하기에는 최적의 상황이었다.

 

북한은 핵실험장 갱도 뿐 아니라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발표한 대로 지상의 관측설비와 연구소, 경비건물 등을 폭파방식으로 철거함으로써 시설을 완전히 폐기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지켜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한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 번째 조치임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에 대해 "비핵화와 관련된 첫 번째 조치"라며"이번 조치가 추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등 모두 6번에 걸쳐 핵실험이 치러졌다.

 

풍계리는 해발 2천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이뤄져 핵실험 이후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핵실험의 최적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해 폐기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jin34@yna.co.kr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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