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란?
노란봉투법
명칭 유래와 국회 발의는?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 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내온 데서 유래된 것이다. 이후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4만 7000원을 넣은 봉투를 보내오는 독자들이 늘기 시작했고, 현행법상 언론사는 일정액이 넘는 모금을 주관할 수 없어 '아름다운재단'이 모금을 맡게 됐다. 그리고 모금이 시작된 지 16일 만에 1차 목표액인 4억 7000만 원이 달성됐고, 2월 26일에는 파업 노동자들에게 청구되는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가 출범했다. 이후 모금 111일 만에 총 4만 7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최종 목표액인 14억 7000만 원이 달성됐다.
특히 이 노란봉투 캠페인은 노란봉투법 운동으로 이어졌고, 이에 2015년 4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이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노조법상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자 개인에게는 손배를 청구하지 못하게 한 것이 핵심이었으나,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연이어 폐기됐다. 그리고 21대 국회에서는 4건(민주당 3건, 정의당 1건)의 노란봉투법이 발의돼 2023년 11월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가 이뤼졌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대우조선해양이 2022년 8월 26일 하청노조의 파업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지회장, 부지회장, 사무장 5명을 상대로 4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바 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지회가 벌인 51일간의 파업 과정에서 옥포조선소 1도크를 점거해 고공농성과 옥쇄농성을 벌여 업무를 방해하고 이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밝혔으나, 지회를 비롯한 노동계는 손해배상 청구는 본질적으로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부정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며 반발했다.
시사상식사전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한 노란봉투법·방송3법 결국 폐기됐다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의결 부결
[속보]노란봉투법 폐기…국회 재투표서 찬성 175표·반대 115표
윤 대통령, 노란봉투법·방송3법 거부권 행사
윤 대통령, 노란봉투법·방송3법 거부권 행사
등록 2023-12-01 16:38수정 2023-12-01 17:41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5월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세번째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공지를 내어 “조금 전 윤 대통령이 이들 법안의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네 법안의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업체로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교육방송(EBS) 이사진을 늘리겠다는 법이다. 두 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지난 9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두 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다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야당 의석을 모두 합쳐도 그에 못 미친다.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노란봉투 캠페인, 21대 국회서 법제화 결실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사실상 폐기 수순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지” 안아준 남편, 마지막 인사였다
남편은 순박한 경상도 남자였다.
A씨가 친구 소개로 남편 배달호를 처음 만났을 때, 배달호는 경남 창원 한국중공업에 다니고 있었다. 융통성이 없고 집에 오면 회사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지만, “그저 착한 사람”이었다고 A씨는 남편을 기억한다. 노조 대의원이기도 했던 배달호의 옷을 A씨가 세탁기에 돌리면 호루라기와 머리띠가 종종 나왔다. 노조 행사가 있을 때면 호루라기를 불며 참여를 독려한 배달호를 동료들은 ‘호루라기 아저씨’라고 불렀다.
배달호가 다니던 한국중공업은 2000년 12월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에 인수됐다. 두산중공업은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노조가 항의하며 파업을 하자 회사는 18명을 해고하고 조합원 61명을 고소·고발했다. 이후 두산중공업의 ‘노조파괴 문건(신 노사문화 정립 방안)’이 드러났지만, 그때 A씨는 몰랐다.
A씨는 몰랐다. 남편은 집에 오면 회사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잘 몰라도 A씨는 남편 배달호를 응원했다. 남편과 동료들은 가끔 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고, A씨와 두 딸은 두산중공업 공장에서 열린 가족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은 파업을 이유로 노조원들에게 6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배달호와 A씨의 생활도 크게 기울었다. 언젠가부터 남편은 생활비를 주지 못했고, A씨는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다.
2003년 1월9일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의 손배·가압류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진 배달호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A씨는 몰랐다. 남편 배달호가 2002년 여름부터 월급을 가압류당했다는 것도. 회사에 반대하며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는 것도. “다른 지역으로 가면 가압류를 해제해주겠다”는 회사의 회유를 거절했다는 것도. 배달호는 티를 내지 않았다. 대신 마트 행사에서 김치냉장고가 당첨돼 신이 난 A씨와 함께 김장하고, 김치냉장고에 차곡차곡 담았다.
2003년 새해가 밝아도 A씨는 몰랐다. 남편 배달호가 몰래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고, 형제들을 만난 것도. 그해 1월8일 한파에 수도꼭지가 얼었다. 남편은 수도꼭지와 보일러를 고치고, “남편이 있으니 좋지”라며 A씨에게 돈이 든 봉투를 줬다. 봉투에는 ‘배달호 45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음날인 1월9일, 남편은 출근하면서 ‘내가 없이도 잘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A씨가 ‘아침부터 무슨 소리냐’고 하자 남편은 A씨를 꼭 껴안으며 그동안 고마웠다고 했다.
얼마 뒤 A씨는 회사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분신해 숨졌다고 했다. 황망하게 회사로 달려간 A씨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다. ‘무분별한 손배·가압류가 노동자의 삶을 파괴한다’는 문제의식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A씨도 회사의 책임을 묻는 싸움에 함께했다. 2003년 3월14일, 남편의 분신 65일 만에 A씨는 회사의 사과를 받고 남편의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손배·가압류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들었습니다.” 20년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가 개최한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살고 싶어라> 특별사진전 개막식에 A씨의 편지가 대독으로 울려 퍼졌다. “그런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우리 남편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이 법을 막지 말아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손배·가압류를 경험했거나 간접고용의 서러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도 직접 마이크를 들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박지선씨는 2011년 일방적인 용역업체 변경으로 인한 대량해고에 항의하며 대학 본관에서 농성하다가 2억8000만원의 손배소를 당했다. 박씨는 “책임져야 하는 사람(원청)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면 집단해고도, 점거농성도, 누군가의 눈물도, 수억의 손해도 없었을 일”이라며 “누구도 좋을 일 없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조법 개정에 동의해 달라”고 했다.
2018년 한국서부발전에서 산재사고로 숨진 하청노동자 김용균씨의 동료인 이태성씨는 “최근 발전5사에서 5년간 안전사고로 19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하청 협력사 직원이 82%인 163명”이라며 “모든 사업장에서 실질적인 사용자가 책임을 다하는 노조법 2·3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항의 점거농성을 이유로 CJ대한통운에서 20억원의 손배소를 당한 유성욱씨는 “택배현장은 그동안 특수고용의 구조아래 노동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았고, 주 80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에 26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더 이상 죽음의 현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고, 더 이상 ‘손배폭탄‘으로 나와 가정이 파탄 나는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용자의 정의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고, 쟁의행위의 요건을 확대하며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엄밀히 따지는 내용이 담겼다. 여당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거듭 반대 의견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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