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의 현금인출기가 아니다."
100여개 시민사회, '제12차 한미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국회 비준 동의 반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입력 2024.11.27 14:42
- 수정 2024.11.27 14:44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적용될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비준 동의안이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본 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첫해 8.3%를 인상하고 이후 매년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인상한다는 것이 골자로, 국회 비준이 이뤄지면 한국 정부는 5년간 최소 7조 9,000억원, 연 평균 약 1조 5,800억원에 달하는 방위비분담금을 부담하게 된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진보당, 겨레하나를 비롯한 101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은 국회 외통위 법안소위 검토가 이뤄지는 27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시민사회·정당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제12차 SMA 국회 비준 동의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먼저 방위비분담금 미집행금이 무려 1조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업별 세부 항목과 산출기준도 검증하지 않은 채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국회와 국민에게 전혀 공개하지 않고 협정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반대하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SMA 자체가 모든 주둔 비용을 미국측이 부담하도록 한 한미주둔군지위에 관한 협정(SOFA) 5조의 취지에 벗어나 1991년 일부 한국 정부가 분담하도록 한 이례적이고 특혜적인 조치인데, 주한미군이 한국방위를 넘어 대중국압박을 목적으로 주둔 목적이 변화한 조건에서 더 이상 특별협정을 연장하며 주둔비용을 부담해야 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 국회 비준 동의 반대의 근본적 이유이다.
기자회견 참가 단체와 정당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는 트럼프 후보 당선시 방위비 대폭인상이 우려된다며, 제11차 협정 유효기간이 1년 8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이례적으로 협상을 시작해 조기에 종료하였고 대폭 인상을 전제로 한 굴욕적인 제12차 협정안에 합의하여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였다"고 하면서 이는 "트럼프 당선자의 '100억 달러' 발언에 지레 겁을 먹어 불법적이고 부당한 인상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12차 SMA 협상기간은 5개월, 단 8차례의 협상으로 타결되었으나 그 과정이 국회와 국민에 전혀 공개되지 않아 밀실협상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국회는 국민이 부여한 의무를 무겁게 받아들여 굴욕적이고 부당한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 국회는 "형식적인 부대의견 제출이 그칠 것이 아니라 특별협정 비준 동의를 거부함으로써 방위비 분담 관련 제도개선을 강제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개선하는 교두보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평통사 평화통일연구소 오미정 연구원은 "제12차 SMA가 통과되면 우리 국민은 2026년부터 30년까지 5년간 최소 8조원의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지게 되는데, 이는 연 평균 약 1조 5천800억원으로 제11차 협정의 연 평균 1조 2,500억원에 비해 매년 3,300억원이 늘어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2026년도 인상률 8.3%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제11차 약정 기간에만 무려 1조 5,000억원의 미집행금이 남아 있다는 건 방위비 분담금이 과도하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다시 8.3%나 올려줄 이유가 없다는 것.
정부는 지난 5년간 방위비분담금 평균 증액률이 6.2%였다는 걸 근거로 8.3% 인상률을 설명하지만 이는 최근 물가상승률 2.6%나 국방비 상승률 3.6%보다 훨씬 높은 기준으로, 미국의 증액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새로운 기준을 임의로 만들어 낸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매년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만큼 자동인상을 보장함으로써 미국이 매년 300억원 이상을 거저 챙길 수 있게 한 것도 또 하나의 굴욕이라고 했다.
전 세계에서 한국과 더불어 유일하게 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정을 체결하는 일본의 경우에도 5년 협정을 체결하지만 연간 인상 보장같은 조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오 연구원은 현재 미국이 글로벌 군사비 절감전략에 한국을 동원하여 추진중인 '권역별 정비거점 구축정책'(RSF)은 동맹국에 미군 장비의 유지·보수 비용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함으로 이에 대한 협력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위비분담금을 통해 주일미군의 항공기와 장비 등을 정비해주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정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은 "그 내용이 국회와 국민에게 전혀 공개된 바 없는 졸속 밀실협상 결과를,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를 명분으로 국회가 검증은 물론 공청회조차 진행하지 않고 비준하려는 것은 국회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직격했다.
지난 11차 협상 당시 방위비분담금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국회가 비준에 앞서 제시한 10가지 부대조건이 있었는데, 어떻게 통제, 감시되고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국회가 검증고 공청회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
이 총장은 "설사 12차 협상 결과가 비준된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분담금 100억달러 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국회는 협상의 지렛대가 되지 않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지레 12차 협상 결과를 졸속 비준할 것이 아니라 트럼프 시대에 무엇이 우리의 국익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를 세워야 할 때이다. 반드시 비준 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충목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는 "군사비를 천정부지로 올리면 과연 평화가 지켜지는가? 전쟁이 평화를 담보하는가?"라고 반문하고는 "남과 북이 함께할 때, 민족이 함께할 때, 주권을 가지고 단단하게 평화를 실현할 때, 남과 북이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혜경 진보당 원내대변인은 "주한미군 주둔경비는 소파에 따라 원칙적으로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 방위비분담금은 한국이 미국에게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돈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국회 비준을 거부하고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991년 특별협정을 맺어 매년 방위비분담금을 한국이 부담해 준 결과 15배나 인상됐고, 쓰지도 못한 1조 5,000억원이 남아 있지만 어떻게 쓰일지도 모르는 총액 1조 5,000억원을 내년에 지급해야 하는 건 '동맹국간의 평등한 협상'이 아니라고 지적하고는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특별협정을 폐기하고 원천에서 재협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해랑 전국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는 "남은 금액은 돌려주고 그만큼 깎아야 하는 것이 협상일텐데, 더 올리자는 건 무슨 셈법인가"라며, 한미 당국간 밀실협상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윤석열정부는 물론 민주당을 향해서도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할말을 다하지 못한다면 이제 국민들이 국민의 대표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막대한 방위비분담금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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