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남은 고엽제 묻어…운반중 유독물질 새나와”
등록 :2011-05-19 20:44수정 :2011-05-20 10:01
‘에이전트 오렌지’ 표기 드럼통, 부대 뒤뜰에 매립
여름·가을 동안 일주일에 한두번씩 작업 지속
“우리는 실험용 동물”…발마비 청력이상 시달려
전직 주한미군이 밝힌 33년전 ‘캠프캐럴의 비밀’
미국 방송의 탐사보도로 드러난 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 방식은 일반 쓰레기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고엽제를 몰래 파묻었다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사실이다. 이번 보도로 미국 정부가 1968~69년 비무장지대에 뿌리고 한국에 남아 있던 고엽제를 바다에서 소각했다고 밝혔다고 설명한 것도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33년 만에 비밀을 털어놓은 미군 전역자 스티브 하우스 등은 1978년 당시 도시의 한 구역만한 크기의 구덩이를 만들라는 지시로 땅을 팠다고 말했다. 하우스는 “우리는 원래 쓰레기를 부대 뒤뜰에 묻어왔다”며 고엽제 매립 방식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들이 묻은 것은 베트남에서 수백만명에게 피해를 입히고 남은 고엽제였다. 중장비 특기병이었던 하우스는 19일 <에스비에스>(S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부 드럼통들에는 ‘베트남 지역, 콤파운드 오렌지(에이전트 오렌지)’라고 적혀 있었다”며 “일주일에 한두번씩 여름 내내, 가을까지 작업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 병사들인) 카투사들은 다른 일을 시켜서 뭔가 옳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그의 동료였던 로버트 트래비스는 드럼통 수를 250여개로 기억하면서 “어떤 것에는 ‘1967년 베트남공화국’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미국 정부는 당시 고엽제의 인체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고 사용을 금지한 상태였는데도 자국 병사들에 대한 보호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드럼통을 창고에서 하나씩 꺼내 손으로 굴렸다는 트래비스는 “고엽제가 드럼통에서 새나오기도 했고, 역겨우면서도 달착지근한 냄새까지 났다”고 말했다.
트래비스는 작업 뒤 온몸에 종기가 났으며, 이후 여러 군데에 관절염을 앓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목과 발 관절이 너무 약해져 몇번이나 부러졌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같은 작업에 동원된 리처드 크레이머는 “작업 뒤 발이 너무 부어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며, 이후로 발이 마비되고 관절염과 청각장애를 얻었다고 말했다.
폭로를 주도한 하우스는 자신은 상부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면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물질에 노출돼 암 등의 질병을 얻었겠느냐”며 죄책감을 토로하면서 울먹였다. 그는 “큰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지만 간이 너무 약해져 수술을 견뎌내기 어렵다고 한다”고도 했다. 트래비스는 “우리는 실험용 동물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케이피에이치오>(KPHO)는 위성사진을 이용해 캠프 캐럴 내부의 고엽제 매립 지점을 지목하면서 유독물질이 낙동강 등 주변 하천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피터 폭스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주변 주민들의 피해 가능성에 대해 “독성물질이 지하수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며 “주민들이 이 물을 농사에 사용하면 독성물질이 식수 공급 사슬뿐 아니라 식량 공급 사슬로까지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캠프 캐럴의 매립지처럼 독성물질이 용해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제거작업에 5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엽제를 취급한 군부대 주변의 주민 건강 문제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주정부 등은 미군의 생물학전 연구 중심지이던 포트디트릭 기지 주변에서 500여가구가 고엽제의 영향으로 암에 걸렸다는 주장에 관해 최근 조사에 착수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파문]前주한미군 3명 “1978년 명령받고 왜관기지에 매립” 증언
고엽제 묻을 당시 미군 모습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KPHO-
TV가 16일 한국의 미군기지에 고엽제 물질을 묻었다는 기사와 함께
보도한 사진으로 고엽제를 묻을 당시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근무하던 미군 병사들의 모습이다.
사진 출처 KPHO-TV
“한국 땅에 독극물인 고엽제를 묻었다”고 주한미군에 근무했던 미국인 3명이 증언했다.
미국 CBS방송 자회사인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민영방송 KPHO-TV는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칠곡 기지)에 복무한 적이 있는 스티브 하우스 씨 등 주한미군 3명의 증언을 소개하며 “주한미군이 1978년 왜관 미군기지에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이 담긴 드럼통 250개를 땅에 묻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들은 이후 만성관절염과 청각장애 등을 겪었으며 이 중 한 명은 큰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캠프 캐럴은 1960년 5월 왜관읍 왜관리 일대에 만들어진 미군기지다.
캠프 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했다는 하우스 씨는 인터뷰에서 “1978년 어느 날 (기지에) 도시 한 블록 규모의 땅을 파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위에선 그저 뭔가 폐기할 게 있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파묻은 물질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밝은 노란색 또는 밝은 오렌지색 글씨가 적힌 55갤런(약 208L)짜리 드럼통이었다. 일부 드럼통에 ‘베트남 지역, 컴파운드 오렌지(Province of Vietnam, Compound Orange)’라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컴파운드 오렌지’란 미군이 베트남전쟁에서 밀림을 제거할 때 사용한 강력한 제초제인 ‘고엽제’를 말하는 것이다.
하우스 씨는 현재 고엽제 후유증으로 알려진 당뇨병과 신경장애를 앓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중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하지만 간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송은 하우스 씨와 함께 이곳에서 복무한 로버트 트라비스 씨의 증언도 소개했다. 그의 증언도 하우스 씨와 일치했다.
前주한미군 "고엽제 매립지는 헬기장 근처"
미군기지 내 헬기장
(칠곡=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전직 근무자들이 고엽제 유력 매몰지로 꼽은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캐럴 내 헬기장. 2011.5.20 << 지방기사 참고 >>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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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드럼통 250개 묻고 이따금 30-40개씩 계속 매립"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파묻었다고 미국 방송에 증언했던 퇴역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 씨는 기지 내 헬기장 근처를 고엽제 매립지로 지목했다.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근처에 사는 하우스 씨는 2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에서 "헬기장에서 가까운 기지 뒤쪽에 드럼통들을 묻었다"면서 "지금 구글 어스 위성사진을 보면 헬기장 부근에 병원이 2개 있다"고 밝혔다. 국내의 캠프 캐럴 퇴직자들도 헬기장이 고엽제 매몰지로 유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우스 씨는 "물품들을 처리하기 위해 구덩이를 파라는 명령을 받았으며 그들은 우리가 처리할 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고, 드럼통들이 작업장으로 운반되고서야 파묻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작업에 참여한 장병은 중장비기사 4명과 트럭운전사 2명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우스 씨는 당시 파묻은 고엽제 분량과 관련 "처음 2주일간 55갤런(208ℓ)들이 드럼통 약 250개를 파묻었고, 그 후 이따금 약 30∼40개씩의 드럼통을 가을까지 계속 매립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앞서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고엽제 매몰작업을 시작한 시기를 4-5월께라고 말했다. 따라서 1978년 봄부터 가을까지 고엽제 매립작업이 계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우스 씨는 32년이 지난 지금 이런 사실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나는 몹시 아프며 큰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면서 그러나 "보훈처는 한국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점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군이 바른 일을 하길 원하지만 그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언론에 폭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스 씨는 "젊었을 때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한국과 한국인들을 사랑하게 됐다"며 "나는 그 일(고엽제 매립)이 정당하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 오랫동안 보훈처가 우리 말을 듣도록 노력해왔다"라고 덧붙였다.
하우스 씨를 비롯한 캠프 캐럴에 근무했던 퇴역 주한미군 3명은 지난주 애리조나 피닉스의 지역방송 KPHO-TV를 통해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을 기지 내에 묻었다는 증언을 처음으로 했다. bo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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