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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에 국가배상 첫 확정

무궁화9719 2022. 8. 30. 11:55

대법원,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에 국가배상 첫 확정

피해자들 “정부, 다른 사건 상고 포기해야”

  • 수정 2025-03-28 00:27
  • 등록 2025-03-27 20:39
 
 
수용자들을 동원해 부산시 주례동 국유림에 형제복지원 시설을 짓고 있는 공사 현장 모습. 형제복지원 운영자료집.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제공
 
1970~80년대 부산 최대의 부랑인 수용시설에서 자행된 인권유린 사건, 이른바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 두 건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이향직씨 등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청구 소송 2심 결과에 대해 법무부가 상고한 것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 결정했다. 심리불속행은 헌법을 위반하거나 기존 판례를 상반되게 해석하는 등의 사유가 없으면 더 심리하지 않고 기각해 2심 판결을 확정하는 제도다.
 
이씨 등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13명은 2021년 5월 국가를 상대로 첫 국가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장 고 박인근씨가 2년7개월 형만 복역하고 풀려난 판결이 부당하다며 비상 상고한 것에 대해, 그해 3월 대법원이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다.
 
이에 지난해 1월 1심은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이씨 등이 청구한 배상금 80억원 중 일부인 38억3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그해 11월 2심은 원고와 피고 쪽 항소를 모두 기각해 원심판결이 유지됐고, 대법원도 이날 심리불속행 기각해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 사건 피해자 중 김의수씨는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승리한 뒤로도 국가가 상고할 것이란 두려움에 그달 지인들에게 유서를 남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도 했다. 국가는 결국 상고장을 제출해 이날 대법원 판단까지 소송을 끌었다.
 
다른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아무개씨 등 15명이 제기해 원심에서 총 62억원의 배상판결이 내려진 소송도 이날 대법원 민사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가 심리불속행으로 기각 결정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이 소송도 지난해 3월 1심이 피해자 손을 들어줬고, 그해 11월 2심에서도 판단은 유지됐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훈령에 따라 민간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무연고 장애인, 고아 등 어려운 처지의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키거나 구타, 학대해 사망 또는 실종에 이르도록 인권침해를 했던 사건이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 협의회 대표 이향직씨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재판 과정에서 14살이면 사리 분별이 될 나이라며 나를 추궁하던 폭력적인 질문이 떠오른다”며 “소송이 그동안 길게 이어지며 그때의 아픔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 판례가 나왔으니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정부가 상고하지 말고 그만 끝내 달라”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뉴욕타임스가 ‘살아있는 지옥’이라 보도한 형제복지원 ‘국가폭력’ 사건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입력 2022.08.29 17:48

뉴욕타임스, 진실화해위 회견서 해외입양 문제 질의…진실화해위 측 “돈벌이용 입양, 조사 중”
AP통신 보도에 다수 외신에서 다뤄…국내 언론도 높은 관심, 중앙일보 지면에서 다루지 않아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그동안 형제복지원 사건을 꾸준히 보도했던 뉴욕타임스와 AP통신 기자도 참석했다. 

 

▲ 국가기록원 기록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은 매년 20여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는 한편 원생들을 무상으로 노역시키고 부실한 식사를 제공해 막대한 금액을 착복했다. 사진=형제복지원사건진실규명을 위한대책위원회 제공
 

뉴욕타임스 기자는 ‘형제복지원 아동들이 돈벌이용으로 해외입양됐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진실화해위 이번 조사결과에 관련 내용이 없는데 확인된 내용이 있는지’ 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피해자 인터뷰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수의 어린이가 해외입양됐다는 증언을 확보했고 그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며 “1차 진실규명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 문제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AP통신은 지난 2019년 국회와 정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로 형제복지원에서 1979~1986년 아동 19명을 해외에 입양 보낸 증거를 보도했다. 아이들을 납치해 인권을 침해하다가 돈벌이용으로 이용했다는 내용이다. 

 

또한 해당 기자는 ‘박인근 형제복지원장 일가가 불법으로 모은 재산 환수 문제, 현재 살아있는 관련자들 형사처벌 문제가 진실화해위 권고사항에 왜 빠졌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정 위원장은 “불법 취득 재산환수와 책임자 형사처벌 문제 역시 2차 3차 진상규명에서 할 예정”이라며 “이번 1차 조사 결과에선 일단 피해자 191명에 대한 문제(피해사실 확인)와 전반적인 불법 문제에 치중했다”고 답했다. 

 

▲ 지난 25일자 뉴욕타임스 형제복지원 기사 갈무리
 

뉴욕타임스는 지난 25일 “‘살아있는 지옥’ 피해자들 수십년 만에 배보상을 위한 한걸음 내딛다(Decades After a ‘Living Hell,’ Korean Victims​ Win a Step Toward Redress)”란 기사에서 “한국 현대사 인권유린 중 가장 악명높은 사례 중 하나(among the most infamous examples of human rights abuses in South Korea’s modern history)”라고 평가했고, 박인근 원장이 “사소한 경제 범죄로만 처벌받고 인권침해 관련 처벌을 받지 않았다(guilty of minor financial crimes, but not of violating human rights)”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피해자단체와 인권단체, 언론의 진상규명 노력에 주목하면서 “나라 전체가 공범이었다”는 피해생존자의 증언도 함께 전했다. 외신 특성상 군부정권과 민주화의 현대사에 대해서도 언급했고, 그동안 한국 현대사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등 또 다른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뉴욕타임스 기사도 첨부했다. 

 

AP통신은 지난 24일 “시설에서 인권유린과 죽음에 대해 과거 한국 정부의 책임을 묻다(Past S. Korean gov’ts blamed for abuses, deaths at facility)”란 기사를 통해 진실화해위가 이 사건을 국가범죄로 규정했고 이번 조사로 피해 진상이 더 심각했다는 사실 등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또한 AP통신이 다뤘던 형제복지원의 해외입양 문제를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정 위원장이 답한 부분도 기사에 인용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입양 직접 증거가 있는 아동은 19명, 간접 증거가 있는 아동은 최소 51명(the AP found direct evidence that 19 children were adopted out of Brothers between 1979 and 1986, and indirect evidence suggesting at least 51 more adoptions.)이다. 

 

세계 최대 뉴스통신사인 AP통신이 형제복지원 문제를 다루면서 AP통신발로 미국 ABC뉴스,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 VOA (Voice of America), 캐나다 토론토스타, 국내 코리아타임즈와 코리아헤럴드, 카타르 알자지라, 영국 모닝스타,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스코틀랜드 더 내셔널, 호주 ABC뉴스 등이 진실화해위의 형제복지원 사건 발표 소식을 다뤘다. 

 

▲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형제복지원 관련 기사 갈무리
 

일본 언론에서도 이 사안을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불량’ 소년을 강제 ​​수용, 한국·부산에서 밝게… 학대나 열악 환경에서의 노동·사자 657명(‘不良’少年を強制収容、韓国・釜山で明るみに…虐待や劣悪環境での労働・死者657人)”이란 기사에서 “한국 남부, 부산시에서 1960년~90년대 초 경찰과 시가 ‘불량’으로 본 다수의 소년을 복지시설에 수용한 행위의 실태가 나라의 조사기관에 의한 조사에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한편 국내 언론에서도 2기 진실화해위 출범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형제복지원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KBS․MBC 등에서 이날 메인뉴스 톱기사로 이 사안을 다뤘고, MBC에선 정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그 외에도 SBS, YTN, 연합뉴스TV, JTBC, TV조선, 채널A, MBN, OBS, KNN, 부산KBS, 부산MBC에서 해당 소식을 다뤘다. 다음날 주요 일간지에서도 이 사안을 다뤘지만 중앙일보는 지면에서 형제복지원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관련기사 : 형제복지원 첫 진상규명, 전두환 강제수용 지시까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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